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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51화 (51/161)

51화.  < 고인물은 아지트도 고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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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좌 생성 티켓

종류 : 소비 용품

등급 : Unknown

사용 효과 : 대상의 능력에 맞는 권좌를 생성하는 신비한 티켓

설명 : 관리자가 당신을 편애 합니다♥』

종말의 네 기사를 처치하고 얻은 특별한 보상의 정체는 권좌 생성 티켓이었다.

용도는 간단하다. 그것을 찢는 순간 사용자의 능력을 판별하여 새로운 권좌가 생성되는 것.

솔직히 말하면 내게 부여될 권좌가 뭘지 기대하는 바가 컸었다.

당장 눈앞의 아서 왕만 해도 영광, 그리고 승리의 왕이라는 멋진 이명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아서 왕만이 아니라 다른 권좌의 주인들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나에게도 멋들어진 이명이 부여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고인물의 권좌에 앉은 템빨의 왕이라니.

도대체 이따위 작명 센스는 어느 미친놈의 머리에서 나오느난 말이다!

“이놈들, 고인물의 권좌를 차지한 템빨의 왕이 납시었다!”

눈치 없는 우리 막내 녀석은 쉴새 없이 낄낄대고 있었다.

“푸, 푸풉! 고, 고인물, 템빨의 왕이라니. 큰 형님. 정말 멋집니다요!”

너는 나중에 보자.

아만을 시켜 네 녀석의 정신이 번쩍 들도록 만들어주마.

“네 녀석이 권주權主라고?”

갑작스러운 변화에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 모두 경악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약속된 권주 이외의, 전혀 새로운 권좌의 주인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고인물의 권좌를 차지했습니다.]

[아직 아지트가 설정되지 않았습니다. 권주에 걸맞은 아지트를 지정해 주십시오.]

[휘하 신장神將이 공석입니다. 당신을 따르는 충직한 신장을 선발하기 바랍니다. 현재 당신에게 허락된 신장의 수는 7명입니다.]

...

하지만 아서 왕의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 그것은 권주가 되면서 처리해야 할 일에 관한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아지트 선정부터 시작해 신장, 쉽게 말해 아서 왕이 거느린 원탁의 기사와 같은 충직한 수하의 선발까지.

모든 게 시급한 일이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사도를 통해 권좌의 격을 높이십시오. 당신이 지정한 사도의 활약에 따라 신도信徒가 늘어나면 권좌의 격이 상승해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

조금 전 아서 왕은 종말을 막기 위해 우리에게 힘을 빌려준다는 식으로 말했었지만, 정작 드러난 진실은 거짓이었다.

사도를 지정해서 활약하게 하고, 신도를 모아 자신의 격을 높인다.

이거 완전 다단계 아냐?

의도적으로 진실을 숨긴 이유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꿍꿍이속이 있기 때문이다.

아서 왕을 비롯한 권좌의 주인들이 노리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는 같은 입장인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최후의 권주가 되십시오. 제한 시간인 1년 동안 최후의 권주로 남을 수 있다면 관리자의 특별한 선물과 함께 종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택권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여러 세력이 나타날 때부터 짐작하던 바였다.

권좌의 주인들. 이들의 종말을 막기 위한 협력과 공존이 아니라 경쟁과 생존이었다.

최후의 권주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들이밀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전쟁으로 인한 후폭풍을 인류가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인류는 종말에서 벗어나기 위한 권주들의 전쟁으로 때아닌 몸살을 겪을 터였다.

“종말을 막는 건 개뿔. 이제야 속내가 보이네.”

"..."

비아냥거리는 말에 아서 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애써 했던 연기가, 그 가면이 벗겨진 것이다.

“그리고 힘의 파편을 남겨놓은 건 사도를 만들기 위한 포석이었겠지.”

떨떠름한 그의 시선을 뒤로한 채 윌리엄과 원탁의 멤버들을 훑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 동료로 생각했던 그들은 나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제야 과거 모드레드가 했던 말의 의미를 깨닫는다.

‘너희는 깨닫게 될 것이다. 너희를 지켜주던 힘이 도리어 세계를 삼키는 것을...’

첫 번째 대격변을 통해 나타난 전승의 힘. 그것은 분명 인류에 큰 도움을 주었지만,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었다.

대가 없는 힘은 없다더니. 인류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윌리엄 아재와 원탁의 멤버들을 봐라.

카멜롯의 힘을 전승받은 그들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종당하고 있었다.

그건 노예와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이러한 힘을 가진 게 이들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랭커 및 나름 한다 하는 실력자들 대부분이 전승받은 힘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들 또한 카멜롯과 같은 세력의 부름을 받았을 테고, 지금쯤 노예로 전락했을 것이다.

