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 고인물은 사도도 고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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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초. 그는 무신이기 이전에 티베트 불교의 법왕이기도 한 100대 달라이 라마Dalai Lama였다.
사실 그의 출생은 무척 평범했다.
목동에 불과했던 일개 소년이 티베트의 법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달라이 라마를 선출하는 특이한 과정 덕분이었다.
티베트 불교에서 달라이 라마는 윤회하는 존재로, 사후 육신에서 빠져 나온 영혼이 새로운 아이의 몸에 깃든다고 믿었다.
99대, 선대 달라이 라마는 입적하기 전 자신이 윤회할 장소로 그가 있는 마을을 선택했고,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 중 갸초만이 달라이 라마의 윤회자로 지목되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후보일뿐, 실제로 달라이 라마가 되는 건 아니었다.
새로운 법왕으로 즉위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의식을 거쳐야만 했다.
선대 달라이 라마가 남긴 유품 중 진품과 가품을 구별해 내는 것. 소년은 운 좋게 진품을 맞혔고, 제 100대 달라이 라마가 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받을 수 있었다.
이때 달라이 라마의 교육을 담당하는 것은 판첸 라마. 대학자라는 뜻을 지닌 유일한 달라이 라마의 스승이었다.
대대로 놀라운 통찰력과 혜안을 가진 그들은 달라이 라마의 재능을 판별해 그에 맞는 교육을 가르치게 된다.
정치, 학문, 무예.
소년, 아니 갸초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된 100대 달라이 라마의 재능은 무武였다. 그것도 판첸 라마를 비롯한 포탈라궁의 무승武僧 모두가 놀라워할 정도의 가공할 만한 재능.
지금까지 무의 재능을 가지고 있던 달라이 라마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가초와 같은 무골武骨은 없었다.
이에 판첸 라마를 비롯한 고승들은 수천 년간 이어져 내려온 포탈라궁의 비전을 가르쳤고, 놀라운 재능을 가진 갸초는 그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었다.
교육 과정이 끝나는 18세, 100대 달라이 라마로 즉위한 갸초는 생각했다.
세간에 알려진 바와 같이 선대의 달라이 라마의 윤회자는 아닐지라도 이 같은 무골을 타고났기에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한 그는 주어진 재능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무예를 배운 건 정의를 행하기 위함이다.
가만히 앉아서 평화를 부르짖을 거였으면 무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때부터 갸초, 무신의 행보가 시작되었다.
갸초의 나이 20살. 당시는 각종 재난으로 인해 세계가 몸살을 앓던 시기였다.
시시각각으로 나타나는 포탈과 탑과 던전의 폭주.
포탈라궁을 벗어난 갸초는 티베트와 중국을 위협하던 각종 재난을 해결했다.
그의 활동은 인근에서만 제한된 게 아니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달려가 헌신했다.
그렇게 10년이 지났을 때 그는 초인 랭킹 1위, 인간에게는 결코 허락되지 않았던 무신의 이명을 받을 수 있었다.
인류의 최정상에 섰다고도 할 수 있겠으나 갸초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와 같이 역대 가장 뛰어난 혜안을 가지고 있었던 90대 판첸 라마, 그의 예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류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그것은 갸초도 느끼는 바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깨달음이 모자라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 인류가 감당하기 어려운 거대한 사건이 일어날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는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았다.
이미 인류의 정점을 찍었지만, 1분 1초도 허투루하지 않은 채 단련하고 또 단련했다.
재능과 노력이 합쳐진 괴물. 그것도 이미 정점에 오른 그의 노력은 또 다른 경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20년이 지났을 때 그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지구에 더는 자신의 적수가 될 만한 자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류 최고수인 십왕도, 그 강력한 헤라클래스의 힘을 전승한 닉 드레이크도, 수백년 간 인류에 위협이 되었던 베놈의 수장까지. 모두를 발 아래에 두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자만? 아니.
가장 높은 곳에 있기에 가장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만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감을 회피할 위인이 아니었다.
최후를 대비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단련을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예견되었던 그 날이 왔다.
종말. 골든 포탈을 찢고 나온 일곱 죄악의 군주가 인류에 종말을 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폐관수련을 마친 무신은 중국을 위협하는 증오의 군주 바하무트에게 도전했고, 패했다.
도전이라는 말이 아까울 정도로 그 차이는 현격했다.
