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1
군주회귀록 171화
폭발의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일반 던전이었다면 진작에 무너져 내렸을 지도 모른다.
바알 군주를 겹겹이 쌓았던 마룡군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뇌수를 비롯한 장기가 사방에 흩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틈에서 폭발의 여파에 휘말렸던 바알의 모습이 드러났다.
얼굴이 끔찍한 화상에 뒤덮인 바알의 모습은 처참함 그대로였다.
한쪽 팔은 폭발에 휘말려 사라져 피가 흘러내렸고 몸 곳곳에는 폭발의 잔해물이 박힌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는 무미건조하게 쓰러지는 마룡군의 시체를 바라봤다.
이번 충격으로 죽은 숫자가 자그마치 서른이었다.
또한, 약 열댓의 마룡군은 전투를 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끄으으으으…….”
“커허억…….”
바닥에 널브러져 바닥을 구르는 마룡군은 팔이 날아가거나 복부가 관통되어 장기가 쏟아지거나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우, 우웨에에엑!”
천족 라마시가 토악질을 해댔다.
그녀는 찰나의 순간 방어막을 형성하여 살아남을 수 있었다.
곧이어 뚜벅뚜벅 바알 군주가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구, 군주님…….”
바알은 당장 전투 불능처럼 보였다.
아니, 당장 숨이 넘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이었다.
라마시는 천족 대군주가 바알 군주에게 선물로 준 SS급 유닛이었다.
아서가 가진 버프의 신 아리스와 버금가는 버프의 여왕 라마시.
대천사 미카엘의 딸이라고도 불렸다.
그리고.
푸화아악!
“구, 군주님……?”
라마시는 천천히 밑을 내려다봤다.
그곳에 자신의 왼쪽 가슴을 뚫고 지나간 바알의 성한 한쪽 팔이 자신의 심장을 움켜쥐고 있었다.
곧이어.
푸화아아악!
바알은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뽑아냈다.
두근두근-
뽑혀 나온 심장은 놀랍게도 여전히 힘차게 뛰고 있었다.
바알은 그 심장을 망설이지 않고 입으로 가져갔다.
우적!
우적!
우적!
씹기 시작했다.
핏물이 입가에 묻었지만 개의치 않아 했다.
그러자.
[대군주의 권능. 심장 포식자가 발동됩니다.]
[하나의 심장을 먹으셨습니다.]
입가를 쓰윽 닦아낸 바알의 몸의 상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팔이 사라진 부위가 꾸물꾸물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어.
푸화악!
팔이 생겨났다.
탱그랑-
탱그랑-
몸 곳곳에 박혔던 잔해들도 재생된 피부에 밀려나 바닥에 떨어졌다.
우두둑.
두둑.
몸의 뼈를 푼 바알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끄으으으…….”
“구, 군주님…… 사, 살려주십시오…….”
마룡군들이 애절한 눈빛을 보냈다.
“일어나라. 앞으로 나아간다. 너희를 치료해 줄 수 있는 자는 이제 없다.”
“끄으으…….”
“으으…….”
몇몇 마족들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부들부들 떨면서도 그의 옆에 섰다.
바알은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일어나려고 해도 일어나지 못하는 자들을 봤다.
그 시선을 본 쓰러진 마족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곧이어 그 앞으로 다가간 바알은 일어나지 못하는 마족의 목에 힘껏 검을 박아 넣었다.
푸지익!
거칠게 뽑아낸 바알이 말했다.
“편히 보내줘라.”
“예!”
함께 하지 못하면 버린다.
그게 바로 바알이었다.
마룡군들이 일어나지 못하는 마족들의 목을 찔렀다.
푹!
***
“……도대체가.”
알론은 그 끔찍한 광경에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저게 바로 바알이다.”
아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꼬리 하나를 자르는데 성공했어.”
“저 여인이 꼬리 중 하나였던 겁니까?”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녀 아리스만큼이나 뛰어난 버프 능력자인 라마시.
대규모 전투에서 꽤나 애를 먹게 했던 여인이었다.
또한, 그녀는 말 그대로 바알 군주가 가진 또 다른 꼬리 중 하나였다.
바알 군주가 가진 또 다른 대군주의 권능.
바로 심장 포식자.
이 심장 포식자는 갈수록 성장하여 개수가 늘어간다.
미래에는 자그마치 다섯 개가 넘어갔다.
지금은 몇 개를 보유했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하나, 확실한 것은 있었다.
