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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 출세하신다!-228화 (228/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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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문자…… 아니, 과거 문자가 알려 준 사실은 씁쓸하다 못해 가슴이 아팠다.

그렇다고 해서 월향의 성매매가 합리화되는 건 아니지만, 그녀가 이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했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건 알 수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월향의 눈빛에는 홍태민에게 복수하고 싶은 간절함이 담겨 있는 상태.

과거사를 모른 채 넘어갔다면 모를까, 진실을 알게 된 이상 그녀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월향 씨, 그 녀석을 잡아들이는 일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검사님께서 저보고 그 새끼와 다시 자라고 하면, 잘 수도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에선 한 치의 거짓도 담겨 있지 않았다.

“어차피 더러워진 몸이에요. 그 자식과도 몇 번이나…….”

월향은 입술을 어찌나 세게 깨물었는지, 찢어져 피가 나기 시작했다.

“그것까진 제가 원치 않습니다.”

나는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비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

월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를 뒤로하고 룸에서 빠져나왔다.

***

다음 날, 윤설하를 통해 월향의 성형 전 사진을 전달 받았다.

다른 건 몰라도 확실한 건 지금과 얼굴이 전혀 딴판이라는 것.

“본인이 말하기로는, 부모님도 못 알아보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럴 것 같네요. 아예 새로운 사람이 됐어요.”

월향이 어제 털어놓은 게 전부 진실이었기에 더욱 그녀가 살아온 삶의 무게가 전해져 왔다.

천천히 사진을 내려놓자, 윤설하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언론에서 슬슬 압박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허승건 실장의 DNA 조사 결과가 나올 때가 지났는데 NDFC에서 발표를 하지 않는다면서 쪼아 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면 발표해야죠.”

“예?”

윤설하는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면 언론에서 검찰과 경찰, 국과수까지 전부 엄청나게 물어뜯을 겁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이미 계획은 모두 세워 뒀습니다.”

어젯밤, 집에 돌아가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오랫동안 생각했다.

문자가 온 건 단순히 월향의 과거를 인지하라는 목적이 아닐 테니까.

분명 그녀를 활용해 사건을 해결하라는 힌트일 터.

그래서 한참 동안 고민한 끝에 괜찮은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었다.

홍태민이 제 스스로 범죄 증거를 우리에게 가져다 바치게 만드는 그런 시나리오를.

“홍태민 부회장 스케줄 표는 입수하셨죠?”

“예.”

윤설하는 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읽었다.

“오늘은 회사 내 일정 소화, 수요일엔 KM제약 방문 및 주주총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목요일엔 오전 업무 수행 후, 오후에 인천 공항 근처의 호텔에서 해외 바이어 미팅을 한 뒤, 그곳에서 취침 예정입니다. 금요일엔 다시 회사 내 일정 소화고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저희가 홍태민 부회장의 DNA 조사를 부탁한 걸 제외하고 오늘 내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모두 사실대로 발표하세요.”

“알겠습니다.”

“추가적으로 금요일에 특수부 검사 및 수사관들 대기시켜 두세요. 그리고 영장 관련해서 법원에서 내려왔다는 내용은 뭡니까?”

“아, 오늘 오전에 중앙지법으로부터 썬더볼트 관련하여 지시 사항이 한 가지 내려왔습니다. 이번 썬더볼트 사건과 관련해서 조사되는 인물들 중에서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나는 인물들이 많으니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더욱 신중을 가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날 것 같다면, 되도록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말라는 소리다.

신청한다고 해도 웬만해서는 기각시키겠다는 뜻이기도 하고.

피해자의 진술이 있기에 압수수색영장의 발부엔 문제가 없을 터.

결국 문제는 구속영장이다.

허승건 실장이 저런 식으로 나오고 있는 이상,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상황.

“그래도 일단 홍태민의 구속영장과 가택 및 집무실 수색영장도 청구하십시오. 참고로 영장 청구는 이두형 부장을 통해서 진행하여 외부로는 절대 퍼지지 않게 해 주시고요.”

“예, 차질 없이 진행하겠습니다.”

***

언론은 난리가 났다.

제일 중요한 증거인 용의자의 DNA를 다른 곳도 아니고, 국가기관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훼손시켰으니까.

이로 인해 국과수는 크게 신뢰를 잃었고, 이를 밝혀낸 NDFC는 언론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사건 자체는 굉장히 암울해졌지만, NDFC는 매번 국과수에 묻히다가 오랜만에 위상을 드높이는 데 성공한 덕분에 오히려 축제 분위기였다.

