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8
군주회귀록 178회
하지만 곧이어 맥없는 웃음을 지으며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 진짜입니다. 군주님.”
그리고 그를 증명하듯이 문이 또 한 번 열리며 근위대장이 들어왔다.
“발레민 군주님. 밖에 아서 군주님이 와 있습니다.”
“……!”
이쯤되면 사실이라고 믿어 볼 만하다.
발레민 군주는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로렉스 군주는 틀어져 있는 영상을 보았다.
‘저 군주가 이곳에……?’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실상 아서 군주정도 되는 자가 어째서 이곳까지 찾아왔을까?
그리고 발레민도 같은 생각을 했다.
만약 공격하려고 했다면 기습을 가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아서에겐 고작 A급 군주밖에 되지 않는 자신을 약탈하여 얻는 게 있을까?
곧 발레민 군주는 김칫국을 항아리째 마시는 생각을 해냈다.
“서, 설마……! 나를 소연맹에 들이기 위해!”
발레민 군주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우상!
자신의 군주!
아서 더 프레스!
그의 소연맹에 들어간다면 자신은 더욱더 강하게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아서 군주를 맞이하기 위해 전 병력이 모였다.
“로렉스 군주. 아서 군주님께서 오시니, 자네의 병력과 영지민들은 서둘러 구석에 쳐 박아두게.”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로렉스는 흥분감에 말을 가리지 못하는 발레민을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서 군주는 왜 저런 머저리를…….’
로렉스는 작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서둘러 벌목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숨이 막혔다.
아서 군주와 함께 대동한 자들을 본 영지 입구에 선 경비병 란돌은 딱 그렇게 생각했다.
검은 갑옷을 입은 멋들어지는 병력들.
그리고 그들의 가장 앞에 선 검은 색 흑마에 오른 두 존재.
한 존재는 소문의 미녀의 마족 대리인 그레모리였다.
그녀는 품에 올리아를 안은 채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조금 한 발자국 앞서 있는 자.
바로 아서 더 프레스 군주.
“히히히히힝!”
어서 빨리 문을 열지 못할까를 말하듯 지옥마가 울음소리를 흘렸다.
아서는 부드럽게 목을 쓰다듬어 주었다.
곧이어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발레민 군주가 나왔다.
“아, 아서 군주님. 안녕하십니까!”
그는 굉장히 상기된 표정이었다.
자신의 모든 병력을 이 앞에 집중시켜놓았다.
그리고 그를 맞이할 수 있게 해놓을 수 있는 건 모두 해놓으라 지시했다.
바로 그 뒤쪽으로 영지민들이 서둘러 레드카펫을 깔았다.
“말에서 내리시지요.”
발레민이 서둘러 다가와 손을 내밀었지만 그와 무색하게 아서는 스스로 내렸다.
“그보다 이 누추한 곳엔 어쩐 일이신가요?”
“꼭 필요한 사람이 있어서다.”
아서는 대충 얼버무렸다.
그래도 자신은 방문인이었으니까.
곧이어 발카스 영지의 병력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발레민 군주는 그를 막지 않았다.
아니, 사실 아서가 마음만 먹는다면 단숨에 뚫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막을 마음조차도 없었다.
‘필요한 사람?’
그 말에 발레민 군주는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서 군주는 평소에도 말을 최대한 아낀다고 들었다.
그 필요한 사람을 생각해 보면 답은 나온다.
‘역시 소연맹을……!’
발레민 군주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영지 안으로 들어온 아서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이어 서둘러 몸을 숨기는 누추한 차림새의 영지민들이 보였다.
‘저들이 로렉스 군주의 영지민들인가보군.’
그와 다르게 발레민 군주의 영지민들은 대부분이 그들과 다르게 호화로운 옷을 입고 있었다.
영지 자체도 꽤 재정이 나쁘지 않은 듯 보였다.
곧 이어 아서는 그 영지민들의 꼬리를 따라 움직였다.
“아, 그쪽은…….”
발레민 군주의 말에 아서의 고개가 돌아갔다.
