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고인물은 이무기도 사냥합니다
==============================
「속보입니다. 대한민국 초인 협회의 전 지부장이었던 전두만 씨와 휘하 협회 직원 100여 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경찰 측에서는 초인들의 전투로 규정짓고 수사를 종결했으며...」
「현역 시절 하이 랭커였던 전두만 씨와 협회 직원들을 상대로 싸운 이가 밝혀졌습니다. 현재 블랙 포탈 사태를 막아내며 단숨에 초인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이연우 씨...」
「초인의 힘을 상실한 전 지부장 전두만 씨를 대신해 김영빈 지부장이 선임되었습니다. 김영빈 지부장은 그간 고착화한 협회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개혁을 선언했으며...」
「전 초인 협회 지부장인 전두만 씨와 협회 직원들의 비리가 밝혀졌습니다. 개혁을 선언한 김영빈 지부장은 추악한 그들의 죄상을 낱낱이 밝히며 다시금 새로운 협회로 거듭날 것을 선언했습니다. 더불어 초인 협회 본부에서도 그들의 죄상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전 세계의 관심이 이연우 씨에게 쏠리고 있습니다. 블랙 포탈을 막은 것은 물론 하이 랭커 100여 명과의 전투를 승리로 장식한 그 활약을 초인 협회 본부도 주시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조만간 정식 조사대를 파견, 이연우 씨의 그간 행적을 랭킹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대한민국 유일의 랭킹 500위 진입이 눈앞입니다. 많은 전문가는 이연우 씨의 랭킹이 최소 200위권 안, 일부는 충분히 100위권 내에도 진입할 수 있을 정도라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한 주간의 이슈. 오늘의 영상은 전 세계의 이슈기도 하죠. 하이 랭커 100명과 이연우 씨와의 대결이 찍힌 영상입니다. 우연히 그 광경을 촬영한 시민분의 제보로 입수한 영상, 함께 보시죠.」
화질이 좋지 않은 흐릿한 영상. 대부분 모자이크로 처리된 그건 나와 전두만, 그리고 그 똘마니들의 전투를 찍은 것이었다.
저건 또 언제 찍었대?
분명 주변 시민들은 메투스의 피어로 정신이 반쯤 나갔을 텐데.
이야. 그 상태에서 영상을 찍을 정신이 남아 있는 정도면 일반인이 아니라 초인으로 인정해야 할 정도다.
삑!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확인하곤 TV를 껐다.
예상과 다르지 않다. 발 빠르게 움직인 김영빈 덕분에 여론은 내 편이었다. 아니, 내 편인 정도가 아니라 이건 뭐 영웅으로 추앙하는 중이다.
뭐, 당연한 현상이다.
누가 봐도 지탄받을 학살과 추악한 범죄가 아니라면 랭커들은 법으로 다스리기가 매우 힘들다.
다만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건 그보다 더 강력한 힘을 지닌 초인들뿐이었다. 그렇기에 초인 협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협회의 부패와 함께 그 영향력이 조금 감소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본부를 비롯한 러시아 중국 지부의 기둥, 전승의 힘을 지닌 괴물들이 존재하기에 그나마 이 무법천지의 세계가 돌아가고 있다는 것.
마구잡이로 날뛰는 건 금물이다.
미국에서 파견된다는 조사대는 단순히 랭킹 데이터를 모으려는 게 아닐 테니까. 갑자기 활약하기 시작한 나를 위한 조사, 어쩌면 그 일을 위해 괴물들이 동원될 수도 있다.
“혹 방문을 받는다고 해도 그 괴물들을 이길 정도로 성장해야겠지.”
전승의 힘이란 게 아무리 사기적이라 해도 그들을 이기지 못할 정도면 종말을 막을 수 없다.
최소한 그들 모두가 덤벼든다 해도 이길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인 힘. 그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그 키가 되어줄 열쇠 하나를 손에 쥐고 있다.
