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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181화 (181/210)

# 181

군주회귀록 181화

우적우적.

우적우적-

쿵쿵쿵쿵.

주변의 사마르들이 조금 전 아서가 두개골을 쪼갠 놈을 향해 몰려들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군주들과 병력에게 달려들려던 녀석들까지 포함해서이다.

“사실이었군.”

카일 군주가 한쪽으로 몰려드는 사마르들의 발에 밟히지 않게 노련하게 피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화살을 치켜든 카일 군주가 외쳤다.

“아서 군주의 말처럼 머리카락이 자라있고 생식기가 있는 놈들을 집중공격해라, 놈들의 시선이 집중된 지금이 기회다!”

그랬다.

생식기가 있고 머리카락이 자라 있는 사마라들.

그들은 특이했다.

본래의 사마르는 소화기관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장기를 파먹고 소화를 시키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장기와 뇌를 파먹는 사마르들은 보통 그것들을 보면 이성을 잃기 마련이라는 거다.

식욕이 모든 것을 앞지른다.

이것은 무척 위험한 것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용할 수 있기도 했다.

카일 군주의 말에 따라 군주들과 병력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지금 시선이 모두 팔려 있었다.

콰지익!

번쩍 뛰어오른 랄프 군주가 아서가 두개골을 쪼갠 사마르의 뇌수를 먹기 위해 몸을 숙인 머리카락이 자라 있는 사마르의 머리를 검으로 양단했다.

머리가 반으로 갈라지며 그 안에서 뇌수가 흘렀다.

그러자 또다시 사마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천천히 움직인다.”

중요한 것은 이제 사마르들 틈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군주들은 천천히 수백 마리의 사마르들 틈에서 이동을 시작했다.

이동하는 내내 병력과 군주들은 계속해서 사마르들의 머리를 쪼깨 시선을 모았다.

어느새 머리카락이 자라있는 사마르 열댓 마리가 죽고 일반 사마르들은 온통 그곳에 모여 있었다.

아서는 병력과 함께 뒤쪽으로 몸을 빼냈다.

“휴우, 이제 안전하게 나아가면 되는 건가?”

그 말에 아서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안쪽으로 들어가면 사마르는 더 넘쳐 흐른다. 이 땅은 사마르가 아주 가득해.”

아서의 말에 군주들이 미간을 구겼다.

계속해서 같은 방식으로 나아간다?

이는 한계가 명확히 존재했다.

사마르의 애먼 발길질에 치여 죽어 나가는 자들도 있었다.

그 병력의 숫자가 자그마치 지금까지만 해도 셋이었다.

이런 식으로 24시간을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아서가 말했다.

“우리는 지금부터 단 한 명의 피해도 없이 사마르들을 모조리 학살할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다는 거지? 네 말대로라면 이곳 루미트리에는 사마르만 대략 1천 마리 이상이 있다는 건데.”

“일단은 머리카락이 긴 놈을 산채로 포획한다.”

“산채로 포획?”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크아아아!”

끈끈이 식물 줄기.

루미트리 시작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밧줄처럼 기다랗고 튼튼한 식물로써 뽑아내면 그 길이가 자그마치 6m는 되는 녀석이다.

이 끈끈이 식물 줄기로 군주들은 아서가 말했던 사마르 한 녀석을 포획해서 끌고 왔다.

동족의 뇌수와 장기를 파먹는 데 온 신경이 집중된 놈들은 동족 하나를 끌고 가든 말든 크게 개의치 않아 했다.

“정말 더럽게 못생겼군.”

끈끈이 식물 줄기에 묶여서 발버둥 치는 사마르를 보며 랄프 군주가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들은 현재 숲속 깊은 곳에 들어와 있었다.

간혹 드문드문 사마르들이 보였다.

그때마다 군주들은 교묘히 나무 뒤에 숨어서 놈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최대한 신속하게 해야 한다. 사마르들은 빠르게 몰려들 테니까.”

“그럼 내가 하지. 몬스터 해체를 나만큼 잘하는 군주는 없을걸?”

랄프 군주가 앞으로 나섰다.

검의 대제라 불리는 랄프 군주는 작은 단검마저도 경이로울 정도로 잘 다뤘다.

또한, 그는 해체를 이용한 신기록도 여러 번 달성한 적이 있는 군주다.

그만큼 몬스터 해체 작업은 이골이 날 정도였다.

그렇지만 아서는 허리춤의 단검을 뽑으며 앞으로 나섰다.

