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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이 회귀해버렸습니다-6화 (6/161)

6화.  고인물은 선생도 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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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우 : +5]

전광판을 바라보자 조금 전 승리로 인한 승점이 합산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섯 번째 대련에서 승리하고 나서야 녀석들의 도전은 멈췄다.

처음에는 생각했을 것이다.

아 이 새끼, 운빨이 기가 막히는구나.

우연히 회심의 일격이 발동해 승리했구나.

그래서 덤볐다. 하지만 우연이 다섯 번 반복되면 그건 우연이 아니라 실력이다.

아무리 현실을 부정하고자 하는 멍청이라 해도 그 정도 사실은 깨달았을 게 틀림없다.

그 증거가 지금 눈앞에 펼쳐졌다.

“더는 도전자가 없는 건가? 그렇다면 이연우군이 우리 B-4 클래스의 랭킹 1위다.”

더는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굳이 1위를 정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무서워서 피한다는 건 바로 그가 클래스의 서열 1위라는 명백한 증거기 때문이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본 교관은 랭킹 1위에게 많은 혜택을 부여한다. 단 한 명밖에 받을 수 없는 승급 추천도 아끼지 않을 작정이다. 그래도 도전자는 없는 건가?”

그래. 내가 바라던 것도 저거다.

이 승급 추천이라는 1년간 클래스를 도맡은 담임의 가장 막강한 권한이다.

보통은 정해진 기일에만 치러지는 승급제를 통해서만 클래스를 이동할 수 있지만. 이 승급 추천을 통해서는 정해진 기간 없이 언제든 승급할 수가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자격 심사 이후에야야 가능하긴 하지만,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승급 추천을 받았다는 건 자체가 통과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는 것. 그렇기에 승급에 목이 마른 학생들에게 있어서 승급 추천은 참을 수 없는 유혹과도 같았다.

“...”

하지만 유혹에 넘어가는 녀석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좀 심하게 다루긴 했다.

다섯 번의 대련 모두 오직 일격으로만 승부를 봤다.

누구도 내 일격을 막지 못했고, 설혹 막는다고 해도 우섭처럼 부서진 대련용 무기를 든 채 패배를 시인해야만 했다.

압도.

자랑 같아서 안 하려고 했는데 지금 내 무력은 군계일학群鷄一鶴, 양 떼 속에 뛰어든 늑대와 다를 바 없었다.

“흠. 이번 클래스는 패기 있는 제군들이 보이지 않는군. 좋다. 그럼 이연우군을 B-4 클래스의 클래스 마스터로 임명토록 하겠다. 불만 있나?”

“없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내가 클래스 마스터에 임명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B-4 클래스의 클래스 마스터로 임명되었습니다.]

[‘칭호 : B-4 클래스 마스터’를 획득했습니다.]

깜짝이야.

게임 시스템이 개입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칭호까지 적용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비활성)B-4 클래스 마스터

효과 : 근력 1, 체력 1 증가

B-4 클래스 구성원에게 타격 시 2% 확률로 경직 효과 발생

B-4 클래스 구성원과 대련, 혹은 대결할 시 대상의 능력치 5% 하락

설명 : B-4 클래스의 명실상부한 일인자입니다.』

확인 결과 그리 뛰어나지 않은, 양학용 칭호였다.

그래도 나쁠 건 없다.

남들이 얻지 못하는 다양한 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종내에는 다른 초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럼 자네는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클래스의 랭킹 1위가 정해졌지만, 나머지 서열은 미정이다.

어찌 보면 이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쩌리들의 랭킹전이 남은 셈.

“그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내려가지 않은 채 학주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요청? 흠. 좋다. 클래스 마스터가 되었으니 무리한 요청이 아니라면 수락하도록 하겠다. 말해 보도록.”

이것이 클래스 마스터의 편애인가.

예전에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입장이라 불평불만이 많았었지만, 막상 그 대상자가 되어보니 이리 편할 수가 없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할 수 없지.

정문의 사건으로 미운털이 박혀버린 이상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야만 승급 추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받을 수 있겠지만, 나는 좀 더 숙련도 노가다가 고프다.

“선생님께 대련을 요청합니다.”

“엌!”

