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
군주회귀록 191화
빠르게 달리는 아서는 계속해서 뒤쪽을 돌아봤다.
불사의 정예군단!
그들은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드래곤 스피어를 정통으로 맞고도 고작 피해는 스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전면전에는 승산이 없었다.
“히히히히힝!”
“히히히힝!”
허공을 나는 지옥마!
디아블로와 아서가 재빠르게 지옥마의 위로 올라탔다.
다그닥 다그닥!
허공을 달리는 지옥마들!
수우우우웅!
하지만 정예군단 중 몇몇이 그들을 빠르게 쫓으며 지옥마에 올라탄 아서를 공격했다.
탓!
“히히히힝!”
지옥마의 옆구리를 걷어차자 녀석이 울음을 터뜨리며 더욱더 빠르게 달렸다.
수우웅!
수우우웅!
아서를 공격하던 마족들의 공격은 허공을 갈랐다.
푸지익!
푸화악!
푸슈유유육!
푸슈유유육!
뒤쪽에서 지옥마를 타고 쫓아오던 디아블로가 허공을 가르는 그들의 목을 베어냈다.
디아블로는 아서를 지켰고, 아서는 자신을 공격하는 이들을 피하거나 혹은 한 번씩 그들을 쳐냈다.
“내가 말했던 계획. 기억하나?”
“물론입니다.”
아서는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정예군단과 관련한 이야기를 했다.
디아블로는 자신 혼자서도 열을 채 상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했다.
과거 아서는 마신의 영역.
불의 영역에 관련한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었다.
일단은 그 정보가 이 난관을 헤쳐나가게 해줄 유일한 통로이리라.
푸화아앗!
또 다른 마족을 베어냈다.
그들을 쫓는 로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쪽은……?”
그는 미간을 좁혔다.
불의 영역의 분화구가 있는 위치였다.
한데, 그 분화구로 간다면 자신이 유리했다.
불의 영역 마족들의 경우 불속성 저항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분화구답게 그곳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뜨겁고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한 열기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모를 테니.’
자신들이 가는 곳이 지옥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두 존재!
그에 로드는 승기를 잡았다는 생각에 짙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지옥마를 타고 분화구의 인근에 도달한 아서는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조금 서 있을 뿐인데도, ‘땀이 흐른다’가 아니라, ‘몸이 녹아내린다’와 같은 표현이 맞는 것 같았다.
푸쉬이이이익!
소문으로 듣던 그 분화구가 보였다.
분화구는 뜨거운 열기를 훅훅 뿜어내고 있었다.
“막아라.”
“예!”
디아블로는 서둘러 말고삐를 돌렸다.
아직도 쫓아오고 있는 마족들의 수가 자그마치 70이나 된다.
그나마 나은 점이라면 그들이 지나온 길이 다소 좁은 길이었다는 거다.
디아블로는 지옥마의 위에서 내렸다.
그리고 두 개의 이도류를 쥐고 마주 달려나갔다.
타타타탓!
“죽여라!”
로드가 소리쳤다.
가장 앞서 마족 하나가 디아블로를 향해 육중한 철퇴를 휘둘렀다.
수화화아앗!
달리다가 미끄러지듯 피해낸 디아블로가 놈의 목을 긋고 그대로 지면을 박차고 또 한 번 벽을 박찼다.
콰지익!
뒤쪽에서 달려오던 또 다른 마족 하나를 쳐내자 뒤에 있던 마족들도 그 힘에 의해 물러났다.
푸직!
퐈직!
퐈핫!
“한 놈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하느냐! 너희는 정예군단이다!”
로드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그러다 로드는 무언가 이상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인간 소년.
그 소년이 분화구를 향해 자신의 모든 힘을 방출하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강력한 힘으로 분화구의 밑을 후려치는 아서!
그와 함께 수증기를 뿜어내던 분화구가 잿더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솨아아아아!
잿더미가 주변으로 퍼지며 시야를 서서히 차단시키기 시작했다.
호흡이 막혀오고 숨이 차기 시작한다.
그리고 앞은, 그 잿더미에 의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푸쉬이이익!
흐릿하게 보이는 상황 속에서 로드는 비명 소리만을 들었다.
“끄아악!”
