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화 보라색 밤 (3)
강현은 솔로틀과 함께 응접실로 돌아왔다. 딤 나겔은 저승의 청지기에게 정중한 인사를 올렸고, 회당까지 동행할 기회를 청했다. 사촌형제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솔로틀은 기꺼이 승낙했다. 네르갈은 한 무리의 이방인들과 개의 해골을 머리로 삼은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딤 나겔의 곁에 가서 섰다. 솔로틀과, 딤 나겔과, 네르갈과, 이강현. 그렇게 넷이었다.
* * *
사람들이 회당으로 떠난 후 러스터와 헤이딘 일행은 자리에 남아 대화를 이어갔지만 흐름은 썩 순탄하지 않았다. 떨어져 지낸 시간을 서로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감격 이상의 설명이 필요했고 설명은 더 많은 의문을 데려왔다. 그게 아니라면 침묵이었다. 이윽고 마타치치가 이럴 바에는 지하실부터 가 보자며 입을 열었다. 말을 꺼내지 않았을 뿐이지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헤이딘은 선뜻 고개를 끄덕였지만 자신과 아이들은 일단 바깥에서 기다리는 게 낫겠다고도 말했다. 반지는 잠시 벨레다에게 돌려주라고.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마타치치는 세세한 단어를 쓰는 대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만 물었고, 헤이딘은 숲지기의 오두막 곁에 묻어 달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다른 일도 있으니 지금은 건물 뒤편에만 옮겨 두라고도.
마타치치는 그제야 숨통이 트였다. 세상 사람들은 이따금 다른 삶의 불청객이 되곤 한다지만 거기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수십 년쯤 버려진 폐가에 발을 들이고는 황량함을 죄책감처럼 나누어 느끼는 건 즐길 만한 일은 아니다. 그 폐가가 반려의 것일지라도. 거기에 비하면 나트람의 지하실은 참담한 느낌이 덜했다. 마타치치는 가장 먼저 종이 더미의 양에 놀랐고 그 다음으로는 십육면체에 감탄을 표했다.
"원본과 거의 비슷하네요! 보자, 얼마나 구현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혼자 만들었다 이거죠. 지하실에 있는 연구일지도 모두 그 작자 거고요."
"일부는 작은 주인님께서 가지고 있던 것입니다. 나머지는 가주님이 직접 써내신 것이고요. 필체가 다르니 분류에는 어려움이 없으실 겁니다."
"어쨌든 대단한걸요. 그때는 그냥 미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 그냥 미친 사람은 아니죠. 신관들을 다 버려두고 동생을 만나러 적진 한복판으로 쳐들어오는 게 보통 요정이 할 짓은 아니니까."
마타치치는 허공을 휘도는 광반을 손끝으로 더듬어 보았다. 그저 빛뿐인 듯 온도나 힘의 간섭은 느껴지지 않았다. 러스터가 들어가도 괜찮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뜻 걸음을 내디딘 마타치치는 익숙한 이목구비의 소년을 발견했다. 안대로 얼굴의 반절이 가려져 있긴 했지만 콧등이나 갸름한 뺨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아까 전까지 곁에 있던 사람을 이런 식으로 다시 보니까 기분이 묘한걸요… 열하나? 열둘? 어쨌든 아주 어려 보이네요. 그 작자가 마법으로 이렇게 만들어 뒀다 이거죠. 혹시 여기에 혼을 옮겨 담는 게 가능할까요? 그건 그것대로 문제겠지만."
마타치치는 손끝으로 소년의 콧등을 훑다가 안대 밑에 손가락을 끼워 넣었다. 뺨이 끝나는 곳 특유의 굴곡이 느껴졌지만 거기에서 손을 더 움직일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 아래 무엇이 있는지를 알아서인지 검은 비단에 수놓인 문양들은 어울리지 않는 농담처럼만 보였다. 거창하고, 고상하고, 그래서 더 이상해지는 농담. 자수는 연기를 재료로 삼은 듯 감촉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평범한 실은 아닐 터였다.
"저는 학자들의 마법은 배운 적이 없거니와 자세한 사정도 모릅니다. 작은 주인님께서 돌아가신 날에, 명령을 듣고 옮겼을 뿐입니다. 그 후로는 들어온 적이 없습니다."
"따로 이야기를 들은 것도 없고요?"
