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화. < 고인물은 사도를 영입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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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각 권좌의 신도 현황을 알려드립니다.]
[영광의 권좌에 앉은 승리의 왕의 신도 : 1,135,275]
[단련의 권좌에 앉은 절세고수의 신도 : 1,018,100]
[신비의 권좌에 앉은 해저의 왕 신도 : 865,802]
[불사의 권좌에 앉은 오만한 왕의 신도 : 900,170]
[정복의 권좌에 앉은 뇌전의 왕의 신도 : 1,001,007]
[지혜의 권좌에 앉은 애꾸눈 왕의 신도 : 935,109]
[태양의 권좌에 앉은 매의 왕의 신도 : 800,116]
[고인물의 권좌에 앉은 템빨의 왕의 신도 : 5,001.379]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0명에 불과하던 신도가 폭발적으로 불어났다.
익히 예상한 바다.
다른 권주들이 단단히 착각한 게 있다.
그건 감성팔이를 통해 신도들을 이끌려고 했다는 점이다.
종말이 어쩌고, 영웅이 어쩌고, 구원이 어쩌고.
우습지도 않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먼 미래에 다가올 종말에 대한 두려움과 구원보다는 눈앞에 놓인 현물에 더 눈이 가는 시대였다.
나는 당장 그들에게 이득이 되는 아티팩트를 조건으로 내밀었고, 펼쳐진 결과가 이것이다.
현재 신도 수 2위인 아서 왕보다 5배에 가까운 압도적 1위!
현물이 곧 믿음이다.
이것이 내가 신도를 끌어모으기 위해 품은 단 하나의 신념이었다.
“그런데 정말 모든 신도에게 아티팩트를 나눠줄 수 있는 건가요?”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일행 중 임수아가 물었다.
하긴. 게임에서부터 줄곧 나와 함께한 가디언이 아닌 이상에야 내 무한한 능력에 의문을 품을 만하다.
“구라 치다 걸리면 손모가지 날아갑니다요, 큰 형님.”
그건 막내 녀석도 마찬가지인 듯 의문 가득한 시선을 보내왔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의문이다.
적어도 수백만, 많게는 수천만이 될 수 있는 그 모든 신도에게 아티팩트를 나눠준다는 건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제품 양산에 들어갔으니까 넘치면 넘쳤지, 부족할 일은 없을 거야.”
고급 아이템이라면 파베르의 손을 거쳐야 하지만, 별다른 특별 과정이 필요하지 않은 최하급 정도는 녀석의 손을 거칠 필요가 없다.
대장간과는 분리된 또 다른 대장간, 아니 공장이라 불리는 곳. 그곳에 아이템을 양산하는 설비가 마련되어 있었다.
지금도 식지 않는 용광로에서 엄청난 물량이 제작되는 중이다.
양산을 위한 재료 충당도 간단하기 그지없다.
상위의 재료를 분해하면 하위의 재료 여러 개를 얻을 수 있다.
창고에 가득 쌓인 상급 재료를 분해하고, 또 분해해 최하급 아이템을 만들 재료를 충당했다.
바빌론에 마련된 양산 체제는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신도 숫자를 압도할 정도였다.
삑!
나는 이 모든 걸 설명하는 대신 TV를 틀었다.
지금쯤이면 세계가 발칵 뒤집혔을 터. 그리고 이에 대한 실험 방송이 나오고 있을 것이다.
「창왕 이연우, 아니 이제는 고인물 권좌의 주인이 된 그의 선언을 보셨습니까? 과연 그의 말처럼 신도가 되는 즉시 약속했던 아티팩트를 얻을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실시간으로 방영되고 있는 건 미국의 유명 토크 쇼였다.
보통의 방송과는 달리 초인과 관련한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방송. 아마 조금 전 있었던 내 인터뷰 영상을 보고 특별 방영 시간을 잡은 듯했다.
「절대 불가능합니다. 전 세계 인구가 몇 명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그 모든 이들이 그의 신도가 될 일은 없겠지만, 적어도 수천 만의 신도가 생겼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과연 그가 약속했던 아티팩트를 실제로 나눠줄 수 있을까요? 설혹 준비된 물량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수령하죠? 아무리 봐도 이건 순간적으로 우릴 현혹하려는 얕은 수작이라고 보입니다.」
전문가랍시고 나온 양반이 신랄하게 나를 까고 있었다.
