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고인물 파티는 최악의 던전에 입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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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녀석이 하는 거 봐서.”
태세를 전환한 녀석에게 단호히 말했다.
“어이쿠, 여부가 있겠습니까. 평생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형님!”
인사가 서툰 어린아이처럼 팔을 곧게 뻗은 채 90도로 허릴 숙인다.
존경을 표하는 것 같지만, 그 속내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다.
지면을 향한 녀석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을 것이다.
복종하는 척만 하는 중이다.
내가 알기로 아흐메디, 이 천재 마도사는 굴복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녀석이었다.
그건 과거의 기억만 봐도 알 수 있다.
무신에게 패한 녀석은 지금과 같이 형님이라 부르며 그를 따랐지만, 단 한 번도 진심으로 복종한 적이 없었다.
바하무트와 동반 자살한 것도 무신을 꺾지 못한 분풀이였을 뿐, 그 이상의 의미가 없었을 게 빤했다.
“인상 풀어라. 다 보인다.”
“...”
역시.
정곡을 찔렸는지 말이 없다.
지금도 이를 갈고 있을 게 분명하다.
다짐하고 또 다짐하겠지. 언젠가는 나를 뛰어넘어 이 치욕을 갚겠다고.
나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천재인데 노력까지 더해진다? 그 성장 속도는 짐작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빌어먹을 군주들의 위엄을 뚫기 위해서는 과거 실패작으로 남았던 궁극의 마법이 필요하다.
지구상에서 그것을 완성할 수 있는 건 아흐메디가 유일. 그렇기에 종말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천재 마도사의 성장이 급선무였다.
그리고 나에겐 녀석을 빠르게 성장시킬 방법이 있었다.
“지금 당장 떠날 생각인데, 괜찮지?”
“음...”
재촉하는 내 말에 고갤 든 녀석이 주변을 둘러본다.
그 시선이 고정된 곳에는 여전히 의식을 잃은 중년의 남성이 있었다.
그는 아흐메디의 삼촌이다.
삼안의 특성이 개안하면서 일어난 마력 폭발로 친형과 형수, 그리고 가족을 잃어버린 이. 그 비극적인 사실로만 본다면 아흐메디를 향한 폭력이 정당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죽이게?”
하지만 진실은 전혀 다르다.
사실 삼촌이란 작자, 저 녀석은 쓰레기 중에서도 핵폐기물 급의 쓰레기였다.
성도착증. 그중에서도 소아에게만 성욕을 느끼는 악질적인 변태 새끼.
형과 형수의 눈을 피해 아흐메디에게 매번 검은 손길을 뻗쳤고, 상습적인 그 행위로 인해 잠재되었던 삼안의 특성이 개안하게 된 것.
결국, 그 일로 부모를 잃게 된 본래의 자아가 삼안의 자아를 봉인하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
정작 죽어야 할 녀석은 자신의 욕망과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아흐메디를 고문하고 있었고, 그 기억은 삼눈깔에게 지울 수 없는 치욕으로 남아 있을 터였다.
“제가 손 좀 봐줘도 되겠습니까, 형님?”
그 말에서 깊은 원한이 느껴진다.
녀석에게 남은 유일한 미련이라면 저 쓰레기의 처리일 것이다.
“마음대로 해. 그러려고 살려둔 거니까.”
마땅히 죽어야 할 녀석을 살려둔 건 그것이 아흐메디의 몫이기 때문이었다.
“볼일 봐.”
녀석이 편하게 일을 볼 수 있도록 조금 먼 곳으로 피해 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끄으아아악!”
흡사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끔찍한 비명이 아련하게 울려 퍼졌다.
결자해지結者解之.
원한이란 것도 결국,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하는 법이었다.
*
“너희가 형님의 똘마니들이냐?”
집에 도착한 삼눈깔이 가디언들과 임수아를 보며 내뱉은 첫 마디였다.
“마스터. 이 소녀는 누구...”
“소녀? 누구 보고 건방지게 소녀래!”
파트로나의 말을 끊은 녀석이 그 커다란 눈을 부라린다.
“에헴. 인사 올려라. 오늘부터 형님의 아우, 그리고 너희들의 형님이 될 아흐메디 샤다. 편하게 아흐메디 형님이라고 불러도 좋다.”
“...”
일순 장내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크큭. 이거 완전 또라이네. 완전 내 취향이잖아?”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바포르였다.
미친놈은 미친놈을 알아보는 법. 단번에 자신과 같은 부류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어허! 소녀가 어찌 그런 망발을 입에 담을 수 있단 말이냐. 자중하라!”
