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
군주회귀록 173화
57장 뛰는 놈 위의 나는 놈
아서가 생각하는 대군주의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권능이다.
그 권능 중 하나를 아서는 얻게 되었다.
아서는 이 심장을 누가 가지는 게 좋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답은 곧바로 나왔다.
“디아블로.”
-예, 군주님.
바로 전신 디아블로였다.
디아블로는 마족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마족이었다.
순수한 무력으로는 마룡군을 여럿을 때려눕히고도 남았다.
심장은 되도록 제 몸 하나는 지킬 수 있는 녀석이 가지는 게 낫다.
곧이어 아서의 손 위에서 펄떡거리는 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서는 그 심장을 거구의 디아블로의 가슴 위로 가져갔다.
그러자 펄떡거리는 심장이 디아블로의 가슴 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굉장히 이질적인 기분입니다.
아서는 그의 어깨를 두들겨준 후에 몸을 돌렸다.
‘3일 뒤인가.‘
3일 뒤에 도전군주를 뽑는 테스트가 치러지게 된다.
이 도전군주를 뽑는 테스트는 A급만이 가능하다.
도전군주 타이틀은 꼭 필요하다.
‘그래야 대군주에 도전할 수 있지.’
대군주에 도전하기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도전군주 타이틀이다.
도전군주 타이틀을 가지고 있어야지만 대군주에 도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는 거다.
‘운영자들이 어떤 시험을 준비했으려나.’
아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기대했다.
도전군주 시험은 운영자들과 도전군주들이 이야기를 나누어 준비한다.
그리고 거기에서 네 명을 엄선한다.
엄선된 네 명은 랜덤으로 실제 도전군주와 영지전을 펼치게 되거나 혹은 운영자가 제안한 방식으로 경쟁을 하여 도전군주 자리를 쟁취한다.
아서는 뒷짐을 지고 발카스 영지를 거닐었다.
막 카일 군주의 영지로 파견 갔다가 돌아온 그레모리가 빠르게 그의 옆에 붙었다.
“생각보다 전시회의 티켓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그렇겠지.”
아서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카일 군주의 영지에 설치한 전시장은 군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 안에는 유닛들도 입장이 가능하다.
“전시장은 특성상 회전률이 무척 빠를 수밖에 없지.”
전시장은 식당이나 여관, 그러한 것들과 차원이 다르다.
사람들은 전시장을 가면 쓰윽 돌아보고 나간다.
보통 아무리 커다란 전시장이라고 할지라도 30분 내지면 관람이 완료된다.
“3일 동안 자그마치 350만 골드의 수익을 냈습니다.”
“그 정도나?”
하지만 아서도 그 이야기에는 다소 놀라 걸음을 우뚝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저의 ‘생각보다 많이’라는 것은 항상 군주님의 시선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레모리가 빙긋 웃어 보였다.
아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웃어 보였다.
***
도전군주 도전자를 뽑는 시험에는 총 50명의 군주가 참여할 수 있다.
이 50명은 무조건 A급의 군주여야만 한다.
사실상 101명의 군주의 상당수가 총연맹에 소속되어 있긴 하였지만 그렇지 않은 자들도 많았다.
또한, 101명의 군주가 아니어도 A급 군주에 이른 숨은 강자들이 많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스가르드 대륙에서 알아주는 군주들은 죄다 모였어.”
그론 군주는 주변을 흩어보며 생각했다.
이번 도전군주 예선의 경우 운영자 측에서 전장의 광장을 오픈했다.
전장의 광장을 통해 들어오자 거대한 콜로세움이 나타났다.
오십 명의 군주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저 사람이 바로 아서 군주군.”
“실제로 보게 되다니.”
그론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에 아서가 있었다.
“지금이 친분을 쌓을 기회 아닌가?”
한 군주가 그런 말을 하였다.
그 군주는 발란이라는 군주였는데, 101명의 군주 중 한 명이었다.
그가 아서에게 다가갔다.
“반…….”
“꺼져라.”
“…….”
“…….”
아서의 말에 발란 군주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다른 주변의 군주들도 입을 다물었다.
아서는 그들이 접근하는 이유를 알았다.
떡고물이라도 받아먹어 보자.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그론 군주는 피식 웃었다.
‘저 군주를 내가 이곳에서 이긴다면…….’
벌써 군침이 돌았다.
