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
군주회귀록 159화
“으, 으아아악. 내, 내 눈…… 내 누우운……!”
그의 눈을 뽑은 이유는 하나다.
아서에게 알라드는 필요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둘은 아니라는 거다.
퐈앗!
아서가 인벤토리 속 안에 있던 인피니티를 꺼냈다.
“네놈……!”
“이, 이럴 수가…….”
벌록과 바르밀의 표정은 거의 경악에 가까웠다.
신출귀몰하게 움직인 아서는 어느새 벌록의 등 뒤에 와 있었다.
푸화앗!
벌록의 날개뼈 죽지에서 붉은 비가 솟구쳤다.
철푸덕-
날개의 반이 잘려나가 떨어졌다.
“커허억!”
용족의 약점은 바로 날개다.
날개가 잘려나가는 순간 몸의 균형을 잃고 몸을 가누지 못한다.
태애애앵!
벌록을 끝내려고 달려가는 아서를 향해 바르밀의 검이 휘둘러졌다.
가뿐히 퉁겨낸 아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저, 정체가 뭐냐!”
“……바알 군주한테 내 이야기 못 들었나?”
“……!”
바르밀의 눈이 번뜩 떠졌다.
“네놈이었구나!”
퐈핫!
다시 힘껏 아서를 향해 검을 뻗는 바르밀.
아서가 창대에 힘을 주어 퉁겨냈다.
뒤로 밀려난 바르밀은 팔로 전해지는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가, 강하다.’
파앗!
그가 눈을 떨 때, 아서는 이미 다시 한 번 선공을 펼쳤다.
창을 쭉 찔렀다.
태엥!
위로 힘껏 튕겨지는 순간 그 반동을 이용해 빙글 한 바퀴 돈 후 무릎을 굽히고 앉은 자세를 취하며 다시 찔렀다.
바르밀은 노련했다.
끼기기긱-
검으로 비스듬히 아서의 창대를 옆쪽으로 밀어낸 후 튕겨 냈다.
뒤로 밀려난 아서는 맞은 부위를 쓸었다.
“으, 으아아악. 내, 내 누우운…… 바, 바르밀 군주, 제발 어떻게 좀 해줘!”
“균형을 못 잡겠어…… 제기라알! 피가 멈추지 않아!”
“제발 아가리 좀 닥쳐!”
바르밀은 귓가가 웅웅거리는 걸 느꼈다.
그때에 아서는 죽음의 그림을 이용해 마족 병력들을 소환했다.
“헉……!”
바르밀로서는 경악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마족들이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눈다.
파앗!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곧 바로 소환된 마족들과 합세하였다.
푸슈유육!
푸슈유육!
바르밀의 피가 허공에 솟구쳐 올랐다.
온 몸이 난자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몸 곳곳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바르밀은 검 끝으로 몸을 지탱시킨 채 쓰러지지 않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노리나?”
그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눈빛만큼은 살아있었다.
“퉷! 그렇다면 틀렸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인간의 피를 통해서만 발동되지.”
“X신.”
아서는 피식 웃었다.
“머리가 있다면 생각을 해라.”
아서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두들기는 시늉을 했다.
“제물인 내가 너희들을 공격한다. 그러면 나는 너희들을 죽이고 내 몸을 제물로 바치지 않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보지 못한다. 이렇게 생각해놓고 여기 있을 것 같아?”
바르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다른 두 번째 방법이 존재한다. 살아있는 제물 두 개를 바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 히든피스는 역시 발동한다.”
“미친 소리. 그 사실을 알도르님은 말해주시지 않았다.”
“가상의 공략은 수십 번 반복해서 찾아내는 거다. 첫 번째 찾아진 방법이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것, 두 번째도 있을 수 있고 그는 그걸 알지 못하니 알려주지 못했을 수밖에.”
아서는 그 말을 하면서 뚜벅뚜벅 걸었다.
그가 멈춘 곳은 바로 벌록 군주가 있는 곳이었다.
벌록은 이미 둘의 마족이 제압해놓은 상태였다.
다른 날개 하나가 찢어져 사실상 힘을 쓰지 못해 어린아이와 마찬가지였다.