망할!

인류를 위한다던 그 힘은 권좌의 주인, 이 망할 녀석들의 전쟁 도구에 불과했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그 오만한 면상을 갈아버릴 테니 각오해.”

“흐음..."

내 거친 말에 턱을 쓰다듬는다.

해야 할 일은 정해졌다.

놈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최후의 권주가 되어 종말에서 벗어나는 것. 그러나 네 녀석들의 뜻대로는 안 될 거다.

내가 막을 거니까. 최후의 권주는 반드시 내가 차지할 것이다.

“갈 수 없다!”

내 앞을 막은 건 갤러해드였다.

강렬한 원한과 증오를 품은 그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 너와는 해결해야 할 일이 있지. 그런데 어쩌지? 내가 지금 강력한 보호를 받는 상태여서 말이야.”

[당신은 ‘새싹’ 권주입니다. 100일 동안은 다른 권주에게 공격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명심하십시오. 당신이 먼저 그들을 공격한다면 새싹의 보호가 풀리게 됩니다.]

나는 이제야 막 권주가 된 새싹이다.

이 시스템을 만든 관리자라는 녀석은 꽤 융통성이 있는 듯 새싹 권주에 대한 보호를 잊지 않았다.

적어도 100일간 다른 권주들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

아서 왕의 신장인 녀석 또한 제약에 묶여 있을 테니 나를 공격하진 못할 것이다.

“다음 기회에 보자고.”

갤러해드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적어도 지금의 내 수준으로 녀석들과 결전을 벌이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었으니까.

*

『이연우

권좌 : 고인물 이명 : 템빨의왕

레벨 : 170   근력 : 522

체력 : 450   민첩 : 510

신앙 : 1   마력 : 350』

아지트 : 지정되지 않음   신장(7) : 없음

사도(20) : 없음   신도 : 없음

권좌의 격 : 0p』

집에 돌아온 직후 변화한 능력치 창을 살폈다.

일단 직업이 사라지고, 권주에 관한 특별 항목이 생성된 상태다.

『감히 주군을 비웃다니. 네 녀석이 정녕 제정신이 아니로구나.』

문득 들려오는 음성에 정면을 응시했다.

정원. 그곳에 자리한 건 아만과 귀여운 막내 녀석이었다.

“아이고, 살려주십시오. 아만 형님...”

비 오듯 땀을 흘리는 막내. 녀석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벌써 1시간 동안 이어진 쪼그려뛰기에 온몸은 땀으로 젖었고, 얼굴은 눈물과 콧물 범벅이다.

물론 그건 조금 전 내 권좌와 이명을 비웃은 벌이다.

나는 한사코 말렸지만, 아만이 알아서 정신 교육을 하겠다고 해서 참으로 곤란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적당히 해 아만. 그러다 애 잡겠다.”

『아닙니다, 주군. 이런 정신 상태로 주군을 모신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 처분에 관해서는 제게 일임해 주십시오.』

하긴 내가 나서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건 뭐랄까. 일병이 이등병을 가르치고 있는데 병장이 나서는 격이라고 해야 하려나?

그리고 지금은 녀석들에게 한눈팔 때가 아니기도 하다.

내가 권주로 완전한 격을 이루기 위해서는 공석으로 남아 있는 필수 요소를 해결해야만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신장이었다.

현재 내 능력으로는 7명의 신장을 지정할 수 있다.

이것도 우연이라면 우연일까. 다행히도 내게는 신장으로 부족함이 없는 가디언 4인방과 임수아, 그리고 귀여운 막내 녀석이 존재했다.

[고인물의 권좌에 소속되는 신장 6명을 파트로나, 아만, 바포르, 젤루, 임수아, 아흐메디로 지정하겠습니까?]

망설이지 않는다.

이들이라면 충분히 내 신장이 되고도 남을 자격이 있으니까.

뚝!

각자 볼일을 보고 있던 녀석들의 행동이 별안간 멈추고.

[파트로나, 아만, 바포르, 젤루, 임수아, 아흐메디가 당신의 신장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지정한 신장의 능력을 분석, 포인트를 정산 중입니다...]

공석으로 있던 신장의 자리를 채우는 것만으로 격을 높일 수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남들도 다 있는 신장. 그것도 6명밖에 채우지 못했는데 크게 격을 높일 수나 있을까?

[포인트 정산이 완료됐습니다.]

[파트로나의 능력과 잠재력, 그리고 당신과의 인연이 기이할 정도로 높습니다. 대량의 격을 획득합니다.]