고지식한 아만은 당장에라도 회초리를 들 기세.
“바보. 둘. 심각. 탄식.”
바포르와 아흐메디를 번갈아 바라보던 젤루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 리본 너무 잘 어울린다!”
“수아 언니. 그거 말고 이 머리띠는 어때요?”
“그것도 잘 어울리네.”
“그죠?”
파트로나와 임수아의 반응과는 비교할 수 없다.
눈을 부라리든 말든 아흐메디의 양쪽에 선 두 사람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귀여운 소품을 들이대며 종이 인형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다.
“에, 에잇!”
하지만 욕쟁이 현자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쿠콰콰!
특유의 4대 속성 마력을 내뿜으며 사나운 존재를 드러냈다.
“이것들이 장난인 줄 아나? 야, 여기 대빵 누구야? 나랑 1:1로 붙어. 아주 작살을 내버릴 테니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내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었다.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 녀석들의 눈빛에 담긴 의미를 읽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좋을 대로 해. 단, 너무 심하게 다루지는 말고.”
“그렇다면 제가!”
가장 먼저 앞으로 나온 건 아만이었다.
아무래도 고지식한 녀석은 아흐메디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고 싶었을 것이다.
“소녀여. 품행이 올바르지 못한 너에게 내 참된 길을 가르쳐 주겠노라.”
“지랄! 사내새끼가 왜 이렇게 입이 길어? 넌 입으로 싸우냐? 쫄았냐? 쫄았지? 그치?”
“...”
역시 초딩의 말발을 감당하는 건 무리다.
“따라오도록...”
“오냐. 누가 겁낼 줄 알고. 한 번만 봐달라고 질질 짜지나 마시지.”
...
“자, 잘못했습니다. 형님.”
결과는 금방 나왔다.
정원에서 행해진 대련의 결과는 아만의 압승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아만은 마스터 레벨. 게다가 숙련도 노가다를 통해 레벨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손에 넣은 뒤였다.
게다가 녀석은 전설 등급을 자랑하는 가디언. 재능으로만 봐도 아흐메디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었다.
“앞으로 작은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형님.”
결국, 입만 터는 녀석의 최후는 비참할 수밖에 없다.
“끄끄끅. 눈탱이가밤탱이가 되었대요.”
하지만 녀석의 수난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또라이. 같은 부류인 바포르가 옆에서 속을 긁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씨부우럴! 너 인마. 내가 비록 아만 형님에게 패했지만, 네 녀석에게도 질 것 같냐?”
“응.”
“미친! 따라와! 울고 불며 빌어도 봐주지 않을 테니 각오해.”
“응.”
...
“어허헝! 잘못했어요.”
염제의 불꽃에 의해 시꺼먼 숯덩이가 된 아흐메디가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런데 저 멍청한 녀석의 기행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서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차례로 가디언에게 덤벼들었고, 연이은 패배를 경험했다.
그나마 평범해 보이는 임수아에게 온갖 욕설로 도발을 땡겼으나 곧이어 모습을 드러낸 루시페르 인형 앞에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고 말았다.
“형님들 막내가 인사 오지게 박습니다.”
괜히 서열을 정하겠다고 나섰다가 본전도 못 찾았다.
내가 보기에 녀석은 현자가 아니라 멍청이다. 그것도 뇌에 우동사리만 든 똥 멍청이 말이다.
“그럼, 서열은 다 정해진 거지?”
사실 그 서열이라는 것도 웃기다.
아흐메디를 제외한 모두가 동격, 결국, 녀석만 막내 노예로 당첨된 것이다.
“그럼 출발할 테니까 다들 준비하고 있어.”
서열 싸움이 한창인 동안 미리 말해뒀었다.
곧 던전으로 이동할 거라고.
“재차 강조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했던 곳과는 차원이 다를 테니 단단히 준비해둬.”
“만전입니다. 출정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주군.”
이미 모두가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문제가 있다면 이동 시간이었다.
나와 가디언만 간다면 흘리드스캴프를 통해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을 테지만, 이번 던전 공략은 임수아, 그리고 아흐메디도 동행해야만 했다.
“이럴 때는 콜택시를 불러야지.”
물론 이동시간을 놀랍도록 단축할 만한 인물을 알고 있었다.
인벤토리 안에 고이 모셔둔 아이템. 아니, 아이템이 아니라 아티팩트를 꺼냈다.
언뜻 보기엔 빈 소라 껍데기다.
하지만 이건 그냥 소라 껍데기가 아니라 원탁의 기사들에게 주어진 감응의 아티팩트, 마법의 소라였다.
