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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64화 (64/161)

64화.  < 고인물은 불멸 등급으로 고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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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궁니르가 모여 마침내 하나가 된다?

그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변화였다.

놀라 동그랗게 뜬 눈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세상을 삼킬 듯한 빛은 여전했지만, 적어도 그게 내 시야를 방해하는 일은 없었다.

순백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 빛의 구체로 화한 두 개의 궁니르가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긴다.

파직!

그런데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그 공간 사이에서 맹렬한 스파크가 발생했다. 마치 두 개의 신기가 합체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듯 격렬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어떤 방해도 불타는 사랑(?)을 막을 수 없는 법.

파지직!

서로를 향해 다가간 궁니르, 빛의 구체가 마침내 하나가 되었고.

화악!

절정에 이른 빛을 발산했다.

[이면의 궁니르가 모여 ‘진眞 궁니르’로 각성했습니다.]

[임의의 각성을 통해 아이템의 각성 시스템이 해금됩니다.]

[불멸 등급 아이템 획득을 통해 ‘불멸로 남을 무구’가 업데이트됩니다.]

뜻밖의 상황은 궁니르의 각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불멸...이라고?”

지금까지 내가 신기라 부른 아이템은 200레벨 제한의 신화 등급 아이템이었다.

그 이상의 등급은 없었다.

종말이 다가오는 판국에 어느 미친 개발자가 게임 업데이트를 하고 있겠는가. 예정되었던 대규모 업데이트는 취소되었고, 멈춰진 게임의 시간 속에서 나는 과거로 회귀했다.

그렇기에 200레벨의 신화급 무기가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멈춰 있던 아오스의 시간이 다시 흘러가고 있었다.

각성의 해금, 그리고 신화 이상의 등급 아이템 업데이트가 진행된 것이다.

시선은 자연스레 홀로 허공에 떠 있는 궁니르, 아니 진 궁니르로 향했다.

첫인상은 길다는 것.

본래는 2미터 정도였으나 각성한 진 궁니르는 무려 5미터에 이르는 길이를 자랑했다.

가관인 건 창날이다. 2미터에 이른 날은 폭과 길이만 해도 웬만한 양손검에 비견될 정도로 거대했다.

게다가 강화 효과가 부여된 룬어가 새겨져 있었는데, 이것이 각각의 색을 발산해 진 궁니르의 신비로움을 더해주고 있었다.

와, 이건 외형만 해도 밸붕 냄새가 물씬 풍긴다.

본래 아이템이라는 게 그렇다. 외형이 화려할수록 가진 바 능력이 사기에 가깝다.

물론 느껴지는 건 화려함만이 아니다.

이전의 궁니르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절대적인 기운. 그것을 경험하기 위해 손을 뻗었고, 게임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 난 볼 수 있었다.

어마무시한 진 궁니르의 능력을 말이다.

『진眞 궁니르

종류 : 창

등급 : 불멸

효과 : 모든 공격에 인과 법칙을 무시하는 ‘절대적중’ 효과 발동. 목표가 된 대상은 공격이 온다는 사실조차 인지할 수 없으며, 인지했을 때는 오직 창이 적중된 순간뿐이다.

차원 이동, 왜곡 등과 같은 절대적인 능력이 아니면 회피나 방어할 수 없는 그야말로 절대적중의 마법이 새겨져 있다.

설명 : 이면 세계에 흩어져 있던 파편을 찾아 마침내 하나가 된 신기. 날에 새겨진 초월적인 존재의 각인 마법을 통해 어마어마한 권능이 부여되었다.

-위대한 옛 존재의 흔적이 조금은 남아 있는 듯하다-』

“어우야...”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단 하나. 분명 일반적인 신화급보다 능력 자체는 적다.

그러나 불평할 수가 없다. 그 효과 하나가 개사기였기 때문이다.

인과의 법칙마저 무시하는 절대적중의 속성. 이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차원을 넘거나 왜곡시키는 수준의 초월적인 힘을 발휘 해야만 한다.

이게 사기가 아니면 달리 무엇을 사기라고 할 수 있을까.

빠캉!

새로운 무기를 손에 쥔 순간 엉성하게 이어져 있던 신살이 부서지고 말았다.

투툭.

두 동강 난 신살이 지면에 떨어졌다.

관리자의 선물을 이용해 아이템을 복원하긴 했지만, 애초에 신살은 이벤트 아이템. 일회성의 그 한계마저 복원하지는 못한 것이다.

뭐, 괜찮다.

어차피 신살을 사용한 건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함이었으니까.

