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주회귀록-174화 (174/210)

# 174

군주회귀록 174회

그렘린.

아주아주 최약체의 몬스터로 유명했다.

그렘린들은 하다못해 세 마리가 함께해도 고블린 한 마리도 이기지 못하는 족이었다.

초록색 피부에 키가 아주 작고 요정처럼 귀가 뾰족한 그들의 장점은 딱 하나였다.

‘발이 빠르다는 거지.’

발만큼은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빠르다는 거였다.

하지만 이번 싸움은 단순히 도망쳐서는 안 되는 싸움이라는 거였다.

아서는 자신의 좌측 상단 위에 오십 명의 군주들의 점수가 쭈르륵 나열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현재 모두 0점이었다.

‘나쁘지 않군.’

하지만 다른 이들의 생각과 다르게 아서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 문양을 만지면 유닛 상점을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추가적인 알림이 들려왔다.

아서는 몬스터 문양을 손을 뻗어 만졌다.

그러자 그 앞으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홀로그램에는 설명했던 것처럼 일반 그렘린, 그렘린 전사, 그렘린 마법사와 같은 녀석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렘린 전사라고 할 수 있는 녀석이 기껏해야 고블린 한 마리 이길 정도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그렘린 마법사는 1클래스 마법 한 번을 부리면 아무것도 사용할 수 없다는 거였다.

아서는 일반 그렘린을 보았다.

한 마리에 500골드다.

1만 골드라고 했을 시 스무 마리의 일반 그렘린을 뽑을 수 있다.

그렘린 전사의 경우 약 1,000골드로 조금 더 높은 가격이다.

-주변의 다양한 지형지물을 이용하거나 물품제조법 등을 이용하여 유닛 강화를 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지정된 필드를 벗어날 시에 군주들의 몬스터가 아닌, 일반 몬스터를 마주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알림은 계속 들려왔다.

아무리 랜덤식이라지만 실제로 군주는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고 지형지물을 이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주변을 흩어본 아서는 곳곳에 뿌려져 있는 버프 물품들을 보았다.

풀잎, 나무, 질척한 흙까지.

남들 눈엔 보이지 않을지도 몰랐지만 아서에겐 단순히 흩어보는 것만으로도 보인다.

사실상 어중간한 정도만 뽑아도 지형지물을 이용하고 더 뛰어난 군주라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오크 한 마리라고 해도 누가 부리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아서는 딱 한 마리의 그렘린만을 구매했다.

“그렘그렘!”

그렘린은 정말이지 키가 작았다.

약 80㎝ 정도의 크기다.

왜소한 체구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검 하나를 들 힘이나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러한 그렘린을 아서는 골드를 이용해 강화를 시작했다.

첫 강화비는 1천 골드.

[그렘린을 강화하셨습니다.]

두 번째는 2천 골드.

[그렘린을 강화하셨습니다.]

세 번째는 4천 골드가 들어간다.

세 번째 강화한다면 아서는 단 한 마리의 최약체 몬스터 그렘린으로 자그마치 7,500골드를 소모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고 강화했다.

[그렘린을 강화합니다.]

띠링!

[시크릿 유닛을 찾아내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시크릿 유닛의 소유권자가 됩니다.]

아서는 피식 웃고는 곧바로 확인해봤다.

(도둑 그렘린.)

몬스터 영지전 병력.

HP: 100 MP: 400

등급:시크릿 유닛

특수능력:

•돌을 던져 맞출 시 몬스터가 보유한 골드 약탈 가능.

•1.5배 빨라진 발.

아서가 알기로 이곳에서 몬스터를 사냥할 시 떨어지는 골드는 구맷값의 반절이다.

그렘린을 1천 골드를 주고 구매했다면 500골드가 드랍되는 것이다.

시크릿 유닛인 그렘린의 특수능력은 다름 아닌 도둑질이었다.

돌을 던져 몬스터를 맞추면 녀석이 가지고 있는 반값의 골드를 가져오는 것이다.

거기에 도둑 그렘린은 본래의 녀석들보다 1.5배 더 빠른 발을 가지게 되었다는 거다.

-몬스터 영지전을 시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몬스터는 군주를 공격할 수 없으며 홀로그램을 띄워 소유 몬스터의 시점을 보실 수 있습니다.

드디어 몬스터 영지전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그론 군주.

그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뽑아낸 몬스터는 다름 아닌 퇴화한 오우거족이었다.

퇴화한 오우거족의 경우 일반 오우거보다 그 키가 훨씬 작다.

일반 오우거가 약 4m를 웃돈다면 퇴화한 오우거의 경우 3m 정도의 크기다.