TV 리모컨 대신 탁자 위에 있던 핸드폰을 쥐었다.
현재 내 단축번호는 단출하다. 진우 아저씨가 1번, 그리고 2번에 저장된 건 임수아였다.
꾸욱.
2번을 길게 눌러 통화를 시도했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로 익숙한 음성이 들린다.
“마음의 결정은 내렸나요?”
신변 정리를 위해 잠시 고향에 내려보냈다.
종말을 막기 위한 일이다. 당연히 각종 위험에 노출될 테고, 어쩌면 뜻하지 않게 죽을 수도 있다.
나는 고아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가족이라는 따뜻한 품이 있었다.
고향으로 돌려보낸 건 신변 정리를 하라는 것도 있지만, 겁이 난다거나 부담스럽다면 그냥 남아도 된다는 내 의지기도 하다.
「지금 당장 올라갈게요.」
비록 수화기에서 들리는 음성이지만, 확고한 결의가 느껴진다.
막상 가족을 보게 되면, 따뜻한 그 품에 있게 되면 물러질 텐데도 단단히 결심을 굳힌 것 같다.
“아뇨. 올라올 필요는 없어요. 우리가 만날 곳은 계룡산이니까.”
오늘의 일정은 계룡산이다.
그곳에 임수아에게 필요한 물건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
“그런데 계룡산에는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인적이 드문 산지를 오르던 중 임수아가 물었다.
부지런히 걷던 걸음을 살짝 늦추며 그녀를 응시했다.
초인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핑크색 트레이닝복이 퍽 인상적이다.
이 아가씨는 정말 답이 없다.
“수아 씨에게 꼭 필요한 게 여기 있어서요.”
“제게 필요한 거라뇨?”
순진무구한 눈빛을 보내온다.
그럴 만도 하다. 아무리 인형의 기억을 공유하며 초인으로 활동했다지만, 그건 잠재의식에 가까웠다.
깨어난 그녀는 초인이라기보다는 일반 시민에 가깝다는 말이다.
“자, 여기서 문제. 수아 씨 본인과 여기 파트로나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임수아의 시선이 파트로나에게 향한다.
은은한 미소를 지은, 절로 후광이 비치는 그 모습을 훑던 임수아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졌다.
“크, 크기가 다르네요...”
“네?”
순간 잘못 들었나 반문했지만, 임수아의 시선이 고정된 곳을 따라가면 곧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아니. 물론 가슴 사이즈도 넘사벽...”
“마스터!”
짝!
덩달아 빨개진 파트로나의 등짝 스매싱이 그대로 작렬했다.
“...거길 보라는 게 아니고. 복장을 보라는 뜻이었습니다.”
여전히 붉은 얼굴이 다시금 파트로나의 복장을 훑는다.
가슴 쪽에서 움찔 놀라던 임수아는 이제야 자신과 파트로나의 차이를 깨달은 모양이다.
“아티팩트!”
“정답. 핑크색 트레이닝복이 아무리 활동성이 좋아도 아티팩트와 비교하는 건 무리죠.”
현재 파트로나를 비롯한 가디언들은 레벨의 상승과 함께 제한이 높은 아이템을 착용한 상태였다.
하지만 임수아는 어떤가. 이제 막 깨어난 그녀에게 아티팩트와 같은 초인 전용 무구가 존재할 턱이 없다.
아이템을 전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
바빌론의 아이템은 나와 가디언이 아니면 착용 불가능했다. 아무래도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 우리만 착용이 가능한 모양.
못내 안타까웠다. 임수아의 구현 능력이 기본적으로 사기라 해도 아티팩트의 도움 없이는 위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 히든카드가 되어줄 수 있는 그녀의 전력은 우리의 성장만큼 중요하다.
이번 계룡산행은 그녀의 전력을 상승시키기 위한 내 계획의 일환이었다.