덕분에 이질적인 힘을 가진 일곱 괴물을 쓰러뜨렸으니 그것으로 만족이다.

부러진 신살은 다시 인벤토리에 고이 넣어두었다.

혹시 모르지. 관리자의 선물과 같은 변수를 통해 또 한 번 복원될 수 있을지도.

신살도 회수했고, 이제 아이템 회수를 시작해볼까?

오딘, 오징어 괴물을 처치해 궁니르를 얻었다. 그렇다면 나머지 괴물 또한 이와 비슷한 류의 아이템을 드롭하지 않았겠는가.

마치 게임 속 캐릭터가 된 것처럼 지면을 응시했다.

있다!

예상대로 여섯 괴물이 각자의 아이템을 드롭해 놓았다.

파직!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요란하게 스파크를 튀기고 있는 번개의 구체였다.

번개라. 아마도 이건 번개의 왕인 제우스가 드롭한 것이리라.

발산하는 기운을 느낀 순간 직감할 수 있었다.

이것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막내야.”

“부르셨습니까요, 큰형님. 헤헤.”

이제는 순한 양이 아니라 복종을 표한 개와 같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감히 대적할 수 없을 거로 여겼던 일곱 괴물을 처참히 박살 내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리 삼안의 일족이 도전 정신이 충만한 또라이들이라곤 하지만, 이 정도 힘의 격차를 보여주면 알아서 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건 널 위한 선물 같다.”

“아이고, 뭘 또 이런 선물을 다...”

말을 그렇게 하면서 힐끔 번개의 구체로 시선이 향한다..

“우와와! 큰형님. 이건...?”

“그래. 번개 속성력 그 자체지.”

내가 손을 대지 않은 그건 번개 속성력을 얻을 수 있는 힘의 정수였다.

제우스. 번개의 왕이라 불린 녀석은 소멸한 후에도 자신이 지닌 번개의 힘을 남겼다.

분명 그건 내게도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보다는 막내 녀석에게 더 어울리는 힘이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이 익힌 키르켄. 4개의 속성을 합쳐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데,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된다면?

모르긴 몰라도 조금 전 일곱 괴물의 위엄을 단숨에 깨부술 수 있을 터였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혹여 말이 바뀔세라 다급하게 번개의 구체에 손을 가져갔다.

파지직!

“으갸갸갹!”

번개의 구체에 손을 댄 녀석이 격렬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쯧. 멍청한 녀석.

본래 가지고 있지 않은 속성력을 얻는 게 그리 쉬울 턱이 없지 않은가.

물론 내가 아프지 않으니 상관은 없다만.

“으그갸갸갸갹!”

여전히 번개의 힘에 취해 춤을 추는 녀석을 뒤로했다.

조금 힘이 들긴 하겠지만, 죽지는 않을 거다. 저 격렬한 댄스가 멈추고 나면 새로운 힘에 눈을 뜰 수 있겠지.

천마 단리후. 거대 눈깔 괴물 녀석이 드롭한 건 18개 서책이었다.

갑골문자로 새겨진 그것의 정체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강호라는 상고 시대에 존재했던, 이른바 무공을 기록해 놓은 비급.

이거 갑자기 장르가 무협지로 넘어가는 건가?

“이건 사도님들에게 어울리겠네요.”

창신의 창법도 아직 제대로 펼칠 수 없는 판국에 무공은 개뿔.

만약 게임처럼 비급을 읽는 순간 무공을 배울 수 있다면 모를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무공 비급은 내게 불쏘시개에 지나지 않다.

아무리 봐도 이건 오랜 단련을 통해 육신의 업을 쌓은 무신 할배와 사도들에게 어울린다.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무신 할배 또한 군말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였다.

물욕이 없는 할배의 변화. 그건 조금 전 괴물들과 나와의 사투를 통한 변화였다.

그래도 인류의 정점이라고 생각했던 힘이 더없이 초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터. 종말이 다가오는 이 상황에서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는 걸 느낀 게 틀림없다.

아틀란티스의 왕 무루는 심해의 보석을 남겼다.

푸른 물방울과 같은 이 보석은 빙결의 힘을 상승시켜주는 보옥. 당연히 그건 젤루에게 돌아갔다.

태양의 왕 라가 남긴 홍염의 보옥은 바포르에게 돌아갔다.

“으갸가갸갸갸갹!”

아직도 각기 춤을 추고 있는 막내와 달리 젤루나 바포르 모두 그 힘을 손쉽게 흡수했다.

그도 그럴 게 바포르나 젤루가 계승한 힘의 원천, 염제와 빙군水君은 신격이라 부를 만한 초월자들이었다.

