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0
군주회귀록 160화
54장 괴물의 과거
SSS급 퀘스트.
아직까지 SSS급 퀘스트는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새로운 SSS급 퀘스트가 나왔다는 건 이제까지 풀리지 않은 등급의 아티팩트가 나온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이건…….’
어쩌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얻는 것보다도 훨씬 더 이득인 것일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자세히 말해봐라.”
“언데드 영지 인근에서 이것을 주웠습니다.”
알라드는 말보다는 보여주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 듯 싶었다.
그것은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책이었다.
또한, 쓰여 있는 언어는 용언이었다.
알도르는 용언도 쉬이 해석해낼 수 있었다.
그는 내용을 쭈욱 읽어 내려가 보았다.
모든 내용을 읽어냈을 때.
[SSS급 퀘스트. 왕의 무덤을 읽으셨습니다.]
“……!”
알도르의 눈이 휘동그레 커졌다.
대리인은 군주와 다르게 퀘스트를 받을 수 없는 개념.
자신은 읽었다라 표현되지만 바알 군주님은 다를 것이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바알은 검무장에서 훈련 중이었다.
“군주님!”
“알도르. 무슨 일이냐, 훈련 중에.”
바알은 훈련의 집중을 깨트리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이번 황금알을 낳는 거위 던전 있지 않습니까.”
“흐음, 보상을 받아온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그리 다급히 보고를 할 일인가?”
사실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얻는다는 바알은 기정사실로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애석하게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얻지 못했습니다.”
“…….”
바알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알도르는 화가 난 바알이 어떤 지 알고 있었다.
때문에 재빠르게 뒷말을 이었다.
“대신에……! SSS급 퀘스트를 찾아냈습니다.”
“……뭐라?”
SSS급 퀘스트.
결코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알도르는 재빠르게 책을 바알 군주에게 넘겼다.
책을 읽어 내려가는 바알은 곧이어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SSS급 퀘스트. 왕의 무덤을 받으셨습니다.]
그는 그 퀘스트를 클릭해 세부설명을 읽어 내려갔다.
모든 내용을 읽은 바알은 다소 놀란 표정이었다.
설명에 따르면 이 퀘스트의 던전 안에는 과거를 호령했던 각 종족 왕의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하였다.
물론 퀘스트라는 것은 한 번에 받아서 바로 공략 가능한 퀘스트도 있을 수 있지만 이 퀘스트는 연계 퀘스트로 진행된다고 하였다.
“SSS급이라…….”
바알은 턱을 느리게 쓰다듬었다.
이 책을 얻기 위한 과정에 대해서 알도르가 빠르게 설명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바알은 픽 웃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나쁘지 않지만…….’
당장 던전 안에 어떤 보물이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유물 아티팩트를 넘는 ‘전설’ 아티팩트가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일단은 연계 퀘스트를 진행하긴 해야겠군.”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알도르. 이번 던전은 실수 없이 가상공략을 만들 수 있겠지?”
“물론입니다.”
알도르는 맡겨만 달라는 듯 자신감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일단은…….”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퀘스트가 가리키는 이 마족 여인부터 찾아야겠군. 그레모리라…….”
그는 그 이름을 곱씹었다.
굉장히 익숙한 이름이었다.
그레모리, 그레모리.
몇 번을 곱씹어본다.
그리고 곧 그의 눈이 번뜩 떠졌다.
“마신의 군단장 그레모리…….”
***
아서의 품에 안겨 있는 올리아가 고개를 들어 올리고 물었다.
“망, 그레모리는 언제 와?”
“금방 올 거다. 일만 처리하면.”
작은 웃음을 지은 아서는 올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올리아는 노곤노곤해진 것인지 쓰다듬어주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다.
아서는 올리아를 곁에 있던 디아블로에게 넘겨주었다.
그 거대한 덩치로 올리아를 품에 안아들고 있는 디아블로의 모습은 퍽으로 우스웠다.
사실상 그레모리는 군주들과는 다르다.
실제로는 NPC와 같다고 볼 수 있으며 그것은 디아블로도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아서는 일부러 그레모리를 퀘스트의 일부분으로 넣었다.
이는 바알에게 들킬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 이유는 마족 그레모리가 인간 누군가의 대리인이다는 소문이 마계에 있을 턱도 없을뿐더러, 그녀는 말 그대로 NPC의 개념이기에 바알이 의심하기 힘들다는 것.
