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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20화 (20/161)

20화.  고인물은 하이 랭커에게 도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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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아!”

잔상을 남긴 장일우의 신형이 쓰러지는 녀석에게 당도했다.

지금의 내 육안으로도 쉽게 쫓을 수 없는 초속의 이동. 과연 ‘초속기’를 가진 초인답다.

“정신 차려. 서홍인, 서홍인!”

다급히 흔들어보며 의식을 깨우려 노력하지만, 글쎄. 그게 마음대로 될까?

결과적으로 보자면 죽지는 않았다.

태생 사성의 관일을 펼쳤으나 마지막 순간 일어난 보호막에 의해 목적했던 심장을 꿰뚫지는 못했던 것.

안 봐도 빤하다.

애지중지하는 아들내미라고 특별한 아티펙트를 지니게 한 모양이지. 하지만 그마저도 완벽하지는 않다.

물리적인 타격, 심장이 꿰뚫리는 것은 피할 수 있어도 내부를 뒤흔드는 추가 효과는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일(★★★★☆) : 찌르기 속력이 2배 상승합니다

준비 시간이 길수록 위력과 찌르기 속력이 상승합니다

공격 명중 시 창에 깃든 관통의 힘이 내부를 뒤흔듭니다

10%의 확률로 ‘필살의 의지’가 깃들어 더욱 강력한 피해를 줍니다』

무심결에 펼쳤으나 창에 실린 힘은 일개 초인 예비생이 감당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S 클래스? 어차피 지금 내 수준에서 보면 다 애송이일 뿐이다.

장담하는데 지금 녀석은 일반적인 치유의 능력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심각한 상태일 것이다.

“치유사!”

자신이 수습할 수 없는 상황임을 깨달은 장일우가 치유사를 불렀다.

그 부름에 대기하고 있던 선 라이즈 소속 치유사 한 명이 부랴부랴 달려왔다.

“숨이, 숨이 미약하다. 빨리 치료를!”

“그렇게 급하게 처리할 게 아닙니다. 일단 상태를 검사해야 합니다.”

얼마나 급한지 상태도 보지 않고 다짜고짜 치유부터 하란다.

조바심이 날 만도 하지. 서홍인은 선 라이즈의 차기 후계자다. 장일우가 녀석의 보좌관으로 임명되었다는 것은 후에 이인자가 되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도 있다는 뜻.

하지만 후계자에게 불의의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당연히 그 보호자인 장일우는 피할 수 없는 문책은 물론이거니와 끈 떨어진 연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스스스-

치유사의 몸에서 일어난 연녹색 기류가 서홍인의 콧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허어!”

상태를 확인한 치유사의 입에서 놀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상태가 심각한 건 아니겠지?”

“그게...”

초조한 장일우의 시선에 잠시 대답을 머뭇거리던 치유사는 결국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신경이 많이 손상됐습니다. 안타깝게도 제가 손댈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빨리 1팀의 정유연 님에게 상세를 보여주는 게 좋을 듯합니다.”

호오, 신경이 끊어졌단 말이지.

신경 손상은 웬만한 치유사가 손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적어도 ‘기적’급의 강력한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치유사만이 끊어진 신경을 복원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의 제한을 받는다. 빨리 치유하지 않는다면 끊어진 신경을 복구하는 건 영영 불가능할 테니까.

“어서, 어서 이동해!”

뭐, 돌아가는 상황은 대번에 파악했다.

치유사 양반이 불똥이 튈까 두려워 말을 돌려서 그렇지, 녀석은 식물인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였다.

“놈!”

쿠구궁!

서홍인을 치유사와 일부 길드원에게 맡긴 장일우. 그의 분노한 외침이 아카데미를 들썩거리게 했다.

“네가,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는 있는 거냐!”

쩌렁쩌렁 울려대는 외침 때문에 귀가 멍하다.

