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2
군주회귀록 172회
무덤에서 튀어나온 몬스터가 땅에 처박히는 순간이었다.
놈의 입에서 초록색 액체가 뿜어져 나왔다.
푸화아아악!
뿜어져 나간 초록 액체는 바알의 몸을 뒤덮었다.
푸쉬이이익!
[바라칸의 최후의 맹독을 맞았습니다.]
[몸을 감싼 버프 능력이 해제됩니다.]
[특수능력 사용 중인 아티팩트가 모두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바알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가 뒤를 돌아봤을 때 요르문간드를 비롯한 병사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다.
바알은 또 다른 아티팩트를 꺼냈다.
살육자의 단맛 껌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아티팩트다.
자그마치 에픽 아티팩트.
하지만 실제로 살육자의 단맛 껌보다 훨씬 뛰어나다.
살육자의 단맛 껌의 경우 100마리를 때려죽이면 그때부터 타격마다 1%씩의 데미지가 붙는다.
하지만 이 아티팩트는 다르다.
타격시 곧바로 1%씩의 모든 스텟+1% 상승 효과가 있다는 것.
퍼퍼퍼퍼펏!
바알의 스킬 중 하나가 발동되었다.
순식간에 오십여 번의 데미지를 먹이는 특수 스킬이었다.
알도르를 노리는 거대 동상에게 주먹을 찔렀다.
콰콰콰콰콰쾅!
[모든 스텟이 1% 상승합니다.]
[모든 스텟이 1% 상승합니다.]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
그와 동시에 거인 동상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거인 동상의 몸속 안에 숨겨져 있었던 작은 돌조각이 밝은 빛을 흩뿌리며 바알을 집어삼켰다.
[모든 버프 능력이 해제됩니다.]
“……빌어먹을!”
이 던전은 철저히 자신을 사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바알은 그 사실을 알았다.
이 빌어먹을 던전!
그리고 바로 그때.
촤아아앗!
허공에서 휘두른 알론의 채찍이 알도르의 목을 휘어 감았다.
히히히히힝!
지옥마가 맹렬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심장 하나가.’
바알은 위험을 직감하고 알도르를 향해 달리려고 했다.
그 앞을 남아있는 거대 동상 하나와 무덤에서 튀어나온 몬스터 두 마리가 막아섰다.
남아 있던 마룡군들은 어느덧 놈들에 의해 갈가리 찢겨 죽어 있었다.
“빌어먹을.”
바알이 중얼거렸다.
***
아서는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앞을 막아선 거대 동상과 몬스터 두 마리를 향해 바알이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푸화아악
얼마 지나지 않아 몬스터 두 마리가 땅에 처박혔다.
바알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특수능력을 발동한 것이다.
그리고 그가 몬스터를 땅에 처박는 순간.
또다시 아티팩트를 제한하는 힘이 몬스터에게서 흘러나와 바알을 감쌌다.
-이딴 비겁한 수 그만 부려라!
바알의 외침이 들렸다.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제 그만 자신이 나갈 때다.
그 생각을 끝낸 찰나.
바알은 어느덧 남아있는 몬스터 하나와 거인형 몬스터 하나를 죽였다.
***
알론은 마른 침을 삼켰다.
‘완전 미친놈 아니야, 저거…….’
그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아티팩트의 능력을 떠나서도 그의 전투능력은 추정을 불허했다.
말 그대로 엄청난 놈이, 엄청난 힘을 발현한다고 할 수 있었다.
알론이 탄 지옥마가 슬슬 뒷걸음질 쳤다.
두려운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때.
공간이 찢어지며 열렸다.
찢어진 공간에서 나오는 아서를 보며 바알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네놈이었어…….”
바알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루톤의 경매장에서 만났던 자.
그 인간이었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아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알론에게 물러나라고 제스처를 취했다.
그의 아티팩트는 현재 대부분 해지되었다.
설령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무력화할 방법이 자신에겐 충분히 있었다.
아서는 일부러 자신의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소환을 하지 않았다.
‘만약 오늘 바알을 죽이지 못한다면…….’
전력을 내보이는 꼴이 된다.
또한, 어차피 그 혼자서 충분한 싸움이라는 판단이 들기도 하였다.
