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
군주회귀록 201화
도대체가 말이 되는 소리란 말인가?
5분 만에 타임어택 던전을 돌파했다.
“도,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리미스의 말에 아서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냥 좀 열심히 했지.”
“……!”
그냥 좀 열심히 했다.
고작 그 정도로 타임어택 던전을 5분 만에 돌파할 수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이제 남아 있는 경기는 딱 한 경기뿐이었다.
바로 500:500의 대규모 전투였다.
한데, 사실 리미스는 승리할 자신이 없었다.
또한, 승리한다고 하여도 사실상 리미스는 패배한 것과 같았다.
이것은 점수제였다.
점수제에서 현재 아서의 점수는 리미스보다 월등히 높았다.
다음 경기를 리미스가 월등히 높게 승리해도 두 개의 경기의 점수 격차를 좁힐 수 없다는 거다.
‘그 의미는…….’
자신이 바라야 하는 것은 한 가지였다.
이 경기가 끝나고 승자는 패자를 흡수할 수도 있다.
다른 의미로는 그자와 1:1전투를 벌일 수도 있었다.
아서는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그것을 알기 전에.
“다음 경기는 기권합니다.”
리미스가 선포했다.
웅성웅성
관중석이 시끄러운 소리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리미스가 기권할지는 그들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역시 아서도 의문은 마찬가지인 듯 싶었다.
“크르, 기권이라…….”
발렌은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대군주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발렌의 말과 함께 관중석이 고요했다.
아니, 고요함 가운데, 그 적막을 깨는 존재들이 있었다.
“역시 우리 군주님 멋지십니다!”
그레모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힘껏 박수를 치고 있었다.
또한, 그 밑의 올리아 또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소리쳤다.
“마앙, 우리 군주님이 대군주라구웃!”
짝짝짝!
그리고 루시아와 자베스 또한 자리에 앉아 새롭게 대군주의 자리에 오르게 된 아서를 축하하고 있었다.
* * *
경기가 끝난 후, 시상식 전.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리미스는 다급함을 느꼈다.
그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그가 향하는 곳은 바로 한 곳이었다.
아서 군주가 있는 대기실이었다.
헐레벌떡 아서 군주가 있는 대기실 앞에 도착한 리미스는 그 앞을 막고 있는 거대한 존재.
디아블로와 마주할 수 있었다.
“기, 길을 비켜라!”
“……싫은데?”
디아블로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리미스는 당혹했다.
무엄하다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러기에는 디아블로라는 존재는 너무도 높이 섰고 너무도 강력한 유닛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여보내라, 디아블로.”
“예, 군주님.”
디아블로가 한 걸음 옆으로 물러났다.
대기실 문이 열렸다.
그곳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아서 군주가 있었다.
리미스는 대기실에 들어가자마자 넙죽 엎드렸다.
“사, 살려주시옵소서!”
“호오?”
아서도 이 또한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에 리미스를 보았다.
천족 대군주 리미스.
사악한 자다.
사람의 뒤통수를 치는 영악한 자였으며 또한, 최후의 전쟁에서 바알을 도와 그들의 전력을 강화시킨 존재다.
또한, 콧대가 높기로 유명한 자였다.
하지만 그런 리미스가 이렇게 친히 고개까지 숙이면서 살려달라고 애원을 한다?
그만큼 리미스가 지금 급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였다.
“살려달라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원하시는 것은 뭐든 하겠습니다. 그러니, 저에 대한 대결 요청을 하지 말아주십시오!”
승리한 군주는 원한다면 적 군주와 1:1로 싸우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그의 영지를 흡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아서의 영지는 순식간에 다른 대군주들과 붙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쟁쟁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내 충직한 신하가 되겠다?”
“그, 그렇습니다!”
“어째서?”
그 말에 리미스는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당신이 바알 군주보다 훨씬 위에 섰고, 그보다 강력한 군주임을 알았기에라는 말이 차마 떨어지질 않았다.
하지만 겪어보니 알겠다.
그는 결코 인간 군주라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그는 이제 곧 바알 정도는 가뿐히 가지고 놀 수 있는 인물이 될 지도 모른다.
또한, 리미스는 계속 느껴왓다.
아서 군주에게로부터 살기가 느껴졌다.
그 살기는 자신을 향한 살기였다.
경기에서 패한다면 필히 자신을 죽이려는 그러한 살기!
“다, 당신을 섬기고 싶습니다!”
“나를 섬기고 싶다라.”
아서는 그 말에 느리게 턱을 쓸었다.
그러다 이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방법 하나를 알려주지.”
“저, 정말입니까?”
“그래.”
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바알 대군주와 천족 대군주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오로지 군주게임에서 존재할 수 있는 대군주는 셋이었다.
그 셋 중 하나가 인간 군주가 되었다.
이는 참으로 불결하고 더러운 일이지 않을 수 없었다.
“바알 대군주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 물음에 잠시 생각하던 바알은 짧게 답했다.
“전쟁을 준비해야지 않겠나.”
“……!”
그 말에 용족 대군주조차도 놀랐다.
그 말은 자신과 바알이 손을 잡고 녀석이 대군주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 곧 바로 목을 치자는 의미와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곧 바로 또 다른 대군주를 친다?
무수히 많은 자들이 비웃을 거다.
그만큼 인간 군주가 두려웠던 거냐라면서.
하지만 바알은 어깨를 으쓱했다.
“죽고 살고의 문제는 다른 이들의 눈과 다른 것 아니겠는가.”
“…….”
용족 대군주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그때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그는 바로 천족 대군주 리미스였다.
리미스의 등장에 바알과 용족 대군주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곧 죽게 될 녀석이…….’
바알과 용족 대군주도 직감했다.
아서라는 인간 소년을 그를 죽일 생각이다.
