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고인물은 슈퍼 노비스로 썩어버렸습니다
===============================
예상이 적중, 아니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얼마 전, 임수아가 만든 인형인 루시페르를 공격해 1,000%라는 어마어마한 보너스를 얻었다. 물론 숙련도의 상승으로 인해 기껏해야 0.1%도 얻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지만.
자,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나는 숱하게 고민했고, 보너스라는 게 곧 상대가 지닌 격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격, 쉽게 말하자면 특정한 대상이 가지는 존재의 무게다.
물론 아직 지구에 등장하진 않았지만, 루시페르는 자신이 사는 세계에서는 지고한 존재일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1,000%라는 어마어마한 보너스가 책정됐을 테고, 그것은 갤러해드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사항이었다.
아서 왕과 원탁의 기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퍼진 신화이자 이야기다.
그들의 이야기와 노래는 감히 짐작할 수 없는 시간 동안 전해져 내려왔고, 그로 인해 격은 높아져만 갔다.
특히 갤러해드라 하면 원탁의 기사 중에서도 가장 고결하고 완벽한 기사라는 이명을 지녔을 정도의 중요한 인물이 아닌가.
물론 세월이 지나면서 추가되고, 변질한 부분도 많긴 하나 원탁의 기사 중 가장 뛰어난 기사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지금 내가 공격한 대상이 바로 그렇게 높은 격을 지닌 존재의 혼魂이자 의지였다.
생각해 보면 500%의 숙련도 보너스가 오히려 낮게 책정된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대단한 존재인 것이다.
퍼억!
그건 갤러해드의 일격에 튕겨 나가는 아만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크흑! 보통이 아니구나!”
먼 곳까지 날아가 겨우 멈춰선 아만. 좀처럼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녀석이 감탄사를 내뱉는다.
높은 격을 지니고 있다는 건 그만큼의 실력이 뒷받침된다는 증거.
갤러해드의 의지는 나와 가디언이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무례한 침입자여, 그 대가를 달게 받아라.」
석실을 지배하는 건 파트로나와 유사한 성聖 속성의 기운이었다.
찬란하진 않은, 은은한 휘광이 갤러해드의 몸 주변으로부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갤러해드는 유일하게 선택받은 성배의 탐색자. 신화가 사실이라면 그가 성 속성을 사용하는 것도 지극히 타당하다.
“낄낄.”
그렇기에 웃을 수 있다.
갤러해드와 같은 몰빵 속성은 내가 상대하기 쉬운 부류에 속하기 때문이다.
[‘천사의 깃털’을 사용하겠습니까?]
[Yes /No]
일단 명칭에는 깃털이 들어갔지만, 진짜 깃털은 아니다.
하얗고 투명한 액체가 든 물약. 인벤토리를 열어 그것을 사용했다.
[천사의 깃털을 복용했습니다.]
[지금부터 10분 동안 모든 성 속성 공격으로부터 당신을 보호하는 천상의 방패가 활성화됩니다. 이 효과는 활성화된 수치가 모두 감소할 시 자동으로 파괴됩니다.]
[중독도가 75%에 달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중독도가 100%에 이르면 각종 위험한 상태 이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효과만 보자면 일전에 사용했던 성좌의 가호와 비슷하다.
가장 큰 차이라고 한다면 물리 공격을 보호해주는 게 아니라 성 속성 공격을 방어하는 천상의 방패가 활성화된다는 것.
꿀꺽!
성스러운 갤러해드를 상대하기 위해 네 명의 가디언 모두가 천사의 깃털을 복용해 천상의 방패를 활성화했다.
“아만, 금제를 풀어!”
그리고 지금까지 아만의 능력을 제한하고 있었던 족쇄를 풀 것을 명령했다.
“기꺼이 명을 따르겠습니다.”
갤러해드의 강력한 한 방에 이를 갈고 있었던 녀석이 곧장 답했다.
드드득!
변화가 일어났다.
관절이 꺾이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살점이 녹아내리고 그 속에 감춰져 있었던 강철같은 검은 뼈가 드러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살점과 함께 사라진 눈. 어둠만이 자리하는 그 공간에 시퍼런 안광이 빛을 발한다.
인간처럼 변장하고 있었지만, 사실 아만은 죽음의 기사. 살아 있는 존재가 아닌 언데드였다.
