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사님 출세하신다!-115화 (115/341)

겨울 (2)

-부산지검, 알고 보니 비리의 온상이었던 건가?

-2021년 1월 4일 자로 서울에 발령 난 검사 아홉 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다섯 명, 북부지검과 동부지검, 남부지검과 서울고등검찰청에 각각 한 명씩으로 이들은 각각 다른 비리 혐의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현재 이들에 대한 조사는 서울중앙지검의 특수부와 협력한 감찰부의 지시 아래 이뤄지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검찰의 상징인 최서준 검사가 이들에 대한 비리를 잡아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아홉 명의 검사 전원이 부산지검 출신이었다는 사실. 2021 새해 발령을 통해 부산지검에서 서울로 올라온 열 명의 검사들 중 아홉 명이 비리에 연루되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번 사건에도 최서준이 나섰다는 사실. 지금까지 최서준이 도맡은 사건은 불발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만큼, 이번에도 유죄가 유력해 보이는 상황.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부산지검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찍고 있는 상태다. 네티즌들은 열 명 중에서 홀로 구속영장을 신청받지 않은 검사 한 명에게 박수를 보낸다는 의견도 있으나, 특수부가 밝히지 못했을 뿐, 그 또한 비리와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받는 상태.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오직 해당 검사 본인만이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현재 최서준이 부장검사로 있는 서울중앙지검의 특별수사부와 서울고검의 감찰부 모두 검찰 비리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고 한다. 02-3XX-24X3를 통해 연락하면 해당 사실에 대한 제보를 할 수 있다. ……(중략)……. 많은 시민들이 과연 부산지검의 실체가 어떻게 밝혀질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

-WK일보 박수형 기자

“이런 망할 것들!”

박재필 검사장은 신문을 그대로 구겨 팔매질했다.

“내가 없으니까 아주 개판이야! 완전 더럽게 놀고 다녔구먼!”

그는 분통을 참지 못하고 명패까지 집어 들었다.

“참으십시오, 검사장님.”

독사 강중식 부장이 급하게 그의 팔을 붙잡고 나서야 박재필 검사장은 부들부들 떨며 명패를 내려놓았다.

“후우우.”

그는 짙은 한숨을 내뱉으며 겨우 가슴을 진정시킨 뒤에야 입을 열었다.

“그래서 사실 파악은 했어?”

“아, 그게…….”

강중식 부장은 참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마 최서준이 원하는 의도대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이런 제기랄!”

쾅!

박재필 검사장은 책상을 내리쳤다.

자신이 관리하는 감찰부가 지휘 체계를 어기고 법무부장관을 통해 진행을 명받은 것도 열받아 죽겠는데, 그게 아주 홈런을 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보다 윗급에 있는 법무부장관에게 따질 수도 없는 노릇.

법무부장관은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을 몰아냈던 김석원이었으니까.

결국 그의 분노의 화살은 제일 만만한 강중식 부장에게로 향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털린 거야? 이렇게 됐다는 건 부산지검에서 넘어오기 전부터 다 조사를 해 놨다는 거잖아.”

“그게 사실은…… 제가 저번에 털었던 서부지검 있잖습니까?”

서부지검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순간, 박재필 검사장의 미간이 뒤틀렸다.

강중식 부장은 움찔하면서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때 서부지검에 있던 정현우라는 놈이 하필이면 부산지검으로 쫓겨났는데, 그 녀석이 부산지검에서 저희 라인 검사들의 뒷조사를 해 놓고 최서준한테 붙어서 갖다 바친 모양입니다.”

“그놈이 부산지검으로 갔다고?”

“예.”

“서부지검 박살 낼 때 전부 다 재기할 수 없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어 놓으라고 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강중식 부장은 머리를 조아렸다.

그의 실수였다.

당시에는 서울에 올라온 직후에 처음으로 대박을 터뜨린 터라, 서울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자만을 하고 있었던 시절.

전부 옷을 벗기거나 강원도나 제주도처럼 복귀하기 힘든 곳으로만 보냈는데, 중간에 정현우만 부산지검으로 발령이 바뀐 걸 파악하지 못했으니까.

그랬다고 한들, 최서준에게 붙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박재필 검사장은 책상에 올린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는 아주 차갑게 내리 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강 부장.”

“예, 검사장님.”

“투 스트라이크야.”

박재필 검사장의 살벌한 눈빛이 독사 강중식 부장을 향해 쏘아졌다.

“저번에도 최서준한테 당했는데 그대로 반복한 거잖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독사 강중식 부장은 두려움을 삼키고 말했다.

그러나 박재필 검사장의 목소리에서는 그저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듯한 얼어붙은 기운이 느껴졌다.

“세 번째는 없어. 그땐 끝이야.”

“예. 알고 있습니다.”

“최서준 박살 내는 시간, 얼마나 더 주면 돼?”

강중식 부장은 침을 꿀꺽 삼키고 다급하게 생각했다.

최서준의 비리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넉넉하게 두 달.

그러나 지금 박재필 검사장에게 두 달을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가는 그 기다림이 끝나기 전에 자신의 모가지가 날아갈 게 뻔한 상황.

그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박재필 검사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1월 지나기 전에 해결해.”

1월 안에.

오늘 날짜가 1월 11일.

오늘을 포함해도 딱 3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

그러나 여기서 강중식은 불평하거나 거절할 수 없었다.

박재필 고검장에게 밉보이는 순간, 복수고 뭐고 간에 검사로서의 수명이 끝나 버리는 것일 테니까.

말 그대로 옷 벗고 변호사 간판을 내야 한다.

그에게 선택지는 오직 하나.

“말씀하신 기간 안에 해결하겠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승부를 봐야 한다.

