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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회귀록-164화 (164/210)

# 164

군주회귀록 164화

“너무한 거 아닌가? 같은 인간들끼리.”

“그쪽이야말로 너무하는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서로 군주게임을 진행했지.”

200만 골드.

총연맹장들이 모은다면 그렇게 비싼 금액은 아니다.

그리고 사실상 아서로서도 엄청나게 필요한 금액은 아니다.

“내가 아무 데서나 계속 나서면 너희들은 계속 날 찾겠지.”

카일 군주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추가로.

“모든 지휘권은 내가 가져가는 것으로 하지. 내가 해주길 바라면 지휘권을 넘기고 빠져라.”

“흠…….”

카일 군주에게는 상당히 꺼림칙한 이야기였다.

사실상 아서는 아직 도전군주의 자리에 오르지 않았다는 거다.

“싫다면 이 제안은 거절하는…….”

“잠깐.”

고개를 돌리자 마른 세수를 크게 하는 카일 군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발의 목소리가 있겠지만 아마 어느 정도 수긍할 거다.”

아서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2천 명 정도의 병력들만 소집해줘.”

“……고작 그 정도로?”

카일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고작 2천 명의 병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저들은 세 종족이 손을 잡은 하나의 연합군이다.

“지금 알라카 평원에만 1만 정도의 병력이 진을 치고 있다.”

“1만 정도의 병력이지만 전쟁모드 제안서를 보낸다면 되겠지.”

“전쟁모드?”

연합군이라면 운영자를 통해 연합 등록을 끝마친 상태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벨레카 연합과 인간 병력들이 전쟁모드를 진행하는 거다. 패배할 시에 ‘벨레카 연합은 더 이상 알라카 평원에 발을 들일 수 없음’과 같은 조건을 거는 거지.”

그 말에 카일은 잠시 말이 없었다.

찻잔으로 목을 축인 그가 말했다.

“그 말은 그쪽 보상으로는 우리들이 발을 들일 수 없음이 되는 건데…… 위험 부담이 커진다. 정말 우리가 통행료를 내는 게 합당해지는 게 될 수도 있어.”

카일의 의문도 타당한 것이었다.

아서는 몸을 일으켰다.

“알라카 평원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게 존재하지.”

그랬기에 그를 납득시킬 필요가 있었다.

“지금 확인하러 가지.”

“음?”

사실상 아서가 ‘난 정말 강하니까, 그냥 수락해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소한의 납득이 필요하다.

아서는 카일 군주와 지체하지 않고 영지를 나섰다.

‘알라카 평원엔…….’

피식-

아서의 얼굴에 작은 웃음이 맴돌았다.

***

랄프 군주는 카일 군주의 말을 듣고 딱 이런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미친 거 아닌가?”

“……미치지 않았다.”

카일 군주는 벨레카 연합과의 싸움에서 아서만이 지휘관으로서 참가하고 자신들은 2천의 병력만 지원하면 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전쟁모드를 제안할 것인데, 그 전쟁모드에서 상대편 전력은 5천을 제안할 거라고 하였다.

당연히 미친 소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기습을 가해서 적들을 몰아내도 모자랄 판국에.

아, 예. 저희 쳐들어갈 테니까. 5천 명 대기하고 있으세요. 저희는 2천으로 갈 테니까.

하는 격과 뭐가 다른가.

“나는 아서 군주를 따라가 보았고 납득했다.”

“그럼 뭘 보았는지 말해주던가.”

“그건 말해줄 수 없지. 아무리 우리가 지금 아군이라 할지라도 앞으로는 모르는 노릇이니까.”

언제든 적으로 돌아설 수 있는 게 총연맹장들이다.

또한, 혹시라도 지금 총연맹장 중에서 알고 보니 벨레카 연합과 이야기를 나눈 군주가 있을지도 모른다.

랄프 군주는 카일 군주의 말에 침을 삼키며 얕은 신음을 흘렸다.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다른 족들과 인간들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 되기도 할 것이다.

‘카일이 괜히 이럴 놈도 아니고.’

“난 찬성.”

그때 한 군주가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자베스…….”

그녀는 당연히 콜이었다.

아서라면 끔찍하게 생각하니까.

“저도 찬성입니다.”

성냥개비로 탑을 쌓고 있던 카와르가 빙그레 웃었다.

“그 사람, 바보 아니잖아요.”

그에 랄프는 자신도 모르게 동조하여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러다가 아차 하여 말했다.

“이 바보들아. 2천 명 유닛에 알라카 평원을 돈 내고 다녀야 할 수도 있다니까?”

하지만 그들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앗.”

우르르-

카와르가 쌓던 성냥개비 탑이 무너져 내렸다.

