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요정의 사랑 (3)
울쿠스는 몽유병 환자처럼 거실과 침실을 오가다가 뚝 멈췄다. 한밤중이었다. 어슴푸레한 빛이 창틀을 거치며 어질러진 유리 조각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커튼을 닫고는 침실로 도망쳤다.
말루카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에는 모든 일에 조심을 다했다. 집에 누군가를 부르지도 않았거니와 창문을 함부로 열지도 않았다. 매일밤 울부짖던 시기에도 자신이 요정이라는 자각만큼은 뚜렷했다.
울쿠스는 자신이 너무 오랫동안 그 감각을 잊고 지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정체를 들킬까 두려워하면서 잠을 미루다가, 기절하듯 꿈에 파묻히던 날이 수없이 많았는데도.
그런 꿈은 어김없이 경멸 어린 시선으로 끝났는데도.
침실 벽면의 거울은 퀭한 눈의 요정을 비추고 있었다. 울쿠스는 그 위에 환술을 덮어 익숙한 얼굴들을 만들어냈다.
캐러웨이 부인의 아들, 타라곤.
혹은 저항군의 이름 모를 조력자.
그러나 거울 속의 형태가 변할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비애뿐이었다.
울쿠스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 뒤 이 상태로 흰둥이들과 마주하는 순간을 상상했다. 혹은 스카르파와 함께 죽은 다음 진상이 밝혀지는 순간을.
지금까지 죄책감이라고 믿어 왔던 격통이 가슴팍을 짓눌렀다. 테네브로즈의 말이 옳았다. 그는 여전히 요정이었으며 심성 또한 전혀 바뀌지 않았다. 명예와 신념을, 윤리를 이해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심장 안에 도사린 것은 도덕률이 아닌 두려움이었다. 그들이 보여주는 애정이, 단번에 혐오와 멸시로 뒤바뀔 수 있다는 공포가. 자신이 죽음을 맞이한 뒤의 일일지라도.
아즈리온이 스카르파를 처치하도록 내버려두는 미래가 눈앞을 스쳤다. 추적자들에게 도시를 넘기는 것보다는 훌륭한 미래인데다가 타라곤의 신분도 유지할 수 있었다. 스카르파에게도 죽음은 안식이 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울쿠스에게 온정으로 가득한 삶을 안겨준 것은 스카르파였다. 그렇다면 그 생의 주인은 스카르파일 것이며 그것을 돌려받을 사람도 스카르파일 터였다.
은혜를 되갚을 방법은, 발버둥 치다가 함께 죽는 것밖에는 없단 말인가? 아니면 누구든 행동에 나서기 전에, 그녀가 먼저 도시를 폐허로 만들게끔 부추기거나?
…이윽고 울쿠스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 * *
테네브로즈는 울쿠스에게 한 달을 더 주고는 돌아왔다. 이것까지도 란드와르의 계산에 있었다. 시간이 촉박하지도 않거니와 이대로라면 큰 변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볼로디아를 왕 자리에 올려놓으려면 공사를 쳐 둬야 했다. 첫째 왕녀는 광기에 물들어 왕을 죽이고 도망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까, 대뜸 정체를 밝힐 수는 없다.
어쨌든, 이건 나중 일이니까 넘어가고.
"사제님, 모두가 만족한다면 좋은 일이 아닐까요?"
란드와르는 그렇게 묻는 요정을 빤히 바라보다가 허공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한 대 태우러 나왔더니 귀찮은 놈이 붙고 말았다.
"한가한가 봐요? 보니까 서류가 산더미던데."
"제가 이기적인 사람일까요?"
얼씨구. 동문서답에 동문서답이었다.
지금까지 나눈 대화라고는 와인 한 병 따면서 한 것밖에는 없는데 이런 걸 묻는 심리가 불가사의했다. 얼마 안 있으면 순찰 도는 군부 대원들한테도 심리 상담을 부탁할 모양새였다.
여기서 말상대를 해 주는 게 도움이 될지 어떨지 견적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울쿠스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떠들겠지만, 자신에게 그럴 능력이 있을지가 의심스러웠다. 마음 약한 인간들과는 영 친하지 않았던 것이다.
남을 달래는 일에는 익숙지 못한 평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온 말은 딱 하나였다. 상담이 필요하면 정신과에 가라는 것이다. 애꿎은 사람 붙잡지 말고.
아니, 잘 생각해보니 하나가 더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보통은 입을 다물었다.
"가서 부모님께 여쭤보시죠. 제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그는 심드렁하게 내뱉고서는 시가를 깊숙이 빨아들였다.