발레민은 말을 잇지 못했다.
‘로렉스 군주가 있는 곳인데…….’
그런 생각을 하며 발레민 군주는 움직였다.
곧이어 아주 허름한 작은 창고가 나타났다.
아서는 그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로렉스 군주는 그 안에서 영지민들과 함께 숨죽여 있었다.
로렉스 군주는 서둘러 몸을 일으켜 아서에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그 영지민들과 병사들도 웅성거렸다.
“배가 고픈데.”
“그럼 성으로 가시지요.”
벨라민은 민망했다.
자신의 완벽해 보이는 성에 저런 잡티가 있다는 것에.
“저들도 함께해서 식사를 먹고 싶은데.”
“아……!”
발레민은 그 말에 놀랐다.
‘생각보다 성군이셨던건가?’
자신의 영지의 배를 고파하는 자들이 있는 것 같자 그들과 함께 드시고 싶어한다는 말씀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벨라민은 빠르게 이쪽에 세팅을 할 것을 지시했다.
정말 단 10분 만에 테이블이 세팅되고 호화스러운 음식들이 나열되기 시작했다.
벨라민 군주는 로렉스 군주에게 눈짓했다.
‘허튼 소리 하지 말지.’
만약 이번 일을 망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표정이다.
식탁은 정말이지 커다랬다.
그리고 그 창고를 바깥에서 무수히 많은 벨라민 군주의 영지민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누추한 창고에는 벨라민과 그의 근위대장, 그리고 로렉스와 그의 누추한 영지민들이 함께였다.
로렉스와 그 영지민들은 몸둘 바를 모르는 듯 앉아 있었다.
“먹지.”
아서는 곧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레모리는 등 뒤에서 자리를 지켰다.
아서는 묵묵히 식사했고 눈치를 보던 로렉스와 그 영지민들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저 천한 것들이…….’
벨라민 군주로서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소연맹에 들게되면 로렉스 군주의 영지를 습격해야겠어.’
사실 이제까지 습격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다.
털면 먼지 하나 안 나오니까.
정말 얻을 게 없으니까.
하지만 아서의 소연맹에 들 자신이 저딴 자들과 함께한다는 것을 알면 아서 군주님이 실망하시리라.
“입맛에는 맞으시는지요?”
“그래.”
“이곳에 꼭 필요한 사람이 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벨라민은 속으로 쿡쿡 웃었다.
‘직설적으로 말씀하시지 못하는 건가? 민망하셔서? 도대체 나의 어떤 가능성을 보신 건가. 그는 앞을 보는 특성을 가졌다던데, 서, 설마 내가 나중에 극강삼인에 드는 것 아닌가!?’
벨라민은 그런 생각을 하며 말했다.
“요새 아서 군주님이 소연맹을 만드신다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가요?”
아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로지 다른 곳에 있었다.
하지만 흥분감에 도취된 벨라민은 그걸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답변은 대신 그레모리가 했다.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역시. 혹시 이곳에 오신 이유도?”
“맞습니다.”
그레모리의 대답이었다.
벨라민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
그는 속으로 짙게 웃었다.
그리고 이어 시선을 벨라민 군주에게 돌린 아서가 말했다.
“소연맹을 만들 것이다. 오로지 소수의 소연맹이지. 그는 내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이다. 소연맹의 이름은 ‘철혈’ 그 제안을 지금 하려 한다.”
아서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벨라민의 얼굴이 환희에 차올랐다.
“내가 만들 소연맹. 철혈에 들어오겠나? 로렉스 군주.”
“물론입니다! 온 힘을 다해 아서 군주님을 보필하겠습니다!”
그와 함께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킨 벨라민 군주가 아서의 앞으로 넙쭉 절을 했다.
‘얜 아까부터 뭐야.’
아서는 굉장히 거슬린다는 표정을 짓고는 가뿐히 무시한 채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고기를 뜯고 있던 로렉스 군주가 순간 고기를 놓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예? 저 말씀이십니까?”
“그래, 로렉스 군주.”