‘보유한 심장 중에서 하나가 파괴되면 그 하나를 다시 가지기 위핸 두달이 소요된다.’
대군주의 권능 심장 포식자는 정말 사기적인 능력이다.
대군주 바알을 불사의 바알이라고 불리게 만들었을 정도의 대군주의 권능.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본인이 가진 심장을 제외한 그가 심어놓은 다른 심장들을 모두 사용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대군주의 권능 심장 포식자는 완전히 소멸하여 사라지게 된다는 거다.
또한, 심장은 바알이 아끼는 수하들에게 이식되어 있다.
버프의 여왕 라마시와 같은 자들.
일단 아서는 버프의 여왕 라마시를 쳐냈다.
그 다음에 노리는 것은 바로.
‘알도르.’
꼬리를 모두 잘라내고 진짜 심장을 갈라낸다.
아서의 최종목표.
여전히 바알은 건실하게 나아가고 있었다.
***
바알과 마룡군은 던전 안으로 계속해서 들어오기 시작했다.
들어오는 동안 수준 높은 몬스터들과 트릭들을 만났지만 바알은 건실했다.
지글지글-
바알의 앞으로 노릇노릇 익어가는 키메라 고기가 있었다.
방금 전 그가 사냥한 키메라는 오우거였다.
일반 오우거와는 그 격이 다른 만들어진 키메라.
그와 함께 또 다른 트릭이 발동되었다.
‘가져온 식량과 물을 취할 수 없다.’
이것이 트릭이었다.
그리고 알도르는 예측했다.
“이제 곧 보스방에 도달합니다.”
현재 생존한 마룡군의 숫자 열둘.
그들이 하나같이 S급 유닛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이 던전은 끔찍하리만큼 강하고 말도 안 되는 던전이었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키메라 고기의 흉측한 다리살을 단검으로 도려낸 바알은 알도르의 말에 고개만 끄덕이며 뜯었다.
찌이익-
‘배고픔 따위야.’
무엇을 먹든 전투전에 단백질 보충은 중요하다.
또한, 보스방에 곧 도달하는 것이기에 그동안 소화도 어느 정도 될 것이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서 나아간다.
아직도 바알은 침착함을 잊지 않았다.
우물우물
고기를 씹던 바알은 곧이어 무언가 맛이 이상함을 느꼈다.
혀끝에 알싸하게 퍼지는 그 맛.
그 맛에 바알은 그것을 퉷 하고 뱉어버렸다.
“빌어먹을 이 던전 주인은…….”
독이었다.
키메라 고기에 독이 들어가 있던 것이다.
“모든 것을 내다보는구나.”
이렇게 불쾌한 자는 살아생전 처음이었다.
또한, 이렇게 자신을 화나게 만드는 자도 처음이었다.
도대체 이 던전 끝의 주인은 누구란 말인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바알은 자신의 말에 고기를 놓는 남은 마룡군을 바라봤다.
“곧바로 보스방으로 진입한다.”
이제 그 낯짝 좀 보자.
***
아서와 알론의 눈이 마주쳤다.
끄덕.
끄덕.
서로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 마스터를 옭아맨 규율상 적이 보스방까지 들어왔는데, 숨어있을 수는 없었다.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지만 했다.
알론은 아서가 임시로 준 지옥마 위에 올랐다.
그다음 몬스터의 뼈로 만들어진 하얀 색 가면과 채찍을 들었다.
알론은 주로 채찍을 사용했다.
아서는 그동안 그의 던전 마스터 훈련을 하면서도 밤낮으로 계속된 수련을 시켰다.
알론은 상당히 잘 따라와 주었다.
“군주님, 혹시라도 제가 죽게 되면…….”
“헛소리 그만하고 나가라.”
찰싹-
“히히히히힝!”
알론의 말을 아서는 듣지 않고 지옥마의 엉덩이를 때렸다.
아서는 확신했다.
그는 죽지 않을 거다.
그리고 자신도 이 싸움에 참전할 거다.
아서에게 부여된 시간은 고작 5분.
딱 5분만 출전할 수 있다.
아서는 이 던전의 소유권을 알론에게 넘겼다.
본래의 소유권자이기는 하였으나 현재는 아니라는 거다.
관전은 허용이 돼도 참가는 이야기가 달랐다.
그래도 다행히 만물자 카르스를 통해 한 달에 한 번 받을 수 있는 특수한 물품을 통해 얻어낸 ‘던전 침략자’ 덕분에 5분이 허용된 거다.