“미친!”

미친놈이 아니고서는 절대 내뱉을 수 없는 내 요청으로 인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뭐, 당연한 반응이다.

학주가 누구인가. 괴력의 몽둥이찜질로 아카데미 학생을 공포로 물들인 논외의 존재다.

혈기가 끓어오르는 청춘남녀 중 몇몇은 학주의 독재에 정면으로 도전했고, 병원에 실려 갔다.

18:1로 싸웠다더라, 아니, 180:1이었다더라.

온갖 전설을 몰고 다니는 무자비한 괴물이 바로 학주였다.

일단 시작하면 사정 봐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한 학주에게 맨정신으로 대련 신청을 한다?

아마 과거의 나였어도 미쳤다고 말할 것이다.

“호오? 자네. 지금 내게 대련을 요청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인 제게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런 학주에게 온갖 아부를 떨며 대련을 부탁하고 있다.

“으하하! 정말 마음에 드는군.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참 군인, 아니 학생이란 말인가. 좋아. 나와의 대련을 원한다면 기꺼이 응해주겠다.”

갑자기 선글라스를 벗어 던진다.

“주, 죽었다.”

“미친 새끼. 적당히 해야지...”

선글라스를 벗는다는 건 전투태세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모처럼 기분이 좋으니 전력을 다해 상대해 주도록 하겠다.”

“바라던 바입니다.”

그런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대련을 요청한 건 그와의 원한 때문이 아니다.

조금 전 애송이들과 짧은 대련을 하면서 창술의 숙련도가 7레벨이 되었다.

아무리 초급 창술이라지만 이토록 빠른 속도라니. 좀처럼 믿을 수가 없었다.

맷집과는 또 다른 속도. 아마도 게임 내에서 습득했던 동작이 숙련도 상승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게 틀림없으리라.

레벨 차이와 숙련된 동작이 합쳐져 빠른 숙련도 상승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압도적으로 레벨 차이가 나는 학주와 대련할 경우 얼마나 많은 숙련도를 얻을 수 있을까?

맷집 때와는 또 다를 것이다. 그렇기에 이 살벌한 대련은 내게 더할 수 없는 기쁨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교관인 내가 동등한 조건에서 대련할 순 없는 노릇. 특별히 양손을 사용하지 않을 테니 어디 연우군이 가진 모든 실력을 발휘해 보기 바란다.”

뭐, 굳이 그럴 것까지야.

하지만 그 말을 마음속으로 삼켰다.

무리하지 않는 이상 학주와 손속을 나눌 기회는 흔치 않다. 내 목적이란 것도 어디까지나 숙련도를 올리기 위한 것. 최대한 시간을 끌고 버텨, 긴 싸움을 유도해야만 가장 값진 결실을 얻을 수 있다.

“그럼 한 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보도록.”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번외 전. 물론 대결의 긴장감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학주의 압도적인 승리를 점치고 있다.

그도 그럴 게 학주는 전 세계의 500만 초인 중 랭킹 10만 위에 근접한 고수 중의 고수. 이제 갓 아카데미 졸업반인 애송이 따위가 비빌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양팔을 못 쓴다?

그런 건 페널티 축에도 들지 않는다. 사지를 다 묶고 있다 해도 100% 학주의 승리를 점칠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녀석들이 생각하는, 형편없이 나뒹구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일전은 내게 중요한 숙련도 노가다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선수는 양보해 주시는 겁니까?”

어렸을 적 봤던 무협 소설을 떠올리며 도발했다.

고수가 하수에게 삼초를 양보하는 것. 아마도 학주라면 그러한 상식은 알고 있겠지.

“특별히 선수를 양보할 테니 부모의 원수가 눈앞에 있다, 생각하고 덤벼 보도록.”

과연 호응해 온다.

저런 낯간지러운 말을 날려대는 것을 보니 무협지를 많이 본 모양이다.

선수 양보라.

계획대로 되고 있어.

오케이, 계획대로 되고 있어.

이 한 번의 공격을 통해 내 전심전력이 얼마나 통하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을 것이다.

꽈악.

창대를 고쳐 잡았다.

애송이들과의 대련과는 질적으로 다른 상황.

