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
군주회귀록 194화
그리고 그녀는 짙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너무나도 뻔했기 때문이었다.
아서도 그걸 본 건지 피식하고 웃어버렸다.
그러던 중, 오르웬의 눈에 한 남성이 들어왔다.
바로 크록이었다.
크록은 4클래스 마법사다.
4클래스 마법사는 꽤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런 크록은 연회인데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오르웬은 들고 있는 쟌으로 목을 축였다.
그녀는 계속 크록을 주시할 예정이었다.
연회는 계속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순서가 되었다.
“이번 파티의 순서는 여러분이 즐길 여흥거리로 대련을 준비했습니다! 하하하!”
단상 위로 나타난 6클래스 마법사 고흐가 자신의 기다린 흰 수염을 쓰다듬으며 짙게 웃음 지어 보였다.
6클래스 마법사인 고흐는 제국에서도 아낄 정도로 대단한 실력자였다.
그리고 그 말에 파티의 순서 따위 확인도 하지 않던 많은 귀족이 반응을 보였다.
“대련이요?”
“예, 이곳에 꽤 놀라운 영웅이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고흐의 말과 함께 아서에게로 모든 마법사들의 시선이 쏠렸다.
아서는 앞에 있는 음료로 입을 축였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
그에 사람들은 재밌겠다는 표정이엇다.
고흐가 짗궃은 판을 만든 건 분명해보였다.
하지만 천하디 천한 시골 영지의 기사단장의 아들이 이 연회에 참석한 게 이 자리의 마법사들은 탐탁지 않았던 것이다.
“대련이라, 뭐. 원한다면.”
아서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괜히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는게 그였지 않은가.
또한, 대륙 안에서 여전히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자들이 널리고 널린 상황이었다.
“그럼 누가 붙겠습니까?”
그 말 한마디에 곧이어 거대한 거구의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저런 X신 새끼가.’
오르웬의 눈살이 절로 찌푸려질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나선 이는 그녀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이였다.
바네토.
고흐가 거느리고 있는 기사단의 단장이었으며 실제 소드 마스터의 자리에 올라 있는 인물이기도 하였다.
소드 마스터인 바네토가 고흐의 밑에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고흐는 돈이 엄청나게 많았고, 그에게 뭐든지 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바네토의 경우 오르웬을 사모하고 있었다.
‘으휴. 이놈의 인기.’
오르웬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아서는 그를 바라봤다.
* * *
아서는 앞으로 나서는 바네토를 보며 뚱한 표정을 지었다.
소드 마스터 바네토!
그도 아주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어떻게 소드 마스터가 되었나 싶을 정도로 단순무식한 자이지.’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무식했고 오로지 힘 밖에 몰랐다.
그리고 바네토는 아서를 굉장히 싸나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왜지?’
아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자신에게 원한이 있는 듯한?
그러던 중 어디선가 ‘쯧!’ 하는 혀차는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아서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 오르웬이 있었다.
그 혀차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바네토는 오르웬을 보고는 히죽하고 웃었다.
‘어떻게 저딴 꼬마 놈이 오르웬 님같이 아름다운 여성분과 함께하는 거지? 오늘 내 강함을 증명하여 오르웬 님을 차지하고 말겠어!’
그는 둘이 연인이라는 참 이상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꼬마야, 전장의 귀신이라고 불리는 네 실력 좀 보고 싶구나.”
사람들이 절로 원으로 빈공간을 만들었다.
바네토와 아서가 함께 서 있으니, 흡사 다윗과 골리앗 같은 느낌이었다.
아서는 ‘흠.’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오르웬은 재밌는 생각이 난 듯 씨익 웃었다.
그러고보면 오르웬은 아서에게 참으로 당한게 많았었다.
그에 한 번 바네토를 부추겨볼까?
“우리 아서 파이팅!”
“……?”
아서는 고개를 갸웃하며 오르웬을 돌아봤다.
그녀가 손바닥에 입을 맞추고 그것을 자신 쪽으로 돌렸다.
‘토할 뻔했군.’
아서는 어울리지 않게 왜 그러나 싶었다.
그리고 이어 코뿔소의 콧김이 뿜어지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씨익씨익!
