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3
군주회귀록 183화
루펜달과 다른 군주들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아서라는 군주는 그럴 수 있다 친다. 하지만 다른 인간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아서가 그들 모두를 이끌고 불을 질러 사마르들 대부분을 전멸시켰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들은 아마 도전군주 선발전이 끝나고서야 알게 될 것이다.
[다시 추가 설명을 시작하기 전에 모두 가운데에 위치한 그루터기에서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나무의 밑동.
언급했듯 중앙에 그것이 있었고 군주들은 최대한 물러났다.
그들이 원을 둘러쌓고 크게 거리를 벌리자 땅이 진동했다.
쿠그그그그그!
땅의 진동과 함께 그루터기에서 줄기가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줄기들은 곧이어 빠른 속도로 거대한 나무 한 그루를 만들어낸다.
꾸물거리며 움직이는 줄기들은 계속해서 높게 솟아오르며 나무를 만들어냈다.
세계수의 크기는 정말이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세계수는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뻗어 있는 나뭇가지에는 잎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나무의 바로 위에.
세계수와 연결되어 있는 괴수 하나가 있었다.
괴수는 인간형 괴수로써 크기는 성인 남성과 비슷했다.
피부 색깔은 은색이었고 등 뒤로 박쥐의 날개와 같은 것이 날개뼈 죽지에 달려 있었다.
그리고 이족 보행임이 분명하지만 마치 새처럼 손을 이용해서도 나무를 짚고 있는 그놈은 척 보기에도 평범한 놈이 아니었다.
“크르.”
놈이 짙게 웃었다.
곧이어 놈의 몸에서 뻗어 나간 수백 개의 것들은 다름 아닌 나무줄기였다.
하지만 일반 나무줄기가 아니다.
단숨에 관통시키는 힘을 가진 나무줄기.
그것들이 허공에 두둥실 떠다녔다.
[이 세계수에는 3대 재앙 중 하나라고 불리는 세계수의 사냥꾼이 함께 있습니다.]
“3대 재앙……?”
“어째서 3대 재앙이 여기에…….”
“크흠……!”
기세등등한 마족 군주 루펜달도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3대 재앙은 아주아주 유명하다.
3대 재앙이 오크들의 땅에 강림한 적이 있었다.
그곳엔 오크의 영지 총 36개가 있었다.
그 오크들의 영지가 단 이틀 만에 모조리 무너졌다.
그리고 그 3대 재앙 몬스터는 아무런 생채기 하나 없었다고 한다.
그러한 3대 재앙이 바로 그들 눈 앞에 있었다.
[물론 3대 재앙인 세계수 사냥꾼을 여러분이 사냥하셔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다면 워낙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니까.
[단, 세계수 사냥꾼이 아예 참여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1시간마다 한 번씩 생명수 주입력이 가장 낮은 세 종족의 군주 하나당, 하나의 유닛씩을 죽입니다. 이는 제물로 바치든, 내버려 두어서 세계수 사냥꾼이 사냥하게 하든 자유입니다. 하지만 점수가 가장 낮은 족들은 미리 바치는 게 꼭 필요한 유닛을 잃지 않는 길입니다.]
그 알림에 군주들은 불길함이 현실이 되는 것을 직감했다.
[그 이유는 죽은 유닛은 군주게임으로 돌아가면 부활하지 않습니다. 점수가 가장 낮은 자들에 대한 리스크라고 보시면 됩니다.]
점수가 낮으면 말 그대로 유닛을 잃는다.
이는 오로지 최하위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상위 종족들은 순순히 수긍했다.
그리고 아서는 생각했다.
‘마족을 최하위로 보낸다.’
그런 생각을 아서는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유닛도 꽤 많이 죽게 할 생각이다.
그러한 생각을 하던 때였다.
띠링!
아서의 앞으로 알림이 울렸다.
긴급 퀘스트였다.
아서는 오픈해서 확인해봤다.
그다음 미간을 찌푸렸다.
‘3대 재앙을 잡으라고……? 미친……!’
아서는 순간 말문을 잇지 못했다.
알림은 3대 재앙 중 하나인 세계수 사냥꾼을 죽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면 보상으로 주어지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세계수 사냥꾼 소환 반지.’
소모성 아티팩트.
한 번 소환하는데 딱 30초만 가능하다.
총 2회를 사용할 수 있다.
‘……하라면 해야지.’
그리고 아서는 이내 픽 웃었다.
항상 긴급 퀘스트는 보통 아서가 할 수 있는 걸 제안한다.
할 수 있다.
