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화 소리는 몸보다 늦게 죽는다 (2)
젊은 추적자였던 헤이딘이 실종된 후, 나트람은 한동안 황무지를 떠돌았다. 어떻게든 동생을 찾아오고, 죽었다면 유품이라도 가져오라는 것이 어머니의 명령이었다. 탐색은 길었고 결말은 달갑지 않았다.
"차라리 여기서 죽이고 가시오. 그게 모두에게 나은 일일 거요. 가주 자리라는 게 도대체 뭐가 그리 귀한지는 모르겠지만―"
투명한 밧줄이 헤이딘의 두 팔을 허공에 붙들어놓고 있었다. 기진맥진한 얼굴 아래에는 보랏빛 올가미가 걸려 있었고, 거기에서부터 가느다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그 형상에는 얇은 색실을 엮어 만든 목걸이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있었다. 나트람은 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 너머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이곳은 한때 도망자들의 도시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그들은 이 공간을 통해 지하 동굴에 드나들었고, 그 중간에는 따로 지성소를 마련해 지혜의 주인에게 기도를 올릴 수 있게끔 했다. 돌을 깎아 만든 제단은 이곳저곳이 부서져 있었지만 흐르는 듯한 황금빛은 여전했다. 종이 더미가 사방에 널려 있었고 정체 모를 문양 또한 있었다.
"너는 여기에 세상의 모든 지혜가 있다고 했지. 그러면 몇 가지만 묻도록 하자. 어째서 모든 생은 죽음으로만 끝날까? 한 번 죽은 이를 두 번은 죽이지 못할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한 걸 묻는군―돌이켜 보면 형님은 언제나 한결같았소. 여기에서까지 악취미를 버리지 못하다니 성격도 참 고약하시오."
"네 말대로다. 세상은 아주 당연한 규칙으로 이루어져 있지. 웅덩이는 볕에 마르고, 추위에는 호수가 언다. 부모가 자식을 아끼듯 그 자식 또한 부모를 사랑한다. 아끼는 이가 다치거나 죽으면 나머지는 비탄 속에 슬피 울어야만 한다… 어째서? 어째서 그런 규칙이 있지? 그 대답도 여기에 있느냐? 내가 지혜를 섬기면 그것까지도 모두 알 수 있을까?"
"그래, 딤 나겔에게도 이랬다지. 이제는 칼린카가 아니라 동생을 죽이려는 모양이지만. 뜸 들일 게 있소? 오래전부터 바란 일일 테니 서둘러 해치우시지."
그 말에 귓속에서 피가 출렁거렸다. 먼 옛날 어머니에게 허락을 받았을 때처럼. 그이는 제 몫을 얻어내기 위해서라면 얼마든 싸워도 좋다고 했다. 이제는 헤이딘이 죽여도 된다 말했으므로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올가미를 조이자 동생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심장이 이상하게도 빠르게 뛰더니 피가 모두 달아나듯 했다.
나트람은 동생을 죽이고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람은 그렇게 빚어지지 않았으므로. 일부러 만들어내지 않은 것들. 제국이 세워지기도 전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들. 정말로 이유를 따져 묻기 시작하면 누구도 답하지 못한 채로 남겨지는 것들. 해야 할 것과 하면 안 될 것과 들켜선 안 될 것들의 긴 목록.
마력 갈래를 거두자 헤이딘의 몸이 허물어지듯 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쓰러져 누운 동생에게로 다가갔고, 중얼거리듯 말했다.
"나는 너를 데려가야 한다… 너를 어머니께 보여야 해. 그러니 죽이지 않을 것이다. 새 주인을 섬기도록 허락해 주마. 교구에는 네가 병들었다고 전할 테니 본가에만 머무르면 된다. 그리고 내가 가주 자리에 오르면 부가주는 네 몫이 될 것이다."
"부가주라니, 참으로 자비로우시오. 주검이 그 직분을 받들 수 있을까 모르겠소만."