“부, 부럽다. 오르웬 양의 뽀뽀!”
‘진짜 등신이군.’
아서는 이마에 손을 짚을 수밖에 없었다.
두터운 대검을 들고 있는 그는 아서를 보며 질투하고 이빨을 빠드득 갈고 있었다.
그리고 오르웬이 노린 상황이 뭔지 알아챈 아서는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서 마법사들이 자신들끼리 내기를 하기 시작했다.
“넌 어디에 걸겠어?”
“당연히 바네토.”
“나도 바네토.”
“바네토가 무식하긴 하지만 검 하나만큼은 대단하지!”
모든 마법사가 모두 바네토에 걸었다.
그에 오르웬이 또 한 번 바네토에게 불을 붙였다.
“전 아서에게 올인합니다.”
그 말 한마디에 바네토의 눈이 커졌다.
‘꼭 이겨서 진짜 강한 건 저라는 걸 증명하고 당신과 결혼하겠습니다. 오르웬!’
벌써부터 머릿속으로 애 셋을 낳고 알콩달콩하게 행복한 신혼생활을 꿈꾸는 바네토!
“네놈, 내가 기필코 가만두지 않겠다. 이 나쁜 녀석.”
“내가 뭘 어쨌다고?”
아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어서 바네토가 아서를 향해 빠르게 접근했다.
수우웅!
그가 대검을 휘둘렀다.
마치 레이피어를 휘두르는 것처럼 가벼운 움직임이었다.
‘역시 힘이…….’
무시못할 정도로 강하다.
태앵!
아서가 창으로 막아내는 순간 바네토의 검에 새하얀 빛이 맺혔다.
“거, 검기!”
“와, 저렇게 밝은 빛은 처음 보는 군!”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탄성!
그 탄성에 아서는 그럴만하다고 여겼다.
검기라는 것은 정말 실력 있는 기사들, 혹은 소드 마스터들만 사용할 수 있는 전유물이다.
아무나 가질 수 없고 아무나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아서도 사용할 수 있었다.
“허억!”
“……!”
곳곳에서 놀란 탄성이 터져나왔다.
아서의 창 끝에 맺힌 하얀 빛은 더욱더 짙고 강렬했다.
군주게임 참가자들에겐 한 가지 이점이 존재한다.
바로 검에 불어넣는 검기를 마나를 소모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군주게임에서도 최고의 반열에 드는 아서의 검기가 일반 사람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마, 말도 안 돼…….”
바네토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고 불리던 자들보다도 더욱더 밝고 찬란한 빛!
그 빛에 숨이 막혀오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검기를 가졌다고 하여 강한 건 아니다.
탓!
바네토가 지면을 박차며 아서를 향해 빠르게 접근했다.
콰콰콰콰콰쾅!
그와 아서의 창이 부딪치는 순간, 강력한 폭발이 일었다.
고흐가 서둘러 팔을 휘저었다.
관객들을 지키기 위한 파란 보호막이 생성되었다.
배리어였다.
그리고 자욱한 흙먼지 속 안에서 아서와 바네토의 검이 부딪치기 시작했다.
“저 육중한 대검이 저 가냘픈 창 하나를 꺾지 못하다니!”
“엄청나구만.”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움직여.”
마법사들은 눈을 크게 뜨며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검에 대해 문외한인 그들조차도 알 수 있었다.
베네토는 무지막지하게 휘두르고 있지만 아서라는 전장의 귀신은 가볍게 상대하고 있었다.
“나도 그런 거 할 줄 알지.”
곧이어 피식 웃은 아서가 힘껏 그의 대검을 내리쳤다.
그 순간.
콰콰콰콰콰콰쾅!
방금 전 베네토가 일으켰던 폭발보다 더욱 강력한 힘이 폭발했다.
그리고 방금 전보다 더욱더 자욱한 흙먼지를 피어오르게 했다.
장내의 이들은 숨죽이고 흙먼지 속 안을 바라봤다.
그러던 중.
쩌저저적-
고흐가 만들어낸 배리어에 금이 가는 걸 볼 수 있었다.
“헉!”
“컥!? 고, 고흐 님의 배리어가?”