“혹시 이곳에 던전이라도 있는 건?”
호오.
순진무구한 저 눈망울과는 달리 제법 눈치가 있다.
“정답. 이곳 근처에 일용할 양식이 되어줄 던전이 있죠.”
나는 미래에서 왔다.
활동 기간은 길지 않지만, 그래도 한때는 초인이었던 탓에 각종 포탈의 등장 시기와 던전, 그리고 탑에 대한 정보를 지니고 있었다.
“여기쯤이었던 것 같은데.”
물론 그 모든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
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현장의 사진만 확인했을 뿐이다.
멈춰선 채로 주변을 훑었다.
핏기가 선명한 거대한 바위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콰콰콰.
작은 폭포 위에서부터 떨어지는 물줄기가 웅덩이를 만드는 곳.
“젤루.”
호명에 반응한 젤루가 기운을 일으켰다.
솨아아.
녀석의 주변으로 모이는 건 평소의 냉기가 아니었다.
안개와도 같은 순수한 마력. 그것이 녀석의 양손에 모이기 시작했고.
짝!
손뼉을 치자 그 마력의 파동이 주변으로 뻗어 나갔다.
자세히 보면 그 마력의 흐름이 거미줄과 같이 촘촘하게 연결된 것을 볼 수 있다.
“결계. 확인.”
빙결과 결계의 힘을 다루는 술사. 그것이 바로 젤루다.
계룡산 주변에 펼쳐진, 감쪽같은 결계를 탐지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핵은?”
“바위. 부순다.”
과연 내 기억과 다르지 않다.
저 큼지막한 바위야말로 결계를 유지하고 있는 핵이다.
“하압!”
힘찬 기합성과 함께 바포르 녀석이 도약했다.
화르르!
소멸의 불꽃으로 타오르는 주먹이 바위를 가격했고.
콰앙!
굉음과 함께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도저히 뼈와 살로 이루어진 맨손이라고 볼 수 없는 파괴적인 위력.
지잉-
그리고 놀라운 현상이 나타났다.
막다른 곳이었던 폭포와 웅덩이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한 건 협곡이었다.
아무리 봐도 인공적으로 생성된, 음산함을 더해주는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협곡.
그곳을 향해 걸음을 떼었다.
[‘던전 : 이무기의 서식지’로 입장하겠습니까?]
귓가로 파고드는 알림은 이곳이 목표로 한 곳임을 명백히 나타내주고 있었다.
나와 함께 가디언, 그리고 임수아가 협곡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지잉-
익숙한 이명과 함께 주변 사물이 빠르게 바뀌었다.
마침내 모든 변화가 끝이 났을 때 내 앞에 나타난 건 거대한 호수였다.
스산한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그곳에는 검은 실루엣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는 인간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 그만 돌아가 주지 않겠느냐?」
웅후한 음성, 아니 의지가 뇌리에 박혀들었다.
그 주인이 누군지는 빤했다. 저기, 호수에 보이는 검은 실루엣의 주인. 지금쯤이면 999년 하고도 300일 정도 묵은 이무기다.
“싫은데?”
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답은 하나였다.
「인간이여, 그대의 능력이 대단히 뛰어난 것은 알고 있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곧 있으면 나는 천 년의 수행을 마치고 마침내 용이 되어 승천할 수 있다. 이 기간에 살생은 금지된 바. 수행하는 존재를 위해 조금만 배려를 보여주면 안 되겠느냐?」
그 말은 사실이다.
녀석은 그냥 이무기가 아니라 목적했던 수행의 시간 천 년, 승천을 눈앞에 둔 예비 용 되시는 분이다.
분명 존중을 보여야 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승천 좋아하고 자빠졌네. 네가 승천의 호수를 차지하기 위해 죽인 생명이 얼마나 되는데. 승천은 아무나 하는 줄 알아? 내가 장담하는 데 너 새끼는 청룡靑龍이나 황룡黃龍이 아니라 악룡惡龍이 될 게 빤해.”