“같이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어영부영 느리게 쫓아올 거면 하지 마라. 아서.”

랄프에겐 자부심 같은 게 보였다.

그럴 것이 괜히 검의 대제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아서는 픽 웃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단검 하나씩을 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푹!

푹!

동시에 사마르의 정수리에 꽂아 넣었다.

“크아아아!”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사마르는 방금과 똑같이 묶여있기 싫다는 비명만 지를 뿐이었다.

단검을 동시에 꽂아 넣은 두 사람은 빠르게 놈의 머리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펄떡거리는 뇌수를 조각조각 내었다.

최대한 형태가 일그러지지 않게, 뭉개지지 않게 힘 조절이 중요했다.

랄프 군주는 미간을 구겼다.

‘이 자식은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야?’

자신만큼이나 해체에 도가 튼 놈이었다.

곧이어 잘 잘린 뇌수 덩이들을 끈끈이 식물줄기로 묶어서 여러 개를 만들어냈다.

그다음엔 뇌수가 사라져 목숨을 잃은 사마르의 복부에 단검을 꽂아 넣고 쭈욱 갈랐다.

쿵쿵쿵-

짙은 피 냄새를 맡은 사마르가 주변에 몰려드는 소리가 들렸다.

아서와 랄프의 시선이 먼 곳에서 코를 킁킁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는 사마르에게 향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눈을 맞추고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인 뒤에 다시 빠르게 해체를 시작했다.

장기들조차 깔끔하게 해체를 끝낸 그 둘은 태연하게 단검에 묻은 피를 털어낸 다음 천으로 닦아 허리춤에 찼다.

장기들 역시 끈끈이 식물 줄기를 이용해 수십 개로 조각내어 묶었다.

“빨리!”

“빠르게 움직여라!”

미리 준비하고 있던 병력은 빠르게 높게 솟아 있는 나무들에 올라갔다.

그리고 끈끈이 식물 줄기에 묶여 있는 장기를 대롱대롱 매달았다.

숲속에 그러한 것들이 수십 개가 매달려 핏물을 떨어트렸다.

쿵쿵쿵쿵!

“전 병력 나무 위로 올라간다.”

“예!”

아서는 이곳에 오기 전 포획하라고 했을 때 말했다.

‘놈들의 뇌수를 높은 나무 위에 걸어놓는다. 그럼 놈들은 그게 먹고 싶어서 그 주위로 몰려들지, 우리는 안중에도 없을 거다. 하지만 놈들의 애먼 발길질에 목숨을 잃을 위험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놈들이 모두 몰려들었을 때 모두 나무 위로 올라가 몸을 피한다.’

쿵쿵쿵쿵쿵!

사마르가 사방팔방에서 몰려왔다.

피 냄새는 더욱더 멀리 짙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으으…… 저 끔찍한 이빨들 좀 봐.”

모든 병력이 위로 올라왔다.

위로 올라온 병력은 입을 벌리며 먹고 싶어서 팔짝팔짝 뛰어대는 놈들을 보면서 치를 떨어댔다.

쿵쿵쿵쿵

계속해서 사마르들은 빠른 속도로 몰려들었다.

어느덧 숲을 가득 채웠을 정도였다.

사마르는 대게 식욕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나무를 타면 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놈들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간혹 머리카락과 생식기가 있는 놈들처럼 특이한 놈들이 존재했다.

파앗!

랄프 군주가 나무에 끈끈이 식물 줄기를 잘 묶고 오른팔로 줄기를 꽉 쥔 채 내려섰다.

그가 내려서는 곳 쪽에는 나무를 슬금슬금 기어오르는 변이종이 있었다.

푸화악!

변이종의 목을 갈라낸 랄프 군주는 나무를 타고 올라왔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모이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아서는 놈들을 보면서 차분하게 생각했다.

‘기여도 33%.’

이 기여도 시스템은 목적지에 도착하면 0이 된다.

그리고 새로운 기여도를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이 기여도를 가장 높게 끌어올리면 목적지에 도착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특혜를 받게 된다.

‘그곳으로 가면 재앙급 몬스터가 있다.’

재앙급 몬스터.

이는 6대 괴물과 비슷하지만, 그들보다도 더 위에 있는 몬스터이다.

이 재앙급 몬스터들은 뚜렷한 등급 구분이 없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존재한다.

‘여섯 마리의 6대 괴물이 달려들어도 이길 수 없다는 거다.’

그 정도로 강한 재앙이다.

