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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177화 (177/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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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 177화

58장 거지 군주 로렉스

아서는 이마에 손을 짚을 수밖에 없었다.

입을 달싹이다가 곧 고개를 저었다.

‘지금 괜히 호들갑 떨어봤자지…….’

굉장히 어려운 시작지를 뽑아버렸다.

정말 기초적인 예를 들자면 이런 느낌이다.

남들은 첫 시작에 검이나 활, 창 등을 받고 시작하는데, 루미트리 시작지에서는 젓가락을 들고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 위대하신 마족님들께서도 루미트리 시작지를 벗어나서 본 게임을 시작하지 못했다는 거다.

“표정이 왜 그러나?”

“기분 안 좋으니까, 말 시키지 마라.”

카일은 뭣도 모르고 여전히 비실비실 웃었다.

“왠지 나 잘 뽑은 것 같지 않냐?”

다른 군주들에게 이죽 웃으며 말하는 카일 군주다.

그런 그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던 아서는 생각해 보았다.

‘이번 도전군주끼리의 경쟁은 도전군주 자리에 오르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 매우 중요하기도 하다.’

알기로 운영자들은 이번과 같은 식의 진행에서 전 군주들에게 방송했다는 거다.

사실상 도전군주들을 뽑는 의의도 있지만 도전군주의 실력을 가진 다른 종족들이 겨룬다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마족들은 애초에 워낙 강한 종족이어서 그 일 이후에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없었던 거지. 우리라면…….’

아마 만인의 비웃음을 살 것이다.

그런 걱정을 하다가 아서는 곧이어 피식 웃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항상 쉽고 빠른 길은 보상이 약하다.

대신에 강하고 어려운 길은 보상이 좋다.

‘이게 나을 수도 있으려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아서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벌써 가는 건가?”

“이야기는 끝났으니까.”

아서는 만찬장을 벗어났다.

* * *

발카스 영지로 돌아온 아서는 축제 분위기의 영지민들을 볼 수 있었다.

“아서 군주님, 만세! 만만세!”

그럴 수밖에.

도전군주 예선전도 모든 군주가 볼 수 있게 틀어진다.

군주들이 볼 수 있다는 것은 즉, 영지민들도 그 방송을 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였다.

아서는 흡족한 표정으로 들어오면서 영지 입구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가 달려오는 올리아를 볼 수 있었다.

“망망, 군주님. 짱 멋있었어요.”

“짱? 좋은 말을 써야지. 올리아.”

“망? 대따 멋있었어.”

아서는 피식 웃으며 올리아를 품에 안았다.

그 후 주위를 배회하던 매 한 마리가 내려왔다.

매는 다름 아닌 그론 군주가 보낸 매였다.

아서는 군주의 서에 패배 시 곧바로 씨앗을 보내라고 써놨었다.

자신도 만약 패배했다면 바로 그에게 드래곤 시리즈를 건네주었을 것이다.

아서는 매의 다리에 달려 있는 작은 천을 빼냈다.

천 안에는 역시나 황금빛을 띠고 있는 작은 씨앗 하나가 있었다.

아서는 곧바로 확인해 봤다.

(벌목장의 황금 씨앗)

수량: 하루에 100개씩.

효과:

⦁하루에 100개를 심으면 하나에 1,000~10,000만 골드 사이 획득.

영지를 가질 때부터 이것을 지급받았다는 것은 그론의 특성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이전 가능한 것을 ‘이전특성’이라 불렀다.

‘돈이 순조롭게 모이고 있어.’

아서는 계속해서 돈을 차곡차곡 모아두고 있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도 계속 골드를 하루에 한 번씩 배설해 주었고 거기에 벌목장의 황금 씨앗까지 얻었다.

아서는 이 돈을 이용해 자신의 든든한 조력자를 만들 생각이었다.

‘소연맹을 만든다.’

확정된 인원이라고 할 수 있는 자는 현재 여왕벌 루시아였다.

그 외에도 몇 있었다.

아서와 함께 최후의 전장에서 싸웠었던 도전군주들도 있었지만 지금 당장 떠오르는 인물은 딱 한 명이었다.

‘극강삼인 로렉스.’

로렉스 군주.

극강삼인 체제는 계속 변화하였다.

현 극강삼인이라 불리던 이 중 한 명인 루시아는 본래 죽을 운명이었었다.

그리고 아서가 보유한 유닛인 시리어스도 마찬가지다.

네크로맨서 잭만이 유일하게 오랜 시간 극강삼인을 유지한다.

그리고 그중에 또 다른 한 명의 군주가 존재한다.

그 군주의 이름은 바로.

‘거지군주 로렉스지.’

그는 아주아주 특별한 특성을 가진 군주였다.

그리고 그 특성을 개화하기 전에 정말이지 거지 같은 군주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의 영지는 특별했다.

훈련소를 벗어나 영지를 시작할 때 받는 골드?

