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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196화 (196/210)

# 196

군주회귀록 196화

연회가 끝나고 돌아가던 크록은 복잡한 표정이었다.

‘왜 갑자기 올르비스 제국에서 사람이 직접 온다는 거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크록은 현재 반강제적으로 이곳 이필립스 제국의 첩자로 들어와 있는 중이었다.

그가 이곳에 첩자로 오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그의 딸 아이.

딸 아이가 마법 아카데미에서 다른 학생을 상대로 중상을 입혔기 때문이다.

한데, 그 다른 학생이 문제였다.

그 아버지가 바로 올르비스 제국에서 영향력 있는 후작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딸 아이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정당한 대결에서 패한 상대방의 무력이 잘못이지 자신의 잘못이 뭐란 말인가?

하지만 후작에겐 아니었다.

그는 크록과 그 가족을 멸하려고 했다.

그때, 첩자를 제안한 자가 바로 내일 오는 루크라는 자였다.

루크는 올르비스 제국의 소드 마스터 중 하나였다.

그런 소드 마스터 중에서도 최고의 반열에 오른 그랜드 소드 마스터와 가장 가까운 남자였다.

그가 크록의 가족을 인질로 삼고 이곳 올르비스에 보낸 것이다.

한동안 잠잠히 있던 루크.

그런데, 그가 갑자기 내일 방문한다.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일단 크록은 집에 돌아가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다음 날, 크록은 밤늦은 시간이 되었을 때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선 그는 루크와 만나기로 한 여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관은 아주 낡고 오래된 곳이었다.

계단을 밟고 올라간 크록은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눈에 큰 좌상이 있는 사내 루크가 있었다.

“잘 있었나, 크록.”

“예, 어쩐 일로 이곳까지 직접 오셨습니까.”

루크 또한, 현재 첩자로 이필립스 제국 안에 숨어 있었다.

하지만 제국, 특히나 황제의 도시에 들어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앉지.”

루크의 제안에 크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주 앉았다.

곧이어 루크가 말했다.

“이곳에서의 삶은 살 만하나?”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가끔…….”

아주 등골이 서늘할 때를 빼고요라는 말을 그는 집어삼켰다.

그는 첩자로 목숨을 걸고 정보를 빼서 올르비스 제국으로 보낸다.

그때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찔했다.

“이제 이 첩자 짓도 끝내야지?”

“……정말입니까?”

그 말에 크록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수년 동안의 첩자 짓!

그리고 더 괴로운 것은 냉정하지만 때론 인자한 황제 아스폰이었다.

올르비스의 제국 황제는 거의 폭군과 마찬가지였다.

배를 곯는 자들이 넘쳐나고 황제의 눈 밖에 나면 바로 사형이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자유가 보장되어 있고 인권이 있었다.

이곳의 사람들을 속이는 일이 크록에겐 반가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는 마음이 편해지고 싶었다.

더 이상 그들을 속이는 일 따위 그만두고 싶다.

“그래, 대신에 일 하나만 처리하지.”

“일이요?”

일이라는 말에 크록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일이라, 어떤 일을 말하는 걸까.

중요한 정보라도 빼 오라는 걸까?

“황제의 도시 프라스. 그곳을 좀 혼란스럽게 만들 필요가 있을 듯싶어.”

“……혼란스럽게요?”

크록은 고개를 갸웃했다.

혼란이라?

어떤 의미인가?

“요즘 이필립스 제국은 우리와 적국이라는 것에 너무 안일하게 생각해, 마치 자신들이 우리 위에 군림한 왕이라 생각한다 해야 할까? 선전 포고가 필요하지.”

“…….”

크록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필립스 제국은 사실 평화를 지향한다.

아니, 지금 세상에 나타난 던전 마스터를 사냥하는 데 주력하고 싶어한다.

반대로 올르비스 제국은 여전히 전쟁에 미쳐 있다.

공공의 적이 있는데, 이필립스 제국을 공격하려 한다.

폭군에 의한 말도 안 되는 정치다.

“선전 포고라고 하면…….”

“사람들을 죽여. 크록.”

“……!”