아무리 일곱 괴물이 가진 힘이 강력하다 해도 신격에는 미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녀석들의 힘은 더욱 강력한 힘 앞에 잡아먹힐 수밖에 없었고, 위대한 격의 힘을 계승하지 못한 막내는 번개의 힘을 흡수하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세 개 전리품은 일행에게 양보했지만, 내 몫도 있었다.

사실 별다른 활약도 보여주지 못한 채 사라진 길가메시. 녀석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남기고 훌쩍 떠나갔다.

오색 영롱한 빛을 뿌리는 ‘하늘의 창고’. 그것은 아름다운 문양이 새겨진 거대한 궤짝이었다.

손을 대자 자동문처럼 열린 궤짝 안에는 셀 수조차 없이 많은 다량의 재료가 보관되어 있었다.

완제품은 단 하나도 없지만, 불만은 없다.

지금까지 전투로 많은 소모품을 사용해야만 했다.

아무리 내 창고가 마르지 않는 우물이라곤 하지만, 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게임 내에서도 좀처럼 구하기 힘들었던 불로초와 같은 희귀 재료도 포함되어 있어서 내 마음을 풍족하게 만들었다.

하늘의 창고는 조금은 말라버린 내 우물을 채워줄 수 있는 단비와도 같은 선물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아서 왕.

일곱 괴물 가운데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자랑했던 이 개구리 왕자는 하나의 방패와 단검을 드롭했다.

전형적인 라운드 쉴드. 청동으로 만들어진 그 겉면에는 기도하는 여성이 양각되어 있었다.

“프리드웬 Pridwen.”

아서 왕의 전설을 알고 있다면 그게 뭔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수많은 전투에서 단 한 번도 상처 입지 않은 아서 왕. 그 배경에는 프리드웬이라는 방패가 있다.

“그리고 이건 카른웬난Camwennan이로군.”

순백의 고결함을 뽐내는 작은 단검. 손잡이에는 오묘한 빛을 내는 루비가 장식되어 있었다.

하나씩 따로 봐도 신기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으나 더욱 굉장한 사실은 이것이 세트 아이템이라는 사실이다.

[위대한 옛 지배자, 더 고그의 영광을 실현할 무구가 3개 모였습니다.]

[모든 세트가 모일 시 진정한 그의 권능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웅웅!

알림과 함께 인벤토리를 멋대로 빠져나온 건 모드레드를 처치하고 얻은 클라렌트였다.

클라렌트와 프리드웬, 그리고 카르웬난이 공명하듯 찬란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위대한 옛 지배자 더 고그의 영광

(활성)프리드웬

(활성)클라렌트

(활성)카르웬난

(비활성)롱고미안트

효과 : 모든 신기가 모이지 않아 효과가 감춰져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4개의 신기가 모두 모이는 순간 초월자의 진정한 권능이 발휘된다는 것입니다.』

4개 중 3개를 획득하자 세트 아이템 창이 나타났다.

모든 세트를 달성하기까지 단 하나의 신기가 남았다.

영광의 창 롱고미안트. 장담하는데 이것까지 다 획득하게 되면 내 예상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변화가 생기리라.

[관리자 Z가 오랜 고심 끝에 당신에게 줄 마땅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인벤토리를 열어 관리자의 선물을 확인해 보십시오.]

그리고 그 순간, 고심 끝에 결정된 관리자의 선물이 인벤토리로 들어왔다.

하지만 선물을 미처 확인할 새가 없었다.

[권주의 시련을 무사히 완수했습니다.]

[놀랍게도 기존의 권주가 아니라 지구 출신의 권주가 최후의 시련을 마쳤습니다.]

그건 내게만 들리는 알림이 아니었다.

일전에도 겪은 바 있는 신비한 음성이 전 세계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차원 레벨이 2에서 3으로 격상합니다.]

[레벨이 상승해 최후의 종말이 연기되었습니다.]

[차원 레벨 상승으로 인한 세 번째 대격변이 시작됩니다.]

콰르릉!

하늘이 노한 듯 천둥이 굉음을 터뜨리고.

드드득!

당장에라도 대륙을 갈라놓을 듯한 지진이 일어났다.

[세 번째 대격변이 완료되었습니다.]

[천상의 빛나는 존재와 지하의 어두운 존재가 태동을 시작합니다.]

[빛과 어둠의 전쟁, 아마겟돈Armageddon을 준비하십시오. 곧 천상과 지하의 존재들이 찾아올 것입니다.]

휴우. 이 망할 놈의 세계는 도대체 사람이 편히 쉬게 두질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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