헤이딘은 나트람을 똑바로 올려다보았고, 덫에 걸린 짐승이 사냥꾼에게 하듯 으르렁거렸다. 그런 반항마저 멎고 사방이 정적 속에 잠기고서야 나트람의 입이 다시 열렸다. 외웠지만 뜻은 알지 못하는 경구를 되뇌듯 무감각한 어조였다.
"나는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죽여서는 안 돼……."
그러고는 목소리가 갑자기 절박해졌다.
"아니, 그러지 않을 거야―죽어서는 안 돼―안 돼!"
헐떡이듯 숨을 몰아쉰 나트람은 다급히 헤이딘을 일으켰다. 눈은 감겼고 몸 또한 맥없이 흘렀지만 아직 입에는 숨결이 남은 채였다.
품에 치료약 병이 있었다. 병뚜껑을 열자 마력 결정 부스러기가 손끝에 묻어 나왔다. 오른손 가득 물약을 부어 목의 상처에 바르고서는 나머지는 입에 흘려 넣었다. 숨소리가 고르게 변하고서야 퍼뜩 감각이 돌아왔다.
무릎에 올려놓은 동생의 몸이 미지근한 돌덩이 같았다. 기억하기로는 피송곳니 장원의 들판에는 너른 바위가 있었는데 여름에는 밤이 되도록 온기가 식지 않았다. 추억이, 풀이 출렁이는 들판에 누워 놀던 시절의 추억이 입술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헤이딘, 마법은 규칙에서 예외를 찾아내는 일이라고들 하잖아. 그런데 왜 한 번 죽인 사람을 두 번은 죽이지 못하는 걸까? 네가 괴로워하는 모습만으로도 피가 이렇게나 빠르게 도는데, 왜 그 규칙에는 아무런 예외가 없지? 나는 그 예외로만 만들어진 것 같은데, 왜, 내가 평생토록 바란 것들은 엄정하기만 한 걸까?"
한결 친근해진 목소리 속에서 나트람은 열네 살의 소년으로 돌아가 있었다. 미소는 그늘에서 자라는 꽃처럼 소박하고 평화로웠다. 그는 부드럽게 속삭였다.
"내가 지금 네 목숨을 앗아간다면 세상은 한순간에 하찮아질 테고 나는 이 날만을 쉼 없이 곱씹을 거야. 그러니까 너를 죽일 수는 없어. 딤 나겔의 칼린카를 다시 죽이더라도, 어머니가 죽더라도 오늘 같지는 않을 테니까. 이런 느낌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항상 궁금했지―증오? 증오는 아니야. 네가 겨우 요람을 벗어나 나를 올려다보기 시작할 때부터 줄곧 하던 생각이니까, 그렇게나 어린 아이를 미워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만약 내가 너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단어가 목구멍에 걸린 듯 말이 더 나오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무너진 제단이 다시 시야에 들어왔다. 선명한 금색 빛줄기가 흙먼지를 뚫고 흘렀다. 슈문은 세상의 모든 비밀을 다스렸으며 그 빛깔은 현명함을 상징하게 되었다. 지혜의 광명. 햇살. 눈부신 햇살 속의 딤 나겔은 황금으로 빚은 듯 찬란했다. 언젠가 성년식을 치르기도 전에 그는 기르던 칼린카를 직접 죽이고서는 무덤을 마련한 적이 있었다 어떤 칼린카는 고통을 위해서만 태어난 것 같아 괴롭힘을 당하거나 남을 괴롭히거나 하지
그렇게 태어난 건 녀석의 잘못이 아니라지만 어쩔 수 없이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거야 숨결 대신 독을 내쉬도록 만들어진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 봐 그 사람이 호흡하는 걸 죄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을 탓할 수 있을까 그 사람한테 숨을 참으라고 할 수 있을까 그때 나트람도 딤 나겔의 곁에 있었다. 그랬던 기억이 났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무얼 어떻게 생각하냐는 거야 나는 모르겠어 나는
나트람은 입을 다물었고 딤 나겔은 조용히 웃었다. 주검에 잔디를 덮은 후 그는 사촌을 들판의 복판으로 이끌었다. 하늘이 높고 해가 찌를 듯 밝은 날이었다. 넘실거리는 들풀 위로 붉은 꽃이 거품처럼 흘렀다. 피거품. 고통과 생명을 함께 이끄는 그것. 딤 나겔이 다시 말했다. 우리는 조만간 어른이 될 거야 넌 아마 별불꽃의 가주가 되겠지 그건 내 자리는 아니니까 역겹도록 달콤한 꽃향기가 향수라도 끼얹은 양 사방에서 진동했다. 콧속에서도. 나트람은 꾸중을 기다리며 서 있는 어린아이처럼 손끝으로 목깃을 만지작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나한테도 그게 딱히 필요하지는 않아 그러면 넌 뭘 원하니? 내가 원하는 건* 그리고 시간이 한순간에 되돌아왔다.
