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사님 출세하신다!-334화 (334/341)

대선 (3)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나도 모르게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서현미가 서기웅 친동생이라고?”

윤설하와 고중혁은 자신들이 파악하지 못한 잘못에 대해 머리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토론 재개까지는 20분도 남지 않았다.

화내는 건 나중으로 미뤄도 된다.

우선은 제대로 상황 파악을 하는 게 급선무니까.

“죄송이고 나발이고 어떻게 된 건지 똑바로 설명해. 왜 놓친 거야?”

고중혁이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호적상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친동생은 확실합니다. 둘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각자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가며 찢어진 데다가 부모가 각각 재혼을 하며 새로운 가정을 꾸려서 그것까지 추적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보탰다.

“게다가 이번 토론을 포함해 대선에서 전체적으로 만세당보다는 대한당과 민국당 위주로 포커싱을 맞추고 있던 터라…….”

일리 있는 말이었다.

지금까지 대선에서 만세당 태도를 보면, 이런 식으로 네거티브나 약점을 파악해 파고드는 전략을 펼친 적이 없다.

게다가 무혈입성이 어긋날 경우를 대비해 주요 견제 대상은 대한당과 민국당으로 고정되어 있는 상태였으니까.

그러나 그게 용서를 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사소한 부분까지 내가 체크할 수 없기에 이러한 점을 커버하라고 선거 캠프가 존재하는 법.

“책임은 달게 받겠습니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일단 대책부터 세워야 돼.”

나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일단 그 자식들이 어떤 정보를 들고 있는지, 내가 어떻게 나서야 할지, 녀석들이 어디까지 공격할지 다 파악하자고. 그게 시급하니까.”

윤설하는 노트북과 휴대폰을 든 채로 계속해서 선거 캠프와 접촉하며 자료를 넘겨받고 있었고, 고중혁은 짧은 사이에 짜 놓은 대책을 꺼내 놓았다.

“예. 우선 저희가 먼저 파악한 자료들에 의하면, 보육원 측은 해결이 가능합니다.”

나는 여느 때보다도 훨씬 더 신경을 곤두 세웠다.

“방송 스태프 중 매수된 인물을 통해 확인한 결과, 만세당이 가지고 있는 자료는 서기웅이 검사장으로 부임한 이후에 후보님께서 기부하신 자료들입니다. 그 전에 다른 보육원에 기부했다고 하면 됩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다른 보육원에 기부를 하다가 그곳이 폐쇄되었고 우연히 새로운 기부처를 찾은 결과, 서기웅 전(前) 검사장의 아내가 운영하던 소망원을 찾게 된 것.

“기부 내역서가 다 나와 있을 거 아니야?”

“아닙니다. 비공식 기부로 말을 맞추면 됩니다. 우선 후보님께서 검사 시절에 기부하셨던 건 전부 세액 공제를 요청하시지 않았기에 기부처에 자료가 남아 있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것도 상대측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래서 저희가 폐쇄된 보육원을 조사했습니다.”

윤설하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용이 빼곡하게 적힌 보고서를 고중혁에게 건넸다.

그는 보고서를 확인하고 바로 말을 이었다.

“후보님께서는 대전의 한밭보육원에 기부를 하신 걸로 이야기 하시면 됩니다.”

“그쪽에서 내가 기부한 적이 없다고 증언하면?”

“당시 한밭보육원 원장은 현재 사망한 상태입니다.”

고중혁이 들고 있는 보고서를 받아 확인했다.

그가 말한 대로 한밭보육원은 내가 소망원에 기부를 시작한 시기에 맞물려서 폐쇄된 건 확실하다.

게다가 기부 내역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원장은 사망한 상태.

일반적으로 익명의 기부자들은 원장만이 그 정보를 알고 있지, 다른 직원들까지 기부자들의 정체를 알 수는 없으니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아니, 그럴듯하게 맞아 들어간다.

“그리고 사모님과 함께 하신 봉사 활동은…….”

“그건 적당히 얼버무리면 돼. 까놓고 그냥 검사장님께 예쁨 받고 싶어서 가서 봉사 활동을 했다면, 오히려 인간미 있게 볼지언정, 나쁘게 볼 리는 없으니까.”

일반 회사에서도 차장, 부장급 상사가 등산을 좋아한다면, 평사원들이 상사들 눈에 들려고 같이 등산 가는 것과 크게 다를 것 없다.

금전적으로 연관되지만 않았다면, 문제 될 게 없다.

