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 고인물은 원픽을 준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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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초가 당신의 사도가 되고자 염원합니다.]
[갸초를 사도로 임명할 경우 ‘???(측정할 수 없음)’의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과연 무신!
내 사도를 염원한 많은 이들은 모두 정해진 포인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무신 할배는 기존의 사도들과는 달랐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50년간 부동의 랭킹 1위, 아니 수백 번 환생을 경험했으니 사실상 억겁의 세월 동안 업을 쌓은 셈.
그 어마무시한 업은 시스템마저도 측정할 수 없다고 판단할 정도였다.
이러니까 아이템 사용권을 3장이나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 느낀 무신 할배의 순수한 기세는 듀얼 마스터를 능가할 정도였다.
루 라바다의 광명 스킨, 반드시 적을 죽일 수밖에 없는 광명의 창을 활성화하지 않았다면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설마 나중에 후회한다거나...”
“인류를 위한 길. 설사 그것이 지옥으로 걸어들어가는 길이라 할지라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내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단호하게 답했다.
“그 바람은 이루어질 겁니다.”
억겁의 세월 동안 단련된 무신 할배의 신념은 그 무엇으로도 깰 수 없다.
감히 내가 그 진의를 의심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
[갸초가 고인물 권좌의 제일第ㅡ 사도가 되었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무거운 업을 진 갸초의 격은 감히 측정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지정된 제일 사도 갸초를 분석, 포인트를 정산 중입니다...]
고작 사도 하나를 임명한 게 아니다.
환생자다. 수천 년 동안 쌓은 그 업은 권좌의 격을 한층 높여줄 게 틀림 없었다.
[포인트 정산이 완료됐습니다.]
[갸초의 능력과 잠재력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지만, 당신과의 인연은 그리 깊지 못합니다. 더할 수 없이 높은 격을 획득합니다.] [1,000,000의 격을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격의 상승으로 신장의 수가 3, 사도의 수가 6 상승합니다.]
[권좌에 소속된 사도에게 특별한 권능을 부여할 수 있게 됩니다.]
[격의 증가로 발휘할 수 있는 권능은 ‘NPC 이용’입니다.]
[최상급 아이템을 사도들에게 부여할 수 있습니다.]
무신을 사도로 들이면서 획득한 포인트는 자그만 1,000,000. 그건 신장 임명과 바빌론 지정을 통해 획득한 포인트보다 더 많은 것이었다.
하긴. 수백 번 환생을 통해 쌓은 업이니 그건 비교 불가의 영역 아니겠는가.
[권좌의 격이 한층 상승합니다.]
[당신과 신장, 그리고 사도의 능력치가 소폭 상승합니다.]
[충분한 경험을 쌓아 레벨이 상승합니다.]
[능력치 포인트 8개를 획득했습니다.]
...
[격의 상승으로 새로운 권능이 생성됩니다.]
[‘권능 : 권좌의 집결’을 획득했습니다.]
게다가 알림은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다.
레벨은 3이나 증가했고, 능력치 증가에 심지어 새로운 권좌의 권능까지.
이거지!
내 선택은 옳았다. 무신 할배야말로 포인트 노다지였다.
“이것이 사도에게 전해지는 힘? 정말 흥미롭군요.”
어느새 무신 할배의 법의에 레비, 고인물 권좌의 문양이 새겨졌다.
모든 능력치의 10% 상승은 무신 할배에게 색다른 경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놀라면 곤란하죠. 더 보여줄 게 많긴 한데, 일단 그건 보류하고...”
다이아몬드 원석과 같은 무신 할배에게 보여줄 게 많다. 그러나 그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일단은 새로운 사도를 맞이해야겠네요.”
놀라운 사실!
이곳에 환생자는 무신 할배만 있는 게 아니었다.
대외적으로는 십삼 제자로 알려진 환생의 능력자들. 물론 무신 할배 만큼의 업을 기대할 순 없겠지만, 그들 또한 내 고인물 권좌를 한층 높여줄 재목이라 할 수 있었다.
*
[포인트 정산이 완료됐습니다.]
[간그의 능력과 잠재력은 굉장히 뛰어나지만, 당신과의 인연은 그리 깊지 못합니다. 초대량의 격을 획득합니다.]
[52,000의 격을 획득했습니다.]
