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2
군주회귀록 182화
60장 재앙급 몬스터
그들의 말대로였다.
목적지를 향해 걸어오는 이들은 다름 아닌 인간 도전군주들이었다.
그들을 보면서 루펜달 군주는 피식 웃었다.
“이번 시작지가 랜덤으로 뽑힌다고 했지?”
“예, 제비뽑기한다는 것 자체가 랜덤을 의미하는 거지요.”
또 다른 도전군주의 대답에 그는 말했다.
“운이 좋아서 인간들이 이번에 아주 편한 출발지에서 시작했나 보군.”
그렇게 말하자 다른 군주들도 동조했다.
사실 그들은 도착한 지 약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가장 빠르게 마족 도전군주들이 들어왔고 그다음 몇 분의 간격으로 들어왔다.
사실상 인간들도 무척 빠르게 들어왔다는 것인데, 루펜달은 그 사실을 믿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도전군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때.
용족 군주 우르스가 말했다.
“탈환전 당시에 인간들이 만약 성공만 못 했어도 지금쯤 벌벌 기고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빠드득
그 말을 들은 루펜달 군주는 치아가 갈렸다.
그들이 탈환전에만 성공하지 않았어도 이미 쑥대밭이 되어서 그들은 영토를 빼앗겼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종족은 인간들은 미개하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단 한 명은 예외다.
바로 아서였다.
아서가 바알 대군주를 두들겨 팬 영상이 뻗어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펜달은 그의 교활한 수에 바알 대군주가 빠져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루펜달은 아서가 바알을 패는 것을 보았지만 평소의 바알 군주님께서 보였던 엄청난 아티팩트와 권능이 발휘되지 않는 걸 보고 알았다.
분명히 함정에 빠졌다고.
그 때문에 여전히 믿었다.
바알은 그 위에 있고 인간들은 밑에 있다.
단지, 아서라는 소년 군주만 요주 인물이다.
“뭐, 불쌍한 놈들이니까. 적당히 봐주면서 하자고. 말 그대로 불쌍하고 미개한 족 아니던가.”
루펜달은 이죽 웃었다.
상위권에 있는 도전군주들은 루펜달의 말에 모두가 낄낄대며 웃어댔다.
그리고 그것을 아서와 인간 도전군주들이 보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러던 중, 루펜달이 말했다.
“가서 저 빌어먹을 새끼들한테 앞으로 얼마나 우리한테 기어야 할지 설명해주고 오라고.”
인간들은 결국 마족들에게 언젠간 모든 영토를 빼앗길 것이다.
또한, 인간뿐만 아니라 이미 무수히 많은 종족이 애초에 상위권의 종족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다.
그들이 먼저 말하지 않아도 말이다.
그 정도로 월등한 힘 차이가 났다.
이 앞의 인간들도 다를 것이 없으리라.
무모하지 않다면 알아서 설설 기리라는 게 바로 루펜달의 생각이었다.
곧이어 용족 군주 우르스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봐, 하등한 인…….”
“닥쳐.”
은빛 머리카락을 기른 소년 군주가 그 말을 하고 홱 지나쳐 근처에 대충 앉아 쉬었다.
우르스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다가 생각했다.
‘저놈은…….’
바알 군주를 패대기친 놈이다.
어떤 식으로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함정을 이용했으리라.
그것 때문에 지금 기고만장하겠지.
우르스는 화를 삭이며 아서를 이어 다음으로 지나가는 랄프 군주에게 입을 열려고 했다.
“이…….”
“닥치라고.”
하지만 랄프는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말했다.
“……뭐 이런!”
그리고 그다음 지나쳐가는 자베스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좀 닥쳐라.”
그다음은 카일 군주였다.
“아가리 열지 마라, 냄새난다.”
“…….”
우르스가 어버버거렸다.
그는 당혹하여 뒤를 돌아봤다.
‘무슨 이런 미친 종족이……!’
살다 살다 이런 또라이 같은 족들은 처음 본다 이것이었다.
그리고 한 쭈뼛거리는 여성이 우르스의 옆을 지나치며 말했다.
바로 루미 군주였다.
“닥쳐요.”