제단 위로 흐르는 빛은 찌를 듯 날카로웠고 공기에서는 흙먼지 냄새가 섞여 났다. 나트람은 오래도록 굳어 있다가 그만 일어섰다. 그는 헤이딘의 몸을 허공에 띄워 올렸고, 통로 바깥을 향해 갔다. 황무지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처럼 바람이 심하게 불었지만 교구 차원문이 바로 근처에 있었으므로 돌아갈 길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 * *
야스와다에 돌아온 헤이딘은 숲지기의 오두막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나트람은 간혹 본가에 돌아오라는 뜻을 전하긴 했지만 직접 만나러 가지는 않았다… 그렇게 네 해가 흘렀다. 별불꽃의 이름이 적힌 고발장이 의회에 날아든 건 나트람이 3교구 부제사장 직분을 얻어낸 직후였다.
나트람은 수사관과의 협의를 마친 뒤 동생에게로 향했다. 심문을 받고 돌아왔지만 아직은 구속구에 얽매인 상태였다. 그때 헤이딘의 영토는 오두막의 문 너머에, 메기도가 넘겨다보았던 곳에 이어져 있었다.
"이대로라면 문 너머에 있는 걸 모두가 보게 될 거요. 도망가지 않을 테니 잠깐이라도 구속구를 풀어 주시오. 출구를 다른 곳에 잇기만 하면 되오. 이 집안의 다른 사람을 위해서라도―"
"이미 옮겨 두었다."
"옮겨 두었다고? 태우거나 파묻은 게 아니라? 모두?"
"종이 한 장도 빠트리지 않았다. 그 이상한 물건까지도."
헤이딘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나트람을 빤히 바라보았고, 별 수가 없다는 투로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인지 사실인지 알 수가 없군. 나를 도우려 한 일은 아닐지라도, 일단은 사실이라 치고 감사 인사 올리겠소. 이왕이면 옮긴 김에 가보로 간직해 주길 바라오. 완성하기에는 아직 멀었지만 심혈을 들여 만들어낸 것이거든."
"어디에 쓰는 물건이기에 그러느냐?"
"알아서 무엇 하려 그러시오?"
"3교구의 부제사장이 배교자에게 물을 뿐이다."
"그래, 형님이 아니라 부제사장께 말씀드리지. 그건 뭐랄까, 포탑 같은 거요. 포탑 같다… 이 설명이 적절할지 모르겠소. 물론 포탑처럼 작동시킬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섬세하고 복잡하지. 거기에는 방대한 주문이 담겨 있소. 모두 공간과 시간을 다루는 것들이지. 근처에 발을 들이는 사람을 산산이 찢어 놓거나, 주검을 십 년이고 백 년이고 어제 죽은 듯 붙들어두거나, 주변을 미궁으로 만들거나―저장된 주문을 불러내서 잘 이어붙이는 것만으로도 그 모든 일이 가능하다는 거요!"
피곤 속에서도 순수한 기쁨으로 반짝이는 눈동자는 처음으로 눈밭을 밟은 칼린카를 연상시켰다. 양팔에 마력 구속구를 매단 채 작은 방에 갇혀 있는데도. 나트람은 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런 물건을 네 해만에 만들어냈단 말이지. 그 전부터 도망자들과 내통했느냐?"