견제구로는 안 된다.

최서준에게 공을 던져서 그게 스트라이크가 되든, 안타를 맞든 승부를 봐야 하니까.

박재필 고검장은 냉소적인 눈빛으로 강중식 부장에게 말했다.

“실망시키지 마.”

***

-부산지검의 비리…… 과연, 이전에 서울로 올라온 이들은 깨끗한가?

-부산지검이 비리의 온상으로 떠오른 가운데, 이전에 서울에 올라왔던 공안부의 강중식 부장과 서울고등검찰청의 박재필 검사장에 대한 의심이 피어오르고 있다. 부산지방검찰청에 근무하는 익명의 관계자 말에 따르면, 이번에 비리 9인방으로 지목된 검사들 전부가 소위 말하는 ‘박재필 검사장 라인’을 탔던 인물이기 때문. 그중 대표 격인 인물은 현재 공안부의 강중식 부장. 아랫물이 흐린데, 윗물이 그걸 몰랐을 리는 없을 터. 그걸 알고도 눈을 감아 준 거라면 윗물도 당연히 흐릴 것이라는 의견과 오히려 윗물은 구정물에 가깝지 않냐는 합리적인 추론이 줄을 잇고 있다. 현재 두 명의 검사들은 서울로 발령이 난 지 1년을 딱 채웠는데, 과연 이 기간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지 의문이다. ……(중략)……. 부디 윗물은 맑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을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정치 1번지 임유나 기자

“부산 촌놈들 정신도 못 차리고 해까닥 돌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사를 본 이두형 부부장검사가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요. 촌놈들이 어디 서울 와서 시비를 걸고 다닙니까? 쭈그리고 살아야지.”

부산지검 녀석들을 공격했던 참에 부산의 두 녀석까지 완전히 몰아치고 있었다.

혹시나 이렇게 해서 제보가 들어오면 좋고, 아니더라도 녀석들을 엿 먹였으니 좋고.

“이거 축배라도 들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장하영 검사의 말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지만,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일러.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도 있잖아. 마무리될 때까지 정신 차려서 진행해.”

“알겠습니다.”

“설하 씨.”

구석에 있던 윤설하를 불러 물었다.

“지금 페이스로 진행되면 다음 주까지 공판부로 넘길 수 있죠?”

“네. 사건 증거가 너무나도 명확해서 더 조사할 게 없을 정도니까요. 이르면 다음 주 금요일. 늦어도 다다음 주 화요일까지는 넘길 수 있을 겁니다.”

“좋습니다. 다들 이대로만 진행합시다.”

“예!”

검사들과 수사관들의 힘찬 대답을 들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고생하셨습니다.”

송재훈 PD와 박수형 기자를 오랜만에 만나 함께 잔을 부딪쳤다.

장소는 내가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 이용하는 오피스텔.

“어휴, 고생은 뭘요.”

“기자회견 하느라 고생하셨죠.”

나는 쑥스럽게 머리를 긁적였다.

몇 시간 전에 부산지검 검사 아홉 명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전원을 공판부로 넘긴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왔다.

한마디로 강중식 부장의 손발을 모두 잘라 버린 것과 다름없는 상태.

이로써 그에게 남은 건 고작해야 공안부에 속해 있는 몇몇의 검사, 그리고 그와 손을 잡은 2번 라인에 속한 소수의 부장검사들뿐.

물론, 2번 라인에 속한 부장검사들도 이제는 강중식 부장을 한편이라고 생각하기보다도 슬슬 멀어져야 하는 인물로 보고 있다는 첩보까지 전해 들었다.

녀석이 캐고 있는 나에 관한 공격 딱 한 방만 잘 피해서 마무리하면, 그는 스스로 자멸하고 말 터.

감찰부 부부장검사인 송현성한테 들어 본 결과, 이번 사건이 끝나고 몇 번이나 고검장실로 호출되면서 사무실 밖까지 큰 소리가 나도록 호되게 까였다고 했으니까.

쯧쯧.

그러니까 덤빌 사람한테 덤볐어야지.

그렇게 얼마나 술을 마셨을까, 박수형 기자의 잔을 채워 주던 중, 내 술병에 있던 술이 떨어지고 말았다.

“아, 술이 떨어졌네.”

“제가 사 올게요.”

“아니에요. 저번에 선물 받은 양주가 하나 있는데 그거 까서 마시죠.”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황철용 의원에게 선물 받은 술.

아마 찬장 어딘가에 뒀던 것 같은데.

안쪽을 한참 뒤진 끝에 주황색 빛을 띠는 고급 양주 한 병을 찾아냈다.

곧장 스트레이트잔과 온더락 잔을 준비해서 거실로 돌아가자, 송재훈 PD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더니 그가 이내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었기에 평범한 전화를 받은 거라고 생각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 뒤에 들려온 말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다.

“제보하실 게 있다고요?”

송재훈 PD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제보는 이 번호가 아니라, 저희 방송국 번호로…… 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저한테 직접 제보하고 싶으시다고요?”

PD한테 직접 제보라…….

그가 자리를 옮겨서 전화를 받으려고 하기에 나는 바로 옆에서 포스트잇과 펜을 그에게 넘기며 말했다.

“괜찮으니까 여기서 전화 받으세요. 메모하실 때 쓰시고요.”

그는 입모양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는 곧장 펜을 집어 들었다.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말을 듣고 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검찰 비리에 대해 제보하신다고요?”

순간, 내 귀가 확 뜨였다.

검찰 비리?

이거 생각보다 구미가 확 당기는데.

그러나 몇 초 뒤, 송재훈 PD가 날 바라보더니 당황한 목소리로 통화 상대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특수부 최서준 검사에 대한 비리를 제보하신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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