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화. < 고인물은 일곱 권주에게 도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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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형님, 쩔어!”
“소승은 정말...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단 일수에 펼쳐진 광경에 무신 할배와 막내가 감탄사를 쏟아냈다.
“이 정도로 놀라면 곤란해요. 마스터의 능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답니다.”
「우습구나. 이것은 주군이 지닌 능력의 일부분에 불과하니 호들갑 떨 필요 없다.」
물론 내 사생팬인 파트로나와 아만은 그것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어, 어떻게 이런...”
하지만 장내에서 이 양반보다 놀란 이는 없을 것이다.
아서 왕. 경악이란 감정을 그려넣은 그의 얼굴이 경련으로 떨리고 있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무식하긴 하다.
일격이다. 고작 한 번의 공격으로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대군을 격파한 것이다.
“아으으...”
“커흑...”
물론 전멸은 아니었다.
몇몇 실력을 갖춘 이들은 용케 회풍으로 인한 기의 파동에서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그러나 살아남은 게 전부. 손 하나 까닥하지 못하는 상태의 그들은 사실상 전투에서 제외된 셈이다.
“조금 전까지 큰 소리 뻥뻥 치던 양반 어디 가셨나?”
단 번에 승패가 갈린 전장의 한 복판에서 외쳤다.
"..."
무너져내린 성벽 잔해 위에 선 초라한 왕은 어떠한 답변도 내어놓지 못했다.
“끝을 보자.”
전의를 상실한 왕을 잡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터.
저벅.
단 한 명의 적도 가로막지 않는 길을 나아갔다.
“언제까지 그렇게 바라보고 있을 작정인가!”
콰르릉!
천둥이 치듯 성난 외침이 쩌렁하게 울렸다.
마치 리미트를 해제한 듯 아서 왕이 어마어마한 기세를 방출하고 있었다.
음? 포기한 게 아니었나?
“내가 쓰러지면 다음은 당신들 차례라는 것을 정녕 모른단 말이오?”
하늘을 향해 울부짓는 그 외침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는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자신을 제외한 여섯 권주. 그들에게 경고를 날리는 중이었다.
자존심을 버린 채 도움 요청이라. 과연 자존심만 세우는 멍청한 왕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금이 아니면 손 쓸 방도가 없소. 지금 당장 나를 도와 그를 물리칩시다.”
웅웅!
수평으로 든 엑스칼리버에서 막대한 양의 기가 흘러나왔고.
콰아아!
찰나의 순간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기의 파도. 거대한 재앙이 나와 일행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광명이여.”
번쩍!
인벤토리에서 꺼낸 건 광명의 창 브류나크.
황금빛 파도에 반응하듯 순백의 광채를 뿜어대는 브류나크에 마력을 주입.
“루 라바다!”
긴 팔의 신 루의 진명을 외치며 힘껏 투창했다.
쐐애액!
세상은 황금빛과 순백의 광채, 오직 두 가지로만 물들었다.
콰쾅!
두 신기의 기운이 만나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뒤이어 몰아치는 충격파 속에서도 굳건이 자세를 유지했다.
따가운 바람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정면을 응시했고, 곧이어 볼 수 있었다.
「천마 단리후. 영광의 왕과 함께 하겠다.」
[심해의 왕 무루, 참전하겠다!」
[나 길가메시, 기꺼이 그대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올림포스가 그대와 함께할 것이다.」
[발할라의 전사들이여, 가자!」
[태양의 축복이 그대와 함께한다.」
아서 왕. 그의 주변으로 색색의 기운이 뭉쳐지며 특별한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음? 다른 권주는 참전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나?
이건 내가 예상하지 못한 흐름인데.
등장하는 것만으로 절대의 기운을 흘리는 그들이 누군지 파악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구구궁.
장내를 지배한 막강한 기세. 아서 왕 주위, 무너진 성벽에 나타난 건 여섯 권주였다.
나타난 건 비단 권주들만이 아니었다.
그들만큼은 아니지만, 어마어마한 힘을 품은 신장과 사도, 정예라 부를 만한 강자들이 오만한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템빨의 왕. 여기가 네 녀석의 무덤이다!”
다시금 여유로운 미소를 찾은 아서 왕의 일갈.
“지랄하고 자빠졌네!”
정작 착각하고 있는 게 누구인지 녀석들은 모른다.
짝!
두 손을 마주친 젤루에게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방출되었다.
스스스스-
녀석에게서 뿜어져 나온 기운이 세계를 회색으로 물들였다.
[고유 결계, 회색의 세계가 발동합니다.]
[영역 내에 있는 아군의 능력치가 20% 상승하며 때때로 초월적인 존재의 권능을 받아 강력한 버프를 지원 받을 수 있습니다.]
[영역 내에 있는 적군의 능력치가 10% 하락하며 때때로 초월적인 존재의 저주를 받아 강력한 디버프 상태에 빠집니다.]
