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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165화 (165/210)

# 165

군주회귀록 165화

상급 운영자 발렌은 정말이지 죽고 싶었다.

도대체 왜!

나한테 왜!

내가 뭘 잘못했는데!

매일 이 소년 군주를 봐야 한단 말인가.

아서는 출정을 준비하는 2천 명의 병력의 맨 앞에서 하얀색 백마 위에 올라 있었다.

특수한 유닛도 사용할 수 없다.

이는 시크릿 유닛, NPC유닛, 유니크 유닛.

모든 게 포함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건 상대편도 마찬가지라는 거다.’

아서는 일단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벤토리를 열람했다.

아서는 자신에게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아티팩트는 모조리 따로 보관했다.

운영자한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인피니티만은 그대로 보여지고 있었다.

‘허…… 대단한 창이군.’

유물 아티팩트라.

그리고 전쟁모드 제안서에 따르면 소년은 현재 전설 아티팩트 세트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확인 끝났지?”

“크르, 끝났다. 그리고 이거 받아라.”

그것은 운영자용 군주의 족쇄였다.

그걸 착용하는 순간이었다.

[착용된 아티팩트의 특수능력이 모두 제한됩니다.]

[군주 직업 스킬이 모두 봉인됩니다.]

“아티팩트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은 제한되지 않겠지? 예를 들어 속성 방어력.”

“속성 방어력의 경우 특수능력이 아닌, 옵션이니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차피 이번 전쟁터에서는 마법이 난무하지 않으니 그마저도 불필요하다고 발렌은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발렌은 뒤쪽에 있는 마차를 들춰봤다.

“이것들은 다 뭐냐?”

“신경 꺼.”

아서의 말에 발렌은 입을 다물었다.

제지해야 할 필요성은 보이지 않는다.

마차에 실려 있는 그것은 발카스 영지의 문양이 새겨진 붉은 색 거대한 천이었다.

어찌나 거대한지 어지간한 연병장 하나는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였다.

그런 문양이 새겨진 천이 다섯 개가 넘었다.

‘흠…….’

그리고 그 뒤쪽의 마차.

그 마차에는 기름통이 한가득 실려 있었다.

‘이건 공성용 무기라 볼 수 없지.’

어떻게 사용하려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부턴 제발 운영자 교체 좀 요청해라.”

그 말에 아서는 이죽 웃었다.

“싫은데? 출정하라!”

“출정하라아아!”

“출저엉!”

병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히히히힝!”

울음을 흘리는 말머리를 돌리던 아서가 발렌을 돌아봤다.

“이봐.”

“크르?”

“새로 얻은 아티팩트는 제한받지 않겠지?”

“……그렇겠지.”

발렌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말에 이죽거리며 웃으며 몸을 돌리는 그를 보자 더더욱 불안해졌다.

가장 선두에 서서 2천의 병력을 이끌고 가는 아서의 뒷모습을 보며 발렌이 중얼거렸다.

‘저놈은 날 놀리는 걸 즐거워하는 게 분명해…… 그보다 새로 아티팩트를 얻는다고? 거기에 얻을 게 있긴 한가?’

***

알라카 평원 탈환군은 A급 유닛 약 500명, B급 유닛 1,000명, C급 유닛 500명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반대로 적의 경우 A급 약 1,000명, B급 2,000, C급 3,000명 정도로 추정되었다.

확실한 전력 차이.

앞을 향해 나아가는 탈환대는 숙덕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완전히 개죽음 당하러 가는 것과 뭐가 달라.”

A급 유닛 인간 병력 엘렌은 투덜거릴 수밖에 없었다.

“이 유닛들로 어떻게 이기겠다는 거야, 도대체!”

그 짜증의 목소리는 다른 유닛들에게도 번져가고 있었다.

그 웅성거림은 가장 선두에서 나아가는 백마 위에 오른 아서에게도 들리고 있었지만, 그는 깔끔히 무시했다.

‘어제저녁 훈련은 충분히 했다.’

아서는 발카스 영지의 병사들과만 훈련을 진행했다.

