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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신으로 살아가는 법-203화 (204/258)

203화 파괴된 사나이 (5)

굉음과 함께 거대한 장치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부분적으로 파손된 채 외부 자극에 기계적으로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하고 자율적인 방식으로.

평판 부품들의 움직임은 변조된 반송파(搬送波) 위에 덧그려지는 포락선을 연상시켰다. 빛이 그 결을 따라 치솟으며 입방체 위에 모여들었다. 반투명한 황금빛 구체 속에서 광채가 짐승의 내장처럼 맥동했다. 그것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서로 다른 광물 결정의 형태를 취했다. 란드와르의 자리에서는 자수정 동굴의 한 조각을 떼어 온 것처럼 보였다.

그는 그것이 소금 덩어리를 연상시키는 조밀한 결정체로, 그리고 육십면체 공으로 바뀌도록 고개를 조금씩 돌려 보다가 일행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풍부한 빛이 오후 나절의 양광처럼 요정들의 콧잔등을 노란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란드와르는 마타치치의 표정에서, 자신은 결코 알지 못할 종류의 경건함을 읽을 수 있었다.

경건함. 로야페타의 황금을 마다하고 손으로 쥐지 못할 광휘에 매달리는 사람들에게만 허락된 그것. 그들과 각인을 보고 신축 아파트의 점등식을 연상하는 부류 사이에는 아득한 거리가 있을 게 틀림없었다. 란드와르는 단연코 후자였다. 침실에 무드등으로 가져다 두면 딱 좋겠군.

<타일라프람에서 주문제작을 받는 조명등 중에 비슷한 제품이 있긴 합니다. 반투명한 구체 안에 환영 생성기를 더했죠. 마련해 드릴까요?>

아, 감사합니다. 세카두에서 며칠이나 더 자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란드와르는 구체를 올려다보면서 저걸 어디쯤에 둘까 상상해 보았다. 침대 곁의 협탁에? 아니면 탁자 위에? 신성모독이 도를 넘어도 한참은 넘었을 무렵에야 낯선 울림이 다가왔다. 아주 멀리서 들려오는 것처럼 아득하면서도 바로 앞을 맴도는 듯한 소리였다. 마타치치가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은… 언제인가?]

"당신과의 소통이 멈춘 후로 천 년하고도 세 달, 그리고 나흘과 1/3일이 지난 날입니다."

학자는 무릎을 꿇어 예를 표했고,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 평판 부품 움직이는 소리만이 깔짝거리던 끝에 응답이 돌아왔다.

[소통이… 어째서 단절되었는가?]

"이면 세계의 장벽이 무너졌고 이시 타브가 당신의 영토를 침범했습니다."

그리고 문답이 몇 차례 더 오간 뒤 구체가 크게 회전했다. 빛을 품은 공에는 방향이랄 것이 없었지만 란드와르는 그게 자신에게로 시선을 옮겼음을 알 수 있었다.

[너는… 이방인인가?]

"그런 셈입니다."

[네 기억은… 저장소에… 존재하지 않는다.]

"초면일 겁니다. 파울리스 같은 놈들이랑은 다른 곳에서 왔거든요."

[내가… 너를… 불렀는가?]

"그건 아니고요."

[지고하신 분께서… 너를… 불렀는가?]

"그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네게는… 권한이… 있다.]

순간 불합리한 기대감이 차올랐다.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 하는 법이다. 란드와르는 정중한 어법을 구사하는 대신 대뜸 본론을 꺼냈다.

"저장소에 지고하신 분의 이름이 남아 있을 겁니다. 이야기해 봐요."

[네게는… 그 작업 요청을… 진행할 권한이 없다.]

"그러면 다음 질문. 외부 미궁에 있는 사람들의 위치를 나열할 수 있습니까? 두 명을 찾아야 해요. 아이들입니다. 하나는 요정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에요."

[네게는… 그 작업 요청을… 진행할 권한이 없다.]

시도를 해 보았지만 예상대로였다. 가호를 받는다고 해서 모든 권한이 이전되는 건 아니었다. 침입을 막고 복구 절차를 진행하는 데에 필요한 수준이 끝이었다. 이해는 가능했다. 남이 자기 머릿속을 만지작거리는 상황이 달갑진 않을 테니까. 하지만, 하지만… 그는 잠시, 이럴 게 아니라 헤이딘에게 중추를 조작하도록 요구하면 어떨까 고려해 보았다. 될 것 같은데.

<외교적인 물의를 일으킬 상황은 최대한 피해 주십시오.>

이런 젠장, 생각은 자유 아닙니까. 어차피 진짜 사고는 그쪽 분들이 다 쳐놓은 판에.

