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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187화 (187/210)

# 187

군주회귀록 187화

61장 안녕, 사랑하는 나의 군주님

벌떡!

총운영자 벨로가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운영자들도 눈을 끔뻑거리며 지금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한 운영자는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가는 것인지 눈을 비비적거렸다.

하지만 이건 분명한 현실이었다.

3대 재앙.

세계수 사냥꾼이라고 불리는 놈이 땅속 깊이 틀어박혀 머리가 함몰된 채 죽어 있었다.

그의 갑각은 특별하다.

HP는 말할 것도 없다.

괜히 3대 재앙이란 이름이 붙은 게 아니었다.

그런 세계수 사냥꾼이 주먹 단 한 번에 죽어버렸다.

“대체 저 인간은 뭐야!”

벨로는 테이블을 손으로 턱 하고 내려칠 수밖에 없었다.

아서는 마족 군주 루펜달을 보며 히죽 웃고 있었다.

* * *

“무슨…… 소리냐…….”

루펜달은 이해할 수 없었다.

조금 전 아서는 분명히 말했다.

그 의뢰서를 자신이 숨겨놨다고.

“말 그대로지.”

시간이 다 되어간다.

조금 있으면 도전군주 선발전이 완전히 종료될 것이다.

“너희가 깬 개미 던전에 내가 가져다 놓은 거거든.”

아서는 어깨를 으쓱였다.

정말이지 태연하게.

세계수 사냥꾼에 대한 의뢰.

이 양피지는 아서가 초반에 먼저 얻었던 버프 아이템이다.

하지만 아서는 사용하지 않고 계속해서 남겨두었다.

이 의뢰서는 사실상 이곳에 존재하는 버프 아이템 중에서 매우 특별한 축에 속하는 놈이다.

의뢰를 해서 세계수 사냥꾼이 공격하게 할 수 있으니까.

20초.

짧지만 세계수 사냥꾼과의 전투라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서는 이 의뢰서를 얻고 마지막에 쓰자고 여겼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마지막쯤에 자신이 세계수 사냥꾼을 한 방에 죽일 수 있을 만큼 강해질 테니까.

그리고 이 의뢰는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한다.

사실 이 리스크라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서는 이 리스크가 적용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들이 데려왔던 전 병력 80.

그 80은 대부분이 마족 군주들이 애지중지하던 놈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걸로 아서는 그 80의 병력을 모조리 잡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이, 이…….”

루펜달과 마족 군주들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규율상 이곳에선 군주끼리 해를 입힐 수 없다가 적용되지 않던가.

-선발전 종료까지 카운트다운 들어갑니다.

-10, 9, 8, 7, 6, 5, 4, 3, 2…….

곧이어 모든 군주들이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아서에게로 알림이 들려왔다.

[기여도 61%. 도전군주 선발전에서 1위를 기록하셨습니다.]

[그에 따라 대군주의 권능. 영지 자유자를 얻었습니다.]

[침범 불가의 기여도 달성!]

[세계수가 아이 나무를 선물합니다.]

‘영지 자유자? 아이 나무라…….’

아서는 그 두 개의 이름을 곱씹어봤다.

어느덧 그 빛은 아서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 * *

눈을 떴을 때, 아서는 또 다른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도전군주 선발전에서 1위를 기록하셨습니다. 도전군주 자리에 오르셨습니다.]

[도전군주 중 한 명인 자베스 군주가 일반 군주로 하향됩니다.]

[도전군주 도전자인 루미 군주가 일반 군주에 머뭅니다.]

[대군주에 도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습니다.]

[운영자들의 선물로 ‘위대한 축제’를 여실 수 있습니다.]

[도전군주의 검을 얻었습니다.]

도전군주가 되면 운영자들은 이러한 ‘위대한 축제’를 선물해 준다.

이 위대한 축제는 이틀 동안 진행된다.

특별한 선물인 만큼이나 이 위대한 축제를 사용하면 평균적인 영지의 골드를 벌어들이는 양, 곡식 수확량, 광물 수확량 등을 종합하고 그것을 운영자 측에서 지급해준다.