「울부짖어라, 스톰브링어!」
녀석의 뼈로 이루어진 검, 스톰브링어가 제대로 형체를 갖추었다.
「사악한 기운이로다!」
아만이 진실한 모습을 드러냈을 때 갤러해드 또한 폭풍과도 같은 분노를 표출했다.
죽음의 기사란 건 흑마법, 사악한 힘으로 탄생한 부정의 존재다.
온통 성스러운 힘 일색인 갤러해드와는 상극이라 봐도 무방한 것.
휘이잉!
갤러해드를 중심으로 뿜어져 나온 빛이 입자가 되어 그의 손에 모여들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손안에 모인 그것은 마침내 하나의 형상을 만들었다.
그건 검이었다. 하지만 보통의 쇠붙이 검과는 다르다.
날Blade은 빛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십자 형태의 칼자루는 황금, 자루 끝은 오묘한 빛을 내는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아마도 저건 신화에서 언급되었던 이상한 띠의 검Espee as Estranges Renges이 틀림없다.
일견에서는 엑스칼리버와 비견된다고 하는 강력한 성검聖劍.
사용자를 절대로 지치지 않게 하는 건 물론 상처까지 치유하는 권능을 지닌 아티팩트다. 물론 그 모든 게 진실이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적어도 아주 강력한 검이라는 건 사실일 것이다.
「부정한 존재는 사라져라!」
팟!
지면을 박찬 순간 이미 갤러해드는 그곳에 없었다.
꺼지듯 사라져버린 그는 순수한 육신의 움직임만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했다.
쾅!
분노한 갤러해드의 검을 막아낸 건 뼈의 방패였다.
놀라운 반사신경을 보인 아만이 갤러해드의 공격을 막아냈으나 그것이 한계였다.
콰드득!
산산이 조각난 뼈의 방패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단단한 뼈의 방패를 그대로 박살 내 버린 갤러해드의 검이 아만을 향해 짓쳐 들었다.
쩌저적!
하지만 그보다 더 젤루의 손이 빨랐다.
바닥에서 솟아난 거대한 빙벽氷壁이 검의 진로를 막았다.
“어디 한번 붙어 보자고!”
화르르!
백화의 불꽃에 휩싸인 바포르가 난입했다.
갤러해드의 실력에 의문을 품은 이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초장부터 전력을 다하려는 듯 불꽃에 휩싸인 주먹과 발의 환영이 갤러해드를 위협했다.
「방해하지 마라!」
그러나 우리 위대한 영웅 갤러해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스윽!
이상한 띠의 검이 궤적을 그렸고.
“큭!”
손을 부여잡은 바포르가 한발 뒤로 물러났다.
만약 천상의 방패라는 효과가 없었다면 이번 일격으로 녀석은 큰 낭패를 봤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괜찮다. 천상의 방패 효과는 멀쩡히 남아 있었고, 거기에 푸른 현자의 돌 또한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안심하고 공격을, 숙련도 노가다에 몰두할 수 있다.
[관일에 깃든 힘이 한계까지 쌓였습니다.]
웅웅!
패턴은 장일우 녀석을 쓰러뜨렸을 때와 똑같다.
가디언이 시간을 버는 동안 관일의 힘을 축적한다. 다만 여기서 빠지는 건 파트로나의 기적이다.
기적은 강력한 효과를 자랑하는 만큼 한 번 사용하면 거의 모든 신성력을 소모해버리고 만다.
숙련도 노가다는 이제 시작이다.
아직 갈 길이 멀기에 파트로나의 신성력을 최대한 아껴야만 했다.
“흐읍!”
들이쉬었던 숨을 뱉어내며 그대로 창을 찔러 넣었다.
핏!
집중해야 겨우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소리. 하지만 소리보다 창이 더 빠르다.
필중의 의지가 담긴 신창이 갤러해드의 목젖을 향해 짓쳐 들었다.
쾅!
[최상급 창법(Lv 5)의 숙련도가 10% 상승합니다.]
[초급 고도의 집중(Lv 8)의 숙련도가 30% 상승합니다.]
[초급 예지(Lv 7)의 숙련도가 35% 상승합니다.]
[초급 혼신의 일격(Lv 9)의 숙련도가 18% 상승합니다.]