‘알론은 바알을 이길 수 없다.’
그것은 기정된 사실과 같았다.
하지만 그는 죽지 않을 거다.
‘내게 주어진 5분.’
그때가 기회였다.
***
보스방에 입장한 바알은 주변을 둘러봤다.
7m 크기의 거대한 동상 두 개가 세워져 있었는데, 기사였다.
그리고 그 앞으로 세 개의 커다란 무덤이 세워져 있었다.
‘이곳이 SSS급 던전의 끝.’
그는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그 순간.
콰르르르르르!
거대한 번뇌가 동상과 무덤에 내리쳤다.
끼이이익-
쿠웅.
두 개의 동상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퐈지이이익!
퐈지이이익!
무덤의 안에서 거대한 몬스터 세 마리가 뛰쳐나왔다.
처음 보는 놈들이었다.
하지만 바알은 직감할 수 있었다.
적어도 저놈들은 7성 이상의 몬스터들이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그때.
히히히히히힝!
거대한 말의 울음소리가 주변에 퍼져나갔다.
곧이어 허공을 가르며 거대한 흑마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쿠쿠쿠쿠쿠쿠!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의 기세 하나만으로도 던전 전체가 진동하는 것만 같았다.
‘내 임무는…….’
바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아서도 확신하듯 말했다.
‘그가 가진 능력 대부분을 소진하게 하는 거다.’
딱 거기까지.
아직도 바알은 숨기고 있는 특수한 능력이 많았다.
푸화아아아아악!
지옥마의 입에서 거대한 화염이 뿜어져 나갔다.
척척척척!
빠르게 앞으로 나선 마룡군은 재빠르게 방패를 소환했다.
마룡군은 놀랍게도 방패를 소환할 수 있기까지 하였다.
유닛이라는 걸 생각하면 참으로 경악스러운 자들이다.
퐈아아아아아!
지옥마의 화염이 그들의 검은 방패를 뚫지 못하고 소멸되어 사라졌다.
곧이어.
끼이이이-
콰지이이익!
거대한 동상이 힘껏 무기를 내려찍었다.
자연스럽게 모두가 뒤쪽으로 피했다.
바알의 손가락에 뱀의 반지가 움직였다.
촤라아아아아-
촤라아아아아-
수백 마리의 뱀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쩌저저적!
곧 그 뱀들이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거대해진 뱀들은 다리가 생겨나고 팔이 생겨났다.
곧이어 누런 눈을 끔뻑거리는 그들의 앞으로 매혹적인 여인 하나가 서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요르문간드의 소환 반지.
유물 아티팩트 중 하나.
바알은 이렇듯 많은 것을 독식하고 있었다.
요르문간드는 SS급 유닛으로 나타날 때 A급으로 추정되는 수백 마리의 뱀병사와 함께 나타난다.
보스방을 두고 바알은 그것을 아끼고 있었던 거다.
바알은 말하지 않고 손을 움직였다.
손가락 두 개로 뒤쪽의 거대 동상을 가리킨다.
마룡군과 요르문간드가 눈빛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이어.
수우우우웅!
거대한 거인 동상이 검을 휘두르는 것을 시작으로 모두가 동시에 튀어나갔다.
그리고 바알은.
파아아앗!
세 개의 무덤에서 튀어나온 괴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첫 번째를 사용했다.’
알론은 계산을 시작했다.
본분을 잃지 않는다.
크게 나서지 않는다.
아서가 당부한 것.
그를 이행한다.
“히히히히힝!”
거대한 지옥마는 여전히 허공 위를 달렸다.
푸화아아악!
바알의 손가락이 끼워진 반지 중 하나의 숫자가 바뀌어 ‘5’를 나타냈다.
‘아서 군주님은 놈이 모든 걸 보스방에서 퍼부을 거라고 하셨지.’
보스방을 깨면 던전을 빠져나갈 수 있다.
그는 불변의 법칙.
반지의 숫자가 5가 되는 순간, 바알의 공격력은 1.5배 상승한다.
‘도대체 가지고 있는 아티팩트, 능력이 몇 개야.’
알론은 그런 생각을 하며 채찍을 휘둘렀다.
촤아앗!
가뿐히 피한 바알은 엄청난 속도로 나아갔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푸슈유유육!
찰나의 순간에 보스몹 하나를 때려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