즉, 이틀간 정말 놀고먹어도 상관없다.

그리고 그 축제는 운영자들의 힘으로 꾸며진다는 거였다.

“아서 군주님,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군주님!”

“도전군주 선발전 정말이지 멋졋습니다!”

영지민들의 환호 속에서 아서는 작게 웃었다.

그리고 알림처럼 도전군주의 검이 자신의 앞에 생겨나는 걸 볼 수 있었다.

도전군주의 검.

이 검은 특별한 힘이 담긴 것은 아니다.

단지, 도전군주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장식용 검일 뿐이다.

군주가 수하들 혹은 영지민들에게 무언가를 하사할 때 주로 사용된다.

아서는 곧 이번에 얻은 대군주의 권능.

영지 자유자를 확인했다.

‘이건…….’

사실 아서에게도 생소한 권능이었다.

그 전에 다른 군주가 받아갔던 권능과는 달랐다.

‘어떤 종족의 터에서도 자신의 영지를 3일간 머물게 할 수 있으며 그 후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다.’

즉, 영지 전체를 이전시킨다는 말이었다.

어떠한 종족의 터라는 의미는 마계, 천계, 용계 등.

어디에든지 해당한다.

‘위험하지만 내게 필요할지도 모르는 권능.’

엄청난 권능이다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필요한 권능이었다.

무조건 3일을 머문다.

그 말은 만약 마계에 이전하면 마족 군주들의 눈에 띄어 3일 동안 집중 공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는 거였다.

그다음 세계수의 아이나무.

그것은 씨앗이었다.

확인해 본 후 아서는 작게 웃었다.

‘영지민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곡식 수확량을 2배로 올려준다. 또한 아이나무에게서 자라나는 열매를 먹으면 모든 스텟 10%가 상승하는 버프효과를 영지민들이 얻을 수 있다.’

영지민 만족도를 올리기에 무척 좋은 것이었다.

아서는 그레모리와 함께 아이나무 씨앗을 심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발카스 영지의 중앙.

즉, 분수대가 있는 곳 인근이었다.

“이쪽에 이 씨앗을 심으면 좋을 것 같다. 그레모리.”

씨앗을 심는 것은 주변의 무언가를 대신 허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마 이틀이면 충분할 거다.

“예, 군주님.”

그레모리의 대답을 듣다가 아서는 문득 의아해졌다.

“그것보다…….”

평소와 그레모리가 달랐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레모리와 달랐다는 것보다는 그녀가 항상 품에 안고 있어야 할 존재가 없었다.

“올리아는 어디 갔지?”

“지금 자고 있습니다.”

“자고 있다고?”

아서는 그 말을 듣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돌아올 때면 항상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망, 군주님!?’하고 뛰어왔던 올리아 아니던가.

무슨 일이 생긴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 번 가봐야겠군.’

* * *

올리아는 희한하게도 몸에 힘이 없었다.

밥을 먹고 난 후에는 정신을 차릴 수 없게끔 졸음이 밀려왔다.

‘마앙…… 군주님, 돌아오셨는데. 너무 졸령…….’

눈에 힘을 주어 뜨려고 하면 다시 쭈르르 감긴다.

다시 뜨려고 하면, 감긴다.

결국 완전히 턱을 괴고 누운 올리아는 문이 열리는 걸 볼 수 있었다.

“마앙, 군주니임.”

아서가 들어오자 올리아는 일어나지는 않은 채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게슴츠레 감긴 눈.

힘없이 흔들거리는 꼬리.

아서는 천천히 다가가 올리아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어디 아픈 거냐, 올리아?”

열이 나는 것 같다.

분명하다.

“마앙, 졸려요…….”

“진찰은?”

그레모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상이 없다더군요.”

그 말을 들은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모리가 올리아가 아픈 것 같으면 진찰받지 않았을 리가 없다.

거기에 더해져.

“아리스가 치유 버프를 사용했지만 똑같습니다.”

“흠.”

아서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면서 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 귀를 만져본다.

‘귀 쪽이 뜨겁다.’

정말이지 엄청나게 뜨거웠다.

‘이와 비슷한 증상에 관해 적혀 있는 책이 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쉬고 있어라, 올리아.”