소심하게 말하고 지나쳐간 루미 군주.
모든 종족은 그에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인간들이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구나.”
하지만 그들은 모두가 무시하듯 했다.
아서는 귀를 후벼팠고 랄프 군주는 하품을 했으며 카일 군주는 자신의 무기를 손질했다.
자베스 군주는 아서의 옆으로 가서 ‘피곤하시면 무릎베개를 해드릴까요?’ 요청했으며 루미 군주는 그들 앞에 앉았다.
‘우리도 케미가 좋군.’
아서와 도전군주들은 그들이 무시하는 소리를 들었었다.
물론 아서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지만, 그들이 말을 걸 것이 귀찮아서 닥치라고 한 것이다.
그것을 뒤에서 연달아서 잘 받아쳐 줬을 뿐.
“아주아주 쉬운 시작지가 걸린 것 같은데 우리와 비슷하게 들어왔다고 기고만장하는 꼴이라니.”
루펜달은 다 들으라는 듯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마치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하지만 루펜달은 알았다.
입 아프게 말해봤자, 그들은 곧 스스로들 깨달을 것이다.
시작점이 다른 자들은 보상이 다르다는 걸.
운영자는 시작 전에 말했다.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면 우위에 설 수 있다.
그 말은 가장 빠르게 들어왔다고 기여도가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
가장 어렵거나 혹은 가장 뛰어나게 또는 가장 부각되게 클리어한 자들의 기여도가 높아 보상을 받으리라.
그리고 하나둘 다른 족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후에 도착하는 족들은 대부분이 상위 종족들에게는 깍듯이 했다.
그들도 들었던 것이 있는 것이다.
그들과 자신들의 힘 차이는 압도적이라는 걸.
[모든 군주님께서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하셨습니다.]
[언급하였듯이 각 족 중 높은 기여도를 가진 자들의 경우 도전군주 선발전에서 특별한 보상을 받으실 수 있게 됩니다.]
루펜달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당연히 마족들이 그 보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그는 확정 짓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군주의 권능은 내 것이 되겠군.’
오로지 한 명의 가장 높은 기여도를 획득한 군주에게만 주어지는 대군주의 권능.
고작 도전군주일 때 얻는다는 것은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차례대로 낮은 점수부터 보상을 부여하기 시작하겠습니다.]
곧이어 인간, 마족, 용족들을 제외하고 각 도전군주들의 앞으로 둥그렇게 길쭉한 통이 생겨났다.
그 통의 앞에는 뾰족한 바늘 같은 게 달려 있었다.
쉽게 표현하면 주사기 같았다.
군주들의 손에 생겨난 주사기는 무척이나 투박한 색깔의 나무로 이루어져 있었다.
군주들은 웅성거렸다.
“이게 뭐지?”
“뭐야, 이게.”
[지금 여러분이 받으신 것의 경우 생명수 주입기입니다. 여러분은 생명수 주입기를 이용해 세계수를 살리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세계수?”
‘역시나…….’
그 말을 들으며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과거 하였던 도전군주 선발전 방식과 동일했다.
[여러분은 던전에 들어가시게 될 것입니다. 던전을 하나하나 클리어할 때마다 생명수를 획득하실 수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며 천 개가 넘는 던전의 입구가 있습니다. 던전의 경우 낮은 등급의 일반 던전부터 히든던전까지 아주아주 다양한 편으로써 던전을 깰 때마다 생명수뿐만이 아니라 간혹 보상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말에 군주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을 클리어하고 생명수를 주입하여 세계수를 살리는 것이 최종목표인 셈입니다. 큰 틀의 설명이 끝났으므로 보상 지급을 계속 진행하겠습니다.]
보상 지급이라는 말에 루펜달의 미간이 구겨졌다.
‘뭐야, 인간들도 특별한 보상을 받는 건가?’
오로지 세 종족만이 남았다.
인간, 용족, 마족.
아마 그들을 제외한 다른 군주들은 모두 일반적인 주입기를 받는다는 느낌 같았다.
곧이어 용족들의 앞으로 생명수 주입기가 생겨났다.
그들의 손에 들린 생명 주입기는 미스릴로 만들어져 있었다.
