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
군주회귀록 166화
타타타타타타탓!
뒤쪽에 있던 발카스 영지의 병력은 카르스와의 전투에서 얻었던 켄타우르스 족 명마부대의 등 뒤에 올라 빠르게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피의 학살대와 강철부대로 이루어진 아서의 뒤를 쫓는 선두는 그 위로 발카스 영지의 문양이 박힌 깃발을 흔들며 그 위엄을 뽐냈다.
푸화아아아악!
푸슈육!
푸슈유육!
말 위에 탄 병력이 달리면서도 계속 활을 쏘기 시작했다.
푹!
“취이이익!”
“으아아악!”
아서도 등 뒤에 맨 화살 통에서 계속해서 화살을 장전하여 쐈다.
그때마다 불길 속을 비집고 튀어나오려는 녀석들이 속속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우회해라!”
“예!”
발카스 영지의 병력이 불길을 우회하여 양옆으로 나뉘었다.
그들은 불길 사이에서도 비집고 나오려는 자들을 화살로 죽이거나 혹은 창으로 찔러 죽였다.
뒤쪽에서 쫓아오던 유닛들도 빠르게 전장에 녹아들었다.
“대, 대단하다…….”
“단번에 사기를 끌어 올렸어.”
“저자들 싸우는 것 좀 봐…….”
다른 영지의 유닛들은 감탄에 감탄을 그치 못했다.
강철부대, 거기에 더해져 피의 학살대 이들은 그 급보다 훨씬 노련하고 숙련된 자들이다.
그들의 신출귀몰한 움직임에 다른 유닛들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푸화아아앗!
막 밖으로 뛰쳐나오려는 오크 하나를 베어 넘긴 아서는 어느덧 불길이 잠잠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히히히히히힝!
아서가 탄 말이 앞발을 치켜들었다.
말이 지체하지 않고 불길 속으로 뛰쳐 들어갔다.
속성 방어력이 100이 넘는 드래곤 시리즈는 불길 속에서 온몸을 보호해준다.
“발카스 영지의 병력을 제외한 전 병력은 후방에서 공격한다!”
“예!”
척척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발카스 영지의 병력도 빠르게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들이 입은 흑빛 갑옷.
속성 방어력에 특화되었다는 광물 아만타디움으로 만들어낸 갑옷이 아니던가!
푸화아아악!
“크헤에에엑!”
푸지이익-
“꺼헉!”
불 안에 남아 있던 모든 병력이 처리되었다.
먼 곳에 꽁무니가 빠지게 후퇴하는 약 300의 병력이 보였다.
불길 속에서 벗어난 아서는 활시위를 쭉 잡아당겼다.
한쪽 눈을 감고 침착하게 조준한다.
그리고 이어.
태애!
활시위를 놓자 맹렬한 속도로 날아간 화살은 정확하게 도망치는 말의 꼬리뼈에 박혔다.
푸지익!
“히히히히힝!”
말이 거친 울음을 토해냈다.
그 위에 올라타고 있던 자는 다름 아닌 레스였다.
“흐읏!”
균형을 잃고 떨어질 뻔한 레스가 사뿐히 뛰어올라 바닥에 내려섰다.
그가 고개를 돌렸을 때.
아서가 피식 웃고 있었다.
화살 한 발로 도전군주를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것은 아서가 보내는 경고였고, 그리고 첫 번째 승리 예고였다.
“와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
“아서! 아서! 아서!”
적군이 후퇴하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 불만을 품었던 자들은 온데간데없었다.
아서는 자신을 둘러싸고 자신의 병장기들을 찍어대며 자신의 이름을 외쳐대는 그들을 보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리고선 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모두 입을 맞춘 것처럼 뚝 하고 함성이 멎었다.
“곧 두 번째 습격이 시작될 거다. 처음 우리를 얕보았던 적들은 신중에 신중히 공격을 감행할 거다.”
아서의 말에 모든 병력이 집중했다.
그의 말처럼 아직 전투에서 완전히 승리한 것이 아니다.
“나를 믿고 따른다면 이번 전투에서 우리는 적은 피해로 적들을 괴멸시킬 수 있을 거다.”
“예!”
힘찬 대답.
이곳에 들어오기 전과 같은 모습을 보였던 자들은 이제껏 없었다.
모두가 아서를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
“빌어먹을!”
자신이 탔던 말을 버리고 헬하운드의 위에 올라 복귀한 레스의 얼굴은 형편없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 뒤로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300의 병력.
