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
군주회귀록 170화
바알이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알도르는 곧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보면 너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니까.
바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지만, 우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룡군이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아서와 알론은 보스방의 한 켠에서 함께 홀로그램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곧이어 유적의 기사들이 나타났다.
유적의 기사들은 7성의 몬스터로 지정된 범위 안에 들어가면 움직이게 된다.
이를 아서는 ‘거룩한 신전’이라는 곳에서 얻어서 데리고 왔다.
유적의 기사들의 숫자는 총 서른이었다.
파아아앗!
사르르르르!
동상 형태의 3m 크기의 유적 기사들이 후두둑 무너져 내렸다.
체계적으로 빠르게 알도르의 지휘하에 움직이는 마룡군은 경악스러울 만큼 강했다.
‘수천, 수만 번 합을 맞춰본 것 같은 느낌이야.’
알론은 그를 보면서 생각했다.
아직 초입부였지만 어째서 아서가 바알과 그들을 호락호락하게 보면 안 된다고 한지 이해가 된다.
그리고 여전히 바알은 뒷짐을 진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그들은 안쪽 깊숙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던전에 설치된 트릭, 그리고 마족 군주 바알이 가져온 것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계속 그들은 안쪽으로 들어온다.
여전히 피해는 0명이었다.
아서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드디어 입을 뗐다.
“이제 시작이다.”
아서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그 순간.
푸화아아아악!
던전 한 편에서 화살 수천여 발이 날아갔다.
* * *
푸화아아!
푸화아아아!
쏟아지듯 뿜어지는 화살들을 보며 바알과 마룡군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타타탓!
바알도 드디어 움직였다.
그저 가만히 서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어 짙은 마기가 주변으로 뿜어져 나갔다.
수화악!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뻗어 나간 마기들이 날아오는 화살의 힘을 잃게 만들어 떨어진다.
그러한 화살이 자그마치 천 발이 넘었다.
그리고 나머지 화살들은 발 빠르게 움직인 마룡군들이 쳐냈다.
태태태태태!
태태태태태!
수천 발의 화살 앞에서도 한 발을 허용하지 않는 그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때.
수천 발의 화살 틈에 섞인 검은 색 화살이 그 틈에서 쏘아져 날아갔다.
순간적으로 다른 화살들보다 가속력이 붙은 그 화살은 수천 개의 화살 틈에 섞여 일반 화살로 착각될 정도였다.
그리고 이어 그 화살은 터져나가며 수백여 개의 화살로 쪼개졌다.
그리고 유도탄처럼 마룡군을 향해 뻗어 나갔다.
“헉……!”
알도르가 화살 한 발이 자신에게 날아오자 깜짝 놀랐다.
그 순간 바알이 화살을 단숨에 갈라냈다.
파파파파팟!
잠깐의 움직임으로 무수히 많은 검은 화살을 쳐냈다.
“포, 폭살……!”
그리고 저 무기가 무엇인지 알도르는 알았다.
바로 폭살이라는 공성 무기다.
이도 그들이 그레모리에게 건네준 것이다.
푹-
푹-
푹-
“끅!”
“윽!”
몇몇 마룡군이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몸에 허용했다.
하지만 화살 몇 발쯤이야,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
더군다나, 바알 군주의 마룡군에는 뛰어난 버프 능력자도 있었다.
바로 천족 라마시였다.
그라면 곧바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불룩불룩.
화살이 맞은 그들의 몸이 급격히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폭살은 직격 하는 순간 몸이 부풀어 오르고 폭발한다.
그 폭발은 생각보다 엄청나 반경 5m 주위의 것은 대부분 집어삼킬 수 있다.
“…….”
파앗!
푸슈유육!
한 마족의 목이 날아갔다.
그곳엔 바알이 있었다.
수우우욱!
푸슈유육!
푸슈유육!
푸슈유유육!
바알은 쉴 새 없이 폭살에 맞은 마족들을 베어냈다.
그들의 피가 허공에 솟구쳐 오른다.
하지만 바알은 무미건조했다.
그리고 그들의 부풀어 올랐던 부위도 빠르게 가라앉았다.
폭살은 죽기 전에 터져야 효과를 발한다.