거기에 현재 그레모리는 마계에서 행방불명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왕의 무덤 퀘스트로 인해 바알은 꽤 막대한 피해를 얻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바알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던전은 사실상 아서의 것이었으니까.
미리 판은 모두 짜 놨다.
이제 던전의 주인인 알론만 데리고 오면 된다.
‘그는 지금쯤 투기장에 있겠군.’
아서는 그런 생각을 하며 빛이 되어 사라졌다.
“마앙, 잘 다녀와요…….”
눈이 전부 감긴 상태에서도 올리아는 아서에게 말했다.
***
프라스.
이필립스 제국의 수도이자 황금의 도시 혹은 마법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
프라스에는 이필립스의 국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막대한 힘을 발현하는 마법사들이 모여 있다.
또한 이곳에는 두 개의 마탑이 존재하기도 하였으며 수도인만큼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곳의 음지인 투기장.
그곳은 여전히 썩어있었다.
“와아아아아!”
“죽여, 죽여 버리라고!”
거대한 철장 속.
그곳에는 개가 아닌, 두 명의 사람이 싸우고 있었다.
한 명은 웃옷을 입지 않았고 살이 흘러내릴 것처럼 뚱뚱한 거구였다.
키는 약 190㎝ 정도.
몸무게는 140㎏까지 볼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거구였다.
그리고 그와 마주하고 있는 사내는 그보다 훨씬 작은 키 177㎝ 정도에 검은색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사내였다.
퐈악!
거구의 사내의 주먹에 맞은 알론이 뒤의 철장에 부딪쳤다.
“큭!”
그의 입에서 검은 피가 줄줄 흘렸다.
“으라아아!”
거구의 사내가 달려왔다.
태에에에!
몸을 비틀어 알론이 피해내자 거구의 사내는 철장에 튕겨 나가듯 하였으나 곧이어 밑에서 기어가는 알론의 발목을 잡아챘다.
후우우우웅!
콰지익!
“억!”
“와아아아아아!”
“렐스, 죽여 버려. 저 꼬맹이 죽여 버리라고!”
투기장의 손님들의 손에는 표가 들려 있었다.
그들은 렐스라는 거구의 사내가 알론을 죽이기를 소리쳤다.
알론은 투기장에서 떠오르는 자였다.
포로의 낙인이 새겨져 있는 그는 다른 제국의 사람이었다.
그러한 알론은 꼭 이번 투기에서 승리해야할 이유가 있었다.
그 때문에 땅에 패대기쳐졌음에도 몸을 일으켰다.
“하아하아.”
거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알론은 침착하게 렐스를 노려봤다.
놈의 주먹은 마치 단단한 쇠망치 같았다.
한 대를 맞으면 골 전체가 울렸고 뼈가 아스라지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만큼 둔하다는 것.
그것을 이용해야 한다.
파아아앗!
“그와아아!”
괴성을 지르며 빠르게 속도를 좁히는 렐스.
침착한 시선으로 그를 지켜보는 알론은 계산을 끝마쳤다.
‘무릎.’
저런 거구의 사내들은 보통 무릎이 약한 편이었다.
퐈앗!
알론은 그 거대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려는 렐스의 손을 몸을 낮춰 피해냈다.
그다음 주먹으로 힘껏 무릎을 후려쳤다.
콱!
“큭!”
얕은 비명을 토한 렐스가 양 손을 깍지 껴 그런 알론의 등을 후려쳤다.
“컥!”
바닥으로 쓰러진 알론은 자신을 밟으려는 발길질을 몸을 틀어 피해내고는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퍼지익!
“억!”
무릎을 후려쳤다.
퍼엇!
비명을 지른 렐스가 무자비로 휘두른 주먹에 알론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주먹질 한 번에 머리가 찢어진 것인지 붉은 피가 뚝뚝 흘렀다.
하지만 알론은 여전히 렐스를 노려보았다.
곧이어 렐스가 또 다시 그 거대한 몸뚱이로 달려왔다.
몸을 비튼 알론이 다시 그의 무릎을 정강이로 후려쳤다.
퍽!
“크헙!”
정강이와 무릎의 충돌은 양쪽 모두 충격이 간다.
하지만 알론은 그 충격에도 계속 무릎을 공략했다.
퍼억! 퍼억!
연속으로 후려치자 렐스가 결국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순간을 놓치지 않고.
파앗!