아직 이쪽 소식을 접하지 못한 모양이로군. 아니면 저렇게 머저리 같은 말은 하지 못했을 텐데.
「지금 여러분께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제가 직접 신도가 되어 그 거짓을 낱낱이 파헤치겠습니다.」
신도가 되는 방법은 지극히 간단하다.
고인물의 권좌에 앉은 템빨의 왕을 섬기겠습니다. 속으로 간절히 바라는 순간 해당 권좌의 신도가 되는 것이다.
「...」
전문가 양반이 기도를 올리는 것처럼 눈을 감았을 때.
키이잉!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또 한 명의 신도가 불어났음을.
그리고 다음 순간.
「으어어!」
스튜디오가 발칵 뒤집혔다. 자칭 전문가 양반의 발치에서부터 환한 빛무리가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환한 빛이 사라지고, 마침내 드러난 것은 내가 약속하기도 했던 아티팩트 세트였다.
「이, 이럴 수가!」
「저, 정말입니다. 그의 신도가 되는 순간 아티팩트가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는 물론 사회자, 그리고 스튜디오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다.
“어, 어떻게 한 거예요?”
“형님. 마술도 할 줄 아십니까?”
마찬가지로 놀란 임수아와 막내가 물었다.
사실 이건 본래 내가 가지고 있던 능력은 아니다.
조금 전 500만의 신도를 받아들이며 격이 상승했고, 그 결과 새로운 권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내게 허락된 그 능력은 ‘하사품 전송’이었다.
신도가 되는 즉시 하사품이 신도에게 전송된다. 일종의 시스템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고인물의 권좌에 앉은 템빨의 왕의 신도 : 5,625.850]
일련의 과정이 송출되는 순간 60만이 넘는 신도가 증가했다.
낄낄낄. 이거 참 편하네.
굳이 내가 방송에 나가지 않아도 알아서 선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다.
[신도 존 브룩스에게 아이템을 전달하겠습니까?]
[Yes /No]
매크로처럼 알아서 전송되도록 설정할 수 있지만, 원하는 대상에게 직접 하사품을 주는 것도 가능하다.
조금 전까지 나를 까기 바빴던 전문가 존 브룩스에게 조금 특별한 선물을 줄 예정이다.
곧바로 전송!
「으악!」
아티팩트를 줍던 존 브룩스 앞에 또 다른 하사품이 나타났다.
어딜 봐도 장인의 세공이 느껴지는 대검. 그검은 일찍이 약속했던 1,000개의 경품 중 하나였다.
「감사, 감사합니다. 당신을 죽을 때까지 따르겠습니다!」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한 존 브룩스가 연신 고개를 숙이기 바쁘다.
태세 전환이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하지만 그를 비난할 마음은 없다. 오히려 칭찬하고 싶다.
우리 존 브룩스 신도로 인해 신도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고인물의 권좌에 앉은 템빨의 왕의 신도 : 7,130.244]
조금 전 확인했을 때만 해도 500만이었던 신도 수가 200만 가까이 증가했다.
그리고 더욱 기뻐할 만한 소식은 따로 있었다.
[권좌의 격이 한층 상승합니다.]
[당신과 신장의 능력치가 소폭 상승합니다.]
[충분한 경험을 쌓아 레벨이 상승합니다.]
[능력치 포인트 8개를 획득했습니다.]
[격의 상승으로 새로운 권능이 생성됩니다.]
[‘권능 : 권좌의 의지’를 획득했습니다.]
미쳤다, 미쳤어.
격의 상승으로 능력치는 물론 경험치도 얻을 수 있었다.
그 말이 무슨 뜻이냐?
가만히 앉아서 능력치와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기대할 정도의 광렙은 아니지만, 극악한 요구 경험치를 생각해 보면 이것도 감지덕지다.
자, 그러면 여기서 쐐기를 박아볼까?