하지만 필중의 의지는 절대의 벽 앞에 막힐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그대의 의지인가? 참으로 나약하군.」
붉은 십자 방패로 너머로 보이는 갤러해드의 눈은 실망을 담고 있었다.
약 올라 죽겠지만,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갤러해드가 들고 있는 건 전설의 붉은 십자 방패다.
오직 그만이 사용할 수 있는 무적의 방패. 장담하는데 지금 나와 가디언의 실력으로 갤러해드를 꺾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 사실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내 목적은 그를 쓰러뜨리는 게 아니다.
「주군에게서 물러나라!」
콰앙!
스톰브링어가 붉은 십자 방패를 두드렸다.
“으랴랴랴!”
불이 붙은 바포르가 더욱 거센 불길을 내뿜으며 갤러해드에게 접근했다.
「자신의 역량도 헤아리지 못하는 자들 같으니!」
웅웅-
신성한 힘이 이상한 띠의 검에 모여들었다고 느낀 그 순간.
파파파팟!
마치 환상과도 같은 궤적이 나를, 가디언들을 갈랐다.
[상급 맷집(Lv 2)의 숙련도가 20% 상승합니다.]
[초급 신기의 방패 Lv 1이 초급 신기의 방패 Lv 2로 상승합니다.]
[강력한 공격에 의해 천상의 방패 효과가 사라집니다.]
“미친!”
숙련도 상승에 기뻐할 수가 없다.
그 한 번의 일격으로 천상의 방패가 깨졌기 때문이다.
전설급 소비 아이템으로 생성된 보호막이 일격에 의해 깨졌다. 갤러해드가 지닌 능력이 얼마나 사기적인지를 단번에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씨부럴. 여기서 물러날쏘냐!”
그러나 두려움을 한 곳에 밀어두었다.
쾅!
쾌속하게 뻗어낸 신창. 하지만 이번에도 변함없이 붉은 십자 방패에 의해 막혔다.
[최상급 창법(Lv 5)의 숙련도가 10% 상승합니다.]
[초급 고도의 집중 Lv 8이 초급 고도의 집중 Lv 9로 상승합니다.]
[초급 예지 Lv 7이 초급 예지 Lv 8로 상승합니다.]
[초급 혼신의 일격(Lv 9)의 숙련도가 18% 상승합니다.]
공격은 실패하는 데 자꾸 웃음이 나온다.
한 번의 공격에도 어마어마한 숙련도 상승이 따라온다.
비단 이건 나만이 보는 혜택이 아니다. 지금도 공격에 열중인 가디언. 녀석들 또한 어마어마한 숙련도 상승을 달성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현대 시대에 이만한 격을 지닌 존재, 아니 숙련도 노가다 대상을 찾아볼 수 있을까?
장담하건대 없을 것이다.
격이란 세월을 통해 더욱 존재감을 더하게 된다.
설사 무신이라 해도 갤러해드와 같은 존재의 무게를 쌓진 못했을 게 분명하다. 그렇기에 나와 가디언은 갤러해드라는 기회를 통해 빠르게 성장해야만 한다.
“하압!”
경외를 담아 일격을 펼쳐냈다.
콰앙!
붉은 궤적의 방패가 그곳을 막아섰다.
「하압!」
힘찬 외침과 함께 터져 나온 섬광이 송곳과도 같이 나와 가디언을 찔렀다.
콰챠챵!
[푸른 현자의 돌이 부서졌습니다.]
이번 일격에 실린 힘이 보통이 아니었던 듯 푸른 현자의 돌은 물론 파트로나의 보호막마저 깨져버렸다.
사실상 우릴 보호하고 있던 모든 방어 수단이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는 너희를 보호할 건 없겠구나. 그렇다면 이제 그만 무례에 대한 벌을 받아라.」
어딜 봐도 의기양양한 갤러해드가 승리의 미소를 짓는다.
“응. 아니야.”
하지만 내가 그에게 들려줄 수 있는 건 비아냥뿐이었다.
“파트로나!”
“네, 마스터!”
파트로나는 오직 이 순간만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기적을 펼쳐냈다.
지이잉!
나와 네 명의 가디언 모두를 감싸는 건 선명한 황금빛 보호막.
「소용없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갤러해드가 이상한 띠의 검을 맹렬하게 휘둘렀다.
카카캉!
그러나 소용없다.