그가 아쉬운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압도한다에 한 표.”

“두 표.”

“세 표.”

“……네 표. X팔.”

랄프는 이제껏 부정하듯 해놓고서도 말했다.

***

전쟁모드 제안서 작성을 끝낸 아서는 쭉 흩어보았다.

‘보상이 경험치 던전이라…….’

경험치 던전.

예전에 했었던 광렙 하는 보너스와 비슷하다.

강화할 수 있는 한계가 있는 유닛까지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던전.

그러한 던전 때문에 연합의 군주들이 알라카 평원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걸 보상으로 받으면 그들은 꽤 많은 유닛을 어쩌면 S급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경험치 던전은 매우 희귀하지.’

유닛이 오를 수 있는 한계 없이 계속 경험치를 올릴 수 있을 테니까.

또한.

‘왕국제일검 알론, 다크엘프 브레드, 잿빛늑대 왕자 펜루스…….’

이들은 지금 등급의 벽 때문에 고생 중이다.

물론 죽음의 그림이 만렙을 찍었기에 이제 경험치를 얻고 성장할 수 있다지만 그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이 죽음의 그림 수하들도 경험치 던전에서 적용이 된다면 그들은 더 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

“전쟁모드 제안서를 벨레카 연합에 보낸다.”

[운영자가 새로운 형식의 전쟁모드 제안서를 검토합니다.]

[새로운 형식의 전쟁모드가 벨레카 연합의 연합장들에게 보내집니다.]

얼마 후.

아서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벨레카 연합의 연합장들이 전쟁모드 제안서를 거절합니다.]

“음?”

아서는 예상외의 행동에 미간을 찌푸렸다.

“어째서지?”

누가 봐도 그들이 우위에 선 조건이었다.

병력의 숫자도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었고 거기에 아서는 도전군주가 아닌 일반 군주로 그들에게 떴을 거다.

셋의 도전군주들이 아서 혼자서 참전한다는 것에 배를 잡고 웃었을 텐데?

그때.

[벨레카 연합에서 새로운 형식의 전쟁모드를 제안합니다.]

[벨레카 연합의 ‘제안’을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아서는 그들이 무언가 노리는 게 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열람한다.”

(벨레카 연합의 제안.)

연합장들의 말: 우리는 정정당당 겨룰 것을 약속하며 새로운 형식의 전쟁모드를 제안하는 바다.

방식:

•벨레카 연합에선 총 6천의 병력을 알라카 평원에 잔존시킨다.

•아서 군주 측에선 2천의 병력만을 투입한다.

⦁벨레카 연합 VS 알라카 탈환군의 싸움에서 먼저 항복하거나 또는 전 병력 사망 시 100만 골드가 배팅된다.

•군주의 직업 스킬 외에 아티팩트의 특수능력 등을 제한해야 한다. 또한, 출정 전에 양측은 담당 운영자에게 이를 검토받는다.

•공성용 무기는 사용할 수 없다.

•마법 유닛, 버프 유닛은 참가할 수 없다.

•특수한 유닛은 사용할 수 없다.

“……이것 봐라?”

아서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벨레카 연합은 지금 딱 이 배짱이다.

‘싫으면 말고.’

하지만 그러면서도 내건 전쟁모드 제안서는 참으로 자신들이 우선권을 가지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일단 그들은 5천에서 6천으로 병력을 늘렸다.

거기에 더해 아티팩트 및 군주의 모든 스킬을 제한한다.

이는 즉,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순수한 전술 전략만으로 겨루자.’

웃음이 나올 개소리다.

그렇다면 아서 쪽도 6천의 병력에 맞춰야 한다.

하지만 6천의 병력을 맞춰선 안 된다.

‘알라카 평원에선 오히려 더 적은 소수가 유리하지.’

괜히 아서가 병력의 숫자를 적게 한 게 아니다.

또한, 카일은 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적은 숫자로 많은 숫자를 잡는 것.

알라카 평원에 있는 ‘그것’들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거다.

‘이런 식이면 내가 더 삐뚤어질 수밖에 없는데.’

아서는 피식 웃었다.

“거절한다.”

그다음 다시 전쟁모드 제안서를 작성했다.

***

벨레카 연합의 연합장들.

함께 자리에 앉아 있는 그들은 큭큭거리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감히 도전군주도 아니고 일반 군주가 이딴 식의 거만한 전쟁모드 제안서라니.”

엘프 군주 레스는 입술을 비틀었다.

그에 오크 군주 론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취이익, 인간들은 전쟁모드 제안서를 보냄으로써 현재 공격준비를 알린 것이나 다름이 없지, 지금 기습하면 우리가 철저히 방어할 것도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

레스가 피식 웃었다.