"없습니다. 주인님은… 사적인 대화를 즐기는 편은 아니셨습니다. 간혹 사촌형제 되시는 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그뿐입니다."
마타치치는 엷은 빛의 군무 너머로 지하실을 살폈다. 책장을 가득 채운 종이 묶음은 열과 오를 맞추어 정리되었고 각각에는 깔끔한 분류표가 붙어 있었다. 여기에서 사람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어지럽혀진 책상과 낡아빠진 가구뿐인 듯했다. 그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 이곳에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그 어떤 상상도 오염 지대에서 본 모습과는 같지 않았고, 그래서 노인의 진짜 모습은 헤이딘이 잃어버린 시간과 등가의 공백인 것처럼 느껴졌다.
"당신이랑 같이 있던 노인 말이죠? 그 사람이랑 무슨 사이였는지는 대강 들었어요."
"피송곳니의 주인이시지요."
"우린 가문 이름 같은 건 잘 몰라요. 아,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겠네요. 끔찍하고 괴상한 사람이 사실은 이런 걸 만들어낼 만큼 똑똑했다는 데에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요? 물론 두 문제는 별개지만요. 참, 이건 대답이 필요해서 하는 소리는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는 않아도 돼요. 생각이 필요할 때에는 말이 많아지거든요."
"저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 그저… 작은 주인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그분은 제게 화를 내거나 벌을 내리는 대신 주검을 지하실에 가져다 놓으라고만 하셨습니다. 다른 하인들에게는 장미덤불 아래 파묻었다 말하라고요. 저는 그대로 했고, 그 후로는 지하실에 일절 가지 않았습니다. 주인님도 저를 평소처럼만 대했습니다……."
그러고는 지하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마타치치는 어색한 분위기에 안절부절못하다가 헤이딘의 몸을 안은 채로 일어섰다. 일단은 주검을 옮겨야만 일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이곳에서 무색 마력을 이끌어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작고 마르긴 했지만 마력 갈래를 쓰지 않고 한 명을 들어 올리려니 쉽지 않았다.
이윽고 러스터가 묵상으로부터 빠져 나와 그녀를 도왔다. 마타치치는 어깨를, 러스터는 다리를 조심스레 안아 들고는 소년의 껍데기를 빛의 반구 바깥으로 옮겼다. 그러는 동안 마타치치는 이게 난제 모음집의 마지막 장일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것도 풀지 못했을지라도 책을 덮기만 하면 질문이 끝난다. 그녀는 황금색 광반 너머로 마지막 걸음을 내딛으면서, 끝, 하고 중얼거려 보았다. 그러자 안대가 너풀거리며 떨어졌다.
마타치치는 다급히 허리를 숙였다. 다행히도 바닥에 닿기 전에 붙잡을 수 있었다. 소년의 몸이 한순간에 사라졌음을 깨달은 건 그 다음이었다. 러스터도 크게 놀란 듯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묘기를 얼떨결에 성공시킨 곡예사처럼 두 팔을 약간 벌린 채 주위를 살폈고, 끝, 하고 다시 중얼거려 보기도 했다. 혹시나 자신이 잊힌 주문 하나를 일깨운 건 아닐까 궁금해 하면서. 마지막으로는 한 손에 안대를 쥐어든 채 멋쩍은 듯 웃었다.
침묵이 있었고 러스터는 웃지 않았다. 거부라기보다는 정중한 거절처럼 보였다. 마타치치는 그 표정으로부터 침묵과 외면 속에 쌓아온 것들을 그 자리에 내버려두기로 결심한 사람의 완고함을 읽었다. 괴팍하고 사악한 노인에 얽힌 시간이 수수께끼로 남은 것처럼 이것조차 수수께끼가 될 것이다. 헤이딘의 주검도, 그의 과거도, 러스터가 침묵 너머로 내던진 것도, 모두.
그녀는 지나간 것들, 말하지 않으면 영영 모를 것들, 말해지지 않을 것들을 생각했고 아이들을 부르기 위해 바깥으로 나갔다. 그것은 마타치치가 불청객의 자리에서 물러나 누군가의 비밀을 존중하는 방식이었다.
