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
군주회귀록 157화
안으로 들어갈수록 계속해서 몬스터들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듀라한 뿐만 아니라 6성으로 치부되는 본 드래곤에 더해 부패한 병사들도 나타나고 있었다.
부패한 병사는 구울과에 속하지만, 그들보다 훨씬 빨랐고 거기에 창을 사용했다.
그들은 꽤 노련한 창을 구사하는 자들이었다.
아무리 도전군주들이라고 할지라도 안으로 들어갈수록 버거워지는 게 확연히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나.
그들은 아서가 털끝 하나 다치지 말아야 한다는 리스크를 안고 있지 않은가.
푸지익!
화살 한 발을 쏴 부패한 병사의 머리를 꿰뚫은 바르밀 군주는 신중한 눈빛으로 주변을 흩었다.
“좀 쉬어야겠군.”
“동감이다.”
생각보다 쉬운 여정이 아니었다.
사실 알도르는 던전을 홀로그램처럼 띄어서 가상 시뮬레이션 공략을 한다는 뛰어난 특성이 있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 특성을 피해 가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이 변수는 알도르의 가상공략에서 표기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
‘이번 공략은 실패했었지.’
공략 실패.
하지만 이들이 그래도 죽지 않고 두 번째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밖으로 도망치는 비밀 통로를 알도르의 가상공략에서 발견했다는 거다.
하지만 던전은 항상 비슷하다.
처음으로 성공하면 보상은 가장 크다.
두 번째는 떨어진다.
세 번째는 더 떨어진다.
그를 아는 아서였기에 그들을 무사히 안쪽까지 데려가야 했다.
중요한 맥락.
4인 입장 제한이 걸린 이 던전에서 보스를 사냥하기 위해선 그들의 힘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거다.
현재 아서처럼 스텟만이 온전한 상태라면 더더욱.
“잠깐.”
물로 목을 축이던 바르밀 군주가 작게 말했다.
그에 다른 이들이 이야기 나누던 것을 멈추고 입을 꾹 다물었다.
“뭔가…… 소리가 들리지 않나?”
“소리?”
“소리라…….”
소리라는 말에 알라드는 지체 없이 청각을 극대화 시키는 버프를 사용했다.
셋의 귀가 작은 소리까지 탐지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헉……!”
“이, 이건…….”
그들이 서로 눈을 맞췄다.
고개를 끄덕인 그들이 몸을 일으켰다.
“너도 꾸물거리지 말고 따라오거라.”
알라드가 아서의 목덜미를 잡아 끌어올리며 으르렁거렸다.
아서는 그 뒤를 바짝 붙어 움직였다.
곧이어 던전 안으로 들어갔던 그들은 벽 한 부분이 없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없는 벽 너머를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마른 침을 삼켰다.
“비, 빌어먹을.”
“알도르 님의 공략법에 이런 건 없었지 않나!”
“이건 예상외의 변수다.”
그들의 눈 앞에 펼쳐진 것.
그것은 아주 작은 언데드 영지였다.
영지민들은 일반 좀비나 스켈레톤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주 작은 소영지.
인구는 약 1,000 정도로 추정.
거기에 더 큰 문제는 바로 이것이다.
“데스 나이트 기사단…… 그뿐만이 아니군.”
주변으로 듀라한이나 혹은 부패한 병사 같은 놈들이 숫자가 제법 되었다.
얼핏 100마리는 된다는 거다.
던전의 이점은 들어갈수록 차근차근 나온다는 거다.
그렇기에 수월하게 상대할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이러한 식이면 위험하다.
그 이유는 놈들이 무리를 지었다는 것 때문이다.
“보스를 잡기 위해선 일단 이놈들을 무조건 죽여야 한다는 건데…….”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보스몹은 모든 몬스터를 소탕했을 때, 보스방이 열린다.
그 의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얻기 위해선 무조건 이 영지를 쓸어야 한다는 거다.
“빌어먹을. 무리를 지은 언데드 공략법은 들은 게 없잖아.”
용족 벌록도 고개를 끄덕였다.
“또 언데드라는 몬스터들 자체가 본래는 아스가르드 대륙에서 나오는 놈들이니까.”
그랬다.
이들은 언데드에 대한 뚜렷한 지식이 없었다.
그만큼 그들은 언데드의 약점을 알고 그들을 끌어들이는 것에 매우 취약하다는 거다.
그나마 알고 있는 거라면 치유 계열에 취약하다는 것과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다는 거다.
“모두 가진 것들 꺼내봐.”
그들이 자신들이 가져온 것들을 꺼냈다.
사실상 소규모 몬스터와 싸우는 것투성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떤가.”
그래도 도전군주는 그냥 올라온 게 아니라는 듯 벌록이 입을 열었다.
“가장 최소한으로 놈들을 유인해서 조금씩 조금씩 사냥해나가는 거다.”
사실 어떻게 보면 정말 평범한 전략이다.
하지만 적을 모르는 상태에선 최선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바르밀이 고개를 저었다.
“위험부담이 크다. 안으로 들어오면서 놈들에 대해서 알아낸 게 있잖아.”
“놈들의 눈과 귀는 퇴보하였고 냄새로 우릴 쫓는다는 것?”
“그래, 피 냄새가 나는 순간 곧바로 몰려들 거야.”
언데드는 후각에 의존한다.
시각은 정말 코앞에 다다랐을 때만 전투가 가능할 정도의 시야만 확보된다는 거다.