놈들은 오히려 그로 인해 기습도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사실상 그들은 상대편이 전쟁모드 제안서를 거절할 거라고 확정 짓고 있었다.

“근데 혹시…….”

그때 블러족인 야스가 입을 열었다.

블러족은 붉은색 피부로 두 개의 돼지 꼬리처럼 말린 뿔이 솟아나 있다.

이들의 특징은 160㎝ 정도의 체구이지만 인간보다 훨씬 더 두꺼운 피부를 가졌고 맷집이 세다.

그 때문에 탱거족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정말 수락하면 어떻게 합니까?”

“수락하면?”

그에 레스와 론스가 눈을 맞췄다.

“하하하하하, 저희야 좋은 것 아닙니까? 6천의 병력으로 막아버리면 됩니다. 또한, 공성 무기 제한, 아티팩트 제한까지 걸린 마당인데요?”

“취이이익, 그런 제한을 허락할 머저리 새끼가 세상에 어딨…….”

때마침 알림이 들렸다.

[아서 군주가 전쟁모드 제안서를 거절합니다.]

“이것 보라고.”

“취이익, 무리수를 두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지.”

그들은 큭큭거리며 웃었다.

그때.

그들 모두에게 알림이 들렸다.

[아서 군주가 새로운 형식의 전쟁모드를 제안합니다.]

[아서 군주의 ‘제안’을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그들은 곧이어 제안을 열람해 보았다.

병력 변동 없음.

아티팩트 제한, 군주 스킬 제한 변동 없음.

대부분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변동 내용 중엔 이런 게 있었다.

100만 골드가 아닌 900만 골드.

거기에 더해져.

‘상대편 군주는 패배 시 보유한 모든 아티팩트를 오픈하고 그중 두 개를 아서 군주에게 건네준다’라고 쓰여 있다.

이를 확인한 벨레카 연합 군주들은 그 밑에 추가로 수록된 내용을 확인했다.

‘아서 군주는 이에 대하여 자신이 패배했을 시, 전설 아티팩트 드래곤 시리즈를 내건다. 또한, 군주들은 전쟁모드 수락 시 이 내용을 누군가에게 발설할 시 군주의 서의 힘에 의해 처벌받는다.’

“저, 전설 아티팩트!?”

“헉!?”

세 군주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 너무 놀라 눈을 맞췄다.

“900만 골드까지…….”

“이, 이거 이놈 미친 거 아니야?”

“취이익, 전설 아티팩트가 풀려있었어?”

900만 골드의 배팅.

거기에 더해져 자신들이 가진 모든 아티팩트를 오픈하고 두 가지를 뺏겨야 한다.

하지만 상대 쪽이 내건 조건도 너무 후하다는 거다.

꾸울꺽

오크 론스가 침을 꼴딱 삼켰다.

“이건 당장 수락해야 해. 수락한다.”

[연합장 중 한 명이 동의합니다.]

“취이익, 당연히 고다!”

[연합장 중 한 명이 동의합니다.]

하지만 엘프 군주 레스는 망설였다.

“저들이 그토록 바보일까? 자신이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닐까?”

그 말에 론스는 피식 웃었다.

“취이익, 보통의 군주들은 그러지. 내 전술 전략은 완벽하다. 내 병력은 뛰어나다. 아마도 저 군주는 도전군주는 아니지만, 꽤 뛰어난 군주일 거야.”

오크의 말에 레스는 끄덕였다.

“하지만 우리에겐 명사수 엘프가 있고 강인한 돌격부대 오크 전사들이 있으며 앞에서 병력을 막아낼 블러족이 있지 않은가.”

엄선된 최고들이 알라카 평원을 지킬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저들은 그 오만함 때문에 900만 골드를 빼앗길 거다.”

그에 레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 기우인가.’

확실히 너무 말도 안 되는 조건의 싸움이다.

그 군주의 오만이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새로운 아티팩트를 가지게 해줄 터.

“수락한다.”

[새로운 형식의 전쟁모드를 승낙하셨습니다.]

“900만 골드면 깔끔하게 300만 골드씩 나누면 되겠어.”

“300만 골드라…… 어마어마한 돈이군, 정말이지…….”

“후후후후.”

물론 그들도 900만 골드가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아마 그들에게 속해있는 연맹의 이들에게 돈을 끌어모아야지만 마련될 것이다.

“난 이번에 300만 골드를 받으면 유닛 강화나 한 번 더 해야겠어.”

“취이익, 그럼 난 일단은 축제를 열어…….”

그들은 달콤한 꿈에 빠졌다.

그리고 그들이 승낙한 순간.

아서는 중얼거렸다.

“또 월척을 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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