알론이 번쩍 뛰어올랐다.
콰지익!
주먹에 맞은 렐스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알론은 무자비하게 그의 얼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피떡이 된 렐스가 정신을 잃고 축 늘어졌다.
“와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그리고 얼굴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알론은 주먹을 꽉 쥐었다.
‘드디어…… 살릴 수 있어…… 살릴 수 있다고.’
그가 투기장에서 싸운 이유는 누나 때문이었다.
병에 걸려 몇 개월을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누나.
오늘 대전료를 통해서 누나를 깨울 수 있으리.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감돌았다.
***
짜아악!
알론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 앞에는 투기장의 주인 롤드가 시가 연기를 뿜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네 병든 누나까지 보살펴 주고 있건만, 뭐?”
“약속하신 금액이 아니잖아요. 분명히 20골드를 주신다고 했잖아요.”
알론의 손에는 약속했던 금액이 아닌, 고작 5골드가 들려 있었다.
이정도면 자신이 오늘 맞은 약 값도 나오기 힘들다.
“오늘 생각보다 손님이 많이 없었어.”
“무슨…… 매진되었다고 분명히 들었는데요?”
그 말에 롤드는 시원하게 자신의 민 머리를 쓸어올렸다.
“없.었.다.”
“…….”
그 말에 알론은 입술을 깨물었다. 곧이어 롤드는 덧붙였다.
“포로의 낙인이 찍힌 너희들을 거둬주었더니, 이 정도도 이해 못 해주는 거냐? 다음 경기 때 제대로 챙겨주마.”
알론은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상 포로의 낙인이 찍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심해도 너무 심했다.
이런 일이 거의 일상과도 같았다.
아니, 어쩌면 한편으로는 오늘도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할 것 같다고 알론은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가봐라.”
알론이 몸을 돌려 걸어갔다.
‘빌어먹을…….’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할 것 같았다. 자신은 여기에서 쫓겨나면 정말 갈 곳이 없으니.
또 돈이 있어야 누나를 그 비싸다는 성녀에게 데려가 깨울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사라지고 롤드는 피식 웃으며 연기를 뿜었다.
“X신 같은 놈.”
그는 잘 알았다.
롤드는 투기장에서 꽤 인기가 있는 자였다.
그리고 그의 누나가 깨어나면 그가 떠날 것도.
그때에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 오셨습니다. 칼루만 백작님.”
칼루만 더 일레이드 백작.
검은 중절모와 예복을 입고 있는 그는 이곳과는 상당히 대조되었으며 그 주위로는 그를 호위하는 기사들 몇이 있었다.
그는 상당한 부호로써 그 작위를 돈으로 샀다 할 수 있는 사내다.
“약속했던 걸 받으러 왔네.”
“아아, 아직 경기 하나가 남아있는데, 조금만 기다리시지요.”
“아, 마지막 경기라 안타깝군.”
콧수염을 기른 칼루만 백작의 말에 롤드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오늘로 이 투기장은 마지막인가.”
“그렇지요. 요새 워낙 단속이 심해져서 이쯤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칼루만이 고개를 끄덕거리자 롤드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그 알레나는 백작님의 자택으로 보냈습니다.”
“자네도 참.”
콧수염을 쓰다듬는 칼루만은 짙게 웃었다.
“알론이라는 소년 하나 잡아놓겠다고 감기몸살에 걸린 아이에게 푸슬릉의 독약을 먹이다니.”
푸슬릉의 독약.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사람을 죽이는 맹독을 가진 약초로 만든 독약이다.
이를 먹을 시 처음 그는 잠에 빠져들고 아주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한다.
사실상 이는 얼굴 낯빛만 봐도 알 수 있었는데, 알론의 누이 알레나는 이제 곧 죽을 것이다.
그 말에 롤드는 작게 웃음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아니었다.
‘그런 여인을 백작님께서는 사시지 않았습니까?’
칼루만 백작은 독특한 성적 취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아니, 어쩌면 독특한이 아닌 병적인 성적 취향이었다.
죽은 여인을 이용해 쾌락을 느낀다.
지금의 알레나는 사실 거의 죽은 상태.
하지만 온기는 남아있으니 칼루만은 더 좋아할 터였다.
그리고 그때.
끼이이이익-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는 눈이 시뻘게진 알론이 칼 하나를 들고 롤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X발놈들아…….”
그의 몸이 분노에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