그래도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존재가 티아뿐인 건 다행이었다. 속마음이 바깥으로 새어 나갔더라면 테네브로즈가 아니라 헤이딘이나 마타치치에게도 나트람 취급을 받을 게 분명했다. 그는 입이 너무 헐거워지기 전에 서둘러 다음 단계로 도약할 필요성을 느꼈다. 슈문과 대화가 통하긴 했지만 아직은 임시 가동 상태에 불과했다.

"아무튼, 할 일 합시다. 무슨 이야기인지 알죠."

[보호장 유지에… 너무 많은 힘이… 소모되고 있다.]

"지켜 드릴 테니까 일단 한 번 터뜨려요. 그 다음에는 출력 낮추고 생각 정리하고 계시면 됩니다."

구체가 기다렸다는 것처럼 빙글 돌았다. 입방체의 각 평면을 이루던 금색 보호장은 작동을 멈추는 분수처럼 아래를 향해 무너졌다. 그것은 제어 중추를 둘러싸는 얇은 빛의 고리로 변했고, 점차 크기를 넓히며 뻗어 나갔다. 란드와르의 발 너머로, 그리고 지평선 바깥을 향해. 테두리가 범위를 넓힐 때마다 갖가지 오염의 흔적이 타오르면서…….

"와우."

사방에서 오염체가 치솟아 올라왔다. 형태는 다양했다. 표범 무리에서부터 얼굴 없는 요정까지.

이제부터 저런 것들이 쉼 없이 밀려올 터였다. 하지만 잔파도에 불과하다. 잔파도를 모두 막아내면 땅 곳곳에 솟아난 뼈들이 하나로 뭉치면서 우두머리가 나타난다. 이 짓도 거의 끝나간다는 안도감과 이 짓을 제대로 끝내야만 한다는 강박이 동시에 관자놀이를 찔렀다. 티아의 속삭임도.

<시작하셨군요. 외부에서는 벤트레스가 침입자들의 부대장을 붙잡아 심문하는 중입니다. 미궁을 훼손한 주범은 나트람이 맞습니다만, 부대장도 자세한 사정은 전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추가적인 정보 나오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란드와르는 망치를 움켜쥐었다.

*   *   *

새벽눈의 블리스키미르는 넝쿨처럼 흐드러진 장발이 인상적인 남자였다. 그의 눈동자는 머리카락과 똑같은 남색이었고, 차분하면서도 신중한 사람이라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렇다, 분위기. 블리스키미르는 유별나게 현명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런 분위기를 이용하는 법은 알았다. 입을 다문 채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리면서, 아무도 말을 걸지 않길 기도하는 것이다. 먼저 떠들어대면 안 된다. 말실수를 해서 평판을 망칠 수도 있으니까(그는 당황했을 때에는 누구보다도 헛소리를 잘 하는 편이었다).

동기인 라덱에게는 그런 기술이 부족했다. 그는 깐깐하고 예민했으며 무슨 상황에서도 할 말은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라덱이 중요한 심사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는 동안 블리스키미르는 빠르게 출셋길을 밟았다. 물론 능력 자체만을 놓고 보더라도 그는 충분히 유능했다. 이대로라면 부제사장 직분까지도 노릴 수 있으리라는 것이 3교구의 중론이었다.

그 전망은 테네브로즈의 배신과 함께 무너졌다. 이제는 잔해까지 먼지로 변해 흩날리고 있었다. 너무 안일했다는 후회가, 주문이 걸려 있는지 제대로 보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치밀었지만 때는 늦었다. 지금껏 지나온 것과 똑같은 통로에 발을 들이는 순간 공간이 뒤흔들렸던 것이다.

얼음벽이 치솟으며 퇴로를 막았고 늑대가 달려들었다. 인간 소년도 함께. 놈에게는 혼란도, 공포도 들어 먹히지 않았다. 무언가 강력한 존재가 그들의 영혼을 수호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벌레 환각이 블리스키미르를 덮치더니 암흑 그 자체로 변했다.

은발의 요정이 흐려지는 시야 한 귀퉁이를 스쳤다.

"아, 이제야 정식으로 인사를 올리게 됐군. 정신의 감옥을 걸기 전에 통성명을 해 두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럴 상황은 아니라서 말이지. 자네도 충분히 이해할 것으로 믿네."

"배신자 놈! 네가 3교구에서 죽이고 달아난 동족에게 부끄럽지도 않으냐?"

블리스키미르는 아득한 어둠을 향해 일갈했다. 웃음소리가 사방에서, 쩌렁쩌렁 울렸다.