[아만의 능력과 잠재력, 그리고 당신과의 인연이 기이할 정도로 높습니다. 대량의 격을 획득합니다.]

[바포르의 능력과 잠재력, 그리고 당신과의 인연이 기이할 정도로 높습니다. 대량의 격을 획득합니다.]

[젤루의 능력과 잠재력, 그리고 당신과의 인연이 기이할 정도로 높습니다. 대량의 격을 획득합니다.]

[임수아의 능력과 잠재력은 굉장히 높으나 당신과의 인연은 미미합니다. 소량의 격을 획득합니다.]

[아흐메디의 능력과 잠재력은 굉장히 높으나 당신과의 인연은 미미합니다. 소량의 격을 획득합니다.]

[총 20,350의 격을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격의 상승으로 신장의 수가 1, 사도의 수가 2 상승합니다.]

[권좌에 소속된 사도에게 특별한 권능을 부여할 수 있게 됩니다.]

[템빨의 왕이 발휘할 수 있는 권능은 ‘아이템 부여’입니다.]

[최하급 아이템을 사도들에게 부여할 수 있습니다.]

고작 신장을 지정했을 뿐인데 꽤 대량의 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고작 신장을 지정하는 것만으로 얻을 만한 수치는 아니다.

그건 뒤에 붙은 350의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다.

짐작하건대 350이 나타내는 게 임수아와 막내 녀석의 격일 것이다.

유추해보면 가디언 사인방의 격은 한 명당 5,000. 아마도 그건 게임에서의 인연, 숱한 전장을 헤쳐 온 그 인연이 포함된 것이리라. 그리고 대량의 격을 얻은 것보다 더욱더 기쁜 소식.

“아이템을 줄 수 있다 이거지?”

그간 현실화한 아이템은 나와 가디언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우리를 제외한 타인에게 넘겨주려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알림이 전해질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금은 최하급, 1~25레벨의 제한된 아이템이지만, 격이 높아질수록 더욱 강력한 아이템을 전해줄 수 있다.

아직 2명의 신장을 더 지정할 수 있지만, 일단 그건 여기서 스톱. 물망에 올라 있는 어벤져스 후보를 모아야 새로운 신장이 지정될 것이다.

사도나 신도를 모으는 건 아직 이르고, 남은 건 아지트를 정하는 것이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지금 내가 머무는 이 주택이었다.

비록 카멜롯과 같은 성은 아니지만, 각종 마법 아이템을 통해 괜찮은 방어 체계를 구축해 놓았다.

이곳이라면 생각한 것보다 더욱더 높은 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며 주택을 아지트로 지정하려던 그때.

“아!"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에 이마를 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미쳤지.

고작 이런 주택 따위(?)를 신성한 고인물 권좌의 아지트로 지정하려고 하다니.

번뜩 떠오르는 생각과 함께 다급히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내 방. 그곳에 놓여 있는 낡은 나무 옷장이었다.

끼익-

문을 열자 환한 빛무리가 나를 반겼다.

익숙한 현상을 보며 몸을 던졌고.

지이잉-

공간을, 아니 차원을 넘을 수 있었다.

내가 도착한 곳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게임 속 아지트 바빌론.

[고인물의 권좌가 머무는 아지트로 ‘바빌론’을 지정하겠습니까?]

된다!

3년의 세월과 노력, 그리고 어마어마한 재화가 들어간 아오스 최고의 아지트인 바빌론이 권좌의 아지트로 지정이 된다.

[지정한 아지트 바빌론을 분석, 포인트를 정산 중입니다...]

기대하는 심정으로 귓가에 파고드는 알림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잠시 후.

[포인트 정산이 완료됐습니다.]

[아지트 바빌론의 규모와 설비 등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합니다. 초대량의 격을 획득합니다.]

[총 350,000의 격을 획득했습니다.]

[축하합니다. 격의 상승으로 신장의 수가 10, 사도의 수가 20 상승합니다.]

[권좌에 소속된 사도에게 더욱 강력한 권능을 부여할 수 있게 됩니다.]

[상급 아이템을 사도들에게 부여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격을 획득할 줄은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였다니. 하지만 더욱 믿기지 못할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휘이잉-

뚫어놓은 창으로부터 서늘한 바람이 들어온다.

바람이 들어온다고? 처음 겪는 그 현상에 창밖으로 빼꼼히 고갤 내밀었다.

“맙소사...”

눈 앞에 펼쳐진 건 거대한 도시, 서울의 광경이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지금껏 다른 차원에 분리되어 있었던 공중요새 바빌론이 서울 상공에 웅장한 위용을 드러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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