“으아악!”
‘타, 타고난 전투 감각!’
그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마족들을 혈혈단신 베어내는 디아블로!
그는 아서와의 싸움 이후로 그처럼 반사신경에 의한 전투를 항상 연습하곤 했다.
전신 디아블로인 그에게 패배라는 이름은 더 이상 있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지금 눈이 아닌, 감각의 눈으로 적들을 베어내며 막아내고 있었다.
푸지익!
“크흡!”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디아블로가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소리를 듣고 몰려드는 마족들도 감각을 타고난 자들이었다.
팔이 베인 디아블로가 몇 걸음 물러났다.
푸화아앗!
적들을 베어내다가 또 한 번 옆구리를 베인다.
뜨거운 고통이 지나간다.
그는 서둘러 아서가 말했던 분화구를 터뜨리는 일을 해내길 간절히 바랄 수밖에 없었다.
푸화악!
바로 그 순간.
잿더미 사이에서 튀어나온 로드.
그의 검이 디아블로의 복부를 노리고 쏘아져 들어왔다.
깜짝 놀란 그가 몸을 비틀어 피해냈지만, 옆구리를 관통했다.
“크흐흐흐!”
로드는 드디어 잡았다는 생각에 웃었다.
마족이라도 배에 칼이 들어가면 힘이 빠지기 마련!
하지만 디아블로는 고통 없는 듯 무심한 눈빛으로 로드를 내려다봤다.
그러더니, 그가 배에 꽂은 칼의 칼날을 손으로 꽉 쥐었다.
“……!”
로드는 빼낸 다음 그의 목을 치기 위해 공격하려 했지만 되지 않자 당혹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 그는 곧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눈치챘다.
“히, 히이이익!”
마족이라고 두렵지 않을 것은 아니었다.
디아블로의 악력은 강했고 로드가 도저히 빼낼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순간.
손날을 쫙 펼친 디아블로의 손이 그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푸쉬이이익!
로드의 머리가 허무하게도 떨어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단장님!”
마족들은 당혹하며 그 틈을 노려 디아블로의 몸 곳곳에 병장기를 꽂았다.
검, 창, 이도류, 화살.
다양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몸에 틀어박혔음에도 그는 단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고 있었다.
네크로맨서 잭에게 있던 디아블로는 어느덧 아서라는 인간 소년의 수하가 되었다.
처음엔 무척 싫은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달았다.
이자가, 내가 모실 참된 군주로다.
이자만큼 강력한 군주는 없으리로다.
전신 디아블로, 자신에 어울리는 강력한 군주!
그 아서가 있는 곳에 적들을 보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몸에서 뚝뚝 피를 흘리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디아블로를 보며 마족들을 주춤했다.
한 마족이 검을 뽑아낸 순간.
푸화아앗!
다시 디아블로가 검을 휘두르며 마족들을 쳐냈다.
푸화앗!
푸화아앗!
머리가 뒹굴고, 몸 곳곳이 잘려나간 자들의 것이 허공에 떠오른다.
하지만 디아블로는 차가운 눈빛으로 표정 변화가 전혀 없었다.
그러던 중…….
그는 몸이 이상함을 느꼈다.
쿵-
그의 무릎이 힘없이 굽어졌다.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한계가 온 것이었다.
‘후…….’
디아블로는 숨을 고르게 쉬었다.
쉴 때마다 뜨거운 공기가 훅훅 폐부로 들어와 모든 장기를 녹이는 것만 같았다.
‘끝이군.’
마족들이 병장기를 치켜들고 그의 목을 치려 한다.
바로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앙!
거대한 굉음이 불의 영역 던전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와 함께.
수화아아아아악!
땜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디아블로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그곳에서 모든 것을 녹일 듯한 붉은 용암이 뜨거운 열기를 흩뿌리며 썰물처럼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그 순간 아서가 읊조렸다.
“절대 방어.”
[절대방어 상태가 됩니다. 3분 동안 어떠한 공격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 알림과 함께 디아블로의 몸에 강력한 힘이 깃들었다.
곧이어 뜨거운 용암이 디아블로의 몸을 지나쳤다.
말 그대로 지나쳤다.
아무리 뜨거운 마계의 용암이라고 할지라도 절대 방어는 뚫지 못했다.