거기에 힘이나, 민첩과 같은 것이 일반 오우거보다 훨씬 떨어진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맹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퇴화한 오우거는 아무리 퇴화하였어도 오우거라는 사실이었다.

일반 오크보다는 훨씬 강력한 무력과 맷집을 가지고 있다.

결정적으로는 2천 골드를 들이면 자그마치 퇴화한 오우거를 구매할 수 있었다.

퇴화한 오우거는 전사가 아니어도 괜찮다.

전사가 아닐지라도 어지간한 족의 전사들은 처참히 짓밟을 수 있을 테니까.

그는 퇴화한 오우거 다섯 마리를 구매했다.

퇴화한 오우거를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본 그론은 멀지 않은 곳에서 달려오는 오크를 볼 수 있었다.

오크는 그론 군주에게 작은 양피지를 건네주었다.

양피지를 펼친 그론은 폭소할 수밖에 없었다.

“푸하하하하, 그렘린!? 그렘린을 뽑았다고!?”

아서 군주가 그렘린을 뽑았다고 한다.

이 얼마나 어이없고 우스운 이야기인가.

퇴화한 오우거 한 마리만 있어도 그렘린 정도는 쓸어버릴 수 있으리라.

곧이어 그론 군주는 퇴화한 오우거들과 함께 움직였다.

멀지 않은 곳에 충돌을 시작한 무리가 보였다.

몬스터들의 머리 위로는 그 몬스터의 소유권자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무리는 총 세 개의 군주들의 것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오크와 늑대족, 그리고 바쿡족이었다.

바쿡족은 생각보다 강했다.

특히나 그 끈질긴 생명력의 맷집은 상상을 초월했고 꽤 강력한 독을 뿌린다는 거였다.

하지만 오크와 늑대족은 충돌하는 듯싶더니, 곧바로 바쿡족을 함께 공격하는 것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벨라민 군주와 알리 군주군.’

두 군주는 이미 그론 군주로부터 돈을 받기로 되어 있는 군주들이었다.

오늘 돈을 받게 될 군주들은 추후에 그론 군주가 만들 소연맹에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그 연맹을 키워 총연맹을 만들 심산인 그론 군주였다.

곧이어 바쿡족을 합심하여 사냥하자 늑대족과 오크들이 다가왔다.

그들은 약속했던 것처럼 점수 몰아주기의 가장 쉬운 방법을 사용했다.

바로 드랍된 골드를 그론에게 거머쥐어주는 것이다.

약 4천 골드 정도를 건네받은 그론은 흡족히 웃었다.

4천 골드면 퇴화한 오우거를 자그마치 두 마리를 구매할 수 있었다.

이 둘을 제외하고서도 현재 약 열여덟이 돈을 모아서 가지고 와 상납을 할 것이다.

***

총연맹장 네 사람은 혀를 쯧 찼다.

“살다 살다 저런 멍청이는 처음 보는데.”

자베스가 입술을 비틀었다.

그 쾌활한 카와르도 그 매너 없는 행동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소문은 들었지만, 사실이었을 줄이야.”

“어차피 도전군주 영지전에서 다 갈리니까, 우리야 상관없지 않나.”

랄프는 피식 웃으며 양 팔짱을 끼며 홀로그램 너머를 턱짓했다.

“그리고 우리야 좋지, 명분이 생겼어.”

그 명분은 바로 이러한 것이다.

“그론 군주가 비매너 행위를 저질렀다. 그에 의해 총연맹장들은 그론 군주를 배척할 것이다.”

그론 군주의 행동은 정말 멍청한 것이었다.

꼭 앞뒤 안 가리고 저런 멍청한 자들이 있기 마련이지 않던가.

그가 소연맹을 만든다?

퍽이나 오래 가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갈이를 알아서 해주겠다는데 우리야 좋은 일 아니겠나.”

카일 군주의 말에 모두가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 그들은 그론 군주에 관한 이야기를 뒤로 집어넣었다.

어차피 입에 더 올리기도 짜증 나는 자였다.

“아서는…….”

랄프는 피식 웃었다.

홀로그램이 이번엔 아서가 부리는 그렘린의 시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도둑질 능력을 가진 그렘린이라니…….”

카일이 집중하여 홀로그램을 바라봤다.

***

베르세르 영지의 군주.

아멜은 언덕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의 옆으로 다섯의 유닛들도 웅크리고 있었다.

그 옆에 함께 누워있는 자들은 활쏘기에 특화된 족인 바야족이었다.