파트로나가 모든 신성력을 소모해 펼친 이번 권능은 모든 동료에게 무적의 보호막을 씌우는 것.
지금 내 실력으로 갤러해드를 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지금의 목적은 숙련도 올리기. 그리고 이를 위해 준비한 게 치고 빠지기 작전이다.
물론 전투 중에 몸을 빼내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준비한 첫 번째가 3초간 무적 상태를 유지하는 파트로나의 권능이고.
찌익!
두 번째가 지정해둔 장소로 이동하는 귀환의 서를 찢는 것이었다.
지잉, 지이잉-
찢겨 나간 귀환의 서에서 환한 빛무리가 뿜어져 나와 가디언을 감쌌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다시 만나요~!”
점차 흐릿해지는 갤러해드를 향해 작별의 인사를 건넸고.
「감히!」
카카칵!
적어도 5초 동안은 무적 상태다. 그렇기에 갤러해드가 아무리 강력한 힘으로 날 압박한다 한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슈슉!
허공에 붕 뜬 기분이 아주 찰나 동안 느껴졌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봤을 때 익숙한 나의 집, 바빌론에 돌아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자, 모두 휴식 취하고. 파트로나는 기적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알려줘.”
하지만 아직 모든 게 끝나지 않았다.
양방향 이동 장치인 공간의 문은 여전히 유효했고, 기적을 다시 사용할 순간이 오면 우리는 다시금 갤러해드와 싸우게 될 것이다.
이건 단기간의 승부가 아니다.
갤러해드가 지쳐 쓰러지느냐, 아니면 그간 쌓아 놓은 내 아이템이 먼저 사라지느냐의 장기간 승부였다.
*
지잉-
귓가로 파고드는 이명과 함께 다시금 찾은 갤러해드의 층.
조금 전 분노한 갤러해드는 없다. 마치 처음 탑에 왔을 때처럼 목관 위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짐작하기만 했던 게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경고한다. 부름을 받지 못한 침입자여. 지금 당장 돌아가라. 그리하면 그대의 목숨을 취하진 않을 것이다.」
갤러해드의 반응 또한 다르지 않다.
마치 처음 본 것처럼 정해진 대사를 내뱉는다.
하지만 아직 확신할 순 없다. 의구심을 품은 채로 묵묵히 내가 해야 할 일에 열중했다.
[푸른 현자의 돌 효과가 활성화됩니다.]
파괴되어버린 푸른 현자의 돌 효과만을 활성화한 후 천사의 깃털을 복용. 마지막으로 파트로나의 축복을 받았다.
「어리석은 이여, 돌아가라. 이대로 헛되이 목숨을 잃고...」
쉬익, 쾅!
이번에는 두 번째 경고에 창을 뻗었고, 숙련도가 상승했다는 알림이 연이어 귓가에 파고들었다.
「무례한 자여. 더는 그대의 오만을 용납할 수 없구나!」
설마 했는데 역시다.
갤러해드의 반응이 모든 것을 명확하게 밝혀주었다.
아마도 탑에 붙들려 있는 모든 존재는 시간과 기억의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클리어하지 않은 채 탑을 빠져나오게 되면 초기화 버튼을 누른 것처럼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형식.
그렇다면 이야기가 편해진다.
“광란의 숙련도 작업 시작이다!”
콰앙!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창을 뻗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두렵기 그지없었던 갤러해드. 어쩐지 그의 모습이 보물 상자와도 같이 보이는 건 단순한 착각만은 아닐 것이다.
*
숙련도 노가다 1일 차.
「어리석구나. 그대들은 한없이 나약하다!」
빛의 송곳이 튀어나와 흩어져 있던 나와 가디언을 그대로 갈라버렸다.
콰챵!
우릴 보호하고 있던 푸른 현자의 돌과 천사의 깃털 효과가 모두 부서지고 말았다.
“튀엇!”
파트로나의 기적과 함께 귀환의 서를 사용. 나와 가디언은 안전하게 바빌론으로 도망갈 수 있었다.
갤러해드와의 전투가 시작된 지 고작 1분도 지나기 전에 패배. 물론 숙련도 또한 짧은 전투로 인해 그렇게 가파른 상승은 보이지 않았다.
*
숙련도 노가다 10일 차.
「기본은 되어 있는 것 같으나 어설프다.」
실력의 변화를 느꼈는지 항상 같은 내용만 내뱉던 갤러해드의 말이 달라졌다.