그와 반대로.
치이이이익!
“끄아아아아!”
“으, 으아아아아아!”
마족들이 빠른 속도로 접근하는 용암에 발끝부터 시작해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참으로 끔찍한 광경이었지만 디아블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디아블로는 자신의 낚아채는 한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어느덧 다시 지옥마에 오른 아서였다.
다그닥 다그닥!
아서는 디아블로를 자신의 뒤쪽에 태우고 그곳을 서둘러 벗어났다.
이제 정예군단의 정리는 끝났다.
“기다려라, 그레모리.”
아서가 다시 그레모리가 있을 곳을 향해 디아블로와 함께 나아갔다.
* * *
마신의 군단장, 그레모리.
그녀는 수정구에서 비치는 인간 소년 군주가 자신의 이름을 읊조리자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구나.”
그 말에 옆에 서 있던 베이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가 말입니까?”
“저 인간 군주가 내 이름을 불렀어…….”
“…….”
베이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이 밑의 세상에서 모시던 하찮은 인간 군주입니다’라는 말은 해선 안 될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날 죽이려는 목소리가 아니야.”
조금 전 소년의 목소리는 살기 어린 게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을 그리워하고, 자신을 갈망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어째서지?”
베이크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에 그레모리는 고개를 주억였다.
“곧 알게 되겠지, 재밌구나. 불의 영역의 분화구를 이용해 정예군단을 죽이다니!”
정예군단 100을 잃은 것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불사의 군단장 그레모리에겐 그 정예군단 100을 언제든 다시 소환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그들은 영원한 안식에 빠진 것이 아니다.
잠깐의 죽음에 빠졌을 뿐.
그러다 이어 또다시 정체 모를 목소리가 들려온다.
‘망, 바보 모리, 나 배고파!’
‘못난이 개야, 방금 전에 밥 먹었지 않냐?’
‘마앙, 바보 모리, 원래 하운드족은 항상 배고픈 법이라고!’
‘이 맛없는 개껌이나 먹고 조용히 하고 있거라!’
차갑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목소리.
그 목소리는 주인은 바로 자신이었다.
그녀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알 수 없는 일이다.
도대체 아까부터 왜 계속 이런 기억이 떠오를까?
가장 큰 의문.
그 의문은 바로 가슴에 있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저 인간 소년이 거리를 좁혀올수록,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그리고 그를 향해 정예군단이 공격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고 식은땀을 흘렸다.
“……미쳐가는구나, 내가.”
그레모리는 피식 웃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 * *
아서와 디아블로는 계속해서 안쪽을 향해 파고들기 시작했다.
거대한 나비 형태를 하였고 온몸이 볼에 뒤덮인 마계의 불나방!
그 불나방들이 쉴 새 없이 공격해 들어온다.
어느덧 모든 상처를 회복한 디아블로와 아서가 서둘러 그 불나방들을 쳐냈다.
모두 쳐내고 안쪽으로 다시 들어간다.
그러던 중, 아서의 눈에 드디어 보였다.
거대한 문.
그 문은 두꺼운 성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마치 하나의 영지처럼.
그리고 그와 함께.
“쿠워어어어어어!”
거친 포효가 천지를 뒤흔들었다.
디아블로가 마른 침을 삼켰다.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3대 재앙의 몬스터들. 그들만큼 강한 몬스터가 이곳 마계에도 존재하지요.”
“……그래?”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 역시 세 마리가 존재합니다. 한 마리는 과거에 이미 죽었습니다. 그 외의 다른 존재가 한 마리는 바로 화룡 발라타스입니다. 온몸이 불에 뒤덮인 한 마리의 드래곤이죠.”
“음…….”
아서는 고개를 주억였다.
그리고 디아블로가 다시 한번 말을 이었다.
“또 다른 한 마리는 본 드래곤 제이크입니다. 죽은 자들의 왕과 같은 존재죠.”
“……그런 이야기는 갑자기 왜 하지?”
“지금 그 둘의 울음소리가 이 소립니다.”
그 말에 아서는 미간을 구겼다.
3대 재앙급 몬스터가 둘이나 있다?
그에 아서는 말했다.
“힘들어 죽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