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2
군주회귀록 162화
“……네?”
알론은 잠시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아서는 차분하게 말했다.
“할 수 있다. 해독.”
“…….”
알론은 잠시 말문을 잃었다. 그는 포로였지만 평소 학문에 능했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던 성격에 안 읽어본 책이 없었다.
그중에 ‘맹독’에 관한 책도 있었다.
그 책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프슬롱의 독을 해독할 방법은 절대 존재하지 아니한다.
라고 적혀 있다.
아서는 약속의 서를 작성하고 내밀었다.
그것을 읽어본 알론은 잠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던전 마스터……?”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앞으로 3주 후에 던전 마스터 훈련을 받으니까.
그리고 그 육체는 군주들과 똑같이 잔존하며 훈련소 수료 후에 본래 육체로 돌아와도 시간의 흐름은 1초도 차이 나지 않는다.
즉, 3주 후면 곧바로 알론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설명 잘 들어라.”
그리고 아서는 입을 떼기 시작했다.
***
알론은 다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3주 후 던전 마스터 훈련을 받는다.
그리고 던전 마스터라 하는 것은 아스간 대륙을 필드로 삼고 던전 게임을 진행하는 자들.
즉, 아스간 대륙의 사람들은 그가 죽여야 할 몬스터가 되는 거고 자신은 인간들의 적이 되는 거다.
“어떻게 그런 걸 알고 계십니까?”
“말했듯 난 군주다. 특성을 지니고 있고. 그 특성으로 앞을 내다봤을 뿐.”
“특성으로 본 저는 어떤 던전 마스터였습니까?”
“영웅.”
“예?”
적절한 거짓도 필요한 법이다.
“던전 마스터였지만 너는 아스간 대륙의 사람들과 손을 잡았다. 넌 좋은 놈이었다. 많은 던전 마스터들을 네 손으로 무너뜨렸다. 그래, 영웅. 영웅이었지.”
인류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말할 필요가 있는가?
그럴 필욘 없다.
알론은 한참이나 생각했다.
‘내가…… 영웅이었다?’
그러면서도 아서와의 계약서 내용을 떠올렸다.
‘이 계약은 아서가 알론의 누나 알레샤를 프슬룽 독으로부터 구제할 시 효력이 발생한다.’
알론은 망설이지 않았다.
서명했다.
그다음 아서가 한 행동은 간단했다.
바로 스크롤을 꺼내는 것이었다.
마법을 담을 수 있는 스크롤.
아서는 이 스크롤에 다름 아닌 성녀 아리스의 버프를 받아왔다.
‘아스간 대륙에선 현재로서 독을 해독하는 게 불가능하지.’
아무리 무궁무진한 것들이 풀렸다 해도 아직 독까진 아니었다.
그리고 군주게임에서도 모든 독 해독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큐어 포이즌.
독을 해독하는 마법.
보통의 이러한 해독 마법도 절대적이진 않다는 거다.
하지만 성녀 아리스의 큐어 포이즌은 그 격이 다르다.
쫘아아악!
아서가 스크롤을 찢었다.
스크롤에서 뿜어진 초록빛이 알레샤를 집어삼켰다.
곧이어 푸르딩딩했던 그녀의 낯빛이 하얗게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허억……!”
곧이어 허리가 활처럼 휘어진 그녀의 입에서 거친 숨이 토해지고 눈이 번뜩 뜨였다.
“누, 누나……!”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잠시였다.
곧 그녀의 표정이 편안해지면서 색이 본래 가져야 할 색으로 돌아왔다.
푸른빛을 띠었던 입술 색은 붉게 변해 번들거렸다.
아서는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다가 밖으로 나섰다.
‘아직은 눈이 나쁘지 않아.’
***
알론은 초조하게 기다렸다.
알레나가 깨어나길.
1시간, 2시간, 3시간이 지날 동안 계속 기다렸다.
그리고 이어.
“알론…….”
그녀가 깨어났다.
“……미, 믿을 수 없어.”
그러면서도 알론은 경악했다.
어쩌면 이것은 아서라는 소년이 했던 말이 사실이 되는 셈인 일이다.
그는 분명히 말했다.
자신은 군주고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보다 더 특별한 힘을 발할 수 있다고.