NDFC 센터장이 밝은 얼굴로 찾아와서 인사까지 했을 정도면 말 다했지.

예상했던 대로 국과수의 담당 연구원들은 본인들의 실수라고 인정하며 사표를 제출했다.

서부지검과 이어지는 선을 추적하지 못하게 의심의 싹을 잘라 낸 것.

아마도 KM그룹이나 서부지검에서 보상은 충분히 받았을 테지만, 그것까지 밝혀낼 여유는 없었다.

우리는 홍태민이라는 괴물을 잡아들여야 했으니까.

수사가 원점으로 돌아가자, 제일 기뻐한 건 역시나 홍태민이었다.

그의 가장 큰 약점이자, 명백한 물증이었던 DNA가 훼손된 덕분에 의심 받을 여지가 거의 없어졌으니까.

성폭행 현장에 있었던 허승건 실장은 계속해서 자신이 진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탓에 유전자 조작이라는 진실을 특수부에서 밝혀냈음에도 여전히 서부지검에게 상황이 기울어진 것처럼 보일 정도.

사실, 그렇게 보이도록 우리가 유도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애초에 기사를 낸 것 자체가 그 목적이었고.

하나, 서부지검은 당연히 이를 알지 못했다. 본인들이 여전히 특수부를 압도하고 있다는 생각에 고취되어 있었으니까.

홍태민도 살판이 났는지, 해당 뉴스가 보도된 당일 저녁부터 그동안 끊었던 마약을 복용하는 정황도 포착되었다.

한마디로 모든 게 계획대로 착착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지.

홍태민은 그의 스케줄대로 오늘은 인천의 한 호텔에 방문했다.

그가 머무는 곳은 최상층의 스위트룸.

월향은 그곳의 라운지 바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물론, 절대 취하지 않는 선에서.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홍태민 부회장이 등장했다.

호텔에 머물 때면 늘 잠들기 전에 한잔하러 라운지 바에 들른다는 윤설하의 보고가 적중했다.

물론, 나 또한 멀찌감치 앉아, 홀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태.

홍태민은 자연스레 앉아 양주를 온더락 잔으로 받아 마시기 시작했다.

내가 지시했던 대로 월향은 지그시 홍태민을 바라봤다.

시선을 느낀 그는 월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으나, 그녀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월향은 속으로 욕을 하고 있을 테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어 보이다가 시선을 거뒀다.

그렇게 몇 잔을 마시며 시선을 주고받길 반복한 끝에, 두 명 모두 서서히 술기운이 오르기 시작했다.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할 무렵, 월향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홍태민에게 다가갔다.

“온더락 잔에 마시면 묽어서 싫던데.”

역시나 홍태민은 월향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성형 전의 월향 또한 그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간 한 명의 여자였을 뿐이니까.

“글쎄.”

그는 가볍게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난 스트레이트는 미지근해서 별로더라고.”

“온더락은 겁쟁이나 마시는 거 아닌가?”

월향은 도발하듯 멘트를 던지고 스트레이트 잔에 담긴 양주를 단번에 들이켰다.

“술에 물 타서 마시는 사람은 밤에도 겁쟁이인 사람이 많다고 하던데.”

“밤?”

“예를 들어 침대에서라거나?”

월향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직설적으로 작업 멘트를 던졌다.

“그쪽도 꽤나 겁쟁이 같은데.”

홍태민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과연 그럴까?”

“내 예상은 대부분 적중하더라고.”

월향은 자연스레 홍태민의 허벅지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쓸어 만지다가 멈추고는 그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끈적끈적한 시선 속에서 월향의 손은 그의 다리를 쓸어 만지다가 멈췄다.

“자신 있으면 증명해 보든지.”

월향은 자신의 카드 키 하나를 테이블에 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녀의 방으로 돌아갔다.

***

월향이 방에 올라온 지 몇 분이나 지났을까.

카드 키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월향은 눈을 감고 깊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라운지 바에서와 달리, 이곳에서는 본인 혼자뿐이다.

혹시 몰라 최서준이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곧이어 문이 열리며 홍태민 부회장이 방에 들어왔고, 둘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거칠게 서로를 탐하며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 홍태민의 탐욕이 드러나 월향의 단추에 손이 뻗어지던 그 순간.

“여기까지.”

월향은 그를 밀어냈다.

“뭐?”

“만난 첫날에 다 주면 쉬운 여자처럼 보일 테니까. 난 그런 거 싫거든.”

“누가 그런 걸로 쉽게 봐?”

홍태민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월향은 단호하게 말하며 옷을 여몄다.

