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175화 (175/210)

# 175

군주회귀록 175회

그렘린은 골드 주머니를 들고 흔들어 보였다.

“도대체 어떻게……!”

멀론과 다른 군주들로서는 당혹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쫓아라!”

놈에게서 골드 주머니를 빼앗아 와야 한다는 거였다.

곧바로 그렘린은 맹렬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라 마흔 마리가 넘는 가지각색의 족의 몬스터들이 놈 하나만을 쫓아 달렸다.

“허억허억, 뭔 놈의 그렘린이 이렇게 빨라!”

몬스터들을 따라 뛰는 군주들은 순식간에 거리를 벌리는 그렘린을 보며 얼굴을 구길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완전히 멀어져 버린 그렘린은 얄밉게 골드 주머니를 흔들어 보이고는 사라졌다.

“방금 아서 군주의 몬스터였지?”

“그렘린한테 약탈 특성이 있었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건데?”

그 말에 반박하던 군주가 입을 다물었다.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

아서는 그렘린이 한바탕 주변을 휩쓸고 다니며 벌어온 골드를 확인했다.

“그렘 그렘!”

그렘린은 머리를 어루만져달라는 듯 애교스러운 표정이었다.

아서는 녀석의 머리를 한 번 털어주었다.

그렘린이 가져온 금액은 자그마치 2만 4천 골드였다.

적은 금액이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서의 점수는 0점이었다.

아서는 또다시 그렘린을 강화했다.

이번엔 총 두 번이었다.

[그렘린이 강화됩니다.]

[시크릿 유닛. 그렘린의 특성이 추가됩니다.]

(도둑 그렘린.)

몬스터 영지전 병력.

HP: 5,000 MP: 500

등급: 시크릿 유닛

특수능력:

•돌을 던져 맞출 시 몬스터가 보유한 골드 약탈 가능.

•1.7배 빨라진 발.

•도발의 어그로.

두 번을 강화해서 추가된 것은 0.2배의 이동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것과 HP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는 거다.

거기에 특성으로 ‘도발의 어그로’가 생성되어 있었다.

아서는 도발의 어그로를 보고 웃었다.

‘핵심적인 능력이지.’

이 도발의 어그로는 탱커 계열의 유닛의 절정의 특수능력일 것이다.

사실상 아서가 아는 탱거 유닛의 어그로 능력 중 이보다 뛰어난 건 없었다.

아서는 세부사항을 클릭해 확인해 본 내용을 또박또박 읽었다.

‘계속된 도발 성공 시 세뇌 가능.’

고개를 끄덕인 아서는 1위의 점수를 봤다.

1위의 점수는 자그마치 542점이었다.

2위가 113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압도적인 수치라는 거다.

‘판은 뒤집어야 맛이지.’

아서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곳에 워프된 후에 운영자의 설명 부분 중 하나를 떠올렸다.

‘지정된 필드를 벗어날 시에 군주들의 몬스터가 아닌, 일반 몬스터를 마주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난잡하게 군주들이 흩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운영자들이 넣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서는 이걸 이용해 볼 생각이었다.

***

푸화아악!

“빌어먹을……!”

아멜 군주는 처참히 죽어 나가는 바야족을 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그 앞에는 퇴화된 오우거에서 어느덧 일반 오우거의 형상을 갖춰가는 그론 군주의 유닛이 있었다.

그론 군주는 당연하게도 오우거들을 계속 강화하였고 강화할 때마다 본래의 오우거 모습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오우거 하나가 발버둥 치는 바야족 하나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몸통을 잡고 한 손으로는 머리를 잡고 쭈욱 잡아당겼다.

푸화아아악!

머리와 몸이 분리되며 피가 터져 나오는 모습에 아멜은 고개를 홱 돌렸다.

“네놈. 예선이 끝나면 내가 가만히 둘 것 같으냐?”

“……마음대로 해보시던가.”

‘이놈은 지금 미쳤어…….’

아멜 군주는 그론이 제정신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간혹 이런 놈들이 있다.