콰장창창-
곧이어 허무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배리어가 와장창 깨져 버렸다.
그리고 가둬져 있던 흙먼지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모습을 드러낸 건 쓰러진 바네토와 멀쩡히 서서 자신의 창을 털어낸 후 다시 오르웬에게 다가가 음료를 받아 목을 축이는 아서의 모습이었다.
“역시.”
“교관님, 오늘 장난이 지나치군요.”
“이제까지 네가 했던 일을 생각해야지, 아서.”
“으음…….”
아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바네토는 놀라고 있었다.
‘비, 빌어먹을 대검이……!’
자신의 대검이 금이 가 있었다.
명검 중 하나라고 불리는 자신의 검.
그 검을 이처럼 만들 정도의 강력한 힘이라니!
심지어 어린 소년은 최선을 다한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베네토의 눈에 들어오는 모습.
다시 오르웬과 아서 소년이 화기애애(?)하게 웃고 있는 모습.
“이, 이노오오옴!”
결국 베네토가 화를 참지 못했다.
그가 자신의 검에 온 힘을 담아냈다.
그다음, 힘껏 아서를 향해 쏘아냈다.
“…….”
아서는 최대한 피해 없이 상쇄시키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마법사들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히이이익, 저 힘에 직격당한다면……!’
‘빌어먹을, 저 무식한 멧돼지 같으니!’
그리고 그 순간.
파앗!
위에서 떨어진 작은 불빛이 아서에게 뻗어오는 강력한 힘을 단순히 상쇄시켜버렸다.
마법사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곳에 고흐가 있었다.
“거기까지.”
고흐도 사태의 심각성을 안듯싶었다.
“끌고 가라!”
“예!”
고흐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럴 것이 전장의 귀신이란 자가 소문으로 진짜 강한지, 또 창피를 주기 위해 벌인 판인데, 오히려 자신이 창피를 당한 꼴 같았다.
그에 고흐가 말했다.
“이번엔 나하고 대련해 보지 않겠느냐?”
고흐는 자존심이 강한 자였다.
아무리 수하의 패배였지만 그것은 곧 그의 패배와 같았다.
아서는 ‘하!’ 하고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그에 고흐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지금…… 감히 내 앞에서……!”
“그럼 자넨 감히 내 앞에서 무엇을 하는 겐가.”
바로 그때.
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고흐의 눈이 희번뜩 떠졌다.
그것은 아서와 오르웬, 장내의 다른 모든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저, 전하!”
고흐가 서둘러 몸을 돌리며 절을 했다.
“전하!”
곧이어 장내의 모든 이들이 절을 하기 시작했다.
아서도 그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들이 절을 하는 곳에 있는 금발의 사내.
그가 바로 현 황제 아스폰 더 레드이트였다.
* * *
현 황제 아스폰 더 레드이트는 장난기가 많은 인물이었다.
또한, 가끔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놀라워하는 이들을 보면서 즐거워했다.
그런 아스폰 더 레드이트는 고흐가 연회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고흐는 마법사의 탑의 탑주 그다음의 직위를 가진 자였다.
그 때문에 그의 연회를 축하해주기 위해라서라는 명목도 있었다.
그는 일부러 뒷문으로 연회장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싸우는 덩치가 큰 사내 바네토와 어린 소년을 볼 수 있었다.
‘저 어린 소년을 두고 뭐 하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는 조용히 지켜봤다.
들어보니 그가 바로 요즘 떠오르는 영웅 전장의 귀신이라고 한다.
그리고 체구 차이와는 다르게 놀랍게도 소년은 바네토라는 소드 마스터를 압박했다.
‘믿을 수 없군……!’
바네토의 강함은 황제도 익히 알고 있었다.
한데, 갑자기 바네토가 끝난 승부에 강력한 힘을 난발했다.
또 고흐는 어떠한가.
자신이 만든 듯 보이는 판에, 자신이 열불이 올라 어린 소년에게 해코지하려 하고 있었다.
지켜보던 그가 결국 모습을 드러낸 거다.
“고흐.”
“예, 전하!”
그의 부름 한 번에 그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이어 현 황제인 그가 말했다.
“창피한 줄 아시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