물론 A급으로 하향된 군주들에게 그놈을 상대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놈이 아예 관여를 안 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아서, 얼추 다 모여 가는 것 같다.”

“아직. 마지막 남은 녀석들까지 전부.”

현재 모인 숫자는 자그마치 1천 마리 정도였다.

63명과 비교하자면 정말 바글바글한 숫자였다.

하지만 아직이었다.

“아까 보낸 녀석들을 기다리는 건가?”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디아블로가 끈끈이 식물 줄기를 타고 나무에 내려섰다.

그 뒤로 다른 병력도 속속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끈끈이 식물 줄기에 장기를 매달고 아서가 말한 루미트리 곳곳을 누비면서 사마르를 몰아왔다.

몰아온 사마르가 합류를 시작하자 이젠 거의 2천 마리 정도까지 불어났다.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아마 몇십 마리 정도 남은 자잘한 숫자를 제하고 여기에 다 모였을 거다.”

“이제 이놈들을 두고 몸을 빼면 되는 건가?”

랄프 군주의 말대로 그렇게 해서 달리면 편하게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몇 마리의 사마르를 만나기는 하겠지만 초반에 수백 마리를 상대해야 할 것 같았던 때를 생각하면 훨씬 낫다.

하지만 아서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까 내가 말했지 않나. 모두 잡겠다고. 기여도를 올리면 목적지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할 때 우선권을 준다고 했잖아.”

“……음.”

랄프 군주가 미간을 구겼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카일이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놈들을 죽일 건데? 놈들이 모두 식욕에 미쳐 한 눈을 팔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놈들 하나하나 잡다가는 병사들이 먼저 탈진해서 죽을 거다.”

그 말에 아서는 피식 웃었다.

“그런 원시적인 방법 말고. 쉬운 방법으로 간다.”

“쉬운 방법?”

“간단하다.”

아서는 정말 쉽다는 듯 말했다.

“불 지르면 된다.”

* * *

총운영자 벨로는 홀로그램 너머로 보이는 것에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매캐하게 피어오르는 연기.

그리고 루미트리 시작지의 숲속에서 전송되는 영상을 보자 사마르들이 모두 불에 타서 죽고 있었다.

놈들은 고통도, 공포도 느끼지 못한다.

오로지 식욕만을 생각한다.

그러한 것으로 인해 놈들은 지금 현재 몸이 타들어 가면서도 위에 매달린 장기들을 바라보며 타서 죽고 있었다.

불길은 더욱더 거세게 번져나갔다.

2천 마리의 사마르뿐만이 아니라 숲 전체를 집어삼킬 정도로.

운영자들은 이번 경쟁에서 바로바로 점수를 확인하는 게 가능했다.

“아서 군주의 기여도가 폭등하고 있습니다!”

“다, 다른 인간 군주들의 기여도도 타 종족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수치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 보고를 듣던 벨로 총운영자가 말했다.

“……인류가 루미트리에서 죽을 거라고 했던 놈들. 다시 한번 지껄여봐라.”

총운영자 벨로는 골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에 손을 짚었다.

* * *

목적지.

그곳엔 이미 도전군주 선발전에 참가한 무수히 많은 종족이 모여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그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서로에게 해를 가하실 수 없습니다.]

[해를 가하실 시 강제추방 당하고 그에 따른 패널티를 받습니다.]

하지만 이런 알림은 굳이 필요치 않아 보였다.

상위권의 종족들.

천족, 마족, 용족이나 그 외의 다른 상위 종족들은 두루두루 친밀감을 형성하는 편이었다.

거기에 더해 다른 하위 족들은 대부분 알아서 설설 기곤 했다.

“슬슬, 강한 종족들은 다 모였군.”

양 팔짱을 끼고 주변을 둘러본 자가 말했다.

그는 루펜달이라는 군주로서 바알 대군주가 무척이나 아낀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루펜달 군주는 마계에서도 그 잔혹함이 소문났을 정도의 인물이었다.

또한, 그와 그의 영지가 엘프족의 영지 스무 개를 단숨에 밀어버린 일화는 매우 유명한 이야기였다.

그러한 루펜달 군주였기에 바알 대군주가 아끼는 것이다.

또한, 루펜달 군주는 바알 군주에 대한 충성심이 무척이나 발군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바로 그때.

“저기 또 오는군.”

“어떤 족이지?”

현재 모인 자들은 전부 강인한 종족들이었다.

마치 그들이 애초에 본질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곧이어 한 군주가 말했다.

“인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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