* * *
"일단 옮기기만 하면 되는 거죠? 여기서 분류 작업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현기증이 나는걸요. 저도 그 요정처럼 산책이나 갈래요. 도망쳐 나올 때에는 하도 정신이 없어서 구경도 못 했다니까요. 따지고 보면 십 년을 여기서 살았는데 이제야 정원을 제대로 보다니 억울한 거 있죠."
"제자라는 게 속 긁는 소리만 늘어놓고 있으니. 너한테는 갇혀 지낸 곳이지만 나한테는 고향이란 말이다. 한 세기를 넘게 여기에서 살았어."
"어차피 기억 못 하는 건 스승님도 똑같잖아요."
"입을 좀 다물어 보란 게다. 그 좋은 머리로 말대꾸나 하고 있다니 얼마나 낭비스러운 일이냐."
벨레다는 헤이딘의 타박에 딴청을 피우듯 휘파람을 불었다. 클렘은 그 옆에 서서는 내심 일이 빨리 끝나길 빌고 있었다. 벨레다가 간다길래 따라온 것인데, 처음에는 풍경이 이상해서 신기했는데 놀지는 못하고 어려운 소리만 잔뜩 듣고 있었다. 개 머리를 한 사람에게는 말을 걸어 보려고 했는데 마타치치가 입을 틀어막아서 그것도 안 됐다.
막연히 주위를 돌아다니던 클렘은 작은 손수레를 붙잡고는 앞뒤로 끌어 보았다. 저 건물 안에는 종이더미가 많은데 그걸 다 중앙 공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아마도 논문 같은 거겠지. 아주 어려울 테고. 쉬운 내용이라면 굳이 가져가지도 않을 테니까.
거기까지 생각하자 갑자기 심심한 느낌이 서러움으로 변해 북받쳐 올라왔다. 이유는 다양했다. 자신만 모르는 이야기를 남들은 실컷 하고 있는 게 서러웠고, 그 남들은 저기에 있는 논문도 다 이해할 거라는 예감이 서러웠고, 자신만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서러웠다. 그리고 결국엔 동굴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까지도 서러웠다. 클렘은 울음을 참으려 발밑을 바라보았다. 여기에 그림자가 없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발밑이 텅 비어 있는 걸 보니 그것까지 슬펐다. 울기 시작하자마자 벨레다가 가까이 왔다.
"왜 그래?"
"몰라."
클렘은 그렇게만 말했고 벨레다는 더 묻지 않았다. 눈물을 닦아 주고는 어깨를 감싸안을 뿐이었다. 마타치치가 창고에서 나왔을 때에는 울음도 거의 그친 참이었다. 그녀는 헤이딘에게 안대를 보여주고는 십육면체와 주검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클렘의 얼굴을 보고 혹시 울었느냐고 물었다. 이제야 묻다니. 클렘은 이번에도 몰라, 하고 대답했다. 벨레다가 대신 설명했다. 말하기 싫은 것 같더라고요.
어쨌거나 어른들은 지하실로 간다고 했다. 손수레도. 클렘은 옷소매로 눈가를 쓱 닦고는 그들을 따라갔다. 벨레다가 간간이 말을 걸었는데 그게 고마운 것 같기도 했고 오히려 더 서운한 것 같기도 했다. 클렘은 자기가 왜 이러는지 더는 알 수가 없어졌다. 이상한 통로에서 이상한 노인을 만났는데, 그 노인이 벨레다를 죽이려 했다. 그런데 노인은 사실 유령 할아범의 형이고 유령 할아범의 물건도 지하실에 숨겨 두었다. 그래서 그걸 가져가려고 온 것이다. 그게 다인데 왜 이렇게 언짢은지 모를 일이었다.
지하실에 도착한 다음에도 계속 눈물이 났다. 마타치치는 응접실에서 쉬는 게 어떻냐고 물었지만 클렘은 그냥 여기 있겠다고 했다. 그랬다가는 정말로 질 것만 같았다. 이게 누구랑 싸우는 일도 아닌데. 클렘은 남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입구 근처에 있는 서류함부터 옮기는 것을 지켜보다가 책상 쪽으로 갔다. 누군가가 마구잡이로 꺼내본 듯 종이들이 많이 펼쳐져 있었다.