바하무트의 숨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으로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무신의 ‘첫 생’에 불과했다.
죽음이 끝이 아니었다.
눈을 감고 다시 떴을 때, 그는 새로운 육신으로 환생할 수 있었다.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인가? 아니. 그렇지 않았다.
8살이 되던 해 판첸 라마가 찾아왔고, 그에게 달라이 라마의 윤회자일 수도 있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놀랍게도 그는 환생幻生을 경험했다.
모든 게 과거의 기억과 다르지 않았다. 선대 달라이 라마의 예언, 의식, 그리고 100대 달라이 라마가 되는 그 모든 과정이 말이다. 그제야 그는 자신에게 더욱더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환생.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시간대의 다른 육신으로 탄생한다.
그건 게임의 시스템 중 하나인 세이브Save, 로드Load와 같았다.
최종 보스를 처치하기 위해 수백, 수천번 세이브와 로드를 반복하듯, 그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목적은 종말을 막는 것이었다.
물론 무한한 삶의 반복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갈 것인가.
막중한 책임이 맡겨졌으니 그 소임을 다하리라.
첫 번째 생을 허무하게 마무리한 그는 재차 허무한 삶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수련에 들어갔다.
비록 과거에 이루었던 모든 업이 초기화가 된 상태였지만, 한 번 걸어간 길을 다시 가기는 쉬운 법.
재능과 노력. 그리고 여기에 절박함이 더해졌다.
종말이라는 암울한 미래를 알기에 박차를 가한 무신은 첫 번째 생보다 더욱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예정된 종말이 찾아왔다.
상대는 바뀌지 않았다.
증오의 군주 바하무트를 맞아 일전을 벌였고, 죽었다.
첫 번째 생보다 더욱더 높은 경지에 도달한 그였지만, 그것도 처참한 패배했다.
세 번째도, 네 번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위엄이라 알려진 군주들의 보호막을 뚫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건 뭐라고 해야 할까. 장갑차를 상대하기 위해 맨 몸으로 들이대는 격?
육신의 단련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과거의 기억을 이용해 던전과 탑에 마련된 일부 보상을 획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맞지 않는 옷이었다.
분명 일반 초인들에게 있어서 아티팩트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었지만, 무신의 단련된 육신은 이미 그 모든 것을 초월한 상태였다.
물론 약간의 전력 상승은 있었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
타인의 기회를 뺏은 셈이 되어 인류의 전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
더욱 놀라운 사실은 예정되었던 종말이 더욱 빠르게 찾아왔다는 점이었다.
정해진 종말의 시일이 있었던 게 아니었던가?
이건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었다.
그는 몇 번의 환생을 통해 종말의 시일에 관한 연관 관계를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하나의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종말의 날은 인류가 지닌 전력과 관계가 있다는 점이었다.
전체적인 전력이 강해질수록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는가 하면 종말의 날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기도 했다.
이미 단련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던 무신은 시선을 달리했다.
본신의 무력이 아니라 동료들을 모아 종말에 대비하는 것.
이에 십왕과 초인 협회, 심지어 베놈을 설득해 종말을 대비하고자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들의 수준은 형편 없었다.
분명 강력한 힘을 소지한 건 맞다. 그러나 그건 본신의 업이 아니라 전승과 계승의 힘을 통해 빌린 것.
게다가 수십 번의 환생을 통해 혜안을 얻은 무신은 정체모를 그 힘에 대한 의구심을 품어야만 했다.
그들과 같이 성장하겠다는 계획은 일찌감치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기존의 강자들이 아니라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예정된 종말을 맞이한 이후 환생을 맞이한 그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종말에 맞설 수 있는 인재들을 선별했다.
그 과정 중에 많은 인재가 발굴되었다.
엘레멘탈 마스터 아흐메디를 비롯한 대부분의 신성은 모두 그의 선별을 통해 탄생한 인재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만족스러운 성과는 아니었다.
분명 그들의 잠재력은 뛰어나다. 그러나 그들을 성장시킬 시간이 모자르다는 게 문제였다.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다.
이 절망적인 상황에 무신 또한 좌절감을 느낀 채 몇 번의 허망한 삶을 끝내야만 했다.
몇 번의 삶과 죽음을 반복하면서 자문했다.
평범한 인재로는 군주들에게 대항할 만한 힘을 기를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정해져 있었다.
