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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179화 (179/210)

# 179

군주회귀록 179화

59. 루미트리 시작지

“제, 제가요?”

그레모리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반은 사실이고 반은 거짓이다.

로렉스 군주는 그 특별한 특성으로 인해 마족 군주 바알로부터 제안을 받았었다.

네가 나의 수족이 된다면 목숨은 보장한다.

그리고 부귀영화를 약속한다.

하지만 바알의 뒤통수를 힘껏 때리고 아서의 곁으로 와 최후까지 인류와 함께 싸운 것이 로렉스다.

전생에서 그는 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생에선 구할 것이다.

“그리고 군주님께서 말씀하시길 사람은 모든 이유가 있는 법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유…….”

로렉스는 그 말을 곱씹어봤다.

“지금 당신의 그 특성과 골드를 통제하는 다른 모든 것들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

로렉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자신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자신이 이런 식으로 영지를 시작한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언젠간 빛을 보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사실 이 말은 추후에 로렉스 군주가 아서에게 해주었던 말이다.

‘난 거지군주로 활동할 당시 오로지 그거 하나만으로 버텼어. 사람의 태어남은 모든 이유가 있다. 내 영지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

로렉스에겐 자신과 같은 가치관을 가진 자로 인식되었다.

또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나를 믿어주는 유일한 군주…….’

단순히 그가 자신을 소연맹에 넣어줘서, 최고의 밑에 들어가서가 아니다.

그는 자신의 가능성을 알아봐 주었다.

그의 눈이 밝게 빛났다.

* * *

벨라민 군주의 영혼까지 탈탈 털어버린 아서는 그레모리와 로렉스가 있는 방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곧이어.

“군주님……!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로렉스가 땅에 머리를 박았다.

아서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2천만 골드…….’

절대 적은 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2천만 골드로 아서는 그보다 더한 성과를 뽑아낼 것이다.

그는 바로 강력한 군단이다.

그의 특성을 생각하면 A급의 병력 상당수를 뽑아낼 수 있다.

특히나, 그는 영지 총레벨이 1씩 오를 때마다 자그마치 100의 병력을 추가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즉, 그 혼자서 A급 병력 2천 5백 정도는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져 가끔 그의 병영에는 보너스 유닛이 떠오를 것이다.

이 보너스 유닛은 오로지 로렉스 군주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유닛이었다.

이 보너스 유닛은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이 보너스 유닛이 S급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S급은 사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그는 돈이 있으면 살 수 있다는 거다.

아서는 뒤쪽의 그레모리를 보았다.

그레모리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군주의 서를 흔들어 보였다.

그레모리는 그가 소연맹 제안서에 승인하게 하면서도 군주의 서를 내밀었다.

‘이건 당신이 아서 군주님과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약속입니다. 아서 군주님께서는 굳이 하시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아니, 사실 아서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받으라고 했다.

오히려 그레모리는 더욱더 그가 아서에게 믿음을 가질 수 있게 유도한 것이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군주님에 대한 더욱더 큰 충성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내용에 보면 도덕성 내에서의 행위는 강요하지 아니한다. 혹여 목숨을 거는 상황이 발생할 시에 아서 군주도 함께 참가한다.’

라고 쓰여 있었다.

즉, 절대적인 명령엔 묶이지 않지만, 배신은 할 수 없다 이것이었다.

로렉스 군주는 서명했다.

그리고 아서는 그 사실을 몰랐지만 말했다.

“엎드리지 마라.”

한때 전우였던 자에 대한 예의다.

“넌 소연맹에 소속되었다. 고개를 조금 숙이는 것 그거로도 충분해.”

아서는 그를 내려다봤다.

곧 로렉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철혈 소연맹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

아서가 그 말을 끝내고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 * *

한 달 후.

그레모리가 손님들을 마중 나왔다.

손님은 다름 아닌, 루시아 군주와 로렉스 군주였다.

로렉스 군주는 한 달 사이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일단은 멀끔해진 차림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얼마 전 특성을 개화해냈다.

그리고 그가 특성을 개화하고 병력을 얻은 후에 행한 첫 번째 일은 벨라민 군주의 영지를 쓸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는 정말 처참히 쓸어버렸다.

“가시죠.”

그레모리가 작게 묵례를 취한 후에 그 둘을 이끌었다.

현재 소연맹 철혈은 아서가 연맹장으로 그 두 사람이 연맹원으로 존재했다.

철혈 소연맹의 총 병력의 숫자는 약 2,000 정도였다.

하지만 그레모리는 확신했다.

‘이 2,000이 어지간한 총연맹 하나와 맞먹는다.’

무조건 머릿수가 많다고 중요한 건 아니라는 반증이었다.

곧이어 거대한 성 내의 문이 열렸다.

그 둘은 아서의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에서 머리를 감싸고 있던 아서가 보였다.

“……사인 질은 너무나 끔찍해.”

수백 대 일로 싸우는 것보다도 더 끔찍했다.

매일 집무실에 들어올 때마다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만 같았다.

“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로렉스 군주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내 인생 가장 험난한 시련을 겪고 있거든.”

또 다른 종이에 사인을 끝내고 아서가 쓰게 웃었다.

잠시 서류는 뒤로 밀어 넣었다.

“내일 나는 도전군주에 도전한다.”

루시아 군주와 로렉스 군주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었다.

소연맹 ‘철혈’의 미래를 봐서도.

“그리고 너희는 곧 도전군주인 나의 연맹원들이 될 수 있을 거야.”

도전군주.

사실상 극강삼인 중 하나인 루시아, 또는 나중에 오를 로렉스에게는 큰 이름이 아니다.