집중에 집중. 고도의 집중 상태를 유지하며 학주를 노려봤다.

평범한 공격으로 학주의 머리칼 하나 스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설쳐댔는데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한다면 승급 추천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결과를 내야만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내기 위한 포석은 마련되어 있다.

선빵필승!

지금 나는 전력을 다해서 한 방 먹일 기회를 얻었다.

학주가 날 얕잡아 보고 있기에 얻게 된 절호의 기회. 어떻게든 이 기회를 이용해야만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현란한 페이크로 허점을 만들어볼까?

있는 힘을 다한, 파괴력에 집중한 일격으로 승부를 볼까?

아니. 다 부질없는 짓이다. 상대는 초인 중에서도 베테랑, 전장에서 구르고 구른 노련한 이였다.

과거 가장 강했던 시절의 내가 온다 해도 1분 이상을 버티긴 힘들 정도의 강자. 그렇기에 잔머리는 필요 없다.

손에 쥔 창을 눈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목창을 보고 있자니 문득 게임 속 내 스승이었던 창신槍神의 말이 떠오른다.

「세간에 사람들이 말하길 백일창百日槍, 천일도千日刀, 만일검萬日劍이라 하더라. 뭐, 검이란 아무리 파고들어도 끝이 없는 병기이기 때문에 만병지왕萬兵之王이라나 뭐라나. 어떤 또라이 새끼가 그딴 소릴 했는진 모르겠지만, 이건 다 개소리다. 아니, 완전 틀린 말은 아니지. 각기 다른 병기를 사용할 대 백일 동안 창을 수련한 사람은 천일 간 도를 연마한 사람과 대등하고, 만일 간 검을 연마한 사람과도 겨룰 수 있기 때문이니라.

제자야, 명심해라. 창이 최고인 것이다.

일단 길이도 길어서 적을 견제하기도 쉽고, 적은 시간 동안 수련해도 효과적인 살상 기술을 익힐 수 있으며, 심지어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기도 하단다. 병기로서 창보다 도검이 나은 경우라고 한다면 휴대성 정도? 그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창이 병장기 중 최고라 할 만하다.

그리고 세계에 존재하는 수많은 창법 중에서도 이 스승님의 창법이 제일이다.

왜? 이유는 하나니라. 내 창법이 세계에서 제일 빠르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NPC의 말을 아직도 가슴에 새기고 있는 건 그 말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창은 본래 찌르기를 위해 고안된 병장기. 그리고 찌르기란 극쾌에 다가갈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창대를 쥐고 있던 손에 살짝 여유를 준다.

긴장은 독이다. 여유를 가졌을 때야말로 본신의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법이다.

무릎은 살짝 구부리고, 허리는 꼿꼿하게 편다.

시선은 정면, 그리고 창끝이 그곳에 정확하게 일치하게.

지금 나는 오래전 창신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그 동작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었다.

창의 신이라 불릴 정도의 위대한 업적을 이뤘던 이. 그리고 이것은 그의 창법을 구현하기 위한 최초의 동작이었다.

스팟-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결코, 들리지 않을 작은 소음이었다.

이 소음과 함께 나타난 실선과 같은 궤적. 마치 허상과도 같은 그것이 공간을 가로질렀다.

일섬一閃. 게임 속에서 가장 많이 발현된 스킬.

콰앙!

충돌로 인한 충격파가 육신을 뒤로 밀어냈다.

“이런!”

귓가로 학주의 경호성이 들려온다.

고개를 들어 정면을 본 나는 볼 수 있었다.

약속을 어긴 채 부서져 버린 목창의 파편을 손에 쥐고 있는 학주를.

엉겁결에 양손을 쓰지 않겠다는 말을 어겼다. 그건 곧 학주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입신의 창법이 일부 재현되었습니다. 깨달음을 얻어 창법의 숙련도가 틀에서 벗어납니다.]

[축하합니다. 초급 창법(Lv 7)이 중급 창법(Lv 1)으로 격상되었습니다.]

[‘스킬 : 일섬(★☆☆☆☆)’을 획득했습니다.]

[‘칭호 : 쓰러진 사이클롭스’를 획득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축하하는 것처럼 시스템 알림음이 연이어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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