"아니, 계시를 받았소. 제단 앞에 무릎 꿇은 순간 그분께서 몹시도 정교한 장치를 알려주시더군. 사실 그게 망상이었는지 무엇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소. 그 다음부터는 기도를 아무리 올려도 응답이 없었거든. 하지만 나는 그걸 다시 만들려 하고 있어―지극한 일부일지라도―아니, 여기까지만 이야기하겠소. 사실 불태워 버리더라도 할 말은 없지. 지금으로서는 화려한 조명에 불과하니 말이오. 아직은 반도 완성하지 못했고, 정말로 작동할지는 나도 모르오."
"즐거워 보이는구나."
"아니, 고통스럽소. 황무지에서 돌아온 후로는 계속 절박감과 두통에 둘러싸인 채 살았어. 완성하지 못하면 편히 쉴 수 없을 거라는 강박이 나를 몰아가는 거요. 이걸 만들지 않을 때에는 항상 머리가 아파. 생각이 부풀어서 두개골을 뚫고 나올 것만 같고… 하지만 각인을 짜 맞춰 나가다 보면 그게 모두 희열로 변하지! 그래, 나는 즐거웠어! 이렇게 될 줄 알면서도 도박수를 던질 만큼은 즐거웠어! 내가 모르고 이 세상이 몰랐던 것을 알아내는 게 얼마나 짜릿한 일인지 형님은 결코 모를 거요!"
"그래, 나는 그게 왜 즐거운지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몰라. 하지만 그 통로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기억이 난다. 내가 거기에서 숭배 서약을 올리면 어떨까?"
"정말로 이상한 걸 물으시는군."
순간 헤이딘의 얼굴에서 들뜬 기운이 모두 달아났다. 한결 싸늘해진 대답에도 나트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답해 보아라. 부제사장에게 하는 말이건, 네 형에게 하는 말이건 간에."
"나는 항상 형님이 3교구에 들어가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오. 형님만큼이나 고통을 즐기는 요정은 본 적이 없으니. 마법 실력이 시원찮았더라면 도축장에나 가 있었겠지만, 다행히도 주문만큼은 잘 외웠던지라 추적자가 되고 부제사장 직분까지 얻어낸 것이지."
"그래, 나는 세상의 이치를 영영 모를 수밖에 없단 말이지?"
"형님이 이론에도 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소. 사람 죽이기만 잘 했더라면 온갖 주문을 만들어내서 나를 성가시게 할 일도 없었을 테니까. 그런데 형님이 다른 이유로 마법을 연구한 적이 있소? 남을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다른 이유로?"
나트람은 대답하는 대신 동생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고, 이만 문을 닫고 떠났다. 잠시 뒤에 찾아온 하인들이 헤이딘을 별채로 옮겼다. 그날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이후로도 나트람은 며칠에 한 번씩은 별채에 들렀지만 금지된 마법에 관련된 주제는 일절 입에 올리지 않았다. 대신 그는 동생이 남긴 것들을 비밀스러운 곳에 감췄고, 종이더미를 읽고 또 읽었다. 뇌리에 활자가 박히고 거기에서부터 새로운 깨달음이 시작될 때까지. 그리고 딤 나겔의 딸이 황무지에서 죽은 후로도, 줄곧…….
* * *
황무지를 뒤덮은 구조물은 형언하기 어려운 형태였다. 각각의 모서리는 아지랑이 같았지만 명확한 경계가 있었고 빈 공간을 덮은 황금빛 격자는 열기에 일그러진 차투랑가 판처럼 기묘한 곡선을 그렸다. 그 안에는 시작과 끝이 맞붙은 채 영원히 상승하기만 하는 계단이 있었으며, 따라 걷다 보면 다른 장소가 아니라 그 바깥면에 도달하게 되는 통로가 있었다.