그리고 그의 힘 자체를 완전히 흡수해 버리겠지.
한데, 리미스는 서둘러 기권을 했다.
그리고 어디를 갔다온 걸까?
‘설마 살려달라고 빌기라도 한 걸까?’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는 자였다.
“무슨 일이냐, 리미스.”
바알의 목소리가 좋을 리가 없었다.
리미스는 이제 바알에게도 함께 동맹을 이어갈 자가 아니었다.
패자일 뿐이었다.
“할 말이 있어 왔습니다.”
“할 말?”
“예.”
“……?”
바알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에 리미스가 곧 이어 벌벌 몸을 떨었다.
‘도대체 왜……?’
용족 대군주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갑자기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어대는 걸까?
그러면서 천천히 리미스의 입이 열렸다.
그 말은 아서의 말을 전하는 것이었다.
“지금쯤 둘이 힘을 합쳐 나를 총공격하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을 것을 안다.”
“……!”
바알과 용족 대군주의 눈살이 한껏 찌푸려졌다.
“진짜 한심해 죽겠군, 둘이서 꼬마 하나를 두고…… 어휴!”
한데, 문제는 리미스가 또 아서의 말을 너무 실감 나게 전달하고 있었다.
그 한숨을 쉬는 소리까지도.
“뭐, 무튼 잘해 봐라, 등신들아.”
그러면서 리미스가 떨리는 손으로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
바알과 용족 대군주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 순간.
“시상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리미스의 몸이 빛에 휩싸여 사라졌다.
“이런 미친……!”
바알과 용족 대군주는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가장 큰 치욕을 지금 이 순간 느꼈다.
* * *
리미스는 얼굴이 화끈거려 미칠 지경이었다.
‘내가 그런 미친 짓을 하다니……!’
아무리 살고 싶어서라지만 대군주들 앞에가서 빅엿을 먹이고 왔다.
어느덧 돌아보자 아서가 씨익 웃고 있었다.
“욕은 시원하게 먹여줬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리미스는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빌어먹을 자식, 내가 이렇게 쉽게 네 밑에 들어갈 것 같아?’
그는 이번 일만 무사히 넘기면 다시 바알 대군주와 용족 대군주를 먼저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잘못했다며 절을 하며 그들에게 빌 것이다.
그리고 그는 밖에서 그들이 아서를 칠 기회를 노린다는 말을 들었다.
내부에서 첩자로 활동하며 그들을 도와 아서의 영지의 위치를 알리고 총공격 당하게 할 것이었다.
리미스는 속으로 짙은 웃음을 지었다.
“크르, 아서 군주. 이제 당신에게 기존의 대군주였던 리미스와 1:1대결을 펼칠 수 있는 선택권이 존재합니다. 당신은 어쩌겠습니까?”
그냥 냅둔다면 말그대로 흡수를 의미한다.
하지만 대결을 원한다면 가차없이 죽이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리미스는 이미 아서와 이야기가 된 부분이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었다.
“당연한 걸 묻는군.”
그에 아서가 답했다.
“당연히 싸워야지? 500:500의 대규모 전투도 안 했는데, 관중들 아쉬워서 쓰나.”
“……!?”
그 말을 들은 리미스의 눈이 커다랗게 커졌다.
약속과 다르다.
이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그가 고개를 돌렸다.
아서는 어깨를 으쓱였다.
리미스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이 새끼가 거짓말을……!’
그렇다.
뛰는 놈 위의 나는 놈이라고 하였다.
아서는 리미스를 마지막까지 처참하게 부려먹은 것이다.
대군주 바알과 용족 대군주에게 가서 그들에게 이미지를 다 깎아 먹었고, 심지어 그에게 이용만 당하다 죽게 생긴 것!
하지만 그렇다고 그 말을 이 앞에서 할 수 있냐!?
아니, 그것도 못한다.
자신이 이용당했다고 아서 군주의 멱살을 틀어잡을 수도 없다.
지금 이곳엔 보는 눈이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리미스는 눈앞이 새하얘졌다.
하지만 곧이어 그는 정신을 차렸다.
‘빌어먹을!’
아니, 아직 모른다.
아서 군주를 자신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에 그는 아주 작은 희망을 가졌다.
사실상 아서 군주의 무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디아블로를 확인했고 타임어택 던전이 검증됐지.’
그뿐이다.
그는 어떠한 힘도 내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리미스는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
애초에 1:1 PVP는 마지막 대군주의 자리를 보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여기에서 점수가 낮았던 군주라고 할지라도 승리한다면 다시 대군주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리미스는 어쩌면 다시 대군주에 자리에서 떵떵거리며 거만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내 기필코 네 녀석을 씹어 먹어주마!”
리미스의 말에 아서는 얼씨구하는 표정이었다.
대기실에서 아까 전엔 살려줍쇼 뭐네 하던 놈이 갑자기 바뀌었다.
‘그건 뭐, 나도 비슷한 놈이니 상관없나?’
하지만 리미스와 아서는 근본적으로 조금 다른게 있었다.
아서는 애초에 리미스가 어떤 속내를 품었는지 눈치챘었다는 것.
반대로 리미스는 그걸 예상 못했었다는 거다.
“크르, 그럼 또 다른 1:1 PVP가 준비되겠군요. 시상식은 PVP가 끝난 후 진행될 것 같습니다.”
발렌의 말에 관중석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취이이익, 인간 군주가 마지막에 괜한 짓을 해서 대군주에 오르지 못하겠군.”
“취이이이이익!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크르, 역시 인간은 멍청해!”
그리고 관중석의 대부분은 사실상 리미스처럼 아서의 패배를 점쳤다.
사실상 정말 아서는 이곳에서 자신의 무력을 입증한 게 단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어 발렌의 말에 따라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