가장 위에 있는 건 연구 일지였다. 도형이 많고 기호도 많았는데 이해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클렘은 그걸 분풀이하듯 옆으로 밀쳐냈다. 그러고는 휙 돌아서려는데 밑에 있던 공책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거기에 쓰인 건 별로 안 어려운 것 같았다. 이윽고 클렘은 그게 일기라는 걸, 그리고 아주 쉽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읽으면 됐다. 보다 보니 벨레다가 옆에 와서 물었다.
"뭐 보는 중이야?"
"일기 읽고 있어. 왜 그러는지도 모르겠고 짜증도 나고 다 싫대. 이해가 안 가서 힘들대."
"보자, 글씨체가 스승님 건 아닌데―아니, 잠깐만! 스승님 일기가 아니면 그 늙은이 거잖아. 그런 건 볼 필요 없어. 안 봐도 돼. 봐서 뭐 하게."
"난 이거 좋은데."
클렘은 일기장이 좋은 이유를 늘어놓았다. 규칙이 있는데,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 그런 규칙이 왜 있는지 묻기 시작하면 끔찍한 기분이 든다는 것. 그런데 그 기분이 어떤 것인지도 사실은 잘 모르겠다는 것. 좋은 것과 싫은 것 사이에 선을 그어 두는데 마음이 가끔은 선 이쪽에도 저쪽에도 보이지 않는 수수께끼가 된다는 것. 물론 일기장과는 다른 부분도 있었다. 자신은 새를 가지고 싶어서 새를 죽여 보았는데 별로 안 좋아서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더 많은 이야기들.
벨레다는 긴긴 설명을 복잡한 표정으로 듣고만 있다가 클렘을 꼭 안아주었다. 너는 나트람 같은 요정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헤이딘이 멀리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와서 이 논문의 초록을 한 번 보라는 거였다. 벨레다는 클렘을 한 번 더 안아주고서는 곧바로 갔다. 아무것도 모르는 요정 꼬마만 책상 앞에 덩그러니 남았다. 클렘은 허공을 향해,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도시에는 규칙이 있어. 함께 살려면 규칙을 지켜야 돼. 꼭 다 지켜야 하는 건 아니야. 어른들한테는 예의를 차려야 하는데 이건 안 지켜도 되는 규칙이야. 왜냐하면 안 차려도 별 일이 없기 때문이야. 그런데 꼭 지켜야 하는 것도 있어. 모르는 사람이 도시에 들어오는 건 안 돼. 그러면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 난 마타치치를 좋아하고 마타치치가 죽으면 나한테 안 좋아. 그래서 난 그 규칙을 지켜. 그리고……."
클렘은 자신이 저들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저들도 자신을 알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 자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을 이해했다. 하지만 당연한 규칙을 만든 쪽은 저들이었기 때문에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건 자신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자신은 항상 잘못하는 쪽이었다. 그건 억울한 일이었다. 저들은 그 억울함도 알지 못했다. 비웃거나 혼을 내거나 그냥 안아줄 뿐이었다. 그렇지 않다고 위로하면서. 억울해본 적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손수레 소리가 들리더니 지하실에서 잠깐 인기척이 사라졌다. 클렘은 좀도둑처럼 주위를 둘러보다가 일기장을 몰래 품에 숨겼다. 그 이상한 늙은이가 좋아서는 아니었다. 클렘은 여전히 마타치치가 좋았고 벨레다가 좋았다. 늙은이는 그들을 죽이려 했기 때문에 싫었다. 하지만 일기장을 보면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거랑 같이 있는 게 나은 걸까, 아니면 그냥 혼자인 게 나은 걸까. 클렘은 마음속으로 묻고서는 문을 두드리듯이 가슴에 주먹을 맞부딪혀 보았다. 일기장의 딱딱한 겉면이 느껴졌고 통통 소리도 났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가죽 상자처럼. 그러자 정말로, 정말로 텅 빈 세상 속에 자신과 일기장만이 남은 듯한 느낌이 들었고 클렘은 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벨레다가 돌아왔다. 벨레다는 클렘을 달래 주고는 밖으로 나가 같이 정원을 돌아다녔다. 인간 소녀의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지만 품에 넣어둔 일기장이 가끔씩 갈비뼈 밑을 찔렀다. 거슬리긴 해도 참을 수 있을 만큼만, 콕콕. 클렘은 그제야 자신이 지금껏 무엇과 싸웠는지를, 그리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할 거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언젠가 일기장을 버릴 수 있게 될 때 지금의 자신은 없으리라는 것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