자신과 같이 무한한 삶을 반복하는, 환생자 동료를 들일 수 있다면 희망은 있다.
나와 같은 환생의 힘을 지닌 이가 혼자는 아닐 것이다.
윤회와 환생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포탈라궁에 그 해답이 있을 것이다.
오직 달라이 라마만이 출입할 수 있는 비밀 서고, 선조의 방에 출입하며 환생에 대한 비밀을 캐기 시작했다.
방대한 양의 정보였다. 그렇기에 다섯 번의 삶을 포기한 뒤에야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껏 그 누구도 모르고 있었던 포탈라궁 지하의 던전을 발견한 것.
선대와 환생의 비밀이 담긴 던전은 인류의 정점에 이른 무신의 힘으로도 공략이 힘들 정도였다.
여기서 또 몇 번의 환생을 거쳤고, 마침내 그는 포탈라궁의 비밀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윤회와 환생의 권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생석과 달라이 라마를 비밀리에 지키는 임무를 부여받은 수호자, 13명의 ‘린포체’의 명단을 입수한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역사 속에서 지워져버렸던 환생의 능력을 지닌 수호자들.
환생석을 이마에 박아 그 힘을 손에 넣은 무신은 그들을 찾아가 잊힌 기억과 영혼을 돌려주었다.
강력한 조력자를 얻은 무신은 종말의 날에 찾아온 바하무트에게 대항했다.
잃었던 기억을 되찾은 수호자들의 힘은 과연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수백 번의 환생에도 불구하고 파괴하지 못했던 위엄을 뚫고 마침내 바하무트에게 타격을 줄 수 있었던 것. 그러나 그게 다였다.
위엄이 사라졌다곤 하나 바하무트는 강했다.
그 강력한 숨결과 재앙과도 같은 육신의 힘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삶을 끝냈지만, 희망이 보였다.
다시금 수호자들을 찾아가 기억과 영혼을 돌려주고 힘을 길렀다.
환생이 거듭될수록 바하무트와의 전투 시간을 길어졌고, 강력한 군주의 상처도 늘어만 갔다.
이대로 계속 성장한다면 분명 바하무트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하늘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어느 날, 환생석에 균열이 일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환생석의 힘을 손에 넣은 무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를 비롯한 수호자들의 환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끝내 희망을 버리지 못한 무신과 수호자들은 바하무트에게 대항했지만, 그것은 헛된 시도에 불과했다.
그들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 그렇기에 분명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수백 번의 환생을 통해 마침내 한계점에 도달한 그들에게 성장의 여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순간 느닷없이 절망이 찾아온 것이었다.
무한히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던 환생의 기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대로 포기해야만 하는가?
억겁의 세월 동안 이어졌던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아니.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억겁의 세월 동안 존재하며 자연스레 터득한 혜안, 천기를 읽는 그 힘을 이용해 예지를 발휘했다.
자칫 잘못하면 천기를 읽는 대가로 목숨을 내놓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종말을 막지 못한다면 끝날 인생. 미련이 있을 턱이 없었다.
그렇게 행해진 위험한 의식에서 불현 듯 희망이 찾아왔다.
정해진 수순으로만 흘러가야 하는 천기가 뒤틀려 버린 것. 그 뒤틀린 흐름을 만든 건 하늘도 예측하지 못한 변수였다.
언제고 그 변수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읽은 그는 포탈라궁의 증마다 수호자들을 배치해 변수, 아니 희망을 기다렸다.
*
“제가 예전에 읽었던 판타지 소설 같은데요?”
무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막내 녀석이 말했다.
동감한다. 무신이 구구절절 이야기한 그의 이야기는 정말 한 편의 소설 같았다.
“나는 안 그렇고?”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마냥 웃어넘길 수 없었다.
“나는 회귀자, 그리고 이 녀석들은 NPC. 저기가 판타지면 나는 막장 겜판이지.”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회귀자, 환생자가 만나는 막장 스토리라.
만약 누군가 이런 엿 같은 스토리를 썼다면 이런 양판소가 없다며 집어던졌을 테지만, 놀랍게도 이 모든 게 현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세계관은 미쳐버린 게 틀림 없다.
“소승 또한 놀랍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천기를 뒤틀어버린 변수라고는 알고 있었으나 그게 설마 회귀한 능력자일 줄은...”
수백 번 환생을 겪은 무신 할배도 놀라운가 보다.