과연 랭킹 10,000위 안에 포함된 하이 랭커. 윽박지르는 것만으로도 주변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아이고, 이런 불상사가. 상대가 상대니만큼 손에 사정을 둘 수가 없어서. 이거 죄송하게 됐습니다.”

서홍인이 처음 내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응? 그런데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분명 이번 건은 서로의 실력 확인을 위한 대련이 아니라 언제든지 불상사가 생길 수 있는 결투 아니었나요? 아무리 학생의 신분이라지만, 결투라 하면 설사 죽음에 대해서도 각오를 하는 게 초인들의 불문율이라고 알고 있는데 틀렸습니까?”

나는 물고 늘어져야 할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녀석들은 나를 안전하게 제거하기 위해 대련이 아닌 결투라는 장치를 마련했다.

결투가 무엇인가?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힘의 승부다.

대련과 결투. 단어 하나의 차이지만, 그것은 언제든 핑계가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물론 학생들끼리의 결투니만큼 어느 정도의 처벌은 피할 수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아니. 네 녀석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 대가를 지금 치르게 될 거다.”

역시 안 먹힌다.

말발이라는 건 대등한 상태에서나 먹히는 거지, 이토록 힘의 차이가 나는 대상에게 먹힐 턱이 없다.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니고 차기 선 라이즈, 대한민국의 5대 길드 중 한 곳을 이끌어갈 차세대 주역 중 하나였다.

고작 아카데미 학생 따위의 말에 휘둘린다면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이상한 거겠지.

“와, 눈빛 한 번 살벌하시다. 설마 아직 정식 초인으로 등록되지 않은 절 어떻게 할 생각은 아니죠?”

초인 아카데미를 다니고 있지만, 아직 정식 초인은 아니다.

정식 초인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날 초인, 그것도 하이 랭커가 공격했다는 게 알려지면 비난의 여론을 피하진 못할 것이다.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장일우 또한 망설이는 기색이었지만, 이내 결심을 굳힌 듯했다.

종말의 전장을 맛보기나마 겪어본 나는 그 눈빛의 숨은 의미를 알고 있다.

살의殺意.

어떻게든 이번 일을 무마하려는 방법으로 나를 제거하려는 속셈이다.

명분이야 만들기 나름이다.

서홍인에게 비겁한 암수를 쓴 기대주, 처참하게 몰락하다. 뭐, 그런 스토리 쯤 나오지 않을까?

“어허! 이 무슨 추태인가!”

콰르릉!

마치 천둥이 울려 퍼지는 듯한 굉음이었다.

그 주인공은 지금껏 사태를 관전하고 있던 교장 할배였다.

“자네. 감히 내 앞에서 학생에게 손을 쓰겠단 맘을 먹은 건 아니겠지?”

오오, 교장 할배가 맹수와도 같은 거친 기세를 뿜어대기 시작한다.

비록 랭킹에서는 장일우보다 밀린다곤 하지만, 그건 교장 할배가 은퇴나 다름 없는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이빨 빠진 호랑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호랑이는 호랑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장일우와 대등한 승부, 아니 어쩌면 제압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가 교장 할배였다.

“이번 일은 안타깝지만, 서로의 합의 하에 벌어진 결투. 물론 이연우 학생의 손속이 과했다는 건 인정하는 바다. 그 일에 관해서는 교칙으로 엄히 다스리도록 할 테니 자네는 이제 그만 물러나 주게.”

“...”

침묵을 지킨 장일우의 시선이 이사장 할배에게 향했다.

아무리 봐도 뭔가 작당을 꾸미는 게 보인다.

짧은 눈빛 교환이 이루어졌고, 그 순간 나는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녀석은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주변의 시선? 어차피 이사장 할배와 선 라이즈 길드의 압력이라면 고양이도 강아지로 만들어버릴 테니 망설일 이유는 없다.

팟!

장일우의 신형이 그곳에서 사라졌다.