그것을 받을 수 없었다.

영지 자체에 벌목장과 농장?

그런 것도 아예 없었다.

더 우스운 것은 바로 이것이다.

‘영지 근처의 몬스터를 사냥해도 골드와 적재, 식량 등을 아예 얻을 수 없다.’

끔찍한 이야기이다.

이 말은 모든 것이 차단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돈을 벌 수 있는 모든 방법이.

그런 그가 돈을 어떻게 벌고 영지를 운영하였을까?

사실 그가 돈을 벌었던 방식으로 인해 그가 나중에 거지군주라고 불렸던 거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A급의 로렉스.’

그가 그리 불린 이유는 간단하다.

영지 총레벨이 15를 달성하기 전까지만 해도 끔찍한 생활을 유지했던 그였다.

하지만 그의 영지 총레벨이 15가 되고 아주아주 놀라운 일이 벌어지게 된다.

‘D급 병력을 구매할 수 있는 돈으로 A급 병력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특성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아서는 확실히 해야 할 게 있었다.

‘로렉스는 나의 전우였지만 위아래는 확실히 해야 한다.’

로렉스는 분명히 강했던 군주고 성격도 강직한 자였다.

어찌 보면 믿을 만한 자였지만 믿을만한 신하가 되게 해야 했다.

아서는 떠올렸다.

‘지금쯤 그는…….’

* * *

로렉스 군주.

그는 추운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송송 들어오는 다 헤진 누더기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영지 루마스의 병사들과 영지민들이 입은 옷도 비슷했다.

끼리릭!

돌을 한가득 실은 수레를 로렉스 군주가 끌었다.

“끄응…….”

무거웠지만 그는 열심히 돌을 날랐다.

그의 주변에는 이켈리아 영지의 병력들이 그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돈을 벌 수 있는 구멍 자체가 없는 로렉스 군주.

그가 택할 수 있는 일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다른 영지로 가서 그들의 잡일을 도와주고 끼니를 때우는 것이다.

그나마 로렉스 군주의 영지에 영지민의 숫자가 많지 않았기에 이렇게라도 연명할 수 있었다.

또한 로렉스 군주는 특별하게도 돈만 있으면 영지 총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다른 군주들은 경험치를 몬스터 사냥, 영지전 등으로 하는 것에 비례해 정말 희한한 일이었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영지 총레벨을 올리는 것도 힘들다.

‘그래도 조금씩 올리다 보면 언젠간…….’

변화하는 날이 있지 않을까?

“이크, 군주님.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다. 크룬. 넌 저기 칼리를 도와라.”

근위대장 크룬이 수레를 미는 로렉스 군주에게 다가왔지만 로렉스는 고개를 저었다.

로렉스는 카리스마가 있는 군주였다.

그리고 사람을 부리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아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내가 영지민들과 병사들에게 노동을 강요한다는 것 만큼 어리석은 게 없지.’

그는 자신의 처지를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당장 영지민들과 병력이 반란을 일으켜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게도 로렉스 군주의 영지민 만족도는 100%가까이에 치솟아 있었다.

근위대장 크룬은 로렉스 군주를 보며 작은 웃음을 지었다.

‘솔선수범. 자신도 함께하여 밑에 사람이 따르게 만든다.’

가난한 영지였지만 나름 행복한 영지가 바로 로렉스 군주의 영지일 것이었다.

모든 돌무더기를 나르고 나서 그 자리에 있던 약 오십 명의 사람이 주저앉았다.

그리고 이어서 한 군주가 나타났다.

그는 살이 토실토실하게 오른 발레민 군주였다.

발레민 군주는 이를 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 하나는 정말 깔끔하게 잘하는군.’

그는 피식 웃었다.

발레민 군주와 로렉스 군주의 인연은 3개월 정도 되었다.

로렉스 군주가 갑자기 영지 앞에 대뜸 찾아와 일을 시켜달라고 했다.

정말 황당한 경우였지만 발레민 군주는 그의 꼬락서니와 영지 상황에 대해 듣고 수긍했다.

로렉스 군주와 그 병력들은 정말 일을 잘했다.

또 꾀 하나 부리지 않았다.

또 값싼 값에 부릴 수 있기도 하였다.

“수고했네.”

그리고 발레민 군주는 흔히 말하는 갑질하는 고용주였다.

“함께 식사하러 가지. 오늘 정산일이니까.”

“예.”

그래도 발레민 군주는 로렉스 군주에게 나름 잘해주는 척했다.

말 그대로 잘해주는 척이다.

너무 싼 값에 일을 잘해서이다.

곧 이어 발레민 군주의 병사들이 로렉스 군주의 영지민과 병사들에게 감자와 정말이지 묽은 스프를 주기 시작했다.

‘오늘도 이렇게 한끼 해결하는군.’

그렇게 생각하며 로렉스 군주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처음 우리의 약속에…….’