듀얼 마스터에 이른 젤루가 펼칠 수 있는 고유 결계.
“결계?!”
“이 무슨!”
당황한 녀석들의 음성이 들린다.
하지만 늦었다. 고유 결계는 지속 시간 동안은 깨지지 않는 절대의 권능이었다. 물론 술자인 젤루를 쓰러뜨리면 지속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지만 말이다.
“어서 놈을!”
타탓!
지면을 박찬 녀석들이 사방을 점한 채 짓쳐 든다.
“잔챙이는 빠져 주시고!”
꽈악!
내 손에 쥐어진 건 게-볼그.
손을 통해 흘러들어간 마력에 반응한 검붉은 창이 창명을 토하며 부르르 떨었다.
파파파파팟!
녀석들을 향한 투창과 동시에 수만 개의 가시가 되어 흩어졌다.
“이런!”
찰나의 순간 공간을 지배해버린 가시.
하나하나에 깃든 거력을 느낀 권주들이 대경하며 각자의 무기를 휘둘렀다.
따다당!
과연 권주다.
그래도 한 시대의 패자였던 그들은 매섭기 그지없는 마법 가시를 쳐내거나 방어했다.
“크아악!”
그러나 일부 사도는 그렇지 못했다.
마법 가시를 모두 쳐내지 못한 일부가 허물어졌다.
게-볼그의 마법 가시에는 강력한 신경독이 포함되어 있어서 찔리는 순간 사지가 마비되고 만다.
물론 죽지는 않는다. 다만 사지가 마비된 채 전투에서 제외될 뿐. 그리고 그게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던 바였다.
사도들이라고 하면 권주들의 정신 지배에 걸린 피해자. 그들을 내 손으로 죽일 순 없었다.
"감히!”
단단히 화가 난 제우스가 손에 든 뇌전의 창을 쏘아 보냈다.
파지직!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지그재그로, 현란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온다.
콰앙!
어느새 앞을 막아 선 아만이 뼈의 방패를 펼쳐 그것을 방어했다.
「너희는 주군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을 것이다.」
녀석의 호언장담에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듀얼 마스터에 이르렀다는 건 녀석들 또한 신기를 착용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비록 예전보다는 조금 못하겠지만, 적어도 무장에 있어서는 만전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이었다.
“태양의 권능을 모두에게!”
화아악!
회색의 세계에 들이닥친 주황의 빛. 그것을 쬐는 순간 어마어마한 기운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줄곧 기도문을 읊고 있었던 파트로나의 강력한 축복이 마침내 발현된 것이다.
“베레오르, 너로 정했다!”
“예스, 마스터!”
숨죽이고 있었던 내 호명에 베레오르가 반응했다.
꽈득!
조금 전까지 있었던 양갈래 머리칼의 여인은 없다.
「카아악!」
「키이익!」
본체화를 이룬 베레오르가 두 개 머리가 동시에 포효를 터뜨렸고.
“흡!"
끔찍한 혼종 피어에 잠깐이나마 녀석들의 동작이 멈췄다. 그리고 그건 아주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콰콰콰콰콰!
두 개의 머리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그리고 칠흑의 숨결이 서로 얽혀들며 적들을 덮쳤다.
“꿰뚫어라!”
멀리서 적빛의 궤적이 그려졌다.
콰앙!
시공간을 초월한 적빛 궤적이 베레오르의 숨결과 충돌했다.
아니. 베레오르의 숨결을 가른 적빛 궤적이 나를 행해 쇄도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꿰뚫어버리는 적빛 궤적은 아주 익숙한 것이었다.
척!
그렇기에 새로운 창을 꺼내들었다.
“꿰뚫어라!”
내 손에서도 마찬가지의 적빛 궤적이 그려졌다.
쐐액!
궁니르의 특성 중 하나는 절대 명중. 내 의지가 닿는 모든 것을 꿰뚫는다. 그것은 인지의 영역을 벗어난 속도를 가진 적빛 궤적 또한 마찬가지였다.
카카칵!
두 궤적이 부딪치며 마침내 그 실체가 드러났다.
“이, 이것은!”
당황한 오딘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그럴 수밖에 없다. 마치 힘겨루기를 하듯 허공에 멈춰 있는 건 똑같은 모양의 창, 궁니르였기 때문이다.
사실 오딘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부터 궁금증을 가지긴 했다.
녀석의 궁니르와 내 궁니르 중 어느 것이 더 강한다.
결과는 보는 바와 같다. 절대 명중의 능력을 지닌 두 개 창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허공에 멈춰 서 있었다.
「선봉에 서겠습니다, 주군!」
히히힝-
쉐도우 나이트보다 상위의 존재인 나이트메어Nightmare에 탑승한 아만이 스톰브링어를 힘껏 들어 올렸다.
드득, 꽈드득!
칠흑의 갑주 위로 뼈의 갑옷이.
휘이잉!
반투명한 연녹색 기운이 그 주변을 감쌌다.
팟!
