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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45화 (45/161)

45화.  < 고인물은 협회 공략도 솔로잉으로 합니다 > (유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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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그런...”

평소였다면 장난처럼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멀린의 상태를 보고서도 장난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적어도 도망에 관해서는 지구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자랑하는 멀린. 그가 심각한 상처를 입은 채 말하는 중이었다.

“말을 하는 나도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털썩.

기력이 다한 멀린이 그 자리에 쓰러졌다.

“ 파트로나!”

“알겠어요, 마스터.”

재빨리 반응한 파트로나가 쓰러진 멀린에게 다가갔다.

화악!

손안에 머물러 있던 찬란한 광채가 멀린의 몸에 흡수되고.

"커헉!”

벌떡 몸을 일으킨 멀린이 고여있던 피를 쏟아냈다.

과연 파트로나.

아마 지금 녀석의 힘이라면 영혼이 빠져나가지만 않으면 살리는 게 가능할 것이다.

“괜찮습니까?”

“그, 그래. 훨씬 낫군."

“멀린이 이렇게 형편없이 당할 때도 있습니까?”

“불의의 기습을 당했을 뿐이야.”

“불의의 기습이라면?”

“윌리엄. 그 친구의 손에서 살아남은 대가치고는 싼 편이지.”

역시 장난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윌리엄과 협회장 닉이라면 누구보다 인류의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이 돌연 인류를 말살하기 위한 전쟁을 선포했다? 지나가는 개도 웃을 법한 일이다.

“나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한 가지 분명한 건 윌리엄과 드레이크 협회장이 인류를 향한 전쟁을 선포했고, 초인 협회 대다수가 이에 동조했다는 사실이지.”

굳이 멀린의 부연 설명은 필요 없었다.

세계를 강타한 충격적인 소식. 실시간 핫이슈가 된 영상을 핸드폰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나와 윌리엄 그레이스, 그리고 초인 협회는 사악한 인류를 말살할 때까지 끝나지 않는 전쟁을 선포한다.」

초인 협회의 내부 방송을 통해 송출된 선전포고 영상에 등장한 건 분명 윌리엄과 닉 아재였다.

만약 저게 가짜였다면 윌리엄과 닉 아재가 진즉 목을 쳐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벌써 30분 동안 아무런 일이 없었다면 영상에 나오는 저들은 진짜가 분명했다.

나란히 상한 음식이라도 먹었나?

갑자기 저 양반들이 왜 미쳐서 날뛰는 거지?

“아!"

그 순간 번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왜? 짐작 가는 거라도 있어?”

하지만 멀린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강렬한 기억 하나.

종말의 날을 상징하는 징조. 종말의 네 기사 중 하나인 전쟁의 기사!

제길. 또 과거의 사건이 앞당겨진 것 같다.

물론 아직 사실로 밝혀지진 않았다. 하지만 이건 예상이 아니라 확신일 수밖에 없다.

누구보다 인류의 평화를 외치던 이들이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는 경우? 그 답은 정신 지배밖에 없다.

특히 윌리엄과 닉 아재라면 어마어마한 업을 쌓은 이들이다.

그들의 정신을 빼앗을 정도의 존재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건 전쟁의 기사뿐이었다.

이건 추측이나 짐작이 아니라 확신이다.

블랙 포탈에 이어서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단순히 앞당겨진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검왕과 협회장이라니...”

게다가 적은 윌리엄과 닉 아재뿐만이 아니었다.

전승의 힘을 이어받은 괴물들이 도사리고 있는 협회 전체.

“아니, 아직 아닌가?”

멀뚱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멀린을 응시했다.

멀린이 무사히 빠져나온 것을 보면 아직 협회 전체가 녀석의 수중에 떨어지진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현재 상황은 어떻죠?”

그것을 짐작하기 위해 돌아가는 상황을 물었다.

“선전포고 이후 어찌 된 일인지 잠잠한 상태긴 한데...”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군.

전쟁광 녀석은 아직 협회 전체를 자신의 수중에 넣지 못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윌리엄과 닉 아재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일 게 분명했다.

그 증거는 선전포고 방송이다.

전쟁광 녀석 입장에서는 굳이 선전포고할 이유가 없다.

조용히 전쟁을 일으켜 피아를 식별하지 못하는 난장판을 즐기고 싶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그랬다.

러시아의 거대 길드 하나를 통째로 삼킨 녀석은 은밀하게 전쟁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희생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선전포고해가며 세간의 경계를 샀다.

굳이?

당연히 녀석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일 것이다.