만약 죽는다면 그 효과가 발현되지 않는다.
아끼는 수하 다섯의 목을 단숨에 쳐냈음에도 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크화아아아!
크아아아아아!
크르르르르!
거대한 괴성이 들려왔다.
쿵쿵쿵쿵쿵!
던전 전체가 진동할 정도로 거대한 발길질이었다.
갈수록 바알의 얼굴이 찌푸려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모습을 드러낸 것은.
“크르르르!”
“크라아아아!”
“크랴아아아!”
켈베로스였다.
“……!”
“……!”
알도르와 바알의 눈이 마주쳤다.
“그 X년이…….”
알도르는 자신도 모르게 바알의 앞에서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야 확신할 수 있었다.
그자는 퀘스트를 주는 NPC가 아니다.
그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은 이제껏 이용당한 거다.
‘룬의 눈물, 천만 골드 이상에 육박하는 특수 물품, 공성 무기…… 우리는 모두 적에게 주었다.’
자신들은 함정에 빠졌다.
그리고 그 함정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우리들의 것이었다는 거다.’
이런 빌어먹을 상황이 또 어딨겠는가.
결정적으로 자신들은 자그마치 3개월을 굴렀다.
바알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곧이어 뒤를 흘끗 돌아봤다.
마룡군은 침착하게 전투준비를 끝마쳤다.
켈베로스는 8성의 몬스터라는 사실이다.
결코 바알 군주도 쉬이 상대할 수 없는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타타타탓!
바알이 거친 포효를 터뜨리는 켈베로스를 향해 달려나갔다.
그 뒤를 이어.
마룡군이 발 빠르게 뒤따랐다.
* * *
가관.
딱 그 말이 맞을 것이다.
이제까지 자신들이 그레모리에게 상납을 해왔다는 것, 또 그것들이 자신들 목을 조이게 되었다는 것을 안 그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가관이다.
아서는 침착하게 수정구를 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말했다.
“이곳에서 첫 번째 꼬리를 잘라낼 것이다.”
“예.”
알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알은 대단했다.
알론이 신음성을 크게 삼킬 정도였다.
검에서 일렁이는 거대한 마기.
검으로 힘껏 켈베로스를 후려친 순간이었다.
콰자아아악!
그 육중한 크기의 켈베로스가 뒤로 날아갔다.
콰지익!
후두두둑!
던전의 일부가 무너져 내리며 돌무더기에 켈베로스가 삼켜졌다.
* * *
푸화아아악!
돌무더기를 비집고 뛰쳐나온 켈베로스의 한쪽 입에서 거대한 화염이 솟구쳤다.
1,200도라는 용암보다도 더 뜨거운 화염이었다.
“끄아아아악!”
마룡군 하나가 화염에 집어 삼켜져 온몸이 녹아 내려갔다.
눈부터 시작해, 피부가 녹아 내려가 이내 뼈까지 녹는 모습은 참으로 끔찍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바알은 침착했다.
‘이놈을 잡기 위해선…….’
켈베로스는 총 세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 놈이었다.
바알은 켈베로스의 반지를 얻기 전에 그를 사냥한 적이 있었다.
그것이 반지를 얻는 조건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곳에서 첫 번째 대군주의 권능을 사용했다.
바로 절대 무적자다.
절대 무적자는 한 번 발동되면 단 하나의 유닛, 혹은 군주를 지정할 수 있다.
지정 후에 그자가 죽을 때까지 공격을 가할 수 있으며 그자가 죽는 즉시 절대 무적자는 해제되며 죽지 않아도 5분이 지나면 해제된다.
이 절대 무적자 상태 동안 모든 공격력X1.5배 상승을 얻어내며 방어력은 무한이 된다.
대신에.
이 절대 무적자가 풀리는 순간 모든 방어력이 평소보다 0.5배로 떨어지게 되며 공격력은 0.8배로 하락한다.
바알은 마룡군들에게 눈짓했다.
그들은 시키지 않았음에도 빠르게 던전 깊숙이 들어갔다가 빠르게 빠져나왔다.
“없습니다.”
“앞쪽에 트릭도, 몬스터도 없습니다.”