그 말에 크록은 깜짝 놀랐다.

순간 너무 놀라 숨이 턱하고 막혔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가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사람들을 죽이라니요?”

“말 그대로야, 프라스에서 학살을 하게. 그리고 학살이 끝난 후, 우리가 보낸 병사들과 함께 제국으로 귀환하시게. 무사히 귀환하여 이제 가족과 행복한 인생을 살아야지?”

개소리!

그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차마 내뱉을 수 없었다.

병력을 보내 귀환한다?

그럴 수 있을 리 없다.

그런 혼란 속에서 병력이 무사히 들어올 수도 없고, 고작 자신 하나 때문에 그들이 위험을 감수할 리 없었다.

즉, 간단하다.

‘나 혼자서 학살을 하고 장렬하게 죽으라는 거잖아!’

거부할 수도 없다.

조금 전 루크가 언급했던 ‘가족과 행복한 인생’은 네가 하지 않으면 네 가족 전부를 죽이겠다는 말과 같았다.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 사람들을 죽이라니?

전쟁이라는 것도 해야 할 일과 말아야 할 일이 존재하는 법!

가만히 있는 일반 시민들을 죽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할 텐가, 크록?”

그 말에 크록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내가 하지 않으면 가족이 죽는다…….’

그는 암담한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겠습니다.”

“역시! 자네의 올르비스 제국에 대한 충성심은 대단하구만!”

루크는 껄껄 웃어댔다.

곧이어 루크가 몸을 일으켰다.

“나가는 즉시 일을 벌이게.”

그가 밖으로 나섰다.

크록은 뜨거운 눈물을 펑펑 쏟았다.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자신 또한 죽으라고 한다.

“크흐흐흑!”

그리고 그가 우는 여관 안에, 오르웬이 설치한 마도구가 적나라하게 이 모습을 누군가에게 전송하고 있었다.

* * *

아스폰은 신음을 삼켰다.

“미쳤군……!”

정말이지 미쳤다.

미친놈들이다.

죄 없는 시민들을 학살하겠다?

소년, 아서에게 이 사실을 들었을 때는 설마 아무리 올르비스 제국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짓을 할까 싶었다.

한데, 그게 사실이었다.

눈앞이 깜깜하다.

작은 한숨을 쉰, 아스폰.

그리고 이는 증명된 셈이다.

‘그는 앞을 정말 내다보는 건가?’

하지만 이것 하나로 믿기 어려웠기에 더욱더 많은 미래를 요구했다.

그리고 때마침.

다급히 들어온 신하가 보고했다.

“폐하의 말처럼입니다. 바로 내일 두 개의 달이 뜬다 합니다.”

“……!”

두 개의 달이 뜨는 날.

대륙엔 가끔 두 개의 딸이 뜨곤 했다.

하지만 이는 절대 측정할 수 없었다.

정말 미래를 보지 않는 이상 모른다는 거다.

한데, 정말 내일 두 개의 달이 뜬다.

그 말은 간단하다.

“정말 미래는 그 소년의 손에 달렸군.”

그리고 자신은 그 소년에게 힘을 실어줘야만 할 것 같았다.

* * *

루크는 ‘쯧.’ 하는 혀 차는 소리를 내며 골목길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곧이어 골목길을 나와 세워진 마차에 올랐다.

“출발하지.”

“예.”

마차가 출발했다.

마차가 달리고 루크는 짙은 웃음을 지었다.

“빌어먹을, 이필립스 제국 놈들 엿이나 처먹으라고 해.”

내일 학살이 일어난 뒤, 황제 아스폰의 표정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무고한 자들의 죽음!

그 죽음 이후로 아스폰 황제가 얼마나 슬퍼하겠는가!

또한, 자신들에게 죄를 추궁하려 하겠지.

하지만? 정보가 없다.

즉, 자신들은 시치미를 뚝 뗄 생각이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다.

이 얼마나 우스운 황제의 꼴이란 말인가.

“크흐흐흐!”

루크가 짙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창밖 풍경을 바라봤다.

그러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자신이 예상한 풍경이 아니다.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 쪽으로 향해야 한다.