특수한 특성을 군주게임에서 얻게 되는 놈들.

그리고 현실에선 개차반 같이 빌어먹고 사는 놈들.

사람은 힘을 거머쥐었을 때 비로소 본성이 나온다.

그리고 그것처럼 실제로 그론 군주는 현실에서는 노예였다는 거다.

“113점이라. 나쁘지 않군.”

그론은 이죽 웃었다.

현재 2위가 바로 아멜 군주였다.

“하지만 난 450점이 넘어. 크흐흐.”

그런 웃음을 터뜨리며 그론은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주위로 몰려드는 몬스터들.

가지각색의 이 몬스터들이 모두 오늘 자신을 위해서만 움직여줄 것이다.

아멜은 그들의 머리 위로 떠 있는 이름을 보며 생각했다.

‘하나같이 제대로 된 군주는 없어.’

떳떳한 군주들이라면 그론과 손을 잡으려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론과 손을 잡은 군주들의 이름을 보면 하나 같이 악명만 가득하거나 A급이긴 한데, 어딘지 모자란 놈투성이였다.

‘이번 도전군주 지원자가 적어서 이런 놈들이 예선에 참가하게 된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멜은 한숨을 쉬었다.

곧이어 마지막 남은 바야족을 그론의 오우거가 죽이자 아멜의 몸이 흐릿해졌다.

참가자격을 잃고 돌아가게 된 것이다.

어느덧 그론 군주의 주위로 유유히 모여든 몬스터의 숫자는 자그마치 300마리가 넘었다.

“그론 군주님. 아서 군주의 그렘린이 계속해서 군주들의 골드를 약탈해가고 있다고 합니다.”

“흐음…….”

그론은 너저분한 턱수염을 쓸었다.

이내 피식 웃었다.

“그래 봤자 상관없지 않나?”

“예? 하지만 계속 이런 약탈을 한다면…….”

“지금 놈의 점수를 보라고.”

아서의 점수는 여전히 0점.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그렘린이 약탈을 하면 뭐? 어차피 놈은 몬스터를 사냥 못 한다는 거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렇겠군요.”

다른 군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 시리즈가 영락 없이 내 손에 들어오겠어.’

그는 벌써 기대가 되었다.

아서가 착용했던 드래곤 시리즈는 유명하다.

사실 그 정확한 이름이 밝혀졌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블러스디 땅을 탈환할 때 당시 아서가 입고 나타났던 갑옷이 범상치 않다는 건 모든 군주가 안다.

그것이 자신의 것이 된다.

절로 희열이 생긴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한 생각을 하던 바로 그때.

그들의 앞으로 그렘린 한 마리가 나타났다.

“저놈이 아서 군주의 그렘린인가 보군. 골드를 서둘러 사용해라.”

그론 군주의 말에 허겁지겁 군주들이 남은 골드를 사용했다.

혹은 그론은 그들이 준 골드를 이미 강화하거나 추가 유닛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

현재 오우거의 숫자만 자그마치 약 15마리였다.

“아서 군주. 아직도 저와 함께하실 생각이 없습니까? 제 자금력과 당신의 힘이라면 지금의 총연맹들에 버금가는 연맹을 금방 키워낼 것입니다.”

그론은 홀로그램을 통해 아서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렘린은 그 말에 이죽 웃으며 아서의 말을 대신 전달했다.

“그렘 그렘, 난 너처럼 무능한 군주와 함께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 말에 그론은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 자신이 우선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 이야기는 개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또 그게 없는 고자는 더더욱 싫어.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

그 말에 그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네놈은 현실에서 노예 생활을 하고 있지, 그리고 거시기도 없어.”

그론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사실이었다.

그론은 어린 시절 중요한 그 부위를 다쳤다.

그래서 실제로 거기가 없었다.

곧이어 그렘린이 아주아주 측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존나 불쌍하네. 쯧쯧쯧.”

“……!”

그론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 등 뒤의 군주들은 키득거렸다.

“표정을 보니까, 사실인가 본데?”