“마앙, 군주님…….”

올리아가 힘없이 그를 불렀다.

아서가 몸을 돌리자 희미하게 올리아가 웃었다.

“오늘…… 멋있었어요…….”

“그래. 금방 오마.”

아서는 그 말을 끝내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빠르게 나갔다.

책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아서였지만 그는 단숨에 군주 성 내에 위치해 잇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아무리 아서라지만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다.

그는 도서관 내에 있는 책들을 전부 뒤지기 시작했다.

그 옆에는 그레모리도 함께였다.

“저도 함께 찾아보겠습니다.”

“그래.”

둘은 빠른 속도로 책들을 보기 시작했다.

* * *

하루가 지났다.

올리아의 상태는 더욱더 심각해졌다.

이젠 거의 눈도 못 뜰 정도로 잠이 오고 몸이 뜨거울 정도였다.

‘마앙…… 난 이렇게 죽는 건가?’

올리아는 갑자기 가슴이 슬퍼졌다.

언제나 군주님과 함께할 줄 알았다.

유닛들이라고 해서 병으로 죽는 일이 없는 건 아니다.

군주게임의 유닛들은 그만큼 꽤 현실성이 있었다.

올리아는 적어도 자신이 한 달 내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마앙…….”

또 자신이 죽으면 슬퍼한 군주님과 그레모리를 생각하자 다시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힘없이 고개를 파묻은 올리아.

그가 작게 낑낑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 * *

삼 일째.

올리아의 상태는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었다.

이젠 목소리조차 잘 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삼 일 동안 도서관의 책을 뒤졌지만, 이렇다 할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치유능력이 아예 안 먹혀…….’

아리스의 치유능력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강한 병이라고 할지라도 아리스 정도의 버프능력자 힘이면 잠깐 호전되는 기색이라도 보일 만하다.

하지만 올리아는 그런 게 없었다.

여전히 열은 팔팔 끓듯이 오르고 있었고 이젠 말 한마디를 힘겹게 뱉어내는 느낌이었다.

그때 도서관을 누군가 노크했다.

똑똑

“군주님, 랜입니다. 밖에 브록 군주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브록이 도착했다는 말에 아서는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브록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는 안대를 쓰고 발카스 영지로 왔다.

아서는 그가 진찰만 해주면 3만 골드를 지급해주기로 하였다.

“아프다는 하운드족이 어딨지?”

“이쪽으로.”

아서는 브록 군주를 이끌었다.

“참, 도전군주에 오른 거 축하한다.”

아서는 고개만 끄덕였다.

“기쁘지 않나?”

“어차피 오를 거였어.”

그 자신감에 브록은 ‘허’하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가 저 자신감.

하지만 자신감뿐이라면 뭐라고 하겠지만 그것뿐만이 아니긴 했다.

아서에겐 지금 그것에 오른 것보다 다른 게 더 중요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브록은 서둘러 아서를 따라 올리아가 있는 방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작은 방 안에 개집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안으로 방석을 깔고 죽은 듯이 누워있는 하운드족 올리아가 있었다.

“흠.”

테이머에 관련해 최고라 불리는 브록은 청진기를 꺼내 들었다.

올리아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어본다.

그다음 혀를 내밀게 시켜서 그 안을 살피고 귀를 만져보고 열을 재봤다.

브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서는 바깥을 턱짓했다.

혹시나 정말 올리아에게 큰일이 난 거라면 그가 상처받을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브록 군주는 올리아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 알고 있는 듯싶었다.

두 사람이 함께 나왔다.

그리고 그레모리만이 힘없이 추욱 늘어진 올리아의 앞에 앉아 머리를 쓰다듬었다.

“못생긴 개야, 빨리 나아서 나랑 놀자.”

“마앙…… 못생긴. 모리모리, 그레모리…….”

올리아의 목소리가 힘없이 축 처졌다.

* * *

밖으로 나온 브록은 자신의 턱을 어루만졌다.

“어떤 상태지? 혹시 위험한 상태인가?”

아서의 물음에 작은 한숨을 뱉어낸 브록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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