장기인 초속기의 발현. 시공간을 초월한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나를 향해 짓쳐 들고 있다.

“기어이!”

분노한 교장 할배가 움직였지만, 그의 앞을 막은 건 선 라이즈 길드원들. 수십의 인원이 교장 할배의 진로를 막아섰다.

“죽엇!”

단단히 결심한 장일우의 손에서 청색과 홍색의 궤적이 어지러이 그려진다.

청홍검靑紅劍이라 불리는 그의 무기. 쌍검을 이용한 근접전은 영문도 모른 채 적의 목숨을 빼앗아간다나 뭐라나.

그러나 현혹되지 않는다.

고도의 집중을 통해 그 변화의 틈을 향해 창을 찔러 넣었다.

카앙!

[최상급 창법(Lv 3)이 2% 상승합니다.]

불꽃이 튀면서 알림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숙련도 상승의 기쁨을 누리기엔 상황이 너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청홍검을 교차해 찌르기를 막아낸 장일우의 신형이 다시금 사라졌다.

키잉!

예지가 경고를 보내온다.

“합!”

최상급 창법에 이르면 창의 변화도 무궁무진하다.

뱀처럼 꺾여 들어간 신창이 등 뒤에서 나타난 장일우의 미간을 향해 쇄도했다.

스윽-

손에 든 홍검을 이용해 공격의 궤적을 바꿔버린다.

제기랄. 과연 하이 랭커인가.

아무리 내가 숙련도 노가다를 통해 뛰어난 창법을 지니고 있다 해도 근본적인 차이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끝이다!”

끝을 예감한 장일우의 검이 오른쪽과 왼쪽,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를 향해 다가온다.

솔직히 이건 좀 피하기 힘들 것 같다. 하지만 굳이 용을 써가며 막을 이유는 없다.

“물러서라!”

“이 새끼가!”

내 위기를 감지한 가디언, 아만과 바포르가 장일우의 양측에서 나타났다.

화르륵!

가까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불꽃의 주먹

웅웅웅!

어딜 봐도 뭔가 위험해 보이는 귀기 어린 스톰브링어.

가디언의 공격을 무시한 채 나를 공격했다간 장일우 또한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

“칫!”

불리한 상황임을 인지한 그가 다급히 몸을 뒤로 뺐다.

내 양측에 선 아만과 바포르는 극심한 분노에 휩싸인 상태였다.

“감히 주군에게 손을 대려 하다니. 정녕 죽음이 두렵지 않은 모양이로구나!”

휘오오!

아만의 분노는 기세가 되었고, 부정의 오라와 귀기가 섞인 기세의 소용돌이가 맹렬하게 일어났다.

일개 아카데미 학생이 다룰 만한 수준은 아니다.

“씨발 새끼가 진짜 뒈지고 싶나. 어디서 함부로 검을 놀리고 지랄이야. 넌 오늘 몸 성히 못 돌아갈 줄 알아라.”

화르르!

분노하면 할수록 더욱 강렬한 불꽃이 몸을 태운다.

어느새 화인으로 변한 바포르의 불꽃은 선명한 백색을 띠고 있었다.

“이놈들! 신성한 화랑에서 이게 무슨 행패란 말이냐!”

그 한 번의 실패는 결정적이었다.

퍼퍼퍽!

분노한 교장 할배의 주먹이 자신을 가로막은 이들의 육신을 강타했다.

“컥!”

“크흑!”

자신을 무시하는 처사에 잔뜩 약이 오른 교장 할배의 손속은 매워도 너무 매웠다.

앞을 막아선 수십의 길드원들이 추풍낙엽과 같이 휙휙 날아간다.

“장일우. 이놈! 길드의 후광을 믿고 제멋대로 설치는구나. 어디 내 앞에서도 그리 건방을 떨어 보아라.”

아만과 바포르에 이어 교장 할배가 내 앞을 지켜준다.