아서는 그의 갑옷을 끌어올려 그를 질질 끌고 갔다.
그의 붉은 피가 바닥에 남는 모습이 그로데스크했다.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그를 십자가 바로 앞에 놓았다.
곧 그 피를 아서는 십자가 위에 있는 자의 몸에 발랐다.
그러자.
쿠구구구구구!
천장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아서는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벌록을 내려다봤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너희와 나의 차이다.”
퐈하아아악!
그 위에서 거대한 검은 용 한 마리가 순식간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 용은 거대한 입을 벌리고 벌록 군주를 향해 쏘아져 들어갔다.
“으, 으아아아아!”
콰악!
용은 단숨에 벌록을 입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우지익!
우지이이익!
망설이지 않고 씹기 시작했다.
뼈까지 씹히는 소리가 무척이나 소름끼치게 들려왔다.
하지만 아서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알라드를 멀리 차버렸다.
“으아아악!”
바닥에 떨어지면서도 여전히 알라드는 눈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러댔다.
태애앵!
마족 하나가 바르밀의 검을 쳐냈다.
완전 무방비 상태가 된 바르밀.
‘이놈. 조금만 다가와라, 내 기필코 네놈을 데리고 가겠다.’
이미 자신의 죽음은 기정사실.
소년이 방심한 틈에 품 속에 숨긴 단검으로 목을 찔러 죽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서를 모르는 바르밀 군주의 헛된 희망일 뿐이었다.
파앗!
단숨에 그와 거리를 좁힌 아서는 그의 팔 한쪽을 잘라냈다.
푸지이익
툭
“으아아아아……! 이, 이 미친놈…… 무, 무방비한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난 마족 안 믿는다.”
푸화아아악!
또 다른 팔이 잘려나가며 피가 솟구쳤다.
마족 바르밀의 머릿속에 ‘공포’가 자리 잡았다.
‘으으으…….’
소름 끼쳤다.
어떻게 이런 자가 있을 수 있나.
또 자신들을 제물로 바치다니!
“표정을 보니 제물로 바치려는 게 끔찍하다고 생각하나봐?”
아서는 두 팔이 잘린 바르밀을 질질 끌고 가며 말했다.
“개 같은 소리하지 마라. 너희는 불쌍한 소년을 데리고 제물로 바쳤다. 그리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바알 군주에게 바치고 낄낄거리며 똥구멍을 핥았지.”
아서의 그 목소리는 마치 이미 그들이 그런 행동을 취했던 것처럼 말했다.
“너희는 제물로 바치면 안 되고, 소년은 되더냐?”
“…….”
바르밀은 입을 다물었다.
이번에도 아서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의 피를 십자가에 발랐다.
콰아아아아!
이번에도 검은 용 한 마리가 다시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미 바닥에는 벌록이 흩뿌린 피로 흥건했다.
바르밀은 죽을 때 죽더라도 놈을 저주하자고 생각했다.
“지옥에서라도 네놈을 기필코…….”
퍼지이익!
하지만 아서는 말을 끝맺지 못하게 주먹으로 인중을 후려쳤다.
이빨 여러 개가 후두둑 날아간 바르밀은 곧이어 검은 용에 의해 잡아먹혔다.
으적으적-
콸콸콸!
핏물이 십자가에 묶여 있는 존재를 완전히 뒤덮었다.
참으로 끔찍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아서는 히든피스 달성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숨겨져 있는 히든피스. 두 개의 제물 바치기를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얻으셨습니다.]
쿠우우웅-
곧이어 아서는 천장 위에 숨어 있던 거대한 용이 밑으로 내려선 걸 볼 수 있었다.
용은 곧이어 그 크기가 작아지기 시작하며 빛을 흩뿌렸다.
파아아앗!
빛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말 그대로 황금색 털을 가진 거위였다.
“꿰에엑, 꿰에에엑!”
놈이 거친 울음을 토해냈다.
하지만 실제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티팩트의 개념이었다.
남들이 공격하면 죽는 개념보다는 파괴된다는 개념이다.