녀석이 정말 청룡이나 황룡이 된다면 굳이 건드릴 이유가 없다. 두 존재 모두 이 땅의 수호신이 되어줄 수도 있는 길한 존재이니까.
하지만 녀석은 길한 존재가 될 수 없다.
승천의 호수를 차지하기 위해 같은 이무기는 물론 숱한 영물을 죽였다.
그것은 피로 물든 수행. 아무리 천 년 동안 살생을 금했다 해도 녀석에게는 지워지지 않는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 핏자국은 결국, 녀석을 악룡으로 만든다.
과거, 공주시를 그야말로 초토화시켰던 재앙의 근원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이!」
구구궁!
녀석의 분노로 인해 대기가 진동하며 호수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것 봐라. 천 년 가까이 수행한 새끼가 이딴 도발에 넘어오는 데 청룡은 무슨. 네 녀석의 미래는 악룡이 빤하다.
[‘용살자의 피’를 사용하시겠습니까?]
[Yes / No]
전투의 징조를 느끼며 물약을 사용했다.
[용살자의 피를 복용했습니다.]
[지금부터 5분 동안 모든 용족 적에 대한 공격력이 100% 상승합니다. 모든 용족의 특별 권능에 대한 저항력이 대폭 상승하며 용의 비늘을 보다 쉽게 뚫을 수 있습니다.]
[중독도가 50%에 달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중독도가 100%에 이르면 각종 위험한 상태 이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오옷!
체력이 대폭 상승해 중독도 제한이 많이 줄었다. 하지만 아직 두 개를 온전히 사용하기엔 무리다.
뭐, 대수롭지 않은 사실이다.
어차피 여기선 두 개를 복용할 필요가 없다.
물약보다 더욱 쓸 만한, 대단한 물건이 내게 있으니 말이다.
「당장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살계를 열리라!」
역시 악룡. 분노조절장애가 분명하다.
하지만 네 녀석이 이걸 보고도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거다.
“이거나 먹어라!”
인벤토리에서 꺼낸 건 긴 꼬챙이였다. 아니 그냥 꼬챙이가 아니라 특별한 존재의 머리를 매달고 있는 꼬챙이다.
「흐, 흐읍?!」
그것을 본 녀석이 당황한다.
[적룡왕 플람메우스와 마룡 테네브레의 머리가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영향 범위 내에 있는 모든 용족의 능력치가 대폭 하락하며 때때로 극도의 두려움을 느껴 상태 이상이 발생합니다.]
[두 존재보다 격이 낮은 용족일 경우 그 영향력은 더욱 강해집니다.]
힘들게 레이드에 성공했던 적룡왕과 마룡의 머리.
격이 높은 존재의 시체는 때때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신룡의 땅을 다스렸던 적룡왕과 마룡의 머리는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더없이 좋은 재료. 당장 이무기 녀석의 반응만 봐도 그 영향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다.
스스스-
호수를 메우고 있던 안개가 사라진다. 그리고 호수에 똬리를 틀고 있던 존재, 이무기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무기라고 하면 거대한 뱀의 모습을 상상하지만, 녀석은 달랐다.
사실 이무기라기보다는 칠흑의 비늘을 가진 용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외형이었다. 다만 마지막 남은 머리가 아직도 뱀의 형상에 가깝다.
「이,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위엄이란 말인가...」
당황한 녀석이 몸이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놀라기엔 아직 이르다 이 새끼야.
「‘마룡의 독’을 신창에 바르겠습니까?]
[Yes / No]
물약은 두 종류가 있다.
직접 복용하여 각종 능력을 상승시키는 것, 그리고 남은 하나가 무기나 방어구에 바르는 오일 형태의 물약이다.
마룡의 독은 테네브레에게서 채취한 강력한 극독이다.
특히 같은 용족을 상대할 때 그 위력은 체감할 수 있다.