"아니, 이럴 수가. 아우님이랑 나를 헷갈리는 놈이 쉭겐 하나가 아니라니 통탄할 노릇이군. 자네가 보기에는 내가 그렇게 키가 작아 보이던가? 인간들도 구분하는 걸 같은 요정끼리 이래서야 되겠어?"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블리스키미르는 나우파나 폐허에서 돌아온 신관의 보고를 상기했다. 테네브로즈의 사촌형이, 즉 벤트레스가 모티스와 다른 둘을 이끌고 대오에서 이탈했다고. 그 사건은 어둠달이 멸문당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억측이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쪽도 있었다. 블리스키미르는 그들의 면면을 마음속에 그려 보았다. 모두 얼간이였다.

"벤트레스!"

"아, 이제야 내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는군. 반쪽짜리지만 말이야. 자네 가문이 의회에서 몇 번째였더라? 네 번째였던 것 같은데―참, 그래도 가문 이름까지 붙이면서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어. 멸문당했다는 소식은 나도 들었거든. 내 숙원을 대신 이뤄 줘서 고맙네."

"역시나 어둠달 놈들 전체가 얽힌 일이었군. 언제부터 인간의 편에 서 있었지? 소생 계획에 동참한 것도 이것 때문이었나? 잠든 분을 깨운 다음 인간들의 신에게 제물로 바치려고?"

짧은 침묵이 지나갔다. 벤트레스의 목소리가 난처한 듯 가까워졌다.

"정신의 감옥을 쓰는 건 너무 오래간만이라서 하는 질문인데, 내가 혹시 실수를 했나? 나 때문에 머리가 고장 난 거야? 아니면 평소 역할 때문에 그런가? 뭐든 간에 이건 확실히 하자고. 심문관은 자네가 아니라 나야."

발끝에서부터 격통이 시작되었다. 발작적인 통증은 척추를 분수관으로 삼아 치솟다가 정수리에서 폭발했다. 악물린 이가 금속성 소리를 냈다. 입가에 배어나는 피의 맛, 이명, 이지러지는 시야. 비록 보이는 건 암흑뿐일지라도. 둔해진 청각이 가까스로 낯선 목소리를 포착했다. 나르시소 놈들 중 하나인 모양이었다.

"어쩜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놓을 수가. 이건 좀 심한 것 같네요. 대답을 듣기도 전에 죽어 버리면 큰일이잖아요……."

"비명 때문에 작업을 방해하게 된 건 미안하네만, 고의는 아니야. 오래전에 3교구를 떠난지라 심문관 역할은 처음이거든. 고통 조절이 익숙하지가 않아. 그나저나 자네는 돌아가서 하던 일이나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저쪽에 균열이 생기고 있거든."

"균열요? 여기에요?"

"데리고 나오는 도중에 본 거라 잘은 몰라. 자네들이 잘 막아 봐야지. 늑대인간이나 인간이나 바쁜데 요정이라고 해서 한가하게 떠들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참, 좌측 하단도 보수해야 할 거야. 거기에 임시로 가둬 둔 놈들이 각인을 부수는 중이라서……."

마지막 문장은 블리스키미르에게 희망을 불어 넣었다. 자신은 붙잡히긴 했지만 다른 신관들이 분투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구출된다면 출셋길은 막힐지라도, 어쨌든, 여기에서 모두 죽는 것보단 낫다. 야스와다를 향한 충성이 강렬해졌다. 그는 큰 소리로 엄포를 놓았다.

"인간보다 잔인한 놈! 차라리 죽여라!"

"아니, 그런 오해를 하다니 유감이네만, 동족을 해치는 취미는 없어. 나는 놀고, 먹고, 마시는 걸 세상에서 제일 즐기는 사람이거든.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자네가 예전에 초대를 받아들였으면 지금 이렇게 고초를 겪는 게 아니라 야스와다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었겠지. 순간의 선택이 수십 년 후의 미래를 바꾼다니 얼마나 당연하고도 놀라운 이야기인가? 자네 의견은 어때?"

"그 난잡한 놈들과 어울리고 다닐 바에야 명예로운 죽음이 낫지!"

벤트레스가 다시 홍소를 터뜨렸다.

"명예라. 명예―재미있는 단어로군.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내가 그때 초대장을 보낸 이유도 말해 주지. 자네가 실컷 아파하는 장면을 봤거든. 그래서 난 자네한테 침대에서 얻어맞는 취미가 있는 줄로 알았던 거야. 이제 보니 내가 본 게 이거였군 그래."

블리스키미르는 갖가지 소문에 관심이 많았고, 자연스레 이 미치광이의 과거도 잘 알게 되었다. 벤트레스가 별채에서 풀려난 직후에는 한동안 예언을 하면서 돌아다녔다는 사실 또한.