하하. 고작 이것에 놀라다니. 여기에 게임 능력까지 얻은 것이 알려지면 아주 기절초풍하시겠군.
하지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일단은 할배의 의중을 떠봐야겠다.
“그럼 이야기가 쉬워지겠네요.”
“소승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종말을 막을 생각이죠?”
“오직 그것만이 아직도 삶을 끝내지 못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럼 힘을 합치면 되겠네요. 마침 제 권좌의 사도 한 자리가 비었는데, 의향 있으세요?”
음. 은근히가 아니라 너무 대놓고 물었나?
그래도 수백 번 환생하면서 본인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갑자기 사도를 제안하면 얼떨떨하겠지.
“인류를 위한 길. 종말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면 설사 그것이 지옥에 가는 길이라 해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요. 허나..."
어이쿠, 깜짝이야.
할배의 눈초리가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만한 자격이 있는지 시험하는 소승을 원망하지 않길 바라겠습니다.”
구구구궁!
감춰두었던 기세를 방출하는 순간 포탈라궁 전체가 무신의 지배하에 놓였다.
「무서운기세다!」
"으으..."
가디언들도 인정하는 바지만, 정말 가공할 만한 기세였다.
예전에야 정체를 몰라서 괴물이니 뭐니 했지만, 이제야 이해가 간다.
무신 할배가 방출하는 기세, 저 업은 수천 년간의 환생을 통해 쌓은 절대적인 업이었다.
감히 그 누가 있어서 억겁의 세월 동안 쌓은 저 업을 무시할 수 있을 거며, 그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온갖 꼼수와 노가다, 그리고 템빨을 받은 나도 숨 쉬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시험은 13층까지 올라오는 것으로 끝난 게 아니었나요?”
편하게 가보고자 은근슬쩍 물었고.
“그것은 그저 소승의 초대를 받기 위한 과정. 진정한 시험은 소승의 인정을 받는 것입니다. 부디 성인께서는 불편하게 생각하지 마시길…"
아무리 봐도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다.
휴우. 고작 테스트에 통과하려고 아까운 아이템을 사용해야 하는 건가?
솔직히 조금 망설여졌지만, 저렇게까지 단호하니 방법이 없다.
[아이템 자유 사용권(1시간)을 브류나크에 사용하겠습니까?]
[아이템 자유 사용권(1시간)을 프라가라흐에 사용하겠습니까?]
[아이템 자유 사용권(1시간)을 타흘룸에 사용하겠습니까?]
종말의 네 기사를 처치하고 얻은 건 권좌 생성 티켓만이 아니었다.
녀석들 개인을 쓰러뜨린 대가로 4장의 자유 사용권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세 장을 브류나크, 프라가하르, 그리고 타흘룸에 사용했다.
실질적으로 사용할 건 브류나크 뿐이지만, 나머지 2개의 검은 구색을 맞추기 위한 용도였다.
철컥!
뒤를 이어 황금으로 제작된 뿔 투구와 사슬 갑옷, 그리고 녹색의 망토를 착용했다.
히히힝!
착용해야 할 건 비단 장비만이 아니었다.
순백의 말. 마치 빛으로 만든 것처럼 광채를 발산하는 ‘흐르는 갈기의 안바르Aonbarr’에 탑승했다.
그것은 아이템이 아닌 스킨. ‘루 라바다의 광명’이라는 세트로 이루어진 모든 조각이었다.
[마왕 발로르를 꿰뚫은 광명의 신, 루 라바다의 기운이 스며듭니다.]
[브류나크가 당신을 주인으로 인정해 가장 찬란한 광채를 발산하기 시작합니다.]
그 스킨을 완성하기 위해 3개의 자유 사용권 티켓을 사용했다. 물론 그만큼 효과는 절대적이기도 하다.
“찬란한 빛을 뿌려라.”
화악!
브류나크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세상을 삼켰다.
단순한 빛이 아니다. 내 마력을 빛으로 전환해 뿌리는 기운은 무신의 기운을 먼지와도 같이 만들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계속 하실건가요?”
광명의 창을 손에 쥔 내가 웃으며 물었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구료. 자만감에 미처 깨닫지 못했다니. 소승은 그대를 시험할 자격조차 없었음을...”
무신 할배는 화끈하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그리고 그 말은 인류의 정점에 서 있던 무신, 그 대단한 존재가 내 첫 사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