하지만 마차는 완전히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금 어딜 가는 게냐!”

하지만 마부석에 탄 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루크가 서둘러 검을 뽑아 들었다.

그 순간.

“히히히히힝!”

마차가 서둘러 멈춰섰다.

마부가 빠르게 내린다.

그리고 루크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은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가까운 올르비스 제국의 기사였다.

함정에 빠졌다.

하지만 설령 그 함정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을 잡긴 쉬운 일이 아닐 터.

곧이어 밖으로 나온 루크.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앞으로 뒷짐을 지고 선 존재가 있었다.

바로 황제 아스폰이었다.

“네놈……!”

설마설마 황제가 자신의 눈앞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루크다.

함정이라고 해봤자, 크록이 만들어낸 함정 같은 것일 줄 알았다.

곧 맹렬한 기세로 황제에게 달려들려던 루크는 멈칫거릴 수밖에 없었다.

“자네, 움직이는 순간 목이 달아날 게야.”

주변에 수십 명이 넘는 기사가 서 있었다.

또한, 그 뒤로 황궁 마법사들이 강력한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참으로 모진 황제에, 모진 신하로다.”

아스폰은 쯧 혀를 찼다.

그것을 지시한 황제도 그렇고 그것을 좋다고 따르는 신하도 그랬다.

“가엾은 자를 협박하여 그런 명령을 내리다니.”

“푸흐!”

루크는 피식 웃었다.

“크록도 잡았나?”

“아니.”

아스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이제 학살이 시작되겠군.”

그에 아스폰은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검만 휘두를 줄 알았지, 머리가 완전히 돌이로군.”

“……!”

루크가 미간을 찌푸렸다.

바로 그때 크록이 아서와 함께 걸어왔다.

“……네놈!”

루크는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는 짙게 웃었다.

“네놈의 가족들이 모두 죽을 것이다, 네놈 혼자만 무사히 살겠다니, 네놈도 나와 다를 게 없다!”

바로 그 말에 아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가족이 왜 죽어?”

“내가 연락이 닿지 않으면 크록의 가족 또한 죽이기로 되어 있다.”

“왜?”

“……이 멍청한 꼬마 새끼야, 당연한 것 아니겠나?”

“?”

아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에 루크는 정말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 순간.

빠르게 마차 한 대가 도착했다.

그리고 그 마차 안에서.

“아버지!”

어린 소녀가 내렸다.

그 뒤를 이어, 중년의 여인이 내렸다.

“부, 부인!”

그리고 크록이 그들을 향해 뛰어갔다.

루크는 잠시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눈을 끔뻑였다.

올르비스 제국과 이필립스 제국은 가깝지 않다.

또한, 자신은 크록에게 이 일을 지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에 아서가 말했다.

“이 멍청한 어른 새끼야, 내가 전부 데려왔으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냐?”

“……!”

아서는 지옥마를 이용해 그들을 타고 서둘러 크록의 가족들을 데리고 왔었다.

그들에겐 크록이 위험하다는 말을 했었다.

그리고 크록.

그가 황제와 아서에게 연신 고개를 숙여 보였다.

“감사합니다, 전하! 감사합니다! 자네도 너무너무 고맙네!”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될 이를 죽일 필욘 없다.

대신에, 더 큰 사냥감이 걸리지 않았는가?

바로 올르비스 제국에서 가장 강력하다 알려진 제국검.

루크다.

루크가 성난 기색으로 결국 검에 검기를 가득 실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아스폰을 향해 날렸다.

수화아아악!

“네놈이라도 죽이고 죽겠다!”

거대한 검기가 반월을 그리며 아스폰을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아스폰은 뒷짐을 진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리고 아서가 튀어나갔다.

아서의 창이 반월의 검기를 향해 움직였다.

“하! 고작 저딴 어린 애새끼를 믿다니!”

루크가 비웃었다.

하지만 그 순간.

콰아아아앙!

아서의 창에서 뻗어 나간 강력한 힘이 단숨에 검기를 무력화시켰다.

루크의 눈이 번뜩 커졌다.

‘미, 믿을 수 없다……! 저, 저 나이에 저런 강함을 가지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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