9레벨에서 지지부진한 최상급 창법을 제외하면 대다수 숙련도가 상급에 이를 수 있었다.
*
숙련도 노가다 30일 차.
콰앙!
「그냥 무뢰한은 아니구나!」
육안으로는 쫓을 수 없는 신창의 궤적. 그것을 받아 낸 갤러해드가 조금은 감탄했다는 듯이 말했다.
무려 20일 동안 노력했지만, 최상급 창법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다만 대다수 숙련도가 최상급에 이르렀다.
*
숙련도 노가다 50일 차.
스윽!
혼신을 담은 신창이 갤러해드의 오른쪽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비록 붉은 십자 방패에 의해 치명상을 입힐 순 없었지만, 내 창은 직선이 아닌 변화를 실을 수 있게 되었다.
[축하합니다. 최상급 창법이 Lv 9(99.99%)에서 격상해 절정급 창법(Lv 1)이 되었습니다.]
「놀랍구나! 가히 절정에 이른 창이다!」
99.99%에서 0.01%를 올리기 위해 무려 40일을 소요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헛되지 않다. 절정급에 이른 창법은 파괴력과 빠르기는 물론 변화를 담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아직 나를 넘을 수 없으니.」
갤러해드의 말이 맞다.
50일 동안 노력했지만, 지금의 나와 가디언은 그의 격을 넘어설 수 없다. 그것은 곧 내 숙련도 노가다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
숙련도 노가다 90일 차.
「크흡!」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사각지대를 파고든 신창이 갤러해드의 오른쪽 팔을 찔렀다.
「놀랍구나! 그대의 창법은 내가 견식해 본 것 중 최고다. 퍼시벌 또한 그대와 견주지는 못할 것이다.」
갤러해드가 내게 경의를 표했다.
「그대는 뛰어난 실력으로 내 계승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증명하였다. 그러니 더 이상의 전투는 무의미...」
“아니. 아직 안 끝났어.”
90일간의 노력 결과 마침내 갤러해드를 승복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조금 더 위다. 그렇기에 여기서 끝낼 수 없었다.
쉬익!
힘껏 내지른 창이 일직선의 궤적을 그리며 쇄도했다.
콰앙!
붉은 십자 방패로 그것을 막아 낸 갤러해드가 저 멀리 튕겨 나갔다.
“다시 시작해 보자고.”
「...」
도발하는 내 손짓에 갤러해드는 아무 말 하지 못했다.
*
숙련도 노가다 120일 차.
터엉!
갤러해드의 손을 벗어난 붉은 십자 방패가 지면을 굴렀다.
「그대의 승리다.」
무덤덤한 한 마디와 함께 심장이 꿰뚫린 갤러해드의 육신이 빛의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축하합니다. 최상급 예지가 Lv 9(99.99%)에서 격상해 절정급 예지(Lv 1)가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최상급 혼신의 일격이 Lv 9(99.99%)에서 격상해 절정급 혼신의 일격(Lv 1)이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최상급 고도의 집중이 Lv 9(99.99%)에서 격상해 절정급 고도의 집중(Lv 1)이 되었습니다.]
...
[신화의 영웅, 갤러해드를 쓰러뜨렸으나 그것은 의지에 불과해 경험치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갤러해드의 계승자가 되었습니다.]
[‘계승의 업 : 성배聖杯’가 생성됩니다.]
[‘칭호 : 가장 고결하고 완벽한 기사’를 획득했습니다.]
[1레벨에 신화의 영웅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경이로운 업적을 이뤄냈습니다.]
[관리자가 당신의 업적을 치하 하며 특별한 선물을 부여합니다. 인벤토리에 있는 선물을 확인해 보십시오.]
갤러해드를 쓰러뜨림과 동시에 온갖 알림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다른 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내 귓가에 똑똑히 박혀드는 건 오직 하나의 알림이었다.
[1레벨에 절정의 힘을 손에 넣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슈퍼 노비스Super Novice’가 될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놀라운 업적을 이룬 당신은 특별한 격을 얻어 레벨업시 2배가 증가 된 8개의 능력치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아오스에서도 단 한 명밖에 이루지 못했던 불가해不可解의 업적. 마침내 나는 슈퍼 노비스를 달성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