그 이유는 이 안에 적이 숨어 있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번 작전은 자신의 발카스 영지 병사들을 제하고서는 모두 바로바로 전술 전략 포지션을 취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원성은 높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는 아서가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어차피 곧 변할 테니까.’

어느덧 출정하던 병력들의 눈에 알라카 평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알라카 평원에는 잔디와 같은 것들이 깔려 있었고 드문드문 솟아있는 나무들도 보였다.

이렇게 보면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이는 모습.

그때.

삐이삐이삐이-

아서는 홀로그램이 붉은빛을 뿌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알림은…….’

분명히 긴급 퀘스트를 알리는 울림이었다.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확인해봤다.

(긴급 퀘스트: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의 승리를.)

등급:?

지급 캐시:?

보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시:?

설명: 알라카 평원을 탈환하기 위한 대규모 전투. 수적으로 열세에 몰리고 대부분의 것을 제한받았다. 모든 병력은 오로지 당신만을 믿고 있다. 솔선수범 지휘하여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의 피해를 만들어내라.

아서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감돌았다.

‘이런 식이면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군.’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간다.”

“예?”

“특별한 명령 없으십니까?”

“……군주님?”

아서의 말과 함께 뒤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유닛들도 생각하고 감정을 가진다.

때문에 특별한 전술 전략 없이 움직이겠다는 아서의 말에 당혹할 수밖에 없었다.

“전군 들어간다!”

“전군 대열을 가다듬고 들어간다!”

아서의 말과 함께 발카스 영지의 병사들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들은 웅성거리면서도 그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카리스마 수치가 이들 전부를 온전히 통솔하긴 힘든 거지.’

카리스마 스텟은 절대적인 게 아니다.

그 숫자에 따라서도 적용되는 범위가 다르며 특히나 그들이 이해할 수 없는 한도 내라면 당연히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만 아서는 안으로 들어갔고 결국 그 병력은 그들을 쫓아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그와 함께.

우르르르르!

아서와 발카스 영지의 병력들은 뒤쪽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X발…… 우리가 화살 받이라도 되라는 거야, 뭐야?”

“뭐, 이런 X 같은 게 다 있어!”

정작 지휘하는 병력은 뒤로 빠지자 그들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아서는 맨 앞에 서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때.

앞쪽에 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

오크와 엘프, 블러족으로 이루어진 그들은 약 2천 정도로 탐색전을 펼치려는 듯 보였다.

그 가장 앞에 선 엘프 군주 레스는 코웃음을 쳤다.

“저런…… 또라이 같은 군주를 봤나.”

이렇다할 전술 전략이 없다.

마법도, 아티팩트도 제한받는다.

하다못해 공성 무기까지.

그런데 도대체 무슨 깡이란 말인가.

“쏴라!”

“방패병 앞으로!”

하지만 아서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들어온 것은 아니다.

그는 2천의 병력 중 약 500의 병력에게 사각 방패를 소지할 것을 명했다.

퓨퓨퓨퓨퓨퓨퓩!

퓨퓨퓨퓨퓨퓨퓩!

엘프족들이 쏜 화살이 허공에서 춤을 추듯 쏟아져 날아온다.

마치 화살 비가 내리는 것처럼 하늘이 어두워질 정도.

“방패!”

“막아라!”

사각 방패를 든 이들이 앞쪽으로, 위쪽으로 방패를 들어 올렸다.

태태태태태!

태태태태태태!

‘역시…….’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총연맹에서 엄선된 자들이다.

‘미리 맞춰보지 않아도 이 정돈 기초 훈련을 받아서 할 수 있지.’

사각 방패를 애초에 소지하고 있던 그들은 꽤 노련하게 화살 비를 막아내고 있었다.

“기마병. 앞으로!”

레스가 손을 들어 올려 외쳤다.

그와 함께 헬하운드의 위에 올라탄 블러족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크르르르르!”

“크라아아아!”

“취이익, 적군을 쓸어라!”

“취이익, 취이익!”

먼저 헬하운드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쿠쿠쿠쿠쿠!