곧이어 진을 치고 있던 위치로 돌아온 레스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야스와 론스는 뒤쪽에 300밖에 남지 않은 병력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도 매를 띄어서 전투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확실히 호락호락한 놈은 아니라는 건가.”
처음 알라카 평원에 들어왔던 인간들은 무질서해 보였다.
모두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고 군주를 원망하는 목소리도 찾아볼 수 있었다.
론스와 야스는 확신했었다.
‘우리가 이겼군.’
하지만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
그 생각은 바뀔 수밖에 없었다.
흐트러졌던 대열이 발 빠르게 가다듬어지기 시작하는 것은 찰나였다.
높았던 원성을 군주는 단숨에 잠재워버렸다.
“최대한 신중하게 놈들을 친다.”
그들은 알라카 평원을 현재 점령하고 있었다.
때문에 지금 이 알라카 평원에 대해서 어느 정도 꿰뚫어 본다고 자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지도를 보며 논의를 시작했다.
***
타다다다다다!
랜과 알레오는 가장 선두에서 병력들을 이끌고 후퇴하고 있었다.
약 1000에 가까운 병력이 처음 공격을 시작하고 놈들은 원을 둘러쌓듯이 하여 포위하듯 서서히 좁히고 들어왔다.
‘난 잠시 다녀올 곳이 있다. 적들은 곧 공격을 감행할 거다. 최대한 싸우다가 뒤로 빠져라.’
거기에 더해져 아서는 미리 퇴로 쪽을 예상하고 있었다.
‘알라카 평원은 그 이름과 걸맞게 대부분이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 원을 둘러쌓고 좁히는 게 가장 효율적인 것이 되지.’
확실히 협곡도, 산도 딱히 없는 그곳에선 포위되기 쉽다는 것도 있지만 그만큼 수가 간단하다는 것도 있었다.
‘놈들이 원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좁힐 때, 병력의 후방에 선발된 병력을 밀어 넣어 그들이 뚫고 동쪽으로 달려라.’
‘동쪽 말입니까?’
‘그래, 동쪽에서 오다 보면 시간이 맞는다면 나와 만날 수 있을 거다.’
“끄아아악!”
뒤쪽에서 쉴 새 없이 비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포위망을 뚫고 동쪽으로 달아나는 병력을 쫓는 자들이 어느덧 거의 근접했다는 것을 알리는 셈이다.
“계속 화살을 쏴라!”
“예!”
달리면서도 화살을 쏴대는 병력은 ‘명사수.’라고 불리는 이켈리아 영지의 병사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계속 활시위를 당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들은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좁혀 들어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15분도 못 버틴다.’
하지만 랜과 알레오는 같은 말을 번복했다.
“달려라!”
“계속 동쪽을 향해 달려라아아!”
“예!”
그리고 유닛들은 그 뒤를 따랐다.
“으아아아!”
여전히 뒤쪽에선 따라잡힌 병력이 잡아먹히는 소리가 들렸다.
***
갈대밭 인근에 선 아서는 차분한 눈빛으로 책을 살펴보고 있었다.
‘라드네리피.’
붉고 잎이 단 세 개밖에 없는 꽃.
‘아파이.’
감자와 같은 열매에 싹이 자라나 피워진 꽃.
그 외에 여러 가지의 식물들.
이것들은 오로지 알라카 평원에만 존재하는 것들이었다.
어찌 보면 아서의 행동은 무척이나 괴상해 보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서는 계속해서 그것들을 가져오는 병력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총 여덟 가지의 식물을 모아야 한다.
아서는 계속 책들을 보면서 모여진 재료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곧이어.
갈대밭을 몇몇 병사들이 빠르게 파기 시작했다.
뿌리째 뽑히는 갈대들.
“찾았습니다!”
황급히 뛰어오는 병사의 말에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갈대 끝에 붉은 보석처럼 매달린 이것.
이것이 바로 아프라타타라 불리는 열매로써 아주 희귀한 놈이다.
‘다 모였다.’
여덟 가지를 모은 아서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우적우적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현재 만족도는 32%.’
만족도는 긴급 퀘스트인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의 승리를 받은 후에 나타난 것이다.
아마도 이 만족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를 씹고 삼킨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다급하게 계속 삼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홀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움직인다!”
아서는 입으로 계속 우물거리면서 함께 왔던 병사들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곧 잡혀.’