서로 떨어져 있어도 마법의 소라를 가지고 있는 사람 간 연락이 가능하다.
「멀린, 멀린. 급해요. 빨리 제가 있는 곳...」
사람이 가장 궁금할 때가 언제라고 생각하는가?
그건 바로 하던 말을 중간에 끊는...
콰아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오른쪽의 공간이 찢겨 나갔고.
“뭐야, 무슨 일이야? 왜 하던 말을 마저 하지 않는 건데!”
그곳에서 당황한 멀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착했다. 단숨에 우리 일행을 뉴질랜드 로토루아로 이동시켜줄 택시가 말이다.
*
슈웅!
약간의 현기증과 함께 곧바로 목적한 곳, 뉴질랜드의 로토루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너 이 녀석...”
하지만 멀린은 자신을 택시 취급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말했잖아요. 이게 다 인류에 닥치려는 재앙에 대비하는 일이라고.”
“그래. 그래. 그 유명하신 창왕의 말씀이신데 어련하겠습니까.”
논리적인 부연 설명은 없었지만, 그냥 넘어가 준다.
이제 창왕이라는 신분이 되었으니 멀린 아재도 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 그리고 돌아갈 때 호출할 테니까, 아시죠?”
“후우. 알았다.”
개인택시로 전락하고만 멀린이 공간을 넘어 사라진다.
사실 공간 이동이라는 마법에 빠지면 비행기나 자동차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밖에 없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시간이 금 아닌가.
이렇게 계속 멀린 아재의 도움을 받는 것도 민망하니 개인택시를 마련하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만 같다.
물론 그건 이 일이 끝나고 나서겠지만.
“와, 정말 아름다운 곳이네요!”
주변 경관을 감상하던 파트로나와 임수아가 감탄을 터뜨렸다.
“뉴질랜드의 오로투아라는 곳이야.”
현재 있는 곳은 뉴질랜드의 오로투아. 특히 이곳은 숲의 정령이 산다고 알려진 레드우드 숲 앞이었다.
광고에서나 볼 법한 대자연의 광경이 펼쳐져 있으니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내 관심사는 경관이 아니었다.
“젤루, 감지해 봐.”
“예스.”
고개를 끄덕인 젤루가 손뼉을 치며 주변으로 마력을 뻗었다.
“이동. 조심.”
뭔가를 감지한 듯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모두 젤루 곁을 벗어나지 마.”
단단히 주의를 준 후 젤루를 따라 이동했다.
주의할 수밖에 없다.
사실 이곳 레드우드 숲에는 대상의 감각을 빼앗아 버리는 강력한 결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정해진 때가 아니라면 접근할 수 없는 곳. 하지만 결계사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젤루는 그 길을 강제로 여는 중이었다.
녀석은 마치 술에 취한 사람처럼 어지러이 걷다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아무래도 젤루 형님이 미친 것 같은데요, 큰형님?”
“쉿. 막내야. 저 녀석 은근히 소심해서, 괜히 건드렸다가 본전도 못 찾는...”
젤루의 따가운 시선에 바포르가 말문을 닫았다.
젤루를 따라 이동하길 한참, 마침내 주위의 경관이 바뀌기 시작했다.
“맙소사!”
“이건 마치...”
바뀐 경관을 모를 수가 없다.
세상 모든 것이 회색으로 물든 듯한 색다른 공간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들었던 대로다.
회색의 숲.
평범한 뉴질랜드 출신의 마법사 지망생을 단숨에 대지의 마도사, 랭킹 100위 안으로 이끌어준 그 장소.
회색의 숲을 가로질러 전진했고, 우리를 반긴 건 세상의 끝과도 같은 절벽이었다.
협소한 절벽의 끝. 그곳에 있는 건 인간의 얼굴이 조각된 거대한 바위였다.
“자격의 바위...”
역시, 그가 말했던 내용은 진실이었다.
종말이 본격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자신이 얻은 기연에 대해 풀어놓기 시작했다.
작은 희망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서로의 기연을 공유하고,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실력자가 나올 수 있도록 정보를 풀기 시작한 것이다.
수많은 기연 중에서도 내가 주목한 건 대지의 마도사, 윈턴 루퍼의 것이었다.
그것은 흔히 말하는 속성 던전이었다.
던전을 클리어할 경우 강력한 속성의 힘을 얻어 그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곳.
뒤늦게야 알려진 사실이지만, 윈턴 루퍼를 맞이한 속성 던전은 보통의 것과는 달랐다.
“마스터?”
상념에 빠진 날 깨운 건 파트로나였다.
“아, 미안.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그리고 이끌리듯 바위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의 얼굴과 같은 형상의 바위 앞에 섰을 때.