아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확인하기 전에 움직였다.
그곳엔 눈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는 알라드 군주가 있었다.
퍼엇!
“크흐윽!”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그를 걷어찼다. 바닥을 뒹구는 알라드는 끔찍한 공포에 질려 있었다.
사실상 천족은 버프 능력을 빼면 아무것도 아니다.
대신에 그 버프능력이 말도 안 될 정도로 특별해서 문제가 있는 것이지.
“눈이…… 눈이 안 보여…….”
하지만 아서는 경계의 끈을 놓지 않았다.
놈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갈지 모르는 놈들이니까.
그렇기에 확실히 했다.
우두두두둑!
두 개의 손목을 분질렀다.
“끄, 끄아아아!”
바닥을 뒹구는 그를 보며 아서의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는 무릎을 굽혀 그의 턱을 붙잡았다.
알라드의 한쪽만 남은 눈이 아서를 보았다.
“왜, 왜 나는 바로 죽이지 않지?”
“쓸모가 있으니까.”
“쓸모?”
“그래.”
말 그대로다.
알라드는 쓸모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아직 네가 아무한테도 공개하지 않은 특수한 스킬. ‘제작자의 은총.’”
“……!”
그 말을 들은 알라드의 눈은 거의 경악에 가깝게 커졌다.
제작자의 은총.
말 그대로 알라드가 가지고 있는 아주아주 특별한 특성이다.
정확하게 3개월에 한 번만 사용가능한 이 특성을 알라드는 사실상 아직 아무한테도 발설하지 않았다.
아니, 발설해서는 안 되는 능력이었다.
이 능력은 무궁무진함을 담고 있다.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해낼 수 있는 게 많은데, 그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퀘스트도 만들 수 있지.”
“그 사실을 어떻게 알지?”
“특성은 네놈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알라드는 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여러 방면으로 활용했다.
사실상 그러한 능력을 가진 군주가 있다는 걸 짐작할 이는 거의 없을 거다.
“내가 그 능력이 조금 필요해서 말이지.”
아서는 능청스레 웃었다.
알라드 군주가 겁이 많은 건 아주 유명한 일화였다.
이런 자들은 보통 다스리기가 쉬웠다.
만약 다스려지지 않는다면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기도 하였다.
아서는 군주의 서를 꺼내며 물었다.
“살고 싶지 않나?”
***
알도르는 혼자서만 살아온 알라드 군주를 보면서 얼굴을 구겼다.
검은 수염이 자란 그는 느리게 턱을 쓸었다.
“모두 죽고 혼자만 살아남았다고?”
“예, 가상공략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그 던전 안에 작은 언데드 영지가 있었습니다.”
알도르는 눈앞이 깜깜해질 수밖에 없었다.
둘의 도전군주가 죽었다.
물론 마족은 아니었지만 이에 관련하여 천족 대군주와 용족 대군주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낼 것은 당연한 사실이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까지…….’
그는 치아를 꽉 물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두 번의 기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도르는 알고 있었다.
즉, 애먼 병력을 잃고 거기에 오랫동안 준비해온 히든피스도 놓친 셈이다.
‘군주님께서 굉장히 노하실 텐데…….’
어쩌면 그 질책은 알도르에게 향할 것이다.
그의 가상공략이 미숙했기에 있었던 일이니까.
“그런데…….”
알도르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너 혼자만 탈출구를 이용해 빠져나왔다?”
“예.”
사실상 힘으로는 가장 약한 알라드가 살아나왔다.
이는 굉장히 미심쩍은 사안이기도 하였다.
“아무래도 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으니까요.”
이는 당연한 사실이다.
버프를 주는 능력자는 던전 안에서도 거리를 벌리고 있다.
“혹시나를 대비해 영지를 습격하기 전에 탈출구와 가장 가깝게 영지 습격전을 펼쳤었습니다. 그러다가 두 군주는 몰려드는 언데드들을 감당하지 못한 거지요.”
그럴만한 이야기구나. 라고 생각하던 때에 알라드 군주가 말했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그곳에서 SSS급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뭐?”
알도르의 눈이 경악에 가득 차 그를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