「잘 보았습니까? 신도 존 브룩스는 방송을 통해 믿음을 주었고, 그로 인해 약속했던 선물을 받았습니다. 기회는 그에게만 주어진 게 아닙니다. 신도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주위의 가족, 친척, 지인, 아무나 상관없습니다. 고인물 권좌의 신도가 되십시오. 당신의 전파를 통해 많은 신도가 생겨난다면 여러분도 특별한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권좌의 의지. 그것은 나와 믿음으로 연결된 사도, 혹은 신도 모두에게 전달할 수 있는 권능이었다.
[고인물의 권좌에 앉은 템빨의 왕의 신도 : 7,518.281]
어김없이 신도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 속도면 금방 1,000만을 찍는 것도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분명 다른 권주들에 비해 신도 수는 압도적으로 많으나 정작 중요한 사도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중요도로 보자면 신도보다 사도가 절실하다.
일례를 들어볼까?
아서 왕은 초인 랭킹 8위이자 검왕이기도 한 윌리엄 아재와 랭킹 100위 내에 있던 원탁의 멤버들을 사도로 삼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껏 그들이 지구에서 벌인 활약과 이야기는 고스란히 아서 왕의 격으로 흡수되었다는 뜻이다.
문제는 아서 왕뿐만 아니라 다른 권주 모두가 유명 초인들을 사도로 삼았다는 것이다.
[조던 모리스가 당신의 사도가 되고자 염원합니다.]
[조던 모리스를 사도로 임명할 경우 16,230의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슈나이더 요하네스가 당신의 사도가 되고자 염원합니다.]
[슈나이더 요하네스를 사도로 임명할 경우 21,850의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
사도의 존재를 아는 초인들이 내 사도가 되기를 염원하고 있었다.
조던 모리스나 슈나이더 요하네스의 경우 랭킹 1,000위 부근에 있는 유명 초인들이다.
그 포인트를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온다.
고작(?)해야 랭킹 1,000위에서 노는 그들이 2만에 가까운 포인트를 주는데 윌리엄 아재나 다른 십왕은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줬을까.
이런 시스템이라면 잘 키운 사도 하나 1,000만 신도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체할 수 없다.
내 계획 속에는 단번에 권좌의 격을 높여줄 히든카드가 있다. 물론 그 탐스러운 먹이를 다른 권주들이라고 모르진 않을 터.
“이동하자.”
마침내 결심을 굳히며 동료들을 이끈 채 왕좌의 홀로 들어갔다.
목적은 흘리드스칼프의 공간 전이였다.
[어디로 이동하겠습니까?]
주인에게 반응한 흘리드스칼프가 이동할 장소를 물었고.
“티베트, 포탈라궁으로.”
포탈라궁. 50년간 부동의 랭킹 1위를 유지한 절대자, 무신 갸초가 기거하고 있는 곳이었다.
*
슈왁!
공간을 넘은 그 현상을 느끼며 정면을 응시했다.
눈앞에 보이는 건 흰색과 붉은색이 조화된 거대한 궁전, 포탈라궁이었다.
“결계. 강력.”
포탈라궁에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젤루가 경계했다.
나도 진즉 느끼고 있었다.
어느 한 곳이 아니라 포탈라궁 전체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마 과거의 나였다면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고요한 기운. 그것은 마스터 레벨에 이르지 못했다면 결코 느낄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과연 무신. 아니 정정한다.
무신과 그를 괴물 제자들이 머무는 장소다웠다.
“죄송합니다만, 그만 돌아가 주십시오.”
막 입구를 지나 높은 계단을 오를 때 소란이 감지되었다.
빠르게 소란의 근원지를 향해 달려가자 계단의 끝, 궁의 입구에 모인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호오?”
무리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 모두 익숙한 이들이었다.
윌리엄 아재를 비롯해 초인 협회장 닉 드레이크, 권왕 리 웨이평, 수왕 다사 타란. 좀처럼 보기 힘든 십왕 중 무려 4명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당장 물러나라. 그렇지 않으면...”
한 성질 하는 권왕이 앞을 막은 동자승을 매섭게 노려봤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들일 수 없습니다. 그만 돌아...”
"놈!"
권왕이 몸을 튕겼다.
쉬익!
가히 절정에 이른 몸놀림!
순식간에 공간을 뛰어넘은 그가 매섭게 쇄도하며 동자승에게 일권을 내질렀다.
콰앙!
장내에 울리는 굉음. 그리고 나를 비롯한 모두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선혈을 토한 권왕이 반대쪽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