“정당하구나.”
바알은 그에 피식 웃었다.
그가 어떠한 수도 쓰지 않고 자신과 1 : 1로 싸우려고 할 줄은 몰랐다.
물론 아티팩트의 제한을 무수히도 많이 받기는 하였다.
하지만 자신은 바로 바알 대군주였다.
대군주 중 가장 뛰어난 무력을 가졌다.
그 소문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가 한 걸음 아서를 향해 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이어.
파앗!
맹렬한 속도로 아서를 향해 공격해 들어왔다.
던전을 준비하는 3개월.
그 3개월 동안 아서는 다른 것을 준비하면서도 꾸준히 자신을 성장시켜왔다.
퀘스트를 하던가, 혹은 성장의 별을 이용해 자신과 동급 혹은 이상의 몬스터를 잡아서 경험치를 올리던가.
거기에 더해져.
그 3개월 동안 아서의 영지는 만렙을 찍었다는 거다.
파앗!
날카롭게 찔러져 들어오는 검을 아서는 무미건조하게 몸을 비틀어 피해냈다.
바알의 검이 아서를 쫓아 움직였다.
탱!
가뿐히 쳐냈다.
그다음.
태태태태탱!
두 사람의 병장기가 빠른 속도로 부딪치기 시작했다.
‘대, 대단해…….’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알론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의 공격이 보이지도 않을만큼 빨랐다.
그리고 어느 순간.
퍼지익!
아서의 창끝이 바알의 복부를 흩고 지나갔다.
검은 피가 꿀렁이며 흘러나왔다.
“이런……!”
그가 욕설을 지껄이며 다시 달려든 순간.
파앗!
아서가 움직였다.
짜악!
바알의 뺨을 후려쳤다.
“……이런 빌어먹을 새끼가!”
그의 눈이 독기로 가득 찼다.
그와 반대로 아서의 눈은 한없이 차가웠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있었다.
3분 30초.
짜악!
뒤로 물러난 바알은 치아를 꽉 물었다.
“이런 개…….”
“닥쳐.”
짜악!
때리고 또 때리고.
계속해서 뺨을 후려쳤다.
바알은 어느덧 벽 뒤까지 물러나 있었다.
공격을 시도하면 막히거나 피해내고 아서는 뺨을 때렸다.
마치 감히 네가 대항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조롱하고 있었다.
남들이 본다면 아주 깜짝 놀랄만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짜악!
“큽!”
그는 이를 악물고 비명을 토하려 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벽에 막힌 그의 뒤통수가 벽과 부딪쳤다.
아서가 다시 손을 들어 올린 순간.
움찔!
바알이 눈을 감으며 몸을 웅크렸다.
그 모습을 아서는 차갑게 내려보았다.
그러다가 이내.
피식.
“새끼, 쫄았네?”
“기필코 이 치욕을…….”
“닥치라고.”
짜악!
무력했다.
바알은 자신이 무력하게 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서는 무차별적으로 계속해서 패기 시작했다.
‘바알은 뛰어난 전투 능력을 가졌다. 하지만 아직 또 다른 대군주의 권능을 가지기 전이다.’
그 대군주의 권능은 바로 전투의 신 권능.
그 권능을 가지는 순간 지금의 아서는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아티팩트마저 모조리 묶여버린 지금의 바알은 아서가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는 거였다.
짜악!
뺨을 한 대 맞은 바알이 뒤로 주르륵 쓰러져 내렸다.
아서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내려다봤다.
바알이 입에서 붉은 피를 뿌렸다.
“끝나지…… 않았다…….”
푸화아악!
아서의 창이 이내 망설이지 않고 그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투욱-
데구르르르-
그의 머리와 몸이 분리되었다.
‘……역시.’
아서는 그의 말에서 직감했다.
오늘 그를 죽이는 것은 실패했다.
그의 마지막 말은 후일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즉, 또 다른 심장을 가진 본체가 있다는 의미일 거다.
이어서 들려온 알림.
[대군주의 권능. 심장 포식자의 심장들을 파괴하셨습니다.]
[바알 대군주의 본체가 50일 동안 숙면에 빠져듭니다.]
[대군주의 권능 심장 포식자를 약탈하셨습니다.]