[충분한 경험을 쌓아 레벨이 상승합니다.]
[능력치 포인트 8개를 획득했습니다.]
노다지도 이런 노다지가 없다.
단지 사도로 임명했다는 이유만으로 포인트는 물론 레벨업까지.
무신의 십삼 제자, 아니 이제는 나의 사도가 된 그들을 통해 50만이 넘는 포인트를 쌓을 수 있었다. 비록 원했던 격의 상승은 없었지만, 190레벨이 되었다. 200레벨까지는 불과 10레벨이 남은 셈.
듀얼 마스터는 내게 매우 의미 있는 단계일 수밖에 없다.
그 레벨을 달성하는 순간 아이템 사용권의 제한 없이 강력한 신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10이다, 10. 10레벨만 올리면 이 망할 아이템 사용권의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이동할까요?”
이 기쁜 마음을 마음껏 드러내며 이동을 제안했다.
“어디로 가는 것인지요?”
무신 할배를 비롯한 모든 사도가 물었다.
“어디긴 어딥니까. 앞으로 우리의 보금자리가 될 장소죠. 막내야!”
“넵, 큰형님!”
크게 대답한 막내가 사도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나눠줬다. 물론 그건 전단지가 아니라 귀환의 서였다. 지정된 장소로 공간 이동할 수 있는 소비 아이템.
“그걸 찢으면 곧바로 권좌의 아지트로 이동할 수 있을 겁니다. 막내야!”
“넵, 큰형님!”
준비된 조교, 막내가 귀환의 서를 찢는 순간.
파앗!
빛무리에 휩싸인 녀석이 장내에서 사라졌다.
“오오!"
놀란 사도 할배들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대격변 이후 수많은 아티팩트가 등장했지만, 이런 소모성 아이템은 극히 드물었다.
그 귀한 물건을 마치 전단지 돌리듯 나눠서 줬으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준비됐으면 곧바로 이동하죠.”
찌익!
말을 마친 즉시 귀환의 서를 찢어 공간을 넘었다.
바빌론. 귀환의 방에 도착한 순간 여러 곳에서 빛무리가 모여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를 따라 귀환의 서를 찢은 이들이 속속 도착했다.
“으음...”
익숙지 않은 현상에 잠시 비틀거리던 무신 할배가 주변을 둘러본다.
“우리의 보금자리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막내야!”
“넵, 큰형님. 자, 따라들 오시죠.”
막내 녀석이 선두에 서며 가이드 역할을 맡았다.
사실 모든 귀찮은 일은 막내 담당이었다.
명석한 녀석 같으니. 저 야생마 같은 녀석이 고분고분 말을 따르는 건 내게 먹고 떨어질 콩고물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템을 구걸하는 초딩은 목적한 것을 얻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순한 양과 같다. 녀석 또한 마찬가지.
적어도 내 밑천이 바닥나기 전까지는 순한 양과도 같이 내 말을 따를 것이다.
“이곳은 왕좌의 홀로 우리 큰형님이 아닌 이상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곳으로...”
바빌론의 구석구석을 안내하며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마음껏 뽐냈다.
청산유수처럼 술술 흘러나오는 게 아무래도 현자 특성에 말빨도 포함된 게 틀림없다.
“그리고 이곳이 쩔어줍니다. 이른바 아이템 창고. 수많은 아티팩트가 보관된 곳입니다요.
마지막으로 안내한 곳은 내 오랜 노가다의 결실이 모인 아이템 창고였다.
길에 이어진 복도의 양측으로 마련된 방. 끝도 없이 이어진 그 방에는 레벨별, 그리고 종류별로 모인 아이템이 보관되어 있었다. “아티팩트라. 허나 소승은 신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합장을 풀지 않은 무신 할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이, 영감. 그렇게 단호하게 말하다가 후회한다?”
역시 막 나가는 우리 막내 녀석은 무신이라고 해서 한 수 접어주는 일이 없었다.
“수백 번의 환생 끝에 얻은 깨달음은 아무리 대단한 신물이어도 인고의 세월을 견딘 육신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신 할배가 아티팩트에 대해 불신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던전과 탑에서 얻을 만한 아티팩트라고 해봐야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쓰레기는 걸쳐봐야 쓰레기일 뿐. 하지만 지구의 쓰레기와 내 컬렉션을 동일 선상에서 보는 건 무리가 있다.