그 뒤로 오크 병력이, 또 그 뒤로 엘프족들이 화살을 쏘아대며 달리고 있었다.

“히이이익!”

“이런 미친……!”

“우리가 무슨 자살 특공대야!”

비명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때.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벌의 날갯짓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빨리, 빨리!”

뒤쪽에선 발카스 영지의 병력들이 서둘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 명이 낑낑거려야지만 들 수 있는 천에 기름을 콸콸 붓기 시작했다.

“저건……?”

“뭘 하는 거지?”

병사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이어.

벌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네 개의 모서리의 한쪽을 네 마리의 벌들이 잡고 무겁게 변해버린 천을 힘겹게 끌어 올렸다.

하늘 위로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한 기름에 젖은 천.

벌들은 무척이나 힘겨워 보이는 듯하였지만 멈추지 않고 낑낑거리며 올라간다.

천이 어찌나 거대했던지 쫙 펼치자 돌격하는 적군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비행선이 나는 것처럼 그림자가 졌다.

“크르으으!”

“취이익, 취이이익!?”

진격하는 오크들이 의아한 소리를 냈다.

“취이익, 저 천은…….”

도대체 저 천 쪼가리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러한 생각을 하던 때였다.

어느덧 네 개의 거대한 천이 앞쪽에서 달려오는 병력들을 완전히 뒤덮을 듯 빠르게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 앞에 선 아서가 화살촉에 흰 천을 돌돌 감아 기름에 푹 담갔다.

“억……?”

“헉!? 서, 설마…….”

그다음 그의 옆에 선 그레모리가 지체하지 않고 불을 붙였다.

화르르르륵!

“취이익, 후퇴. 후퇴하라!”

“취이이이익, 이미 후퇴하기엔 너무 많이 와버렸다.”

“으, 으아아아아!”

비명이 퍼지기 시작했다.

쫘아아아악!

아서가 들고 있는 활시위가 있는 힘껏 당겨졌다.

한쪽 눈을 감은 아서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천을 향해 망설이지 않고 화살을 발사했다.

푸수유육!

불화살이 날아가 천과 닿는 순간이었다.

화르르르르륵!

떨어져 내리던 천에 불길이 엄청난 속도로 붙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불은 이내 거대한 화염이 되어 브레스처럼 그 밑에 깔려 있는 병력들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화르르르르륵!

“취이이이익!”

“취, 취이이이익!”

“으, 으악, 사, 살려줘!”

“흐이이이익!”

비명이 퍼지기 시작했다.

푸슈유육!

아서는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불화살을 날려 천을 떨어트려 달려오는 병력을 무력화시켰다.

곧이어.

“전구우우우운!”

아서가 목에 핏대를 세워 외쳤다.

“장전하라아아아!”

“우, 우와아아아…….”

“믿을 수 없어…….”

공성 무기?

아니, 일상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

천, 기름.

그것을 이용해 아서는 어떠한 공성용 무기로도 내지 못할 말도 안 되는 살상력을 만들어낸 것이다.

쫘아아아악!

쫘아아아악!

쫘아아아악!

활을 소지한 전 병력이 활시위를 당겼다.

손을 들어 올린 아서가 힘 있게 외쳤다.

“발사하라아!”

퓨퓨퓨퓨퓨퓨퓨퓩!

수백 개의 화살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곧이어.

푸푸푸푸푸푹!

방패를 들 틈도 없이 혼비백산한 적의 병력을 집어삼키기 시작하였다.

“으아아아아!”

“사, 살려줘어!”

그 모습을 보며 레스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한 걸음 물러난 그는 단숨에 타들어 가는 천의 숫자 남짓한 자들을 보며 말문을 잃었다.

“미친…… 새끼…….”

너무 놀라서 말도 잇지 못하는 그녀다.

그리고 이어 아서가 창의 형태로 되어 있던 인피니티를 그레모리에게 건네받았다.

창을 든 아서가 땅을 쿡 박으며 외쳤다.

“기마대. 앞으로!”

“앞으로!”

“전군, 진격하라!”

“진격하라!”

“와아아아아아!”

꺾였던 사기가 치솟아 오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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