그론 군주는 현재 이 자리에 모여 있는 군주 중에서 꽤 강력한 영향력을 행세했다.
그는 대부호의 특성 중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같은 대부호 특성이라고 할지라도 급이 나뉜다.
그론 군주의 대부호 특성은 아주 뛰어난 특성이었다.
‘벌목장에서 자란 밀을 베어내면 골드를 얻을 수 있다.’
거기에 그론 군주는 전략 전술도 꽤 능통한 군주였다.
다른 군주들은 이번 도전군주 예선에서 가장 주목받을 이로 아서 군주와 그론 군주를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상 일반적인 싸움이었다면 모두가 아서가 우위에 선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도전군주 예선은 군주가 막강하다고 되는 싸움이 아니라는 거다.
이제껏 다양한 방법으로 도전군주 예선이 치러졌었다.
그 예선들에는 군주들의 모든 능력치를 같게 만들었던 때도 상당했다.
그리고 다른 군주들은 소문을 들었다.
‘그론 군주가 돈으로 다른 군주들을 매수했다고.’
사실상 도전군주 후보는 넷밖에 되지 않는다.
그중에서 나머지 군주들은 모두 탈락한다.
이중 유력한 자들이 아니면 모두 떨거지라는 거다.
그론 군주는 그런 떨거지 같은 자들을 매수했다.
만약 자신을 도와 본선으로 올리면 골드를 주는 것으로.
물론 꽤 비열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기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게 바로 그론 군주라는 거였다.
곧이어서 콜로세움에 연결되어 있는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이번 도전군주의 예선전은 몬스터 영지전으로 진행합니다.
***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음성을 듣고 아서는 그론 군주가 뛸 듯이 기뻐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머저리 놈.’
그론 군주의 특성에 대해선 아서도 익히 들었다.
그리고 그가 이 주변의 군주들 상당수를 매수했다는 것도 눈치챘다.
몬스터 영지전이라면 다수가 치르는 것이다.
즉, 개인이 던전 하나를 공략하는 식의 것과는 다르다.
군주들이 몰아서 그론 군주가 점수를 몰아받게 도와줄 시에 그는 쉽게 도전군주로 가는 티켓 중 하나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아서는 안다.
‘도전군주가 물로 보이나?’
그가 본선에 올랐다고 실제로 도전군주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번 연도가 아닌, 다음 해에 그론 군주는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도전했었다.
하지만 그 후 도전군주와의 영지전에서는 처참히 패배했다는 거다.
거기에 공정한 룰을 무시한 방식에 관련하여 다른 군주들이 그와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 형성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의 돈이 좋아 붙어있는 군주들은 제하고 말이다.
‘알기로 이런 군주들이 우후죽순 생겨나서 그다음부터는 부정을 저지르는 군주의 경우 참가 자체를 못하게 해놨지.’
이 도전군주 예선은 사실 조금 모순이 많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서는 이 몬스터 영지전의 힌트에 대해서도 꽤 많이 알고 있었다.
이 몬스터 영지전은 과거에도 한 번 치러졌다.
그리고 그에 관련한 많은 것들을 운영자들이 풀었고 그 이후에는 정작 한 번도 몬스터 영지전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거다.
하지만 아서는 그걸 하게 된 셈이고.
-5분 후 도전군주 예선에 참가한 모든 군주가 랜덤으로 자리 배치가 시작됩니다. 자리 배치가 끝난 분들께는 1만 골드가 주어지며 오로지 랜덤으로 주어진 하나의 족만 소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블린일 시 일반 고블린, 고블린 전사, 고블린 마법사 등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랜덤이라는 말에 군주들이 웅성거렸다.
“이거 좋은 놈을 뽑으면 승률이 올라가는군.”
“하지만 어차피 도전군주와의 진짜 영지전에서 운으로 올라온 놈은 갈리니 상관없는 것 아니겠어?”
후자에 말한 군주의 말대로다.
-또한, 이번 도전군주 예선에선 점수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이는 어느 정도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만약 고블린으로 오크와 같이 더 높은 수준의 상대를 이겨냈을 시에 더 높은 점수가 부가됩니다.
랜덤으로 몬스터를 소환해서 영지전을 하는 경우라면 사실상 운의 영향도 크게 적용한다.
그에 점수 시스템을 넣은 것 같다.
‘쉽게 말해 약한 놈으로 강한 놈을 이기면 더 많은 점수를 먹는다.’