"흐흐흐."
하지만 막내 녀석은 무신 할배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음침한 웃음을 흘린 녀석이 아이템 창고로 들어갔다.
신장의 위에 있는 녀석은 내 허락 없이도 얼마든지 창고를 이용할 수 있었다.
잠시 후, 녀석이 창고를 걸어 나왔고.
“영감, 받아!”
손에 든 무언가를 집어 던졌다.
휘익!
날아오는 그것을 가벼운 손짓으로 받아 낸 무신 할배.
“신물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씀을 드렸건...만 으헉!”
받은 검을 내려놓으려던 무신 할배가 비명을 터뜨렸다.
“이, 이것은!”
좀처럼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던 무신 할배의 눈동자가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비록 200레벨, 신기는 아니어도 190레벨 제한의 검이다.
지구에서 얻을 수 있는 쓰레기와 비교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허어!”
“이, 이런 신물이...”
무신 할배의 반응에 놀란 사도 할배들도 검의 성능을 확인했는지 제각기 신음을 내뱉었다.
“영감. 이래도 템빨을 불신하는 건 아니겠지?”
제 것도 아니면서 콧대가 높아진 막내가 물었고.
“천외천天外天이라 하더니, 실로 개안한 기분입니다...”
합장을 푼 무신 할배가 조금 전의 태도를 반성했다.
웰컴 투더 템빨 월드.
이것으로 대충 윤곽이 잡혔다.
지금까지 순수한 육신의 업만 쌓아왔던 사도 할배들. 육신의 업을 완벽하게 갖춘 이들에게 강력한 아이템을 쥐여준다면?
어마무시한 사도 군단의 완성이었다.
*
14명의 사도 할배를 통해 격이 한층 성장했다.
전력은 물론 신도 수도 굳건하게 1위를 지키는 중이다.
이 정도 차이면 가만히 놀고만 있어도 최후의 권주가 될 수 있을 터였다.
[고인물의 권좌에 앉은 템빨의 왕이 신도 수 1,000만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이 망할 놈의 세상은 그렇게 순탄하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신도 수 1,000만을 달성한 즉시 전 세계에 울려 퍼지는 신비의 음성이 있었다.
[관리자 Z 관리자 Y가 ‘권좌의 시련’에 동의했습니다.]
[채널이 연결됩니다.]
그 순간 내 정신세계가 놀랍도록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마치 분할된 TV를 보고 있는 것처럼 머릿속에 특정한 영상이 나타났다.
분할된 화면은 정확히 7개. 비치는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평원에 우뚝 솟은 궁전을 시작으로 산속의 붉은 전각, 그리고 섬 위의 요새, 거대한 신전. 그것은 나를 제외한 일곱 권주들의 아지트였다.
“와, 이게 뭐지?”
그건 내게만 허락된 게 아니었다.
주위에 자리하고 있던 모두가 머릿속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
[지금부터 권좌를 선택하기 위한 시련이 발생합니다.]
[연결된 채널을 통해 권좌의 활약상을 감상 후, 원하는 권좌의 신도가 되십시오.]
느닷없이 새로운 이벤트의 시작을 알렸다.
이게 무슨 오디션의 픽 Pick도 아니고. 날 뽑아 달라고 장기자랑이 라도 하라는 거야 뭐야?
하지만 언제까지 불만을 품을 순 없었다.
파즉, 파즈즈!
감히 추측할 수 없을 정도의 마력 파동이 장내를 휩쓸었다.
“이, 이건?!”
“포탈?”
익숙한 마력 파동. 그것은 분명 차원을 넘어 발생하는 포탈의 출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생각할 것도 없이 창문을 뛰어넘었다.
주택의 정원. 그곳에 착지한 채 재빨리 주위를 훑은 난 볼 수 있었다.
“실로 재앙이로다...”
마찬가지로 주위를 확인한 무신 할배가 침음성을 삼킨다.
상공, 정확히는 바빌론의 주위를 장식하고 있는 건 색색의 구름이었다. 물론 그건 평범한 구름이 아니다.
차원의 균열을 통해 일어나는 현상이었고, 지금까지 겪었던 포탈과는 양상이 달랐다.
레드, 블랙, 그리고 화이트.
수십, 수백 개에 이르는 차원의 균열이 일대를 지배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