“킥, 거기가 없으면 남자가 무슨 낙으로 사나?”

“그론 군주는 앉아서 눌까, 서서 눌까?”

자신의 숨겨두었던 비밀을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른다.

엄청난 치욕을 겪게 되었다는 것.

더군다나, 이 모든 것은 아스가르드 대륙의 군주들이 모두 보고 있었다.

자신은 아서를 짓밟아 그보다 자신이 더 낫다는 걸 증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된 것이다.

‘그론 군주는 거시기가 없대요!’

이런 빌어먹을 상황이 어딨겠는가!

“저 그렘린을 죽이면 30만 골드를 준다!”

그가 얼굴이 붉어져 큰소리로 침을 튀기며 말했다.

등 뒤에서 웃던 군주들의 표정이 변했다.

30만 골드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렘린의 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아서는 피식 웃었다.

‘도발은 끝났고.’

그가 고자라는 사실을 아는 이유는 하나였다.

그는 시간이 조금 더 지나 방대한 골드로 운영자와 협상을 했다고 한다.

‘군주게임에서라도 거시기가 있게 해달라.’

참으로 불쌍한 종자 아니겠는가.

곧이어 군주들의 몬스터가 그렘린을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렘린은 맹렬한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렘린이 도망치는 쪽으로 거대한 투명 벽이 보였다.

운영자가 경고하였던 넘어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그렘린은 투명 벽을 발견하고는 이어 좌측으로 뛰기 시작했다.

“포위해라, 놈은 결코 쉽게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그 말을 하며 그론은 길길이 날뛰었다.

그리고 몬스터들은 군주들의 지휘대로 그렘린을 포위하는 식으로 전술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빠른 존재라고 할지라도 갈 길이 막히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까.

***

아서는 홀로그램을 정확히 두 개를 보고 있었다.

그는 또 다른 그렘린을 구매하여 기존의 한 녀석만큼 강화시켜 놨다.

서서히 좁혀지는 포위망을 보면서 아서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포위망이 좁혀진다는 건, 흩어졌던 몬스터들이 다시 모인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리고 아서는 다른 홀로그램의 그렘린이 뒤쪽에 수백 마리의 몬스터를 주렁주렁 달고 움직이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그렘린이 몬스터들을 세뇌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벽 안으로는 몬스터들이 들어올 수가 없다.’

외부의 몬스터는 투명한 벽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이미 그론 군주와 다른 군주들 도발은 끝났다.

그들은 순순히 밖으로 튀어나올 것이다.

이어서 그들은 어느덧 포위하는 데 성공했다.

***

아서의 그렘린이 투명한 벽을 넘었다.

포위망이 좁혀지자 마치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처럼.

그리고 포위망을 넘자마자 그렘린은 도발하듯 이러한 행동을 했다.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를 벌렸다 오므리기를 반복했다.

가위질을 하는 듯한 제스처였다.

그리고 그것을 그론의 그곳으로 가져가는 시늉을 하더니 이내.

싹둑!

“그렘 그렘!”

아서의 그렘린은 정말 즐거운 듯 웃었다.

그리고 이런 웃음소리를 냈다.

“켈켈켈켈켈켈켈켈!”

그론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벽을 나간다!”

“하지만 밖에는 몬스터들이…….”

“어차피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어.”

그런 말을 하며 결국 그론과 그 몬스터 무리는 벽을 넘어서 다시 그렘린을 쫓기 시작했다.

약 4분 정도의 추격전이 더 이어졌을까.

쿠구구구구구!

커다란 진동이 들려왔다.

그 진동에 그론과 군주들, 몬스터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

멀리서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는 또 다른 그렘린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로 몬스터들이 한가득이었다.

“어, 어차피 저 몬스터들은 지금 그렘린한테 정신이 팔려있다.”

그론은 그렇게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또 다른 그렘린은 그들이 있는 쪽을 향해 맹렬히 달렸다.

그리고 이어서.

“X, X 된 거 같습니다……!”

한 군주가 말했다.

그에 그론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X 이야기는 하지 말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