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8
군주회귀록 188화
“축하한다.”
“축하한다고?”
아서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브록이 한 말은 뜻밖의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몸이 펄펄 끓는 듯한 고열, 계속해서 밀려오는 잠. 올리아라는 유닛은 또 다른 성장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거다.”
“성장의 과정이라고……?”
아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저처럼 아픈 것이 성장의 과정이라니?
다소 놀랍고 의아한 이야기였다.
“그래, 애석하게도 세간에 밝혀져 있지는 않아, 하지만 내가 누군가.”
브록은 자신감 어린 표정을 지었다.
“테이머들 중에는 나름 자신이 있다. 나의 영지에서도 저처럼 비슷한 중태에 빠졌던 녀석이 있었지, 나도 그때 너처럼 발만 동동 구르며 애간장을 태웠지. 하지만 며칠 후 진화를 시작한 녀석은 완전체가 되어 훨씬 더 강해지고 뛰어나졌다는 거다.”
“오호.”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브록의 말만 들어보자면 올리아는 현재 그가 염려하는 것처럼 걱정할 때는 아니었다.
오히려 축복해줘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 * *
여전히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그레모리.
그녀는 한없이 올리아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봤다.
그녀는 매일 같이 올리아를 멍청한 개라고 하면서 놀리고는 했다.
하지만 그레모리에게 올리아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마앙…… 그레모리…… 내 몸에 힘이 없어…….”
축 늘어진 올리아.
그를 보는 그레모리의 눈이 슬픔으로 물들었다.
“어서 정신 차려야지, 이 못난이 개야.”
“마아앙…… 바보모리. 만약 내가 죽으면……,”
“그런 소린 하지마라, 이 못난이 개!”
그레모리는 자신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고야 말았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레모리를 바라보는 올리아는 곧 피식 웃고는 말했다.
“매일매일 바보모리라고 했지만 그레모리 너는 정말 착한 마족이었어.”
“…….”
“내가 죽으면 군주님을 잘 부탁해.”
두 사람은 진실을 알지 못한 채 눈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참, 그리고 그레모리 너에게 고백할 게 한 가지 있어.”
“고백할 거?”
“얼마 전에 네가 아끼던 구두가 사라졌었지?”
“……그, 그렇지.”
그레모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사실 네가 간식을 주지 않아 화가 난 내가 물어뜯으면서 놀다가 땅에다가 묻었어…….”
“이런 못난이……!”
그레모리는 불같은 화를 내려 했다.
하지만 올리아의 앞으로가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잠시 입을 꾹 다물었다.
심호흡을 쉰 그녀가 부드럽게 웃었다.
“그깟 구두 몇 켤레쯤이야…… 괜찮다, 올리아.”
사실 그깟 구두 몇 켤레쯤은 아니었다.
그 구두는 군주 아서가 예복을 맞출 때 특별히 그레모리에게 특별제작으로 맞춰준 구두였던 것.
그리고 때마침 아서와 브록 군주가 함께 들어왔다.
“마앙, 군주님…… 저는 먼저 하늘로 가요.”
“……응?”
들어온 아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미 브록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들은 아서였기에 그의 얼굴에는 안도의 미소가 만연하고 있었다.
헌데, 곧 올리아가 또 다시 말했다.
“마앙, 군주님에게도 고백할 게 있어요.”
“고백할 거?”
아서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레모리를 봤다.
그레모리는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아서를 돌아봤다.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마족 그레모리!
그 차가운 그녀가 당장 울 것 같은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아서는 상황이 꽤 재밌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건데?”
“얼마 전에 군주님 바지 하나가 사라졌잖아요?”
“그랬지.”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가지고 놀다가 그레모리 구두와 함께 땅에 묻었어요.”
“……그래?”
아서는 피식하고 웃었다.
평소의 그레모리였다면 그녀는 ‘올리아, 감히 군주님 것에 손을 대!?’