짐작하건대 통제를 벗어난 윌리엄과 닉 아재, 완전히 세뇌되지 못한 그들이 멋대로 선전포고했고, 놀란 녀석은 권능을 강화해 협회의 통제에 들어갔을 터.

사람과 사람 사이 전쟁을 일으키는 그 능력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윌리엄과 닉 아재를 단숨에 지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을 테니까.

그리고 그것이 뜻하는 게 뭔가?

기회다!

“멀린. 빨리 우릴 집으로 데려다줘요.”

초인 협회를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지금이 녀석을 공략할, 피해를 최소화할 절호의 기회였다.

*

화악!

눈을 어지럽히는 밝은 광채와 함께 나는 바빌론에 들어설 수 있었다.

타다닥!

길게 이어진 복도를 따라 빠르게 뛰어갔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한참을 뛰어 도착한 곳. 그곳은 온통 검게 칠해진 문 앞이었다.

대장간, 그리고 부화의 방에 이어서 세 번째로 해금된 장소인 ‘의상의 방’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건 기존의 의상과는 다른 특별한 의상이지만.

끼익-

약간의 저항감과 함께 문이 열리고 방 안의 전경이 드러났다.

세로로 세워진 유리관이 곳곳에 자리해 있다.

물론 그냥 유리관만 있는 게 아니다. 유리관 안에는 투명한 마네킹에 입혀놓은 것과 같이 빳빳하게 펴진 의상이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코스프레 한 것처럼 개성을 뽐내는 그것들을 뒤로한 채 걷고 또 걸었다.

저벅.

마침내 내 걸음이 멈춘 곳은 똑같은 유리관 앞이었다.

유리관 안에 든 건 법의法衣였다.

전체적으로 하얀색, 그리고 옷단에 황금색 띠가 들어간 승복. 구분을 위해 기록해 놓은 앞 메모지에 기록되어 있는 건 ‘투전승불門戰勝佛의 법의’였다.

*

“너희는 집에서 대기해.”

나를 따라 왕좌의 홀에 도착한 가디언들을 향해 말했다.

“대기인가요, 마스터?”

믿을 수 없었던지 파트로나가 되물었다.

“어. 협회에 가는 건 나 혼자야.”

「주군! 어찌 그런!」

대경한 아만이 펄쩍 뛰었다.

하긴. 평소 주군의 검이니 방패니 소리치던 녀석 입장에서는 나를 혼자 보내는 게 가당치도 않을 것이다.

“이유라도 있는 거야?”

평소답지 않게 진중한 바포르가 물었다.

저 녀석 가끔 저렇게 날카로울 때가 있단 말이지.

장담하는데 평소에 보이는 멍청한 짓은 콘셉트일 확률이 지극히 높다.

“이번 전투는 죽이기 위한 전투가 아니니까.”

지금 협회에서 벌어질 전투는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보통의 전투라 하면 적을 죽이는 게 목적인 살殺의 행위. 그러나 협회를 지키고 있는 건 전쟁광 녀석의 권능에 휘말린 무고한 이들이었다.

그들을 죽일 수는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들이대는 것. 그것이 망할 전쟁광 녀석이 진정으로 바라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전쟁광 녀석을 처치하면 그들 모두가 정신을 차릴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전투는 죽이는 게 아니라 제압의 전투가 되어야만 한다.

안타깝게도 가디언의 능력은 제압보다는 죽이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 더욱이 윌리엄과 닉 아재와의 격렬해질 전투를 생각해 보면 녀석들과의 동행은 불가하다.

“걱정은 사양할게. 이번 전투를 위해 준비한 게 있으니까.”

그리 말하며 조금 전 의상의 방에서 꺼낸 법의를 보여줬다.

'그렇군요. 이해했어요, 마스터."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주군.」

“쳇! 재미없어.”

“안심."

법의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녀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모르니까 경계 단단히 하고.”

물론 괜한 걱정이다.

지구상에서 제일 안전한 곳이라면 바로 이곳이다.

각종 마법 함정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완드, 심지어 마스터의 영역을 넘어선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곳 아닌가.

그 당부를 마지막으로 흘리드스칼프에 손을 가져갔다.

[흘리드스칼프가 왕좌의 주인, 이연우에게 반응합니다.]

[현재 사용 가능한 능력은 ‘확성’, ‘공간 전이’,‘천리안’이 있습니다.]

“공간 전이.”

[어디로 이동하겠습니까?]

“미국 샌프란시스코, 초인 협회 본부.”

[검색 중...]

[삑!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공간 전이를 방해하는 강력한 힘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흘리드스칼프의 능력으로도 결계를 뚫는 건 무리로군.