내용은 실로 다양했지만 공통점은 있었다. 모두 헛소리라는 점이었다. 야스와다 한복판에 거대한 나무가 자라날 것이라거나, 자신의 아들이 신의 반려가 될 것이라거나(애당초 벤트레스는 미혼이었고 혼외자도 둔 적이 없었다), 기타 등등. 이제는 그 짓을 멈췄다지만 완전히 멀쩡해지지는 않은 듯했다.

"망상벽을 아직 못 고친 모양이군."

"망상이라니. 난 자네가 얼마나 버틸지도 알고 있어. 이봐, 머리 하얀 청년, 여기 시계 없나? 없다고? 그거 안타깝게 됐군. 하기야 불멸의 지혜를 논하는 데에 시간 따위를 잴 필요는 없지."

"불멸의 지혜라니!"

"자네처럼 삶을 순탄하게 살아온 사람은 의지라거나 절개라거나 신념 같은 게 제 믿음만큼이나 강하진 않다는 사실을 배울 필요가 있어. 한 사람의 정신이란 그냥 세파에 휩쓸리는 거야. 나뭇가지에 매달린 잎사귀 같은 거지. 어떤 건 곱게 단풍이 들지만 어떤 건 바람에 떨어져서 시궁창을 뒹군단 말이야. 자네도 조만간 그 사실을 배우게 될 거야. 내가 직접 가르쳐 주지."

벤트레스는 그렇게 주절거리고는 다시 고통을 가하기 시작했다. 블리스키미르는 배신자가 원하는 답은 결코 주지 않으리라는 결의를 불태웠다. 결의는 뼈저린 아픔 속에서 불타 사라졌다.

"아니, 나도 정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야. 자네가 비명을 지를 때마다 제어공학자 나으리께서 날 죽일 듯이 노려보거든. 야스와다 도살자 주제에 학자들의 고상한 지적 활동을 방해한다는 거지. 하지만 계속 함구한다면 어쩔 수 없이……."

"그만, 그만! 뭐든 말하겠어! 무슨 대답을 듣고 싶은 거야? 도대체 뭘 원해?"

추적자 훈련 과정은 통증에 익숙해지는 경험을 포함했지만 벤트레스가 가하는 고통은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궤에 있었다. 투박하면서도 강렬했고, 예상할 수 없었다. 이 1교구 정신병자에게 시달릴 바에는 그냥 배신자가 되어서 제물로 바쳐지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이제야 대화가 통하겠군. 일단 이것부터 묻자고. 함정에 빠진 놈들 말고도 후발대가 따로 있는 거야? 자네 쪽에 붙은 학자들이 미궁을 망가뜨렸다는데, 도무지 내 눈엔 보이지 않으니 말이지."

블리스키미르는 마음속에 벤트레스의 얼굴을 그려 보았고, 열패감과 오기를 혼동하는 패잔병처럼 으르렁거렸다.

"학자들이 우리 쪽에 있었으면 내가 이 꼴로 붙잡히지는 않았겠지! 나트람이 혼자 저지른 일이야!"

"겨우 협조적이 되나 싶더니 헛소리를 늘어놓는군 그래. 별불꽃 영감쟁이가 사실 와그다스 학자였다면 나는 누구보다도 지혜로운 예언자일세. 언제였던가 거대한 보라색 소용돌이를 봤지. 늙은이 하나가 거기에 서 있었어. 내가 거기로 달려가서 외쳤고―참, 쓸데없는 소리를 너무 많이 하고 있군. 자네도 쓸데없는 소리를 하긴 피차일반이니 서로 상계가 될 거라고 믿네."

빛과 같은 통증이 명치를 후려쳤다. 블리스키미르는 절박하게 울부짖었다.

"소용돌이고 뭐고 모르겠지만, 진짜야! 진짜라고!"

"아니, 정말로?"

"벽을 조작하는 방법은 나트람만 알아! 혼자서 일을 벌이더니 갑자기 벽으로 들어가더군. 그 후로는 나도 몰라. 무슨 생각인지도 모르겠어."

이번에는 통증이 찾아오지 않았다. 이 대답에 만족한 걸까, 아니면 신관들이 좌측 하단의 각인을 뚫고 나와 1교구 배신자를 처치한 걸까? 블리스키미르는 후자라면 그들이 자신의 대답은 듣지 못했기를 빌었다. 출셋길이야 이미 막혔지만 똑같은 배신자 취급은 사양이었다.

"흥미로운데. 자세히 말해 봐."

그러나 전자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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