하면서 노발대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레모리는 ‘올리아의 마지막이니 이해해주죠.’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다가 이어 또르르 하고 눈물 한 방울을 흘렸다.
“계속 졸음이 와요, 저 먼저 갈게요…….”
그리고 이어 올리아의 눈이 천천히 감기기 시작했다.
그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만연했다.
발카스 영지에서 아서나, 그레모리와 보냈던 하루하루가 올리아에게는 정말이지 즐겁고 뜻 깊었다.
“전 정말 행복했어요…….”
끝으로 올리아의 고개가 툭하니 떨어졌다.
그에 그레모리가 후다닥 달려가 올리아를 안아들었다.
“못난아! 이 못난이 개야! 흐흐흐흐흑!”
그 모습을 보며 아서는 ‘흠…….’ 하는 소리를 냈고 브록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군주님, 올리아가…… 올리아가……!”
축 늘어진 올리아를 안아들고 그레모리가 눈물을 쏟았다.
‘어휴.’하는 한숨을 쉰 아서가 이마에 손을 짚었다.
“올리아 안 죽는다, 그레모리.”
“예?”
“보면 알 거야. 그치?”
아서가 브록을 돌아보며 말하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올리아의 눈이 번뜩 뜨였다.
눈이 번뜩 뜨인 올리아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앙? 난 천국으로 가는 건가?”
떠오른 올리아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다르게 올리아는 허공에 떠오른 상태에서 더 날아가지 못하고 두둥실 있었다.
곧 이어 알림이 들려왔다.
[탐색꾼 올리아의 진화가 시작됩니다.]
곧 이어 올리아의 몸을 빛이 휘감았다.
서서히 그 빛이 걷어지기 시작하고 모습을 드러낸 올리아는 황금색 털을 가지게 되었다.
오히려 크기는 조금 더 작아졌다.
사뿐히 바닥에 내려앉은 올리아.
[탐색꾼 올리아가 유적 탐색꾼 올리아로 변경됩니다.]
‘유적 탐색꾼이라?’
아서는 오호라 하는 표정으로 변화된 올리아를 바라봤다.
올리아는 뒷발로 얼굴을 북북 긁고 있었다.
“망, 간지럽당!”
“…….”
그리고 그런 올리아를 바라보는 그레모리.
그녀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이어 올리아에게 다가가 빙긋 웃었다.
“올리아…… 내가 아끼는 구두를…… 네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마앙? 그, 그건 내가 그런 게 아니라…….”
“네 입으로 그렇게 말했었잖아. 이 똥개 올리아!”
“망, 올리아는 똥개가 아니라, 하운드족이라고!”
두 사람이 티격태격 거리는 것을 보며 아서가 말했다.
“내꺼 바지도……?”
“마아앙……?”
올리아가 서둘러 자신의 개집(?)으로 숨어 들어갔다.
그리고 고개를 꼬옥 파묻은 채 엉덩이를 보이며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피식하고 웃은 아서는 그 상태에서 탐색꾼에서 보물꾼으로 진화한 올리아의 상태창을 확인해보았다.
올리아의 특수능력에 한 가지가 추가되어 있었다.
바로 반경 50㎞내에 위치한 유물을 탐색해내는 능력이었다.
아서는 여전히 몸을 집 안에 들여놓고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올리아와 그에게 소리치는 그레모리를 바라봤다.
“올리아. 당장 나와서 군주님께 사죄드리지 못해!?”
“마아앙, 올리아. 무서워!”
아서는 피식하고 웃음 지었다.
그러다 이어 브록이 웃었다.
“마족이 눈물을 흘리다니, 참 독특한 마족이네.”
“그렇지? 우리 영지가 이렇다.”
“뭐 이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영지가 활기차고 좋아, 군주는 활기차거나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아서는 브록을 돌아봤다.
브록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너에겐 이 영지 자체가 너의 보금자리고 쉼터 아닌가? 넌 항상 너무 달리기만 하니까.”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브록의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자신에겐 이곳 발카스 영지가 그나마 존재하는 휴식처 중 하나다.