홍태민은 강제로 덮쳐 버릴까 고민했지만, 지금 문제를 일으키면 처리해 줄 허승건 실장이 없다는 걸 깨닫고 멈췄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도발뿐이었다.

“오히려 네가 겁쟁이 같은데?”

월향은 전혀 말리지 않고 본인이 할 말을 했다.

“두 번 정도 만나면 모르지.”

그녀는 외투를 챙겨 입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자신 있으면 내일 저녁에 힐컨시어스호텔로 와. 로비에서 제니퍼 킴이라고 찾으면 알려 줄 거야.”

월향은 여지를 남긴 채 그대로 방을 떠나 택시에 탑승해 호텔을 떠났다.

***

“이게 먹힐까요?”

월향은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나는 웃으며 답했다.

“먹힙니다.”

다른 때라면 몰라도, 썬더볼트 게이트 사건으로 계속해서 참았던 그는 성욕에 눈이 멀었을 테니까.

어제 호텔에서 그 짓을 한 것도 녀석을 더 자극하기 위함이었다.

홍태민을 이곳으로 끌어들인 이유는 하나.

그에게 시간을 줘야 유일하게 남은 증거인, 동영상이 촬영된 휴대폰을 가져올 테니까.

어젯밤처럼 급작스레 일이 진행되면, 현장에 휴대폰을 가져오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에 그걸 배제시키기 위함이었다.

만약 정사가 펼쳐질 걸 미리 알고 있다면, 홍태민은 휴대폰을 가져올 게 분명했다.

몰래 그녀를 촬영해서 협박이나 유포 혹은 삐뚤어진 성욕을 채우기 위해서.

그가 스스로 증거를 들고 제 발로 호랑이굴에 들어오길 유도한 것이지.

그만큼 월향이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이기도 했으니까.

그때, 무전기를 통해 한 수사관의 보고가 전해져 왔다.

-지금 타깃 호텔에 진입합니다. 차에서 내릴 때 휴대폰을 총 2대 챙겼으나 증거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획했던 대로만 해 주세요. 나머진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네.”

월향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와 옆방에 들어갔다.

그 방에선 월향이 있는 룸의 내부가 훤히 보였다.

월향이 머물고 있는 방에는 10대가 넘는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화장실에도 사각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검사와 수사관들 10여 명이 CCTV를 통해 이를 지켜보고 있었고, 나머지 특수부 인력들은 홍태민과 허승건의 자택 및 집무실에서 오더를 기다리고 있었다.

증거가 담겨 있는 휴대폰을 회수하려면 그가 눈치채기 전에 한 번에 움직여야 하니까.

아쉬운 건, 압수수색영장은 발부되었으나, 구속영장은 발부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

아무리 특수부라고 해도, 워낙 언론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으니 법원 측에서 몸을 사린 모양.

그렇다고 해서 그를 체포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법이라는 건 활용하기 나름이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CCTV를 통해 홍태민이 월향의 방에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월향은 홍태민이 오자마자, 거침없이 입술을 덮었다.

그리고 달아오르기 시작할 무렵.

그녀는 가운을 벗었고, 적나라한 몸매가 드러났다.

“씻고 올게요.”

월향은 샤워실에 들어가 물을 틀었다.

홍태민은 침대에 걸터앉아 월향을 기다리나 싶더니.

문득 호텔방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것도 잠시, 그는 갑자기 창가에 설치된 카메라에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검사장님, 홍태민이 눈치챈 게 아닐까요?”

수사관 하나가 걱정스레 물었지만, 나는 팔짱을 끼고 이를 지켜봤다.

“기다려 봐.”

그런데 그때, 홍태민이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김부원에게 들었던 대로 붉은색의 기종으로 윤설하에게 들었던 주옥전자의 제품.

검사들과 수사관들은 목을 쭉 빼고 CCTV 영상을 지켜보기 시작했고, 홍태민은 블라인드를 내려 창문과 커튼 사이에 휴대폰을 감춰 고정시킨 뒤, 동영상 촬영을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나의 입꼬리가 거칠게 비틀어졌다.

“검사장님, 어떻게 할까요?”

지켜보던 검사의 물음에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입을 열었다.

“백업본이 있을 수 있으니 자택 및 집무실 압수수색 시작하세요. 그리고 홍태민은…… 성폭력범죄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하여 불법 동영상 촬영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겠네요. 그러니까.”

나는 표정을 굳히고 특수부 검사들을 향해 거칠게 지시했다.

“지금 당장 저 범죄자 새끼 잡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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