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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59화 (59/161)

59화.  < 고인물은 전쟁을 선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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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종이라, 매우 흥미롭군요. 지금 바로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귀를 쫑긋 세운 캐롭의 눈이 맹렬하게 타오른다.

오케이. 아주 좋은 현상이다.

마도의 왕이라 불릴 정도의 실력을 지닌 녀석이지만, 흥미를 느꼈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결과물 차이는 극과 극이었다.

사실 차원 너머의 군대를 섬멸한 마력포도 캐롭의 손을 거친 작품 중 하나였다.

여기서 안타까운 사실이 뭐냐면 녀석이 마력포에 그리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만약 조금만 더 흥미를 이끌어 낼 수만 있었다면 지금의 마력포보다 배는 강력한 위력의 결과물을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누구보다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캐롭의 흥미를 동하게 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

평소 관심을 보이던 마력포도 그러한데 입신의 경지에 이른 골렘 제작이라면 거의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녀석을 봐라.

허락만 떨어진다면 당장에라도 움직일 것처럼 몸을 배배 꼬는 중이다.

지금껏 많은 재료를 가져다줬지만, 이번과 같이 관심을 보인 적은 처음이라 단언할 수 있다.

“내가 참관해도 상관없다면 시작해도 좋아.”

“여부가 있겠습니까.”

비밀 기술이라면 참관에 예민하게 반응하더니. 어지간히 마음이 급한 모양이다.

“시작해.”

"..."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쓸어 담듯 바닥의 재료를 품에 안은 녀석이 본격적인 골렘 제작 작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꽈득, 지이잉!

공방에 마련된 최첨단 설비가 작동을 시작했다.

최고의 마도학자 NPC를 영입했기에, 설비 또한 그것에 맞게 최고로만 마련했다. 굉음을 내며 작동하는 저 설비를 갖추기 위해 개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첫 과정을 지켜보면 캐롭이 하는 일은 없다시피 했다.

버튼을 눌러 설비를 작동시키고, 필요한 재료를 배합해 넣는 것만으로 모든 일이 끝이 났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하다.

괜히 골렘 제작이 모든 마도학자가 염원하는 꿈의 작업이 아니다.

물론 희귀 재료를 수집하는 것도 힘이 들지만, 누가 뭐라 해도 가장 힘든 작업은 비생물을 생물로 만드는 전환 과정이었다.

“가자!”

힘차게 외친 캐롭에게서부터 엄청난 마력의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파파파팟!

녀석의 손이 춤을 추는 것처럼 현란하게 움직였다.

그 손동작에 의해 퍼즐처럼 조각조각 나뉘어 있던 뼈가 모양새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거대한 본 드래곤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단순히 뼈대를 맞추는 것만으로 작업이 끝나진 않는다.

지잉, 지이잉!

빠르지만, 정교한 손놀림을 통해 완성된 뼈대에 마법진을 각인시켰다.

본래도 튼튼한 드래곤의 뼈지만, 여기에 각종 강화 효과를 내는 마법진을 새기는 것.

화아악!

그리고 다음, 정제된 적룡왕과 마룡의 피를 허공에 뿌렸다.

스스스.

허공에서 춤을 춘 혈액은 지면에 떨어지거나 뼈대를 적시지 않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혈관에 주입된 것과 같이 특수한 형상을 만들었다.

[캐롭의 골렘 제작 기술은 입신의 경지에 이른 상태입니다.]

[골렘의 완성까지 20%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현재까지의 작업 상태는 ‘퍼펙트Perfect’입니다.]

[퍼펙트 상태를 유지할 경우 예측을 뛰어넘는 골렘이 제작될 수도 있습니다.]

순식간에 과정의 20%가 지나갔다.

엄지 척!

괜히 마도의 왕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파베르와 함께 내가 영입한 최고의 NPC 삼대장. 녀석이라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의 혼종을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뚝뚝.

쉬지 않고 움직이는 캐롭의 몸이 땀으로 젖는다.

놀라운 사실은 이마를 타고 흐른 땀방울이 눈에 들어갔는데도 깜빡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

골렘 제작은 집중력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을 한 번 떼거나 숨 한 번 크게 내쉬어도 품질이 하락하고 만다. 그렇기에 경지에 이른 마도학자는 절대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캐롭은 마도학자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존재.

그야말로 무아지경에 들어간 녀석은 그저 자신이 펼쳐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역량으로 골렘 제작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뼈와 혈액, 그리고 각종 재료를 이용해 육신의 형상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그건 외형에 불과하다.