잡히기 전에 도달해야 한다.
첫 전투에서 아군의 피해는 약 42명.
그리고 두 번째 전투인 지금은 240명 정도가 넘은 것으로 추정되었다.
더군다나, 병력은 갈수록 지쳐만 갔고 계속해서 좁혀지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탓!
우적우적!
빠르게 뛰면서 계속해서 무언가를 씹는 아서는 생각했다.
‘정말 더럽게 맛이 없군…….’
알라카 평원에 있는 이러한 동식물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끔찍할 정도로 맛이 없다는 것.
먹어도 특수능력이나 효과가 없다는 것.
조합법도 아직 찾아진 게 하나도 없다는 것.
하지만 이것은 조합법을 찾아내는 개념이 아니다.
‘여덟 가지의 알라카 평원의 식물을 먹어야 한다.’
마지막 하나.
갈대 끝에 매달려 있었던 아프라타타 열매를 아서는 입에 넣고 씹었다.
으저억!
구더기가 입안에서 터지는 듯한 끔찍한 맛.
그리고 이어.
띠링!
알림이 울렸다.
***
“취이익, 취이이익!”
기마대가 후퇴하는 병력의 양옆으로 붙었다.
기마대에는 화살을 쏘는 엘프들도, 혹은 달리는 병력을 향해 몸을 내던지는 오크들도 있었다.
“으, 으아아!”
병력 아르펜은 헬하운드 위에서 몸을 일으켜 그 육중한 몸을 내던지는 거대한 오크전사를 볼 수 있었다.
그 오크전사는 곧이어 달리는 병력 위에 떨어졌다.
우당탕탕!
그리고 그 육중한 도끼를 휘둘렀다.
콰지익!
콰직!
이런 식으로 기마대가 좁혀오자 달리는 병력은 더욱더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갈수록 놈들이 포위를 시작했다.
“제기랄…….”
알레오가 입술을 깨물었다.
땀에 절은 랜도 마찬가지였다.
뒤쪽에서 피의 학살대의 일원이 물었다.
“단장님. 차라리 싸우는게…….”
“아니, 계속 나아간다!”
아서는 피해가 없을 순 없다고 하였다.
그 말엔 알레오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다.
조금의 피해도 없는 전쟁은 없는 법이니까.
바로 그때.
크하아아아아!
적장 중 한 명인 야스가 거대한 크기의 헬하운드 킹에 올라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A급 병력 300과 함께.
미리 그들이 뛰는 동선을 읽은 야스는 발 빠르게 더 빨리 가는 길로 우회해 온 것이다.
그리고 뒤쪽에선 어느덧 그들을 추격하는 레스가 코앞까지 이르렀다.
스르르릉!
“빌어먹을!”
알레오와 랜이 검을 뽑아 들었다.
‘잡았군.’
야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번 전장에선 A급이 최고의 등급이다.
즉, 이들을 따라잡은 것만으로도 승리를 점치는 것이다.
‘이 앞의 놈들도 기껏해야 A급.’
그런 생각을 하며 야스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앞으로 쭉 내뻗는 순간.
타타타타탓!
300의 A급 병력이 알레오와 랜을 향해 돌격을 시작했다.
알레오와 랜이 눈을 맞췄다.
“내기입니다.”
“누가 더 많이 잡나.”
그 뒤로 강철부대, 피의 학살대가 정렬해 섰다.
앞을 막아선다면 뚫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야스는 피식 웃었다.
‘감히 기껏해야 A급 놈들이…….’
타타타타타탓!
“으라아아아!”
“으아아아!”
알레오와 랜이 선두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어 각 두 단장이 이끄는 병력이 발 빠르게 뒤를 따른다.
곧이어.
콰지이이익!
쿠우우웅!
콰아앙!
충돌이 시작됐다.
야스는 헬하운드 킹의 위에 올라 그 모습을 보며 짙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곧 웃음이 천천히 지워지기 시작했다.
“헙?”
그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A급 병력들이 분명하다.
속도, 힘, 체력까지.
하지만…….
‘미친……!?’
엄청난 속도로 알레오와 랜이 안쪽으로 파고들며 같은 급의 병력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으아악!”
“끄아아아악!”
빠른 속도로 뚫리는 300의 병력을 보며 야스가 입을 열지 못할 때.
알레오가 검을 치켜들며 외쳤다.
“우리가 바로 S급 같은 A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