그리고 나는 기부 직후에 봉사 활동을 간 게 아니라, 어느 정도 텀을 두고 봉사 활동을 했다.

그것도 당시 한지유와 연애하던 시절에 함께.

기부와 봉사 활동을 하는 사이에 소망원이 서기웅과 관련이 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말하면 충분히 변명이 되는 것이지.

“오케이. 일단 이건 넘어가고 다음은 장영순 건이야.”

내게 굉장히 치명적인 건이다.

장영순을 살해한 건 최규현이다.

그런데 정확히 의혹이 해소되면서 일이 마무리된 게 아니라, 최규현은 대통령이 되며 자연스레 의혹을 벗었고.

나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한지유 덕분에 여론을 뒤집어서 상황이 반전된 것.

이걸 다시 끄집어 내면 골치 아파진다.

“그와 관련해서는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윤설하는 고중혁과 바통 터치를 하며 입을 열었다.

“장영순 건에 대해서는 최규현의 비서실장 정승민을 섭외했습니다.”

“그 인간이 우리 손을 들어주겠답니까?”

“예, 직접 확인했습니다.”

의외였다.

최규현이 물러나면서 온갖 비리의 책임을 물어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인물.

나에 대한 원망이 꽤 높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윤설하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 교도소에 있잖습니까?”

바로 그림이 그려졌다.

특사를 노리는 것이다.

지금 대선에서 4명 중 누가 당선이 되든, 그는 특혜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나는 대선에 출마했고 가장 당선이 유력한 후보다.

그의 도움이 있다면 나는 지금의 대선 구도를 굳힐 수 있고, 당선이 된다면 광복절 특사나 명절 특사 등의 적절한 계기로 빼내 줄 수 있는 것이지.

이런 상황에서 정승민과 접촉할 생각을 하다니.

역시 윤설하다.

“교도소에 있는데 용케 연락하셨네요.”

“다 후보님의 힘이죠.”

이 정도 위치까지 올라오면 언제든 교도소 내부와 연락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니까.

윤설하는 코를 찡긋하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정승민 비서실장이 돈의 흐름 및 최규현의 비밀을 폭로한다면, 이번 상황은 오히려 반전이 될 겁니다. 오히려 후보님의 결백이 증명되는 거죠.”

“좋습니다. 잘하셨습니다.”

“저희의 불찰이니, 직접 처리하는 게 맞습니다.”

칭찬은 사치라는 뜻.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금 말을 이었다.

“일단 그 외에도 만세당에서 들고 있는 정보들에 대해서 더 파악해 주세요. 1부 마지막에서 발언했다는 건, 분명 2부에서도 꺼낼 자료가 있다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

“아까 말하던 걸 이어하자면, 최서준 후보님께서는 당시 부장검사셨습니다. 그때 후보님의 연차와 경력을 생각하면 연봉이 1억이 채 안되죠. 그러한 거액이 어디서 났는지가 첫째 의문이고, 두 번째는 그러한 거액을 당시 검사장의 아내가 운영하던 보육원에 기부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확실한 증거가 있고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만세당의 서현미는 내가 기부했던 내역을 시청자들도 볼 수 있도록 큼직하게 패널에 정리해 왔다.

제대로 작정한 모양.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이를 잘 이용하면, 나를 더 확고히 지지하게 만들 수 있는 법이지.

“처음에 저는 제가 기부한 곳이 서기웅 검사장의 아내가 운영하는 곳인지도 몰랐습니다.”

“허, 그렇습니까?”

그녀는 기가 찬다는 듯 말했지만, 도발에 넘어갈 필요는 없었다.

나는 차분하고 태연하게 말을 이어 갔다.

“사실, 저는 그 전에도 익명으로 기부를 이어 갔습니다. 대전에 있는 한밭보육원이라는 곳인데, 그곳이 폐쇄되면서 적절한 기부처를 찾다가, 자금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소망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원을 하게 되었고요.”

당당하게 말을 덧붙였다.

“그에 대한 근거는 한밭보육원이 통폐합된 하늘보육원에 여쭤보시면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물론, 내역서는 모두 익명으로 기재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익명 중 하나가 나라는 걸 증명할 원장은 이미 사망한 탓에 확인할 수 없을 테지.

주변의 공기가 확 바뀌었다.

서현미 후보의 입장에서는 지금 나의 발언이 사실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니 반박할 수 없고.

나는 이토록 당당하게 나가니, 결백을 믿을 수밖에.