[약탈 리스크가 생성됩니다.]
[심장은 오로지 딱 하나만 추가로 가질 수 있습니다.]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그는 알론을 돌아보았다.
“잘 찍혔겠지.”
그리고 아서는 이걸로 끝내지 않았다.
아서의 말에 곧이어 던전 뒤에 숨어져 있던 드론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드론은 아서가 대군주 바알을 철저히 짓밟고 무차별적으로 팼던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 영상을 아서는 마계에 뿌릴 것이다.
바알 대군주가 빠져든 50일의 수면시간.
그의 발목을 또 한 번 잡았다 할 수 있다.
거기에 그의 무한한 생명줄과 같았던 심장 포식자를 파괴했다.
아니, 오히려 이젠 아서의 것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거다.
곧이어 알론은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공략대가 던전 공략에 실패합니다.]
[경험치를 합산합니다.]
던전 마스터는 적들을 끌어들여 죽여서 골드와 아티팩트, 경험치를 얻는다.
알론은 엄청난 양의 경험치가 들어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룡군과 바알이 죽어 나간 자리에 아티팩트가 드랍되어 있었다.
아서는 약 400만 골드가 떨어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룡군들에게서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닌, 크라디늄이라는 광물로 만들어진 갑옷과 무기들이었다.
이 크라디늄은 마계에서도 최상급에 꼽히는 아주아주 희귀한 광물이다.
아스가르드 대륙에서 치자면 아만타디움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거다.
그 외에도 바알과 마룡군은 상당히 많은 것들을 남겼다.
이 정도면 그동안 들인 정성 만큼에 대한 뽕은 뽑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알론. 수고했다.”
“그는…… 결국 죽이는 데 실패하신 겁니까?”
알론의 질문에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기회는 금방 찾아온다. 이제 놈의 목숨은 딱 하나만 남았어.”
하나만 남은 목숨.
그 목숨을 앗아가면 그를 완전히 지워낼 수 있을 것이다.
***
바알 대군주의 블레이크 영지.
알도르 대리인이 죽은 후 곧바로 그 일을 위임받은 자는 또 다른 마족 벨로스였다.
벨로스 또한 전술 전략에 꽤 능통한 마족이라 불린다.
벨로스는 마족 군주 바알이 사용했던 침실로 들어갔다.
침실에 위치해 있는 벽장을 밀었다.
그러자.
쿠르르르르-
안쪽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통로로 들어간 벨로스는 곧이어 거대한 원형의 투명 유리 벽 안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몸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마족 군주 바알을 볼 수 있었다.
‘대군주 바알 님의 심장을 모두 파괴한 자라니…….’
도대체 어떤 자일까.
현재 모든 대군주들과의 연락을 끊었다.
이유는 ‘휴식’이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하지만 토를 다는 이는 없었다.
그만큼 바알 대군주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작은 한숨을 쉰 벨로스가 밖으로 나왔을 때 갑자기 다급하게 뛰어오는 한 마족이 있었다.
마족 근위대장 자스였다.
“벨로스 대리인님. 큰일 났습니다.”
“뭔가.”
자스는 지체하지 않고 하나의 영상을 오픈했다.
“한 마족이 주운 이 영상이 급속도로 마계뿐만 아니라, 천계, 용계까지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곧이어 영상이 틀어졌다.
그 영상을 본 벨로스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새끼, 쫄았네?
그 안에는 한 인간이 마족 군주 바알의 뺨을 때렸고 잔뜩 몸을 웅크린 바알이 있었다.
“비, 비상사태다. 마, 막아……! 영상 모두 막으라고! 어떤 것을 동원해서라도 막으란 말이야!”
벨로스는 다급할 수밖에 없었다.
50일 후 바알 대군주가 깨어나 이 모습을 본다면?
아마 그의 성격상 참을 수 없는 치욕을 겪게 될 것이었다.
생각만 해도 벨로스로서는 마른 침이 꿀떡 삼켜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날.
그 영상은 모든 종족에게 뿌려졌다.
그들은 차마 내색은 할 수 없었지만 바알 대군주가 맞는 모습을 보며 놀라워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의아해했다.
대군주 바알을 두드려 팬.
아직 도전군주도 아닌 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