-추가로 상대방의 몬스터를 죽일 시에 골드가 드랍되어 떨어지고 그 골드를 이용해 몬스터 유닛 구매 혹은 몬스터 강화가 가능합니다.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또 다른 어떤 군주가 그에게 다가왔다.
“안녕…….”
“꺼져라.”
아서는 이번에도 똑같이 답했다.
다름 아닌 그론 군주였다.
하지만 그의 얼굴엔 기고만장함이 보였다.
“전 아서 군주님과 꽤 친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전 많은 자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서 군주님의 소연맹에 들어가 보탬이 되고 싶군요.”
“내가 소연맹을 만든다면 너 같은 머저리는 받지 않아.”
“……후회하실 텐데요?”
“후회는 내가 네 냄새 나는 입 구멍이 열리게 두고 있다는 것에 후회가 되는군.”
“…….”
그론은 입을 다물었다.
아서에겐 사실상 상대할 가치도 없는 자였다.
상대할 가치도 없는 자가 후회하고 해도 아서에겐 감흥도 없다는 거다.
몸을 돌린 그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밟는 거로.’
그는 다른 군주들과 눈을 맞췄다.
이 자리에 자그마치 스무 명의 군주들이 자신의 돈을 받아먹었다.
그들이 자신을 도와 가장 높은 점수를 받게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
아서에게 중요정보열람이 오픈되었다.
‘재밌는데?’
아서는 피식 웃었다.
중요정보열람은 그론의 대부호의 능력이 영지에서 자라는 황금 밀을 만드는 씨앗 때문이라고 알려주었다.
문득 아서는 기발한 생각이 스쳤다.
“그론 군주.”
“……예?”
그론은 의아한 듯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아서가 무언가를 작성하고 있었다.
작성을 빠르게 끝낸 아서는 그것을 내밀었다.
다름 아닌 군주의 서였다.
‘이런 미친 새끼가…….’
군주의 서를 확인한 그론은 미간을 구겼다.
군주의 서에는 그론 군주와 아서 군주 간의 대결에 관련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론 군주가 매수한 자들 VS 아서 개인이 붙는 것이다.
물론 가장 점수가 높으면 승리하는 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보상은 아서가 패배할 시 드래곤 시리즈를, 그론이 패배할 시 황금 밀을 자라게 하는 황금 씨앗을 받는 것이었다.
‘스무 명을 상대한다고?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그론은 기가 찼다.
그에 단번에 서명했다.
어차피 밟으려고 했던 놈이다.
그는 순간 군침이 츄릅 돌았다.
‘드래곤 시리즈라니…….’
군주의 서에 적힌 전설 아티팩트에 대해서 그는 분명히 확인했었다.
군주의 서 작성이 끝나고 곧이어 콜로세움에 있던 모든 군주가 빛에 휩싸였다.
밝은 빛에 눈을 감았다가 뜬 아서는 곧이어 자신의 뒤를 돌아봤다.
소형 영지전인 만큼 아주 작은 크기의 건축물이 놓여 있었다.
가령 예를 들어 작은 성 같았다.
그리고 성에는 하나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 문양에는 몬스터가 그려져 있다.
이 몬스터가 즉, 군주가 구매할 수 있는 유닛을 나타낼 것이다.
자신이 구매할 수 있는 유닛을 본 아서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피이이이!
곧이어 관전용으로 띄운 매 수백 마리가 허공에 날아다녔다.
이 도전군주 예선전은 아스가르드 대륙 전체에 방송된다.
이는 또 다르게는 하나의 즐길 거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
“……X 됐군.”
랄프 군주가 피식 웃었다.
아서의 작은 성에 그려진 문양.
그걸 보자마자 말이 안 나왔다.
아주 최악의 수를 아서는 뽑았다.
“……군주님.”
자베스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녀마저도 이번엔 아서가 큰 실수를 했다는 표정이었다.
모두가 아서 군주와 그론 군주가 군주의 서를 주고받는 걸 보았다.
콜로세움에도 도전군주들과 다른 아스가르드 대륙의 군주들이 볼 수 있는 것들이 관전용 동물들이 즐비했었기 때문이다.
“정말 저 군주 악수를 뒀네요.”
카와르가 입맛을 다셨다.
그때 카일 군주가 웃었다.
“하필이면 뽑아도…….”
***
“그렘린을 뽑았네.”
피식 아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