“장소 변경.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니언 스퀘어.”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니언 스퀘어로 이동합니다.]

공간 전이의 승인과 함께 몸이 붕 뜨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유니언 스퀘어. 한때는 그 자체만으로도 유명한 곳이나 지금은 초인 협회 본부의 인근이 되어버린 장소였다.

*

팟!

주변 사물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평소라면 많은 사람으로 붐볐을 광장. 유니언 스퀘어에는 인적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당연한 일.

근방의 초인 협회에서 인류를 향한 전쟁을 선포했으니 벌써 대피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탓!

광장을 가로질러 북쪽으로 빠르게 나아갔다.

도심 사이를 빠르게 가로질러 도착한 곳은 궁전을 연상케 하는 푸른색 건물. 바로 초인 협회를 상징하는 본부였다.

“이곳은 접근 금지 지역입니다.”

그 누구보다 먼저 나를 반긴 건 울퉁불퉁한 근육을 자랑하는 미국의 초인들이었다.

윌리엄과 닉 아재의 선전포고로 본부 인근을 봉쇄하고 있었던 것.

“어, 어? 다, 당신은...?”

"창왕?!”

초인 랭킹 12위의 창왕. 그거 하나면 모든 게 설명된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기꺼이!”

접근을 막고 있었던 미국의 초인들이 길을 텄다.

그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자 협회 본부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이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미국의 거대 길드와 유명 초인들이 모두 모여 있다.

갑작스러운 초인 협회의 폭주를 막기 위한 것. 물론 우선은 협상과 대화가 우선이 되어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본부 안으로 들어서지 못한 상태였다.

전쟁의 기사, 녀석이 펼쳐놓은 차원의 결계를 뚫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천만다행이다.

만약 이들이 결계를 깰 수 있었다면 벌써 전쟁이 발발해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려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온 이상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창왕!”

"창왕이다!”

내 등장에 장내에 동요가 일었다.

초인 협회라는 거대 단체의 도발이었지만, 일단은 미국의 일이었다. 타국의 초인이 간섭하는 건 드문 일일 수밖에 없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창왕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모든 게 프리 패스였다.

진을 치고 있던 초인들의 양보로 결계가 펼쳐진 영역. 그 경계선 앞에 설 수 있었다.

“강력한 결계가 펼쳐져 있어서 접근할 수가 없는 상태일세.”

안면이 익은 이가 말을 걸어왔다.

미국, 피닉스 길드의 수장이자 랭킹 105위의 레이 헨더슨.

50대의 나이에도 여전히 정정한 초인계의 노장 격인 어르신이었다.

“결계는 깨면 그만이죠.”

누구나 알지만 실행할 수 없었던 일. 그러나 나는 그게 가능하다.

[아이템 자유 사용권(1시간)을 여의금고봉如意金適擇에 사용하겠습니까?]

[아이템 자유 사용권(1시간)을 긴고緊植에 사용하겠습니까?]

[Yes /No]

세트로 묶인 2개 아이템의 제한을 해제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아오스 플레이어 중에서도 고렙, 그것도 고인물이라 할 수 있는 이들만이 알고 있는 궁극의 세트 효과를 발동하기 위해선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펄럭!

조금 전 의상의 방에서 가져온 투전승불의 법의를 걸쳤다.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투신, 손오공의 기운이 스며듭니다.]

[여의금고봉이 온전히 당신을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긴고의 힘이 강화되지만, 불살不殺의 금제가 당신을 옭아맵니다.]

기묘하게 구부러진 금빛 머리띠와 금색 띠를 두른 적색 봉, 그리고 품이 넉넉한 법의까지. 아이템과 함께 세트로 묶여 있던 의상이 한 자리에 모이면서 투전승불 스킨이 완성되었다.

"커져라, 여의.”

쑤욱!

의지가 닿은 순간 여의금고봉은 빌딩만 한 크기로 몸집을 불렸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이 크고 아름다운(?) 봉을 결계로 휘두르는 것!

쿠콰콰쾅!

여의금고봉과 결계가 충돌했고,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장내를 휩쓸었다.

콰창!

장내에 선명하게 울려 퍼진 굉음. 그것은 지금껏 초인 협회 본부를 막고 있던 결계가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마, 맙소사!”

“결계가...”

어마어마한 위력에 장내의 모두가 넋을 잃은 표정이다 그러나 진짜는 시작도 안 했다.

지금부터 전쟁광 녀석에게 휘둘리고 있는 이들, 그들의 정신이 번쩍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신나는 매타작을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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