아서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설명은 끝났습니다. 제한된 시간은 24시간입니다. 총 기여도는 자신에게만 표기되며 시간 마다의 생명수 주입 시간은 좌측 상단에 모두에게 오픈되어 표기됩니다.]
총 오십의 족이 참여했다.
나열은 이런 식으로 되어 있었다.
시간당 종족 생명수 주입량:0.
총기여도 : 0.
언급했듯 자기 것은 총 기여도까지 보이고 다른 이의 것은 시간당 종족 생명수 주입량만 보였다.
[이제 모두 시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빨리! 쉬운 던전부터 가야 한다.”
“취이익, 취이익, 빨리 움직여라!”
군주들이 자신들의 병력을 이끌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시간마다 주입량을 측정한다는 이런 의미로 비출 수 있다.
초반의 경우에는 쉬운 던전들로 공략해서 생명력을 얻는다.
1시간 내로 끝낼 수 있는 던전이어야지만 한다.
어려운 던전으로 들어가면 몇 시간, 또는 24시간이 될 때까지 못 깰 확률도 있다.
그럼 아예 생명력을 얻지 못하고 유닛들을 잃게 된다는 거다.
그리고 보상.
이곳에서만 사용 가능한 유일한 보상이라고 하였다.
바보가 아니라면 안다.
‘지금 제한된 힘을 풀 수 있는 보상들이 있거나 혹은 도움이 되는 일회용 보상들이 있다는 실마리지.’
운영자들은 미리 그 실마리를 푼 셈이었다.
아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각기의 족들을 보았다.
그들의 선택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함께 온 종족들이 모두 던전 하나에 몰려 들어가 우르르 격파한다.
쉬운 던전들의 경우 입구에 ‘난이도 최하위.’라는 설명 같은 게 써져 있었다.
일반 던전들도 그러했고 어떠한 것들은 없었다.
운영자들은 설명해 주지 않았지만 표기되어 있지 않은 곳은 랜덤이었다.
막상 들어갔는데 엄청 쉽고 빠르다, 하지만 생명력은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또는 엄청 어려운데 생명력도 쥐꼬리만큼 줄 수도 있다 와 같은 도박인 셈이다.
그리고 우르르 몰려가는 것과 다르게 마족과 같은 족은 이러한 선택을 했다.
“여덟 개의 분대로 나뉘어 각 하나씩의 던전을 공략한다.”
여덟 개의 분대.
즉, 도전군주 하나하나가 이끌고 온 병력이 가장 쉬운 던전으로 들어가 1시간 안에 모두 클리어한다.
자신감이 있다면 가능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두 가지 방법 중 어떤 걸 하는 게 좋겠나.”
카일 군주의 질문이었다.
아서는 그에 답했다.
“내게 아주 좋은 던전이 보인다.”
“좋은 던전?”
“던전은 쉬운데, 보상은 아주 큰 곳이다.”
“……흠?”
그 말에 도전군주들이 미간을 구겼다.
믿지 않기에는 이제까지 아서가 보여준 특성이 너무 대단했기 때문이다.
“날 믿어라.”
아서는 확고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는 단순히 아서 한 명만 걸린 경쟁이 아니었다.
도전군주 선발에 대한 것도 존재하지만 인류의 자존심도 걸린 문제였다.
“전 믿겠어요.”
자베스는 당연히 그 표를 던졌다.
그리고 이어서 랄프 군주.
“나도 믿어보지.”
한 명, 한 명이 모두 같은 표를 던졌다.
결국엔 아서가 말한 그 던전으로 가보는 것으로.
아서는 발걸음을 옮겼고 다른 군주들은 그를 따라 움직였다.
그들의 앞으로 나타난 던전은 연리지 나무의 틈새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는데, 그 위로 아무것도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다.
“랜덤 던전이군.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네 말대로라면 아주 쉽지만, 생명력은 많이 주는 던전이겠지.”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그가 먼저 걸음을 옮겨서 연리지의 틈에 있는 입구로 들어갔다.
곧이어 그 뒤를 따라 아서의 병력이 뒤따라 들어왔다.
그다음에는 다른 도전군주들과 병력이 모두 들어왔다.
모두 입장한 후에 하나둘 안쪽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어서 아서에게 알림이 들려왔다.
[죽음의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
뒤따라 들어오던 군주들도 그 알림을 들었다.
“쉬운 던전이라며……!”
랄프 군주가 울컥해서 말했다.
던전은 일반 던전, 히든 던전 등등이 있지만, 간혹 예외로 죽음의 던전이라고 설정된 곳도 있다.