뼈의 갑옷과 영혼 갑옷을 두른 녀석이 순식간에 장내에서 사라졌다.
「주군의 방패가 여기 있다!」
다시금 나타난 장소는 적진 한복판. 나이트메어의 능력인 유령화를 이용한 것이다.
마치 기체처럼 사라져 순식간에 공간을 뛰어넘는다.
“감히 어디서!”
아만과 가장 근접해 있던 천마. 그의 손이 발이 춤을 추는 순간 영역을 지배한 건 그 잔상뿐이었다.
퍼퍼퍼퍽!
순식간에 수천 번의 공격이 아만을 강타했다.
「따끔하군.」
웬만한 초인은 피떡이 되고 말았을 공격에도 아만은 멀쩡했다.
“놈!"
콰앙!
강기强氣가 실린 거대한 기의 주먹이 강타했지만, 아만의 방패는 적의 공격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적진에 난입한 든든한 아만을 필두로 일행이 공격에 나섰다.
“그래, 이거지! 이런 화끈한 전투를 원했다고!”
화르륵!
불꽃이 춤을 춘다.
불꽃의 군무를 추는 건 바포르였다.
단 한 번의 쉼도 없이 손과 발이 궤적을 그린다.
퍼퍼퍼퍽!
“크흡!’’
녀석에게 맞서는 천마가 연신 물러나며 신음을 내뱉었다.
이미 녀석에게 깃든 염제의 불꽃은 완성형에 가까워졌다.
아무리 권주, 천마라 해도 그 모든 공격을 온전하게 받아낼 수는 없었다.
“소승을 원망하지 마시기를!”
무신 할배. 자신의 주변으로 18개 무기를 기로 조종하는 그 움직임은 과연 인류의 정점이라 부를 만한 것이었다.
따당, 따다다당!
그 현란한 움직임은 심해의 왕인 무루를 견제할 수 있을 정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현란하게 움직이는 그 모든 무기는 신기에 근접한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지구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강력한 무기. 그것을 갖춘 무신 할배는 권주에 버금가는 실력을 자랑할 정도였다.
“죽어라, 죽엇! 아하하하하!”
마찬가지로 템빨을 통해 더욱 성장한 막내 녀석은 사방으로 사대 속성을 뿜어대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압권인 건 임수아였다.
“꿰뚫어라, 궁니르!"
저기, 내가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임수아가 만들어 낸 내 인형이였다.
보통은 일곱 죄악의 군주를 소환하던 임수아는 어느 순간 나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광명이여!”
저기, 인형의 내가 열심히 무기를 뿌려대고 있다.
물론 본래의 위력에는 한참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임수아 역시 템빨을 통해 성장한 만큼 신장을 압도할 정도의 능력을 발휘할 순 있었다.
장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물가에 내놓은 아이마냥 걱정됐었는데. 이제는 권주와 휘하의 신장들을 상대해도 전혀 물러섬이 없다.
그러나 성장은 성장이고, 지금은 마무리를 지을 때였다.
[‘패왕顯王의 혼’을 사용하겠습니까?]
[‘초월의 비약’을 사용하겠습니까?]
[Yes / No]
지금까지의 물약과는 궤를 달리하는 효과의 신약神藥.
200레벨이 되기 전까지는 사용할 수 없었던 강력한 신약을 마침내 들이켰다.
[패왕의 혼이 깃들어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초월의 비약을 통해 다음 사용 스킬의 위력이 2배 증가합니다.]
고작 2개 만으로 중독도가 80%에 이르렀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번 공격으로 승부는 결정될 것이기 때문에.
파파파파팟!
의지가 움직이자 오대 신기를 비롯, 인벤토리에 보관되어 있었던 모든 창이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무한궤적? 아니.
지금 내가 품은 의지는 무한궤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었다.
덜덜덜.
급격한 마력 소모로 인해 육신에 경련이 온다.
무리하게 확장한 의지 덕분에 때 아닌 두통이 찾아왔지만, 버텼다.
「죽음의 손길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아만의 육신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기운이 거대한 손을 만들어 주위에 있던 모든 적을 자신에게로 이끌었다.
죽음의 손길.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적을 자신이 있는 장소로 끌어들이는 군중제어 능력이었다.
타타탓!
그와 동시에 적과 대치 중이던 모든 일행이 멀찍이 물러났다.
고오오!
공중. 수천 개의 창이 하나로 뭉쳐 거대한 창을 만들었다.
“마, 맙소사...”
“이런 위력이라니!”
죽음의 손길에 의해 속박 당한 녀석들이 눈을 부릅떴다
스승에게서 하사받은 오의, 신벌神罰의 창. 수천 개 창에 깃든 모든 힘을 집중해 일시에 적을 쓸어버린다.
모든 마력을 소모해야하는 만큼 최후의 순간이 아닌 이상에야 결코, 사용하지 않는 스킬.
콰콰콰콰콰콰콰쾅!
신이 내린 창이 마침내 적진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