* * *
늦은 밤 시간이었다.
아서는 언제나처럼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오라오라, 내게 오라. 마신의 군단장 그레모리여. 나의 품으로 돌아오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아서의 귓가에 똑똑히 들려왔다.
그는 벌떡 하고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몸을 일으킨 아서는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밖으로 나온 그는 곧바로 그레모리가 있을 침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하지만 그곳에 그레모리는 없었다.
아서는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밤의 그레모리는 항상 똑같았다.
방에서 잠을 자고 있거나, 혹은 침실 앞에서 자신을 지키고 있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헌데, 지금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아서는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중, 성 외곽으로 나가는 쪽의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끼이익
쿵!
아서는 빠르게 달렸다.
그리고 이어서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그곳에 그레모리가 있었다.
“그레모리.”
아서가 그녀를 불렀다.
그 순간, 그레모리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돌아간 그레모리의 눈은 초점이 없었다.
그저 아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어째서……?’
아서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초점이 없는 그레모리.
그리고 그레모리는 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마신이시여…… 이제…… 당신의 품으로…… 되돌아가겠습니다…….”
그레모리의 그 말에 아서는 눈살을 찌푸렸다.
“어딜 간다는 거냐, 그레모리!”
하지만 곧 이어 난간 위로 올라간 그레모리.
이어서 공간이 비틀어지며 열렸다.
그 안에서 검은 손이 쑥하고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어 그레모리의 손을 붙잡고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오라오라, 내게 오라, 마신의 군단장 그레모리여.
곧 이어 그 손은 그레모리를 힘껏 끌어당겼다.
그레모리가 그 공간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순간 아서는 자신의 창으로 힘껏 그 작은 틈을 공격했다.
푸화아앗!
하지만 그때에 이미 그레모리는 그 공간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난 뒤였다.
그 순간.
번쩍
아서가 꿈에서 깨어났다.
꿈에서 깨어난 아서는 이마에 손을 짚었다.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왜 이렇게 꿈이 생생하지?’
아서는 고개를 갸웃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온 그는 그레모리에게 이 꿈에 관련한 이야기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걷던 아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올리아, 그레모리 못 봤느냐?”
복도를 뛰어다니던 올리아를 본 아서가 물었다.
“마앙, 안 그래도 바보모리가 없어서 찾아다니던 중이었어요!”
“없다고?”
아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항상 올리아와 그레모리는 붙어있지 않던가!
그런데, 지금 현재 올리아도 그녀의 행방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아서는 성 내의 인원들을 총 동원시켜서 그레모리를 찾게 했다.
하지만 그레모리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아서의 발걸음은 성 외곽으로까지 향했다.
성 외곽으로 나온 아서는 볼 수 있었다.
허공에 열려 있는 검은 색 문의 틈.
그와 함께 알림이 울렸다.
[마신의 군단장 그레모리가 기억을 각성합니다.]
[마신의 군단장 그레모리에 대한 보상으로 드래곤 대리인을 얻을 수 있습니다.]
[보상을 포기할 시 마신의 군단장 그레모리를 되찾기 위한 시련을 할 수 있습니다]
[시련을 위해선 그레모리의 영혼석을 모아야지만 합니다.]
‘영혼석……?’
아서는 미간을 구겼다.
그녀의 영혼이 어떻게 되기라도 했다는 건가?
혹시……?
‘마신의 품으로 돌아간 건가?’
그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알림에 따르면 마신의 군단장이 그레모리가 사라진 대신에 그에 따른 보상을 준다는 것 같았다.
바로 드래곤 대리인으로.
드래곤 대리인은 아서도 알고 있다.
절대 얻을 수 없는 최강, 최고의 대리인!
하지만 아서는 생각했다.
‘그레모리하고 비교도 할 수 없지.’
그레모리는 이젠 부하가 아니라, 한 명의 동료가 된 아서였다.
그 때문에 아서는 보상을 선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