나트람은 구조물의 겉에 손바닥을 얹었다. 마력을 주입하는 동시에 황금빛 덩어리가 부드럽게 뒤로 밀리며 그 너머의 공간을 드러냈다. 정돈되지 않은 마력 타래가 텅 빈 통로에서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손을 빼내자 상처에 딱지가 얹히듯 그 자리에서부터 격자가 자라나 구멍을 메웠다. 그는 추적자들을 따로 대기시킨 뒤 구조물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부대장, 블리스키미르는 언짢음과 조급증을 억누르며 나트람의 뒤를 따랐다. 벌써 몇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똑같은 일을 거듭하고만 있었다. 아무 설명도 듣지 못한 채 기다리기만 하려니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질문이 혀끝까지 차오를 무렵 나트람은 처음에 마력을 주입했던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그저 서 있기만 했다.
"죄송합니다만, 어쩌실 계획이신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조용히 하게."
블리스키미르는 구조물의 정체도, 별들이 전해 오는 뜻도 몰랐지만 나트람을 대하는 법은 알고 있었다. 이 노인이 원치 않을 때 말을 거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긴 시간이 흘렀다. 아무 기대도 없이 눈을 깜박이는 순간 구조물의 한 귀퉁이가 산산이 무너지며 평범한 길로 변했다. 아니, 이렇게 갑자기? 눈을 몇 차례 더 여닫은 뒤에야 겨우 정신이 돌아왔다.
"어떻게… 하신 겁니까?"
와그다스 학파의 마법이 모두 금지된 것은 아니었다. 슈문을 섬기지 않고서는 감히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 지혜의 본질에 한층 가까운 것들만이 금지되었다. 그러한 주문을 사용하는 것은 곧 배반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대신 추적자들은 와그다스 학파의 기초적인 역학과 원리를 배웠다. 거시적인 흐름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작용점을 찾기만 한다면 다른 갈래의 마력을 쏟아 넣어 파훼할 수 있었다. 가장 범용적인 마법 무효화 방법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으로는…….
"이 땅은 수많은 법칙으로 이루어져 있지. 그 다음 문장을 기억하나?"
"예, 모든 마법의 기초지요―주문은 그 규칙의 예외와 허점을 찾아내 세상을 속이는 일이라고요."
"그 말대로일세. 허점을 제대로 되돌려 놓았을 뿐이야. 아직은 입구만을 뚫었을 뿐이니 가면서도 이런 일을 계속 반복해야겠지. 그 전에 통로를 조금 더 넓혀 두는 편이 낫겠군."
하지만 그건 작용점을 깨트리는 것과는 달리, 해당 학파의 원리를 완벽히 익힌 수준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방식이었다. 즉 나트람은 야스와다 의회의 일원인 동시에 와그다스 마법의 대가라는 말이 됐다… 정말로? 한때 3교구의 제사장이었던 남자가 사실은 금지된 마법에 심취해 있었단 말인가?
물론 노인은 이론가로서의 능력도 뛰어났다. 성년식을 치르기도 전에 새로운 주문을 고안한 일은 지금도 유명했다. 사람의 영혼을 반으로 나눈 뒤 다른 이에게 심어서, 한 쪽이 다른 쪽에게 평생토록 영향을 미치게끔 하는 것이었다. 위험성 때문에 실제로 시전된 적은 없었지만 설계만큼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런 일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와그다스 학파의 대원칙을 배운 것만으로도 훨씬 고차원적인 응용이 가능할 것이다… 정말로? 의심이 재차 고개를 내밀었다. 이 노인에게는 배반자가 된 부관뿐만 아니라 배교 혐의로 고발장을 받은 동생도 있었던 것이다.
"그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부분을 알아내려면 먼저 거기에 이용된 원리를 모두 이해해야 하고―"
"자네가 그걸 물을 필요가 있나?"
싸늘한 반문이 말허리를 끊고 들어왔다. 노인의 검은 눈이 위험하게 빛나고 있었다…블리스키미르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그는 나트람이 부지불식간에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