바알은 그제야 어느 정도 안심했다.
만약 절대 무적자가 해지된 상태에서 적들이 나와 버린다면 바알로서도 난감해진다.
특히나, 만약 켈베로스 같은 녀석이라면 더더욱.
푸화아아악!
대군주의 권능.
첫 번째. 절대 무적자가 발동되는 순간이었다.
검은 마기가 그의 주변으로 넘실거렸다.
퐈학!
켈베로스의 한쪽 머리가 뿜어낸 거대한 얼음 브레스가 주변의 공기마저 얼리며 뻗어왔다.
빠지지지직!
하지만 바알은 망설이지 않고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으으으!”
뒤쪽에 피하지 못한 마룡군은 단숨에 얼어붙어 버렸다.
콰아앙!
“깨개갱!”
바알의 주먹이 켈베로스 한 놈의 머리를 후려치자 놈이 비명을 토했다.
멈추지 않고 그는 또 다른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푸화아아악!
머리와 목이 분리되며 켈베로스의 머리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곧이어.
푸화아아아!
[켈베로스의 저주를 받았습니다.]
[본인을 제외한 아군의 모든 능력치가 20% 하락합니다.]
켈베로스의 또 다른 특성이었다.
하지만 바알은 절대 무적자에 의해 포함되지 않았다.
푸화아악!
또 다른 머리를 베어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머리의 목에 손을 뻗었다.
분명히 바알의 손으로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넓은 목이었지만 꿈틀거리는 마기가 그의 손 움직임에 따라 목을 잡아챘다.
그리고.
우두두둑!
비틀어 버렸다.
푸확!
벽에 던져버린 바알.
그 순간.
그를 감싸고 있었던 절대 무적자가 해지되었다.
[지정된 자를 죽임으로써 절대 무적자가 해지됩니다.]
[절대 무적자 사용 부작용으로 인해 모든 방어력이 50% 하락합니다.]
“후우…….”
바알이 작게 숨을 고르는 바로 그 순간.
뿌드드드득-
바알의 고개가 천천히 위로 돌아갔다.
“설마…….”
“헉!”
바알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천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오르콘이 특수 제작한 천장.
바로 그 위로 몬스터들이 숨어서 대기하고 있었다.
바알은 절대 무적자를 사용했었다.
그로 인해 방어력 –50%, 공격력 20%.를 얻은 상태라는 거다.
“……X 같군.”
바알은 와락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알도르는 빠르게 계산했다.
“모, 모든 게 계산된 상황이었던 겁니다. 군주님의 바로 위에 몬스터들을 숨겨놓고 절대 무적자를 사용하기를 기다린 거란 말입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절대 무적자의 정체를 안단 말이냐!”
“문제는 정말 위에서 몬스터라도 쏟아진다면…….”
그 말을 채 끝맺기 전이었다.
갑자기 켈베로스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부으으으으으
“……!”
“……!”
바알이 미간을 꿈틀거렸다.
마룡군은 말하지 않아도 뒤쪽으로 몸을 날리는 바알 군주를 따라 빠르게 뛰었다.
그리고 그의 옆을, 앞을, 뒤를 겹겹이 쌓았다.
또한, 그들 중 약 열댓은 알도르를 그처럼 감싸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터지기 전에, 바알은 자신의 아티팩트의 능력 중 하나를 발동했다.
“무력화.”
어떤 것이든 딱 하나의 힘을 무력화시킬 힘으로 한 달에 한 번 사용가능한 아티팩트.
그가 가진 희귀한 것 중 하나였다.
파아아앗!
그의 손에서 붉은빛이 뻗어 나가 부풀어 오르던 켈베로스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켈베로스의 부풀어 올랐던 몸이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휴…….”
바알의 몸을 감쌌던 마룡군 중 하나가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하지만 곧이어.
부우우우우-
다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알도르가 중얼거렸다.
“X, X팔…… 두, 두 개 숨겨 놨어…… X됐다…….”
그랬다.
아서는 미리 그가 가진 아티팩트 중 하나를 사용할 것을 예상했던 것이다.
그것을 알고 정확히 두 개를 숨겨놓았던 것.
콰아아아아아앙!
거센 폭발이 주변을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