골렘이라고 하면 인공적인 생명. 마지막 혼을 불어넣는 과정이 필요했다.

슥, 스슥.

만년필과 흡사한 각인의 도구를 통해 거대한 마법진을 새긴다.

저것이 골렘을 완성하는 화룡점정靈龍點南, 죽어 있는 작품에 혼을 불어넣는 마지막 작업이었다.

“으아아!”

그건 완성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금방이라도 탈진할 것처럼 휘청대던 캐롭은 마지막 집중력을 발휘하며 최후의 마법진을 새겼고.

털썩!

결국, 완성을 지켜보지 못한 채 쓰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참관만 한 나는 볼 수 있었다. 녀석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걸작을 말이다.

[입신의 경지에 이른 캐롭이 마침내 골렘을 완성했습니다.]

[골렘의 등급을 상정 중입니다...]

[골렘 제작이 100%에 이르는 동안 퍼펙트 상태를 유지했으며, 최후의 순간 본인의 경지를 뛰어넘은 ‘엑셀런트Excellent’ 상태가 되었습니다.]

[완성된 골렘에 엑셀런트 품질을 부여합니다.]

[마도의 왕 캐롭의 경지가 미약하게 상승한 것 같습니다.]

[사상 최초로 엑셀런트 품질의 골렘이 탄생했습니다. 이 완성된 골렘에 경외를 담아 ‘베레오르Vereor'라는 이름을 부여합니다.] [축하합니다. 쌍두룡 베레오르가 탄생했습니다.]

귓가에 파고드는 알림을 들으며 정면을 응시했다.

아직 각인이 되지 않아 생명을 얻지 못한 쌍두룡 베레오르가 보인다.

쌍두룡. 말 그대로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드래곤이다.

오른쪽 머리는 블랙, 왼쪽 머리는 레드.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새로운 육신을 구성한 재료가 익숙한 녀석들에게서 획득한 것이기 때문이다.

“적룡왕과 마룡이 섞여 있다니. 이 무슨 끔찍한 혼종이란 말인가!”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두 개의 머리는 내게는 너무 익숙한, 적룡왕 플람메우스와 마룡 테네브레의 것이었다.

단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괴물. 마치 뭔가에 홀린 것처럼 베레오르를 향해 다가간 나는 완성된 육신에 손을 가져다 댔다.

번뜩!

그와 동시에 감겨 있었던 눈이 뜨였다.

선홍빛과 칠흑이 섞인 오드 아이가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쌍두룡 베레오르를 각인합니다.]

[Yes /No]

확인 창이 떴다.

사실 골렘의 각인은 신중해야만 한다.

플레이어는 단 하나의 골렘만을 각인시킬 수 있다. 만약 다른 골렘을 제작해 그것을 각인시키려고 하면 기존의 골렘은 폐기처분 되는 형식.

그러나 망설일 이유는 없다.

내가 트리플 마스터에 도달하지 않는 이상 쌍두룡 베레오르보다 강력한 골렘을 각인할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각인이 완료되었습니다.]

[쌍두룡 베레오르가 당신을 주인으로 인식합니다.]

마침내 각인이 완료되었다.

화악!

그 순간 베레오르의 육신에서부터 눈부신 광채가 쏟아져 나왔고.

“베레오르가 주인님을 뵙습니다.”

거대한 쌍두룡은 사라지고 없었다.

정면. 쌍두룡을 대신한 건 흑과 적이 반반 섞인 머리칼을 가진 인간 여자였다.

폴리모프 Polymorph.

놀랍게도 형상을 변환하는 고위급 마법, 폴리모프를 발현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분명 본체화에 비해서는 위압감은 없다. 그러나 녀석의 주인인 나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베레오르의 몸속에서 파도치고 있는 엄청난 마력의 파장을. 그것은 듀얼 마스터의 경지를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한 것.

“주인님의 행사를 방해하는 모든 어리석은 존재를 멸하겠습니다.”

무릎을 꿇어 충성심을 표시하는 베레오르.

아무리 봐도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괴물이 탄생한 게 틀림없는 것 같다.

*

내 주최하에 베레오르의 탄생을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제는 동료가 된 이들과 얼굴을 익히는 간단한 자리였지만, 여기서 생각지 못한 이벤트가 발생하고 말았다.

우리의 막내. 멍청하기 그지없는 아흐메디 녀석이 서열을 정리하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것.

육위계 던전에서 얻은 속성력과 바빌론의 아이템을 통해 충분히 강해졌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결과는 녀석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으허헝!”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쉴 새 없이 두들겨 맞은 막내 녀석이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당연한 결과다.