이 죽음의 던전은 대부분이 아주아주 힘든 던전이었다.
“쉬운 던전이다.”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자들에겐 어려울 테지만.”
“그게 무슨…….”
랄프 군주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죽음의 던전은 대부분이 아주 힘든 던전이라고 말하였다.
이러한 죽음의 던전에는 힌트 같은 게 숨어 있는 경우가 간혹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 힌트를 찾지 못한다.
힌트만 찾으면 이 던전은 아주 쉬워진다.
“이런 미친놈…… 미리 말해줘야 할 거 아니야.”
그 말에 아서는 답했다.
“그랬으면 순순히는 안 따라왔겠지.”
“…….”
도전군주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뭐, 이런 뻔뻔한 놈이 있냐는 듯.
하지만 아서는 확실한 공략방법을 알고 있었고 인류들에게 이 던전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만약 바깥에서 그 안은 죽음의 던전인데, 어쩌고 저쩌고를 하면서 시작했으면 의견은 분산되었을 것이다.
일단은 넣어놓고 증명한다.
“따라와라.”
아서는 그들을 이끌고 던전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모두 경계를 늦추지 마라.”
각 군주는 자신들의 병력에게 말했다.
아서가 자신들에게 해를 가할 일은 없겠지만 혹시나를 염두해 두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안쪽으로 들어가던 중이었다.
동굴 형태의 던전의 벽 부분을 쓰다듬은 아서는 곧이어 한 부분을 문질렀다.
문지르자 곧이어 벽에서 문자가 솟아났다.
“용언……?”
그것은 분명히 용언이었다.
용언에는 이렇게 써져 있었다.
[쉬운 길로 가는 통로.]
곧이어.
쿠그그그그!
벽이 갈라지면서 또 다른 입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이중 던전?”
군주들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중 던전.
하나의 던전이지만 실제로 그 안에 두 개의 던전이 존재하는 아주 드문 케이스다.
보통 이런 던전은 이런 패턴을 뛴다.
하나의 던전은 쉽지만 하나는 무척 어렵다.
그리고 이 두 던전을 깨야지만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 던전은 조금 예외였다.
가장 먼저 아서가 새롭게 나타난 통로를 이용해 넘어갔다.
그다음 다른 군주들이 뒤를 따랐다.
전 병력이 던전 입구를 넘어섰을 때 알림이 울렸다.
[쉬운 길로 가는 통로에 입장하셨습니다. 죽음의 던전의 모든 몬스터들의 능력치가 1/10로 하향됩니다.]
“……!”
군주들은 눈을 크게 뜨며 아서를 돌아보았다.
살다 살다 이런 던전은 처음 본다.
그럴 것이 이 던전은 이번 경쟁을 위해 만들어진 수천 개의 던전 중의 하나였다.
본래 이 통로를 찾아내지 못하면 온전한 힘을 갖춘 몬스터를 사냥해야 한다.
하지만 통로를 찾아내면 기존의 죽음의 던전 몬스터들의 능력치가 10%로 떨어진다는 거다.
이런 식의 던전이 여기에 몇 개 있었다.
아서의 경우는 실제로 이번 경쟁을 해본 유경험자다.
그리고 추후에 운영자들은 이번 경쟁에 대한 공략법과 던전들에 대해서 정보를 오픈하기도 했다.
“불만 있는 사람?”
아서의 말에 모든 군주들이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까지 나왔던 불만의 말이 쏙 들어갔다.
곧이어서 몬스터가 나오기 시작했다.
카일 군주가 그 몬스터를 알아보았다.
“본드래곤…….”
뼈로 이루어진 작은 드래곤이다.
약 3m 정도 크기에 불을 뿜어내며 무시무시한 속도와 악력을 가져 단숨에 오우거도 찢어발길 수 있는 7성의 몬스터이다.
끼디디딕.
그 숫자가 자그마치 열다섯 마리였다.
세계수 생명력을 얻는 이 던전들은 보통 이런 식으로 몬스터가 많이 나온다.
일반 던전과 다르게 인원 제한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푸화아아아악!
본드래곤 세 마리가 일제히 거센 화염을 토해냈다.
푸화아아아앗!
“놈들의 화염은 벽도 녹인다!”
카일 군주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방패병들이 앞으로 일사불란하게 나섰다.
그리고 사각형의 방패로 막아냈다.
방패와 맞닿은 불길이 양옆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아서가 고개를 저었다.
“……1/10의 데미지다.”
확실히 그 말처럼 방패를 든 병사들이 말했다.
“벼, 별로 안 뜨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