그리고 누나를 깨어나게 했다.
“여, 여긴…….”
“이젠 걱정 하지 마. 우리 굶지 않아도 돼, 쓰레기통 옆에서 자지 않아도 돼…….”
“그게…… 무슨…….”
알레나는 이해할 수 없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순 감기몸살로 누웠던 그녀가 어느 순간 갑자기 깊은 잠에 빠져들었으니까.
그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리고 알레나가 빙긋 웃었다.
“영웅..”
그리고 알론의 뺨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렇지. 내 동생은 나쁜 아이가 아니니까.”
싱긋-
알론의 입이 조금 벌어졌다.
***
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키를 비롯해 자택의 계약서와 매월 일정의 골드를 지급한다고 쓰여 있었다.
‘총사령관이 내 편이 되었는데, 이쯤이야.’
물론 계약서에 따라서이긴 했다.
바로 그때.
쿵!
알론이 무릎을 꿇었다.
은인.
그것이 알론이 아서에게 가지는 생각이었다.
그는 자신의 은인이었다.
설령 그가 남들처럼 자신을 이용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목숨 바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레샤를 돌아보자 그녀는 작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뜻밖에도 알론은 아서에게 광적인 충성심까지 얻게 된 것이다.
‘이 정도 재능을 가진 자를 내 완전한 수하로 만든다라…….’
그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3주가 흘러갔다.
***
던전 마스터 훈련을 수료한 알론.
사실상 그는 눈을 한 번 감았다 뜬 것만으로도 던전 마스터를 수료하고 온 셈이라고 할 수 있다.
훈련소의 시간이 현실에서는 흐르지 않으니까.
훈련을 끝마친 알론은 자신의 바로 앞에 여느 때처럼 식사를 마치고 책장을 넘기는 아서를 볼 수 있었다.
“군주님.”
“음?”
“제가 영웅이라는 말 거짓말이지요?”
아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론은 던전 마스터 훈련을 받고 알았다.
그곳엔 증오로 가득 찬 자들이 득실득실 끓었다.
모두가 인간을 멸하고 이곳 아스간 대륙을 자신들의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 틈에서 자신은 과연 좋은 사람이 되었을까?
답은 아니다.
‘만약 군주님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난…….’
누나는 칼루만 백작에게 탐해졌을 거다.
자신은 그때 어딘가로 팔려갔을 거다.
그리고 누나는 죽었을 것이다.
그 분노를 참지 못하고 학살을 했을지도 모른다.
정말 어쩌면…….
‘난 영웅이 아니라, 악마였을지도 모른다.’
자신은 착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책 한 장을 사르르 다시 넘긴 아서가 말했다.
“이제부터 영웅이 될 건데, 뭐 그딴 게 대수라고.”
피식-
그 웃음에서 알론은 가슴 속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모든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아서는 엄지와 검지로 한 페이지를 집으며 말했다.
“선한 자와 악한 자도 마찬가지지. 넌 종이 한 장 차이로 변할 거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알론은 고개를 숙였다.
“그것보다 제가 아스가르드 대륙으로 갈 수 있습니까?”
끄덕
“그런 방법도 없이 내가 너를 섭렵했을까 봐?”
알론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던전 마스터로 입장해라. 나도 군주게임을 통해 입장을 시작하마.”
“예.”
먼저 알론이 입장했다.
그러자 알론이 그 자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처음 던전 마스터 훈련 때는 던전 마스터들도 군주들과 같으나 이후에는 다르다.
그들은 로그인하면 육체까지도 완전히 사라진다.
그가 사라진 자리를 보며 아서는 생각했다.
‘이제 슬슬 바알이 그레모리에게 도착할 때가 되었는데.’
피식-
아서는 웃었다.
‘일단은 바알이 준 돈도 합쳐서 던전을 강화해야지.’
그는 바알의 돈을 빼돌려서 던전을 꾸미려는 무시무시한 계획을 세우고 있던 것이다!
***
바알 군주는 작은 오두막을 포위하고 있었다.
“마신의 군단장이 이런 초라한 곳이라…….”
그는 특별한 아티팩트를 이용해 그레모리를 추격했다.
사실상 그레모리는 마신의 군단장 중에서도 마신이 아꼈다는 말이 있는 여인이었다.