베레오르의 한계는 분명 듀얼 마스터였지만, 레이드 보스의 특성상 기존의 듀얼 마스터와는 궤를 달리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듀얼 마스터에 이르지 못한 녀석이 두드려 맞는 건 예측이 되다 못해 너무도 빤한 결과일 수밖에 없었다.

“들어오는 것들이 왜 이렇게 괴물들 뿐이야. 이러다 영영 막내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겠네. 아이구, 내 신세야. 엉엉엉!”

과거에는 엘레멘탈 마스터라 불리며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녀석의 비참(?)한 결말이었다.

“그러게 적당히 나대. 그러면 중간이라도 갈 테니까.”

굳이 서열을 정하겠다며 나서지만 않았어도 동등한 위치 정도는 될 텐데. 녀석이 하는 짓을 보면 화를 자초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게 막내의 울음 소리를 반찬 삼아 식사를 마무리 할 때쯤이었다.

[지혜의 권좌에 앉은 애꾸눈 왕이 ‘권좌의 회담’을 요청했습니다.]

[요청에 따라 관리자 Z가 권주들의 의견을 묻습니다.]

[권좌의 회담을 승낙하겠습니까?]

[Yes / No]

갑작스레 울려 퍼진 신비의 음성이 있었다.

권좌의 회담? 전혀 알지 못하는 그 단어를 떠올리자.

“아!”

마치 누군가 머릿속에 정보를 주입한 것처럼 그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권주는 관리자에게 권좌의 회담을 요청할 수 있고, 과반수 이상이 승낙할 경우 모든 권주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회담이 열리게 된다.

하하. 똥줄이 타는 모양이로군.

애꾸눈 왕 오딘이 무엇을 위해 회담을 열려고 하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신도 수를 독점하다시피 한 나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권좌의 회담을 거절했습니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회담을 거절하는 게 옳지만.

[권좌의 회담에 대한 찬성 표 : 7]

[권좌의 회담에 대한 반대 표 : 1]

[과반수 이상의 찬성에 따라 권좌의 회담이 가결되었습니다.]

[관리자 Z가 현존하는 모든 권주를 천상의 각탁으로 호출합니다.]

물론 나 말고 회담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권좌의 회담은 가결되었고, 누군가 내 육신을 잡아 당기는 기이한 느낌이 있었다.

슉.

인지하지도 못한 순간 육신이 공간을 뛰어 넘었다.

순백의 공간. 그곳 중앙에 놓인 칠흑의 각탁에는 8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1개, 내 자리를 제외한 자리의 주인이 보인다.

그들이 누군지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 유명하신 권주들을 뵙게 되다니, 이거 가문의 영광입니다.”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흘려대는 그들은 두 번째 대격변과 함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일곱 권주들이었다.

"..."

"..."

하지만 누구 하나 내 말을 받아주지 않았다.

나를 향한 눈빛에서 보이는 건 적의와 경계뿐이었다.

이해한다. 사실상 이대로 두고본다면 최후의 권주는 내가 될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나를 유령취급한 우리의 일곱 권주들께서 눈빛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모종의 결의.

그리고 그건 곧 관리자에 의해 까발려질 수밖에 없었다.

[영광의 권좌에 앉은 승리의 왕이 단련의 권좌에 앉은 절세고수와 일시적인 동맹을 공표합니다.]

[영광의 권좌에 앉은 승리의 왕이 신비의 권좌에 앉은 해저의 왕과 일시적인 동맹을 공표합니다.]

[영광의 권좌에 앉은 승리의 왕이 불사의 권좌에 앉은 오만한 왕과 일시적인 동맹을 공표합니다.]

...

쉴 새 없이 귓가로 파고드는 알림. 그것은 잘나신 일곱 권주들의 동맹 공표였다.

익히 짐작하고 있던 상황이다.

독주하는 하나를 견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나머지가 뭉치는 것.

나를 왕따 취급한 권주들이 ‘이러면 어떠냐?’라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일곱 권주의 동맹. 그리고 그것에 답할 수 있는 내 태도는 하나였다.

“엿이나 잡수셔!”

모두를 향해 중지를 들어올리며 한 가지 사실을 공표했다.

[고인물의 권좌에 앉은 템빨의 왕이 일곱 권좌의 주인들을 향해 전쟁을 선포합니다.]

이미 모든 준비는 갖췄다.

남은 건 쓸데 없이 시간만 잡아 먹는 멍청이들을 정리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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