[미스릴 생명 주입기는 약 10%의 생명력을 추가로 얻습니다. 즉, 100을 얻었을 시 110%를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
용족 우르스는 의아한 표정으로 인간들을 보았다.
하지만 곧 루펜달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1등은 우리들의 것일 테지.’
아마도 자신이 가장 좋은 주입기를 받으리라.
그는 그리 믿었다.
곧 루펜달의 눈앞으로 주입기가 생겨났다.
검은색으로 빛나는 광물.
블랙 마스마로 만들어낸 주입기였다.
[블랙 마스마는 약 15%를 더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입니다.]
곧 그 자리에 있던 군주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인간들의 손으로 황금색을 띠는 주입기가 나타났다.
[로열 주입기. 목적지까지 향하는 행군에서 각 기여도를 합산해 가장 높은 기여도가 나온 종족에게 주어지는 보상입니다. 자그마치 25%를 추가로 더 얻을 수 있습니다.]
루펜달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다른 군주들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표정이었다.
“잠깐만.”
이 알림은 운영자들이 보내는 것이 분명하다.
루펜달의 말에 알림은 잠시 멈췄다.
“인간들은 가장 쉬운 시작지에서 진행했다. 그런데 가장 뛰어나게, 어려운 걸 해내서 기여도를 높였다는 건가? 그건 말이 안 되는데? 이거 뭔가 시스템상 오류가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루펜달의 말에 다른 군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군. 가장 쉬운 길로 온 자들이 어떻게 저것을 받지?”
“똑바로 게임 진행 안 하는 건가?”
반박의 목소리들이 튀어나왔다.
아서와 다른 인간 도전군주들은 그런 그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봤다.
루펜달은 그들을 보고 비웃듯 하고는 또박또박 말했다.
“오류면 오류답게 똑바로 처리해라.”
그 후에, 잠깐 정적이 지나갔다.
곧이어 기계적인 알림이 사라지고 하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총운영자 벨로입니다.]
“……이제 제대로 정리해 주나 보군.”
루펜달은 고개를 주억였다.
총운영자가 나와 이번 오류에 대해서 사과를 하려는 거겠지.
하지만 대답은 정반대였다.
[종합 기여도 결과 1등은 인류가 맞습니다. 그들은 2등을 기록한 마족 도전군주들보다 정확히 4.8배의 기여도를 획득했습니다.]
“……!”
그 말을 듣는 순간 루펜달과 다른 군주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루펜달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렇게 쉬운 길을 통해서 와놓고 어떻게 4.8배의 기여도를 더 획득할 수가 있지? 저들이 상대한 것은 끽해봐야 5성이나 6성들 아닌가!?”
[모두 납득하시지 못하는 것 같아 말씀드리겠습니다. 인류가 선택한 출발지는 루미트리 시작지. 가장 어렵고 힘든 출발지였습니다. 알기 쉽게 표현 드리자면…….]
총운영자 벨로는 잠시 말끝을 흐리며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
곧이어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족 군주들이 시작했던 발라스카 출발지의 경우 저희 시스템들이 측정하는 위험도가 33%라고 나왔습니다. 이 위험도는 각 몬스터들의 등급, 지형지물, 혹은 군주의 숫자 등등 모든 것을 합산해 나오는 수치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루미트리 시작지는 발라스카에 비해 위험도 315%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어 덧붙였다.
[정확히 열 배 위험한 곳이었다는 겁니다.]
“…….”
순간 정적이 흘렀다.
루펜달은 입을 달싹거릴 수밖에 없었다.
열 배의 위험도?
하지만 인류들은 자신들과 들어온 시간이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의 병력을 둘러보면 6명의 도전군주가 참여했고 현재 57명의 병력이 살아있었다.
그렇다는 의미는 오는 길에 고작 셋의 유닛밖에 죽지 않았다는 의미가 된다.
‘도대체 어떻게……?’
그가 그런 생각을 할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등감에 찌든 새끼들이, 꼭 결과에 승복 못 하고 ‘엉엉엉, 아니야, 내가 1등이야! 이건 잘못됐어’라고 말하는 법이지.”
랄프 군주가 시원하게 한 방 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