“……?”
벨라민 군주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다.
아서의 눈은 오로지 그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벨라민 군주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곧이어서 벨라민 군주의 뒤쪽 영지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로렉스 군주는 별 볼 일 없는 거지 군주인데…….”
“어째서 아서 군주님이?”
그것을 벨라민도 똑같이 말하고 싶었다.
곧 벨라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군주님, 제 이름은 벨라민입니다. 로렉스가 아니라요.”
“네 이름은 관심없다.”
“……저를 데리러 오신 거 아니었습니까?”
아서는 그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내가 널 왜?”
아서의 표정은 로렉스를 볼 때와 벨라민을 볼 때가 확연히 차이가 났다.
너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곧이어 아서는 그레모리에게 눈짓했다.
그레모리가 로렉스 군주를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
아서는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벨라민의 영지민들, 그리고 로렉스 군주를 모시는 영지민들도 놀라워하는 걸 보며 생각했다.
이 대부분의 것은 그레모리가 말해준 것이었다.
‘마음을 사는 것은 단순히 돈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작위적인 연출도 필요하지요.’
아서는 로렉스 군주가 벨라민 밑에서 1년을 죽어라 고생한 걸 알았다.
그리고 그에 대한 울분이 쌓인 것도.
이것은 지금 하찮아 보이는 로렉스가, 벨라민을 한 방 먹이는 꼴이 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걸 아서는 일부러 한 것이다.
‘그레모리가 확실히 이런 건 잘한단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벨라민이 다시 말했다.
“저, 정말 제가 아니라 저딴 로렉스 군주를…….”
“저딴?”
아서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벨라민. 네 이름을 아예 듣지 않은 건 아니다. 다른 영지를 습격하여 영지민들을 끌고 와 그 영지민 중 미녀 영지민들을 성 노리개로 다른 군주들에게 판매하여 부를 쌓고 현재 A급 군주까지 올랐다지.”
“…….”
그 사실을 어떻게 아는 걸까?
벨라민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너 같은 쓰레기보단 100배, 1,000배는 나은 군주가 바로 로렉스 군주다.”
“……!”
벨라민은 입을 어버버 거렸다.
그리고 아서의 말은 사실이었다.
군주게임 최후의 전쟁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옆에서 함께 싸우다 죽었던 동료.
거지군주 로렉스.
그는 벨라민 따위가 ‘저딴’이라고 할 수 없는 군주다.
* * *
로렉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전 영지 총레벨 3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를 왜…….”
그레모리는 그 말에 작은 웃음을 지었다.
아서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그레모리는 로렉스를 위한 판을 준비했다.
무시당했던 로렉스는 지금 판을 뒤집었다 할 수 있다.
“철혈 소연맹에 스카웃 제의에 아서 군주님께서는 이러한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제안.
그 말에 로렉스 군주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설마 벨라민 군주처럼 부려먹다 버리려는 건 아닐까?
혹시 자신이 잡일을 잘한다고 소문난 건 아닐까?
정말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먼저 로렉스 군주님의 영지에 매달 영지민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식량을, 그리고 옷을 지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로렉스 군주님의 품위 유지비도 챙겨드릴 예정입니다.”
그 앞에는 소연맹 제안서가 있었다.
로렉스 군주는 그레모리가 말하는 내용들을 들으며 기겁했다.
그는 순간 울컥할 뻔했다.
“저 같은 게…… 대체 뭐라고…… 그런 걸 해주십니까.”
“그리고 군주님께선 당신이 소연맹에 들어오는 순간. 2,000만 골드를 약속하셨습니다.”
“……!”
그 어떤 때보다 더 놀랐다.
2,000만 골드!
어지간한 A급 영지 수십 개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대, 대체 왜 저 같은 자에게. 보시는 바와 같이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고 능력도 별 볼 일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그레모리는 빙긋 웃었다.
“저희 군주님이 특별한 특성을 가졌다는 이야기는 아스가르드 대륙에서 유명합니다. 알고 계시지요?”
그 말에 로렉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레모리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군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