이렇게 든든할 수가. 아무리 장일우가 멋대로 나간다 해도 교장 할배까지 개입한 이상 이제는 어쩔 수 없을 테지.

“흥!”

과연 기회주의자.

기회가 떠나갔음을 깨달으며 등을 돌렸다.

“지금은 물러가지만, 안심하지 마라. 네 녀석은 홍인이를 저렇게 만든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테니.”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안다.

조금 전 나는 차기 선 라이즈를 이끌 후계자의 미래를 강제로 꺾어버렸다.

아무리 서로 간에 합의된 결투에서 생긴 일이라곤 하나 선 라이즈 측에서 가만히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건, 음 그건 바보도 하지 않을 발상이다.

녀석들의 입장에선 거리낄 게 없다.

고아 출신에 가진 것 하나 없는 날 쥐도 새도 모르게 처치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특히 선 라이즈의 성향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다.

종말의 날에도 자기들만 사는 데 급급해 임수아의 협력 요청에도 불구하고 다른 몇몇 길드와 함께 후방으로 도망쳤던 녀석들이다.

얍삽한 녀석들이라면 분명 보복을 가해올 것이다.

그것도 상당히 이른 시일 안에.

낄낄낄. 하지만 괜찮다.

내게도 써먹을 수 있는 패가 존재하니까. 물론 그건 나중에서야 써먹을 패. 지금 당장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어? 그냥 가는 거?”

길드원들과 함께 떠나려는 그들을 붙잡아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내 말에 일언반구의 대꾸도 없이 갈 길을 간다.

응. 안 돼. 그렇게 쉽게는 갈 수 없지.

“와, 동네 사람들 이것 좀 보소. 힘도 없는 학생 하나 죽이려고 하다가 안 될 것 같으니까 꼬릴 말고 도망치는 대 선 라이즈 길드입니다. 박수로 환영해 주십시오!”

내가 또 도발 하나는 기가 막힌다.

“더는 자극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먹혀들었다.

발걸음을 멈춘 장일우가 반응했다.

“자극 좋아하고 자빠졌네. 이야, 너희는 참 편해서 좋겠다. 기회를 틈타 죽이려고 하다가 실패하니까 대가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빠질 수도 있고. 그런데 어쩌지? 나는 그냥 보내 줄 생각이 없는데. 새끼들아, 너희가 뇌가 있다면 생각을 해 봐라. 멀쩡히 가만히 있는 사람 죽이려고 했는데, 가려고 하면 네, 그냥 가십시오 하면서 그냥 보내주겠냐? 씨발, 이것들이 누굴 호구로 아나.”

으드득.

나의 광역 도발에 장일우가 이를 악물었다.

“그게 네 놈 때문인 줄 아느냐. 권로 선배님의 체면을 봐서 물러나는 것뿐이다. 만약 이곳에 선배님이 계시지 않았다면...”

“아, 넌 뒈졌을 거라고? 그런데 어떡하냐? 난 별로 두렵지가 않은데.”

“어허. 적당히 하여라.”

끝없는 도발에 교장 할배가 나를 만류했다.

자칫 잘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만둘 생각이 없다.

“자, 특별히 네게 기회를 줄게. 너 나 죽이고 싶지? 지금 그대로 돌아가면 대 선 라이즈 길드 마스터님께 깨져도 엄청 깨질 게 분명하잖아.”

“장난은 그만하는 게 좋다. 만약 더 할 생각이라면...”

“장난 아니라고 씨벌놈아. 계급장 떼고 너랑 여기 내 동료들과 5:1로 한판 진하게 붙어보자고!”

과거에도 그렇지만 녀석은 쓰레기가 분명하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서는 미래가 창창한 청년 하나 죽이는데 주저하지 않는 핵 폐기물 쓰레기. 그렇기에 나는 녀석을 그냥 보내줄 생각이 없다.

오늘 여기서 과거의 빚, 그리고 현재의 빚 모든 것을 청산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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