이상한 기미를 눈치 챈 건 연기가 폐를 한 바퀴 거치고서는 다시 허공으로 흩어진 뒤였다. 울쿠스가 말없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란드와르를 보고 있었다.
순간 심각한 말실수를 했다는 느낌이 왔다. 이건 마더 이슈가 있는 애정결핍 종자에게 할 말이 아니었다. 애당초 원래 부모는… 씨발, 진짜 못할 소리였네.
"제가 실례를 했네요, 사제님께 이런 걸 물어보면 안 되는 건데요. 미안해요."
울쿠스는 등을 돌려 유령처럼 걸어가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 주판이 맹렬히 굴러갔다.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 했다. 저놈이 실제로는 자신보다 나이가 열 살은 많을지라도. 이런 씨발, 지구에서는 아들딸 교복 맞추셨을 형님이.
그는 시가를 손바닥에 눌러 끄고서는 울쿠스를 따라잡았다.
"말 함부로 한 건 미안합니다. 내가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아닙니다. 사실 제가 정말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긴 해요. 말씀하신 대로 할 일이 쌓여 있어서요. 이번에 졸업하는 애들 진로상담 일정도 잡아야 하는데……."
란드와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윈윈이 되는 수가 얼핏 보였다.
"서류 정리 좀 도와줄까요? 보니까 한 명이 처리할 양이 아니던데."
* * *
란드와르는 작업반 블루칼라에서 사무실 화이트칼라로 직렬을 옮겼다. 일은 어렵지 않았다. 영수증을 맞춰 보고, 장학금 지원서를 살피고, 재학 중인 학생들의 서류를 정리하는 게 끝이었다.
진짜 문제는 다른 데에서 왔다.
"사무실에서 너를 보면 기분이 나빠. 역겹고 그래."
"뭐가 또 불만이십니까."
테네브로즈는 침대에 기대 과자를 부스럭대고 있었다. 낮에, 울쿠스에게서 받아온 것이었다. 아들뻘 되는 놈한테 아양을 떨고서는 과자나 뜯어내고 있다니 참으로 잘 하는 짓이었다.
"고문에 협박까지 다 해 놓고 떳떳하냐?"
"그 아이는 절 좋아합니다. 심부름도 잘 하고 말도 잘 듣는데요."
"니 정체 알면 어쩌게."
"놀라겠지요. 울지도 모르고."
요정 놈의 얼굴에 흐뭇한 기색이 떠올랐다. 네모난 양심이 산전수전을 겪고 나면 모서리가 둥글어져서 가책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던데, 이놈은 아예 양심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남 얘기하듯이 한다?"
"그러면 울쿠스가 남이지 접니까?"
란드와르는 입을 다물고 지금껏 접한 요정들의 명세를 되짚어 보았다. 테네브로즈. 이스빈드. 헤이딘. 울쿠스. 나트람.
이스빈드를 제외하면 모두 정상인이 아니었다.
그게 상황의 특수성 때문인지, 아니면 종족 특징인지가 의아했다. 요새 느끼기에는 후자인 것 같았다. 대한민국처럼 작은 나라에서조차 지역색이 있는데 종족색쯤은 당연히 있겠지.
"나는 말이야, 요정들 생각머리를 이해할 수가 없다. 종족 자체가 머리에 하자가 있는 거 같아."
"인간에게는 도덕이 있지만 요정에게는 깊은 사랑이 있지요."
테네브로즈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여기까지는 납득이 됐다. 벨레다 역시, 노예 기술자로 일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사랑을 운운했던 것이다. 물론 걔는 인간이지만 평생 헤이딘 밑에서 자랐으니까.
그래, 이해는 안 갈지라도 납득은 가능했다. 이스빈드는 고양이 때문에 도시를 떠났다. 울쿠스도 늑대인간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긴 했다. 헤이딘은 논리학이랑 사랑에 빠졌나보지.
그런데 이 새끼는.
이 새끼는 전혀 설명이 안 됐다.
"넌 그런데 사람이 왜 그렇게 못됐어?"
"제가 비록 악행을 많이 저질렀지만 본성은 선한데요."
이놈과 잡담을 나누는 게 정신적으로 큰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지할 때에는 알아서 고개를 숙일지라도 평소에는 입만 열면 미친 소리를 늘어놓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건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미친 소리였다.
"아니야. 너 지금 굉장히 잘못된 발언을 한 거야."
"나으리, 저는 악의를 가지고 악행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넌 악의가 없이 그러잖아."