3개월동안 일하면 발레민 군주는 돈을 1.5배 올려주기로 했다.

그 전인 현재까지는 정말 적은 금액만 받았다.

인건비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그는 발레민 군주를 따라 움직였다.

* * *

정말이지 호화스러운 식탁이었다.

길게 늘어진 식탁에는 풍족한 식사가 차려져 있었고 살이 퉁퉁한 발레민 군주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음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상반되게 조금 먼 자리에 초라한 낡은 식탁 하나를 앞에 두고 로렉스 군주의 앞으로는 병력들과 마찬가자인 묽은 스프와 감자가 있었다.

“크흐, 정말이지 멋있는 군주야. 응? 그렇지 않나. 로렉스 군주?”

벨라민 군주는 한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 영상은 다름 아닌, 아서 군주의 영상이었다.

“그, 그렇군요. 그렘린으로 어찌 저런…….”

“소문에는 곧 아서 군주가 소연맹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내가 한 번 노려보려고.”

발레민은 그렇게 말하며 닭다리를 뜯었다.

발레민은 아서의 광팬이었다.

그는 A급 군주 중 한 명이었다.

‘저 군주는 돈도 많겠지?’

로렉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맥없는 생각을 하며 스프와 감자를 먹었다.

자신도 저리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참, 로렉스 군주. 이번 임금 인상 말이야…….”

“아, 예.”

기다렸던 이야기에 로렉스가 수저를 서둘러 내려놓았다.

“그게…… 영지의 재정이 요즘 좋지 않아서 3개월 후에 올려주는 거로 하는 게 어떨까 하는데.”

“예?”

그 말을 듣고 로렉스의 눈이 화전등 만해졌다.

그 돈을 받아 영지민들과 병력, 자신의 옷을 사서 입을 생각이었다.

겨울이 너무 추웠으니까.

또 이곳에서 일하면 작업복 지급도 되지 않았으니까.

거기에 더 우스운 것은.

‘얼마 전에 골드를 꽤 많이 벌었다 알고 있는데…….’

발레민 군주의 영지는 지금 재정이 풍족 상태라고 아는 거다.

“어쩌겠나. 재정이 좋지 않은데, 함께 일하는 우리이니만큼 자네가 한 번만 봐줌세. 내 다음에는 2배로 인상해주지!”

“…….”

로렉스는 잠시 입을 닫았다.

머리가 아찔하다.

1.5배 뿐이지만 그 0.5배로 행하려고 했던 게 많았다.

기다리는 병사들과 영지민들도 있었다.

“그럼 대신에 저희 영지민과 병사들에게도 제대로 된 식사를 지급해 주십시오.”

로렉스가 결국 입을 열었다.

분명 자신의 사람들이 더 많이 일하는데, 발레민 군주의 병사들은 그 앞에서 고기를 뜯고 술을 마시며 논다.

반대로 자신의 영지민들은 감자 두 알, 묽은 스프를 먹는다.

최소한.

밥이라도 제대로 챙겨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 몇푼 아껴서 뭘 하겠다고!

“식사라도 제대로 챙겨주시죠.”

“……허허. 이 친구, 너무 융통성이 없군. 감자 두 알이면 충분한 것 아닌가?”

순간 로렉스는 주먹이 불끈 말아 쥐어졌다.

고된 노동을 하고 감자 두 알이라?

저 돼지 새끼의 안면에 주먹을 꽂고 싶었다.

막 그가 입을 열려던 때에.

“자꾸 그러면 좋지 않을 걸세. 자네 영지 인근에 우리 영지 말고 또 있나?”

“…….”

로렉스는 곧 화를 삭혔다.

그랬다.

로렉스 영지 근처에 다른 영지가 없었다.

다른 영지를 찾아 일을 시켜달라고 하기에는 그곳까지 갈 식량과 이동수단이 없었다.

정말 어쩔 수 없이 그는 이 더러운 짓을 계속해야 한다는 거였다.

아니면 정말 굶어 죽던가.

‘나 하나 화가 난다고 그럴 순 없다.’

군주는 짊어진 게 많다.

자신의 목숨 만이 아니라, 영지민과 병사들의 것까지.

“……그럼 병사들과 영지민들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있게, 남는 옷감 좀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이제야 말이 통하는…….”

벌컥!

그 말이 채 끝나기 전이었다.

갑자기 황급히 문이 열리며 발레민 군주의 병사가 들어왔다.

“바, 발레민 군주님.”

“뭔가. 내가 이 영상을 보며 식사 중에는 절대 들어오지 말라 했는데?”

아서 광팬 발레민은 그의 영상을 볼 때 방해받는 걸 무척 싫어했다.

저 영상만 벌써 500번은 보았을 것이다.

“아, 아서 군주님이…… 지금 밖에 오셨습니다.”

“……!”

발레민 군주가 벌떡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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