그그긍-
바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진동하는 게 아니라 조각된 얼굴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자격을...증명하라...그리하면...길이...열릴 것이다.」
뇌에 직접 말하는 것처럼 웅웅거리는 의지가 전해졌다.
그긍, 그그긍!
동시에 얼굴의 이마 부분, 그곳에 특별한 형상이 나타났다.
누가 봐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그 표식은 땅, 불, 바람, 물, 빛, 그리고 어둠의 6개 속성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윈턴 루퍼는 이곳에서 강력한 대지 속성의 힘을 얻었지만, 사실 이곳은 하나의 속성을 얻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무려 6개의 속성을 얻을 수 있는 정말 특별한 곳.
물론 그 모든 것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조금 특별한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말이다.
“막내야. 네가 나설 차례다.”
멀뚱히 바라보고 있던 아흐메디를 불렀다.
“네? 저요?”
“그래. 네가 가진 마력을 이곳에 쏟아 넣어봐.”
내가 가리킨 곳은 얼굴 형상을 한 바위였다.
“여기에요? 왜요? 먹을 거라도 나와요?”
“응. 먹을 거 나오니까 닥치고 좀 해.”
“예, 예예. 알겠습니다, 형님.”
의심이 많은 초딩이 바위 앞에 섰다.
“으라차차차차!”
바위에 손을 댄 녀석이 젖먹던 힘을 다해 자신의 마력, 4대 속성을 끌어올렸다.
지이잉-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이마를 장식한 6개 속성 형상이 점차 뚜렷한 색깔을 띠기 시작한 것이다.
“헥헥. 이, 이게 한계인데요, 형님?”
아흐메디가 지닌 4대 속성의 힘은 바위에 새겨진 형상의 반을 물들였을 뿐이다.
「이것이...너희의...자격인가...?」
다시금 바위의 의지가 전해진다.
“아니. 그럴 리가 있나.”
아흐메디의 역할이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 정도로 끝낼 거였으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다.
“시작해.”
아흐메디를 시작으로 가디언들이 본인의 마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화르륵!
바포르가 지닌 힘, 염제의 불꽃이 주입되자 불의 형상이 완전히 붉게 물들었다.
젤루가 가진 빙결의 마력은 물의 형상을 푸르게 물들였으며, 아만이 지닌 죽음의 마력은 어둠을, 파트로나의 신성력은 빛의 형상을 밝혔다.
불과, 물, 빛과 어둠의 형상이 모두 완연한 색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욕심이 많은 나는 이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요동치는 대지의 비약’을 사용하겠습니까?]
[Yes /No]
복용하는 즉시 대상의 마력을 대지 속성으로 바꿔주는 물약을 복용한 후 모든 마력을 바위에 쏟아부었다.
그렇게 바람을 제외한 다섯 개 속성이 본래의 색을 찾았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찰랑-
성배에 담긴 포도주를 마셔 소모했던 모든 마력을 회복했다.
[‘나부끼는 바람의 비약’을 사용하겠습니까?]
[Yes /No]
성배의 힘으로 차오른 마력을 바람 속성으로 바꿨다.
그리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본래의 색을 되찾은 6개 형상이 찬란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자격은...증명...너희의 용기...시험...」
마지막 의지를 전달한 바위가 입을 벌렸다.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는 공간. 그것은 던전의 입구가 분명했다.
“준비 단단히 해둬. 이 입구 너머는 절대로 쉬운 곳이 아닐 테니까.”
모두에게 똑똑히 일러뒀다.
자격을 증명했으니 남은 건 자격에 어울리는 용기, 즉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6개 속성을 모두 밝힌 만큼 그 난이도를 상상을 초월할 터.
장담하건대 이곳은 현재 지구에 생성된 던전 중 가장 높은 난이도, 최악의 던전일 게 분명했다.
“그럼, 가자.”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던전의 입구로 마침내 발걸음을 옮겼다.
[육혼六魂의 모든 충족 조건을 완성했습니다.]
[지금껏 생성된 적 없었던 육위계六位界 던전이 열립니다.]
[경고합니다. 이곳은 매우 강력하고 위험한 적들이 도사리고 있는 최악의 던전입니다.]
[‘던전 : 정령의 무덤’으로 입장하겠습니까?]
마치 이곳은 함부로 접근할 수 없다는 듯 경고를 전해온다.
하지만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난이도가 높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던전을 클리어했을 때의 보상도 어마무시하다는 말 아니겠는가.
준비는 충분하다.
나와 가디언, 그리고 임수아와 아흐메디 모두가 던전 입구를 향해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