바야족은 키가 150㎝에 검은색 피부를 가진 인간과 흡사하게 생긴 자들이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그들은 오른쪽 눈이 왼쪽 눈보다 두 배가량 크다는 거였다.

‘빌어먹을 새끼들.’

아멜 군주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결국 그 그론이라는 놈이 이번 도전군주 예선을 망가트렸다.

아멜 군주는 도전군주 후보라고 자주 거론되는 군주다.

그는 평소에도 바야족을 부렸다.

우연히 이곳에서도 바야족을 부린다는 게 천운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론 군주와 그 패거리들이었다.

놈들은 자신들끼리 똘똘 뭉쳐 다른 군주들을 잡아내고 있었으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악수 속에서도 아멜 군주는 차근차근 골드를 적립하고 있었다.

“숙여.”

“예.”

바야족들이 황급히 몸을 숙였다.

그들이 숨은 언덕 바로 앞에는 커다란 나무가 한그루 있었다.

그 덕에 몸을 숨기기 더 안성맞춤이었다.

몇 분 후 나무 앞으로 카우족들이 지나갔다.

카우족은 몸집이 크기에 더욱더 활로 맞히기 편하다.

“천천히.”

아멜 군주의 지시에 따라 바야족들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화살을 활시위에 걸고 다섯이 일제히 함께 놨다.

푸슈유유육!

푸지익!

푸지익!

다섯 발이 정확하게 다섯 마리의 카우족의 머리를 꿰뚫었다.

“음머어어!?”

“음머어!”

곧이어 카우족들이 황급히 주변을 살핀다.

잠시 고개를 숙인 후에 바야족은 다시금 활시위를 당겨 다섯 마리를 추가로 사냥했다.

곧 모두를 잡아내고 아멜 군주는 바야 족 하나에게 턱짓했다.

발이 빠른 바야족은 황급히 달려가 떨어진 골드를 주웠다.

아멜 군주에게 골드가 적립되었다는 알림이 들려왔다.

그리고 그는 망설이지 않고 추가로 두 마리의 바야족을 구매할 수 있었다.

처음엔 문양을 문지르며 유닛 상점을 열 수 있지만, 그 후엔 어디에서든 상점을 열 수 있었다.

곧바로 다른 먹잇감을 찾아 주변을 둘러보던 아멜 군주의 미간이 구겨졌다.

“또다시…….”

그론 군주의 패거리로 추정되는 자들 넷이 연합하여 한 군주의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아멜 군주의 눈이 이채를 머금었다.

“저건……”

치열한 전투 속으로 뛰어가는 아주 작은 초록색 몬스터가 있었다.

“그렘린……?”

그 위에는 아서라는 군주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

홀로그램 너머로 그렘린을 바라보며 지시를 내리고 있는 아서는 무리를 지은 몬스터들이 거미족을 학살하는 것을 발견했다.

“하하하, 거미족도 속수무책이군.”

넷의 군주 중 하나인 멀론은 껄껄 웃어댔다.

그는 A급 군주였지만 101명의 군주나 다른 강력한 군주들에 비할 바는 못 되었다.

그래서 택한 길이 그론의 손을 잡는 것이었다.

거미족의 주인은 꽤 이름 있는 군주였다.

그 군주를 무참히 짓밟는 쾌감은 끝내줬다.

거기에 이어 떨어진 골드가 1만 정도는 되어 보였다.

아마도 거미족은 다른 몬스터들을 사냥해 강화된 상태였던 듯싶었다.

그래서 유독 강했다.

하지만 네 팀이 함께 공격하는데 감당할 수 있을까.

“여기 있네. 멀론.”

곧 다른 군주들이 그 골드를 모아서 멀론에게 건넸다.

멀론의 유닛은 개구리족이었다.

개구리족은 굉장히 빨랐다.

그가 돈을 모아서 그론에게 운송하려는 속셈이었다.

멀론이 모든 골드를 합산하자 1만 1천 골드였다.

“크흐, 그론 군주님이 좋아하시겠군.”

그러한 생각을 하며 그가 골드가 든 뭉치를 손 위에서 한 번 던졌다가 잡아채려던 순간이었다.

툭!

뒤에서 날아온 정체 모를 무언가가 그의 머리를 툭 쳤다.

“……X벌, 어떤 놈이야.”

그가 고개를 돌렸을 땐 그곳엔 그렘린이 있었다.

“그렘 그렘.”

그리고 그렘린은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고 있었다.

그렘린은 장난기가 많기로 유명하다.

멀론은 황당한 웃음을 짓다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잡아챘어야 하는 골드 주머니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골드 주머니는.

“그레엠!”

“야이, 썅들레야!”

그렘린의 손에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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