극강이란 이름이 붙은 자들은 도전군주와 맞먹거나 그들보다 더 강한 힘을 휘두르니까.

하지만 도전군주라는 이름이 가지는 타이틀은 바로 이것이다.

“그 후 대군주에 도전할 것이다. 그 전에 너희가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그게 뭔가요?”

루시아 군주의 물음에 아서는 잠시 뜸을 들이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겼다.

툭 툭 툭

“네크로맨서 잭.”

“……아.”

“그를 함께 처리해 봐. 전반적인 지휘는 루시아가 맡아야겠지. 그리고 너희 둘뿐만이 아니라, 던전 마스터 알론도 함께할 거다.”

정확히는 세 명.

이 세 명이 네크로맨서 잭을 잡는다.

사실상 극강삼인 중에서도 네크로맨서 잭은 압도적이었었다.

디아블로로 인해서.

하지만 이 삼인방이라면 지금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게 아서의 판단이었다.

“할 수 있겠지?”

“물론이죠.”

루시아가 빙그레 웃었다.

과거에 겁쟁이 같았던 루시아도 이젠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로렉스는 그와 다르게 조금 걱정 어린 표정이었다.

2천만 골드.

사실상 그 골드 덕분에 그는 빠르게 특성 개화를 할 수가 있었다.

돈만 있다면 영지 총레벨을 올릴 수 있는 특성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현재 A급 병력도 500이나 될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실전경험이 많이 없기 때문이리라.

“루시아 군주가 알아서 잘 알려 줄 거야. 참, 욕을 할 수도 있어.”

피식 아서가 웃자 그녀도 작게 웃음 지었다.

곧이어 그 두 사람과 식사를 끝내고 아서는 성 외곽으로 나왔다.

성 외곽으로 지고 있는 노을이 보였다.

‘드디어 내일…….’

과거 올랐던 도전군주에 자리에 오르는 것에 도전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단 한 명의 군주에게 대군주의 권능이 부여된다.

아직 어떠한 권능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것을 자신이 꼭 얻게 되리라.

* * *

총운영자 벨로.

그가 길게 뻗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운영자들을 보았다.

이번 도전군주 선발은 조금 특별하게 진행된다.

그 특별한 진행에서 운영자들을 어떠한 족의 도전군주들이 추후 대군주에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것은 천족 브라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천족 브라스는 A급 100과 S급 5의 빛의 기사단을 소환할 수 있는 군주이니까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벨로 군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해서 다른 운영자들도 말한다.

“저는 아마도 이번엔 용족 베마스터가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대군주는 족 중 단 한 명만이 오르는 자리는 아니다.

현재는 다양한 족이 균형을 유지하지만, 그 균형은 언제든지 틀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인간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는군.”

그 말에 운영자들은 피식하는 조롱하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

“인간들은 애초에 들러리 아니었습니까? 군주게임에 많은 종족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사실상 대군주에 오르려는 자들의 경험치와 같지요.”

대부분 방금 언급한 운영자와 생각은 같았다.

날 때부터 다르게 태어난 자들이다.

그걸 딛고 일어서기란 참으로 쉽지 않지 않은 일이다.

또한, 도전군주가 되었다고 한들, 대군주와는 그 격이 다르다.

대군주 중 한 명.

즉, 바알은 혼자서 도전군주의 영지를 쓸어버릴지도 모른다.

그 대단한 아티팩트와 특수스킬, 거기에 더해져 대군주의 권능까지.

아서가 그런 바알 군주를 50일 동안의 숙면에 빠지게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들로썬 그리 생각할 수밖에.

“경험치인 그들은 열심히 성장해서 영지를 꾸리고 그것을 상위 종족들이 집어삼켜 성장해 대군주에 도전한다. 이게 거의 확정된 사실 아닙니까?”

“하지만 근래 인간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지 않나?”

벨로 총운영자의 말에 또 다른 몇몇 운영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 중 한 운영자가 중얼거렸다.

“크르, 심상치 않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주 운이 안 좋았지요.”

바로 발렌이었다.

“저희는 이번 도전군주 경쟁에서 각 출발지를 다르게 했습니다. 사실상 도전군주를 뽑는다는 이유도 존재하지만, 현재 각 종족 중에서 어떠한 자들이 우위에 섰는지도 보려고 했죠. 하지만 애석하게도 인류는 그걸 확인도 할 수 없을 겁니다.”

그 말에 다른 운영자들도 동감한다는 표정이었다.

“시작지가 자그마치 루미트리입니다. 루미트리는 말 그대로 뽑기에서 배척되는 운이 아주 나쁜 종족들입니다. 시스템 제작자 카론의 의도는 몰라도 저와 다른 운영자들이 루미트리에서 시작했을 때의 생존율을 분석해봤습니다.”

발렌의 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홀로그램에는 분석된 수치가 적혀져 있었다.

“2%. 고작해야 2%입니다.”

“불쌍하게 됐군.”

“그런데 어째서 카론 설계자는 항상 이런 시스템을 넣는 걸까요?”

시스템 설계자 카론은 항상 이러한 것을 넣는다.

다르게는 히든피스 혹은 미션, 힌트 등.

꼭 최악의 상황에서 이겨낼 수 있는 작은 희망 같은 걸 넣는다.

그에 발렌은 말했다.

“아시겠지만 시스템 설계자 카론은 총운영자님도 만날 수 없는 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발렌이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해내지 말라고 만든 것이 맞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그것을 해낸다면 나는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준다. 그리고 추신에 이렇게 적혀 있더군요.”

발렌은 다소 불편하다는 듯한 기색이었다.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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