“용족으로 태어난 걸 불행으로 여겨라.”
적룡왕과 마룡을 처치한 결과 나와 가디언은 드래곤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스페셜리스트가 되었다.
이무기 녀석의 불행이라면 하고많은 또라이 중에 날 만났다는 것. 그리고 하필이면 용족이라는 점이다.
탓!
몸을 움직인 그 짧은 순간, 나는 어느새 녀석을 범위 내에 둘 수 있었다.
쉬익!
창에 힘을 주어 일직선으로 뻗어낸다.
그러나 극쾌의 찌르기는 손목의 스냅과 함께 파괴의 힘을 동반한다.
쿠콰콰!
사나운 대기의 흐름, 그 파괴적인 힘이 녀석의 몸통에 작렬했다.
「캬아악!」
용살자의 피와 마룡의 독이 함께하는 공격이다.
용의 비늘은 사실상 소용이 없다. 그렇기에 이성을 잃은, 금수의 울음이 나오는 게 당연했다.
[대단히 높은 격의 존재를 공격했습니다.]
[절정급 창법(Lv 2)이 1.5% 상승합니다.]
숙련도 올라가는 속도 봐라.
과연 천 년 묵은 이무기가 아닌가.
“애들아, 조져버려. 광란의 숙련도 노가다 시간이다!”
이무기야 미안해.
아쉽게도 넌 죽고 싶어도 쉽게 죽진 못할 것 같다.
*
「자, 잔인한 녀석, 이제 그만, 그만 죽여라...」
조금 전 격렬했던 전투로 호수의 물이 모두 말라버렸다.
온갖 디버프와 약점 공략에도 불구하고 이무기는 상당한 전투력을 보여주었다.
괜히 천 년 묵은 이무기가 아니다.
만약 개사기 아이템의 도움 없이 제대로 한 판 붙었다면 나나 가디언들도 꽤 고전했을 것이다.
“잘 가라. 다음에는 괜히 용 되겠다고 깝치지 말고.”
어차피 목적했던 숙련도도 달성했고, 더는 투닥거릴 이유가 없다.
녹색 피를 철철 흘리는 녀석을 응시했다. 수행의 기간을 채워 악룡이 되었다면 인류에 또 다른 재앙을 불러왔을 녀석. 그렇기에 가차 없이 녀석의 미간을 꿰뚫었다.
쿠웅!
거대한 몸체가 증발해버린 호수 바닥으로 무너지고.
[천 년을 수행한 이무기를 쓰러뜨렸습니다.]
[‘칭호 : 이무기 사냥꾼’을 획득했습니다.]
[충분한 경험을 쌓아 레벨이 상승합니다.]
[능력치 포인트 8개를 획득했습니다.]
[충분한 경험을 쌓아 레벨이 상승합니다.]
[능력치 포인트 8개를 획득했습니다.]
...
[천 년의 업을 쌓은 이무기를 처치하는 놀라운 업적을 이룩했습니다.]
[관리자가 당신의 업적을 치하하며 특별한 선물을 부여합니다. 인벤토리에 있는 선물을 확인해 보십시오.]
역시 은혜로운 이무기님이시다.
천 년의 업을 쌓으신 분답게 단숨에 10레벨이 상승한 것은 물론 칭호와 관리자의 선물을 획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녀석의 선물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후두둑!
던전의 최종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특별한 전리품을 얻을 수 있다. 마치 게임의 드롭과 같은 형태.
죽었다는 것을 알리듯 회색빛으로 물든 이무기 사체 주위로 떨어진 전리품을 확인했다.
예상했던 대로 마력을 증가시켜주는 각종 아티팩트가 쏟아져 나왔다.
“음?”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품목도 있었다.
과거 악룡 레이드의 전리품에 소개되지 않은 것. 그것은 오색의 영롱한 광채를 뿜어대는 둥근 구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