"그래서 제가 비록 악당일지라도 본성은 선하다는 겁니다. 저는 누구에게도 원한이나 악의를 품지 않습니다."
혈압이 치솟으면서 정신도 혼미해졌다. 란드와르는 멍한 눈으로 창밖을 보았다. 어두운 창에 쥐를 닮은 남자애가 어른어른 비쳐 보였다. 방긋 웃고 있었다.
"이… 씨팔새끼야……."
대한민국에 태어났으면 진작 호적에 빨간 줄이 그였을 놈이 판타지 세상에 태어난 덕분에 이렇게 무신의 오른팔도 하고 잘 살고 있었다. 끔찍한 일이었다.
* * *
란드와르는 며칠간 일상을 즐겼다. 익숙한 이름을 들을 일도 생겼다. 진로 상담을 온 흰둥이 남자애가 란드와르를 만나보고 싶다고 부탁했던 것이다.
타일라프람에 가본 적이 있냐는 게 첫 번째 질문이었다. 차원문을 타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궁금하다고 했다. 최우등 졸업을 하면 타일라프람으로 유학을 갈 수 있는데, 그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도.
느낌이 불길하더니 펠로시 이야기가 나왔다. 예상보다 훨씬 유명했던 모양이었다. 만나보지도 못했을 애들까지 이름을 알 만큼.
란드와르는 대충 얼버무리고서는 대화를 마쳤다. 아이를 돌려보낸 후, 울쿠스는 그를 데리고 건물 뒤편으로 나섰다. 오가는 사람이 없이 으슥했다.
"저 애는 아마 최우등을 받아도 못 나갈 거예요. 혼자서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니죠. 남자애니까요."
"아, 그래요? 성별이 그렇게 중요한가?"
말루카가 모계사회긴 했지만 딱히 남자가 멸시받는다고는 느낀 적이 없었다. 란드와르가 느끼기에는 털색이 훨씬 중요해 보였다. 애당초 흰둥이 여자보다는 순혈 남자가 훨씬 강했던 것이다.
"사제님도 아시잖아요, 요정이 위장할 수 있는 건 흰둥이 남자뿐이에요. 여자들은 괴수 형태로 변할 수 있고, 순혈 남자는 체격이 아예 다르니까요."
"그래서요, 흰둥이 남자애를 내보내면 요정으로 바뀌어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까?"
말해 놓고 보니 개인에게는 비극일지라도 도시를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는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세상에 나온 흰둥이 남자애라면 요정이 노리기에 가장 좋은 목표였던 것이다.
가족관계나 평소의 태도 같은 정보는 고문으로 충분히 알아낼 수 있다. 거동 때문에 의심을 받더라도 바깥세상에서 너무 오래 지냈다는 식으로 둘러대면 그만이고.
"가능성보다는…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지요. 여러 번요. 그것도 벌써 수백 년 전이지만요. 지금은 아예, 흰둥이 남자는 못 나가도록 막고 있어요. 정 나가고 싶으면 다시 못 돌아오도록 시민권을 말소하는 수밖에 없고요."
"하긴 그렇겠군요."
"저런 애들이 한참이나 더 많아요. 사실 장학재단 문을 두드릴 수 있었던 애들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고요. 어머니는 물론 훌륭한 분이시지만, 마음씨 좋은 사람 한 명이 호의를 베푼다고 해서 있는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죠."
"흠."
란드와르는 짧게 헛기침하고서는 울쿠스를 보았다. 흰둥이 남자애를 진심으로 안타깝게 여기는데다가 생각도 많이 해본 것 같았다. 이놈이 바로 위장한 요정이라는 게 기묘하게만 느껴졌다.
그는 머리에 힘을 주었다. 과도한 동정은 불필요했다. 뭐가 어쨌든 간에 울쿠스는 욕심을 부리다가 자기 무덤을 팠다. 볼로디아의 인생도 꼬아 놓고.
물론 결과적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지만, 볼로디아 자신도 별 원한이 없다지만, 현상과 동기는 별개인 법이었다.
죽이려고 사람을 찔렀으면 그 시점에서 살인미수다. 찔린 사람이 병원에 갔다가 암세포를 발견할지라도 변하는 건 없다. 암을 찾도록 칼침을 놓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는 절대 성립하지 않는단 소리다.
"여기 있으면 기껏해야 물뿌리개 소리나 들으며 살다가 죽겠지요.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강우 담당 마법사는 중요하니까요. 사실 칼질밖에 모르는 군부 대원들보다도 훨씬……."