그리고 그런 여인이 갑자기 마계에서 홀연 듯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아티팩트를 이용해 그녀를 찾았을 때는 이렇게 누진 곳의 오두막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신물이 난 건가?’
죽고 죽이는 마족들의 싸움.
그 싸움에서 어쩌면 진절머리가 났을지도 모른다.
뭐, 어쩌면 이것들 대부분은 설정에 불과하다.
결국엔.
‘진부한 설정. 대부분 퀘스트는 이런 식으로 시작하지.’
먼저 퀘스트가 가리키는 사람을 만난다.
그가 말하는 걸 해결하거나 가져다준다.
그다음의 안내를 지시한다.
다 비슷비슷하다.
바알은 근위대에게 눈짓했다.
하지만 아주 간혹.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퀘스트 NPC들도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특히나 이는 SSS급 퀘스트지 않은가.
경계는 필요한 법이다.
마족 하나가 천천히 문고리에 손을 뻗었다.
막 당기려던 때.
“남의 집 문을 그렇게 당기는 건 어떤 개자식이 가르쳐줬지?”
척!
척!
마족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검을 뒤쪽으로 겨눴다.
바알은 곧이어 뒤쪽에 서 있는 퀘스트의 첫 번째 지령인 그레모리를 마주할 수 있었다.
‘미녀군.’
하지만 딱 그뿐.
물론 마족들도 성관계라는 걸 가지지만 바알에게는 그는 진부한 욕정일 뿐이었다.
“왕의 무덤을 해결하기 위해 왔다.”
그에 그레모리는 차가운 표정으로 끄덕이며 터벅터벅 걸어가 오두막의 문고리를 잡고 열었다.
그다음 뒤를 돌아본 다음에 말했다.
“근데 언제 봤다고. 반말이니, 너.”
“…….”
“이년이……!”
“이분이 누구신 줄 알고!”
“대군주 바알 님께 무엄하도다!”
바알이 당장 뛰쳐나가려는 그들을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 옆에서 알도르가 나섰다.
“마신의 군단장. 그레모리시여.”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정중히 예의를 취했다.
“당신을 만나면 왕의 무덤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힌트라…….”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다가 피식 웃었다.
“오고가는 건 당연히 있어야겠지?”
그레모리는 바알을 보면서 말했다.
그는 아서에게 그에 관한 이야기를 무수히 많이 들었다.
사실상 현재의 아서로서는 잡기 매우 버거운 인물이라고 하였다.
그 때문에 필요한 것이 있다고 하였다.
‘그 힘을 차근차근 갉아먹는다.’
그 힘을 갉아먹기 위해 필요한 것.
“룬의 눈물을 가져와.”
“루, 룬의 눈물……!”
알도르는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룬의 눈물은 아주아주 희귀한 재료다. 사실상 유물 아티팩트를 만든다 해도 그 정도의 재료가 들어가진 않는다.
아마도 전설 아티팩트의 재료쯤으로 추정되지만 사실상 그것을 정제할 수 있는 이는 아직 없었다.
“아직 내 말 안 끝났어.”
그리고 그레모리는 말을 추가로 이었다.
“거기에 200만 골드.”
“……!”
알도르는 뭐 이런 무지막지하게 도둑년 같은 NPC가 다 있나 싶었다.
하지만 그레모리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싫어?”
바알은 입술을 다물었다.
‘SSS급 퀘스트라 그런가. 생각보다 요구하는 게 크군.’
뭐 퀘스트를 진행할 때 이런 일은 흔한 편이다.
하지만 룬의 눈물, 거기에 더해져 200만 골드는 처음 길잡이를 만나 힌트를 얻는 것치고 대가가 무척 크다는 것.
거기에 더 놀라운 것은.
‘내가 룬의 눈물을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잠시 바알이 갈등할 때에.
“수락할 거니?”
그 말과 함께.
[왕의 무덤 연계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룬의 눈물, 200만 골드를 가져오셔야만 힌트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바알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하지만 추후 전설 아티팩트를 얻는다면 이 정도는…….’
충분히 자신이 치를 수 있는 금액.
그때 그레모리가 말했다.
“빨리 대답들 안 할래?”
바알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정말 이런 거지 같은 NPC는 살다 살다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