게다가 내가 오랫동안 기부를 해 왔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오히려 내 이미지가 좋아질 수밖에 없겠지.

그래.

얼마든지 공격해라.

전부 무참히 밟아 줄 테니까.

역시나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는지, 서현미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포커페이스를 되찾으며 물었다.

“자금 출처는요? 그 액수가 상당한데요.”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셨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인연이 끊겨 있었고, 유일한 혈육이라서 받으셨을 뿐입니다. 다시 말해 이 돈의 존재도 몰랐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이러한 유산을 제가 쓰는 것보다는 다른 이들을 위해서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하여, 아버지와 함께 고민한 끝에 제 명의로 기부하게 된 겁니다.”

물론, 거짓이다.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재산은 고스란히 아버지의 손에 들어갔다.

까놓고 말해서 그 액수도 얼마 되지 않는다.

보육원에 기부한 1억 원의 반의반도 되지 않을 테지.

하지만 이런 걸로 세무조사를 할 수는 없는 일.

우리 가족만 입을 잘 맞추면 아무도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서현미 후보는 이를 꽉 물고 내게 따져 들었다.

“봉사 활동은요? 제가 파악하기로는 봉사 활동 도중에 보육원 원장이 서기웅 검사장의 아내라는 걸 알게 된 뒤에도 몇 번이고 봉사 활동을 왔다고 했습니다.”

“지금 아내가 당시 여자 친구였는데, 봉사 활동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함께 가자고 하는데, 여자 친구가 늘 가는 유기견 센터는 제가 강아지를 무서워해서 갈 수 없었습니다.”

국민 영웅이 강아지를 무서워한다.

너무나도 친근한 면모지.

“그래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차에, 서기웅 검사장님의 사모님께서 소망원을 운영하시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인간적인 모습까지.

“기왕 갈 거면, 검사장님께 예쁨도 받을 수 있는 곳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그곳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방청객들이 피식 웃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저들도 사회생활을 하려고 상사들과 일부러 취미가 같은 척하는 모습이 나와 겹쳐졌을 테니까.

“그게 잘못된 건 아니잖습니까? 제가 그걸로 특혜를 받지도 않았고요. 까놓고 말해서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연애 시절에 남자 친구의 승진을 위해 같이 아부하려고 봉사 활동을 가는 여자 친구가 어디 있습니까? 봉사 활동 자체도 여자 친구가 원해서 간 거였죠.”

쉴 새 없이 말을 내뱉었다.

“그렇다고 제가 봉사 활동을 허투루 한 건 아닙니다. 당시 보육원 근무자들에게 확인해 보시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원장님과 근무자님들도 늘 칭찬하셨고 그 누구보다도 아이들이 가장 행복해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테니까요.”

서현미는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보려는 듯이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어떻게 되었든 간에 검사장에게 잘 보이려고 봉사 활동을 갔다는 것 자체가 뇌물이고…….”

나는 그녀의 말을 끊어 먹고 세게 말했다.

“제가 검사장님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봉사 활동을 할 때는 진심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이들을 위하는 그런 순수한 마음까지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신다면, 다른 자원봉사자들까지 남을 돕기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뿌듯함을 위해 봉사한다고 왜곡하시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돕는 건 그저 돕는 겁니다.”

“…….”

“대학생들이 해외 봉사를 할 때 휴학까지 하며 외국에 나가 몇 달 동안 아프리카 오지에서 난민과 기아들을 돕는데, 그들이 취업할 때 봉사 활동 경력으로 그걸 제출한다고 해서 그게 거짓된 봉사입니까? 그건 아니잖습니까? 그런데 후보님 발언은 그렇게 치부하시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또한, 저는 서기웅 검사장이 퇴임한 이후에도 지금까지 최소한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봉사 활동을 가고 있습니다. 이것 또한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아부로 보이시나요?”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저는 봉사 활동을 하면서 늘 제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국민분들께서 본인의 시간을 할애해서 다른 이들을 돕고 계시죠. 그분들 중에는 저처럼 뿌듯함을 느끼시는 분들이 없지 않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렇다면 이분들 모두 거짓된 봉사라고 말씀하시겠다는 겁니까?”

“아닙니다!”

서현미는 발끈하며 외쳤다.

“제가 말하려는 건 그게 아니고…….”

그녀는 어찌나 급했는지, 엉덩이까지 들썩거리며 다급하게 변명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게임 끝.’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그러니까 어디서 덤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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