란드와르가 무슨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울쿠스는 자기 고민에 푹 빠진 모양새였다. 그는 기후 담당자가 푸대접을 받는 게 불합리하다는 이야기를 한참이나 늘어놓다가 툭 태도를 바꾸어 중얼거렸다.
"저 애를 내보낼 방법을 알아요. 더 좋은 삶을 안겨줄 수 있죠. 그렇게 될 테고요."
스카르파 이야기인 듯했다. 피웅덩이가 사라지면 흰둥이들의 형편도 나아질 테니까. 란드와르는 일부러 시큰둥한 태도로 답했다.
"뭔진 몰라도 잘 된 일이군요."
울쿠스는 입을 꾹 다물고서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다시 목소리가 들려온 건 시간이 꽤나 흐른 뒤였다.
"그런데 저 애가 저를 증오한다면, 어쩌겠습니까?"
"보니까 잘 따르던데요."
"그래요, 지금은 그렇지요. 하지만 생각이 바뀔 겁니다. 둘 뿐이에요. 이 갑갑한 도시에서 저를 좋아하거나, 더 넓은 세상에서 저를 미워하거나……."
란드와르는 울쿠스의 저의를 가늠해 보았다.
펠로시가 이런 말을 했더라면 인간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뜻으로만 들렸겠지. 말루카는 갑갑한 곳이지만 타일라프람은 아주 위험한 곳이라고. 안 좋은 꼴을 보고서는 자신을 원망할 거라고. 전직 도박중독자가 하는 소리라면 그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화자가 울쿠스로 바뀐다면 완전히 다른 소리가 됐다. 자신이 스카르파와 함께 죽고 진상이 밝혀졌을 때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타당하다면 타당하고 과민하다면 과민한 불안이었다.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거 아닙니까."
"부정적이라고요."
울쿠스는 란드와르를 빤히 보다가 느닷없이 주제를 돌렸다.
"저희 집에 오셨을 때, 왕에 대해 여쭤보셨죠."
"그렇죠. 군부에 끌려갈까봐 더 묻진 않았는데."
"도시가 무너지는 건 그분의 염원이랍니다. 흰둥이도, 순혈도 모두 죽는다면 미움도 원한도 모두 사라질 거라고요. 이렇게 갑갑한 삶을 이어나갈 필요도 없다고……."
"예?"
"저는 그 소리를 여섯 해 동안 들었답니다."
뇌가 잠시 정지했다가 급가속했다.
겉뜻: 여섯 해 동안 그 소리를 들어서 사람이 부정적으로 변했다.
속뜻: 이제 보니 그게 바로 긍정적인 미래 같다.
오한이 란드와르의 등줄기를 훑고 지나갔다. 지금 이해한 게 옳다면, 울쿠스는 도시를 박살내겠다고 말한 셈이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스카르파에게 심장을 먹이고, 도시를 박살낸 뒤, 곧바로 도망간다면… 생존 확률은 비약적으로 올라갈 테다. 세상이야 어느 쪽으로든 개판이 나겠지만. 게임에서, 스카르파가 제3세력으로 등장하는 경우처럼.
"…이런 말 해도 되는 겁니까?"
"저는 끌려가지 않아요. 사제님도 말씀만 조심하신다면 별 탈 없으실 거예요."
울쿠스는 낮게 웃었고 란드와르는 품에서 시가 케이스를 꺼냈다. 담배가 시급했다.
그는 미친 요정을 먼저 올려 보낸 뒤 불을 붙였다. 짙은 연기 속에서 며칠 전의 대화가 재차 형체를 갖췄다. 그때 울쿠스가 중얼거린 질문은 두 개.
― 제가 이기적인 사람일까요?
― 사제님, 모두가 만족한다면 좋은 일이 아닐까요?
이윽고 그는 기적의 논리를 완벽히 이해했다.
울쿠스가 목표로 삼은 것은 스카르파의 생존뿐만이 아니었다. 그랬다. 늑대인간을 죄다 죽이면 모든 게 해결됐던 것이다.
그러면 울쿠스는 미움 받지 않을 것이며 흰둥이들도 개판 난 세상에서 고통스러울 필요가 없었다. 죽음은 영원한 안식이라고들 하지 않나. 거기에 더해 스카르파의 목숨까지 연장이 된다.
그야말로 윈윈전략이었다. 울쿠스의 머릿속에서만.
지금까지 스카르파를 막던 놈이 이렇게 태세를 전환한다고?
이게 씨발, 제정신으로 할 발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