청각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반 정도의 청각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게 그들이었다.
“흐음…….”
그들은 골머리를 싸매었다.
그에 알라드가 혹시나 하고 툭 옆에 있던 아서를 쳤다.
“넌 아스가르드에서 언데드에 대해 어느 정도 들었을 것 아니냐.”
피식-
그에 바르밀은 맥없는 웃음을 지었다.
“기대할 걸 기대해라. 알라드. 이런 겁쟁이 같은 인간 애새끼가 무엇을 알겠나.”
알라드는 ‘하긴.’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아서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저…….”
수웅
바르밀이 손을 팍하고 휘둘렀다.
그 손날에 아서의 은빛 머리카락 몇 가닥이 흩날렸다.
“닥치라 했을 텐데?”
아서는 겁먹은 것처럼 머리를 감싸 쥐고 벌벌 떨어댔다.
그러면서도 말했다.
“제, 제가 방법을 알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모두가 잠시 의아한 표정으로 아서를 보았다.
고개를 푹 숙인 아서는 입술을 비틀어 올리고 웃고 있었다.
그리고 곧 고개를 들었을 때.
그는 두려움에 떠는 표정으로 변했다.
“네크로맨서…… 잭…… 에 대해서 아시나요?”
“네크로맨서 잭?”
“잭이라…… 잭. 들어본 것 같은데, 만물 정보자 브로케니가 아스가르드 대륙에 대해서 꿰고 있지. 인간 중 극강삼인이라 불린다고 들은 것 같군.”
“아, 그 네크로맨서 잭!”
그들은 어느 정도는 들어봤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아서가 말했다.
“사실 전…….”
그는 말끝을 흐리다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네크로맨서 잭의 영지민입니다.”
“……뭐?”
“이 새끼가.”
퐈악!
바르밀이 아서의 멱살을 한 손으로 잡아챘다.
그리고 힘껏 벽으로 밀어붙였다.
쿠우웅!
“억……!”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날이 예리한 단검을 뽑아 든 바르밀이 목에 단검을 겨눴다.
“장난하나? 군주 영지민이 어떻게 경매장에 팔려왔다는 거냐.”
“케엑, 켁…… 여, 영지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곳은 지옥과 같은 곳이거든요. 잭 군주는 영지민을 해부하여 유닛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도망치게 되었고 레이도르 땅까지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갑자기…… 마족이 나타나 절 끌고 갔습니다.”
‘레이도르 땅…….’
레이도르라는 말에 바르밀은 경매 도우미와 그가 철장 안에 갇혔을 때 밖에서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런데 저 인간 꼬마는 어디서 데려왔지?’
‘레이도르 땅에서 저희 병사들이 데려왔습니다.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에 경매 도우미들도 레이도르 땅으로 한 달에 한 번 내려갈 수 있게 되었거든요.’
‘호오, 데려왔다는 건 말 그대로 납치군.’
‘낄낄, 그런 게 뭐 중요하겠습니까.’
바르밀의 팔에 있던 힘이 풀렸다.
“케엑, 켁……!”
거친 숨을 토해내는 아서.
바르밀이 다른 이들과 눈을 맞췄다.
‘사실 같은데?’
‘정말인가?’
‘내 경매 도우미의 말에 따르면 맞는 것 같군.’
사실상 영지민들이 군주의 악행을 못 이겨 도망치는 일도 분명히 있다.
그건 마계에서도 마찬가지.
네크로맨서 잭이란 자의 언데드 영지에서 있던 영지민이라면 약점을 알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들의 약점을 잘 아나?”
“조, 조건이 있습니다.”
“이런 당돌한 애새…….”
바르밀은 당장 손가락 하나라도 잘라야겠다는 듯 그 손을 잡았다.
하지만 아서는 두려운 듯하면서도 소리쳤다.
“나중에 네크로맨서 잭의 영지를 부수시게 된다면…… 저, 저희 가족을 보다 더 잘 보살펴 주십시오!”
피식
그 말을 들은 바르밀도 다른 군주들도 헛 웃었다.
‘인간이란…….’
감성적이다.
“여러분을 보고 알았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아스가르드 대륙에서 군주게임을 하면 곧 쓸려나가겠다고요!”
그 말에 세 사람은 속으로 웃었다.
‘스스로가 미개한 족이라는 걸 인정하는군.’
‘우리가 싸우는 걸 봤다면 그리 여길 만도 하지.’
그들은 말 그대로 자아도취 했다.
아서는 조건을 걸면서도 그들의 기분 좋아지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그, 그렇게 쓸어버리시면…… 저, 저희 가족쯤은 구제해 주시지 않으실까 하여…….”
“그 정돈 어렵지 않지.”
끄덕-
바르밀과 다른 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속으로.
‘나중엔 기억도 못 할 일이지.’
아서의 얼굴이 그에 확 밝아졌다.
“저, 정말이십니까?”
“그 정도야, 해줄 수 있다. 일단은 시험해 볼 게 있다.”
아서는 그에 흥분하여 되물었다.
“시, 시험이요?”
“그래, 시험. 네가 언데드 영지에 살았었더라면 그만큼 잘 알고 있겠지. 듀라한의 약점을. 놈의 약점이 뭐지?”
증명.
그게 필요했다.
그들도 그거 없이 움직일 바보들은 아니었다는 거다.
그에 아서는 어렵지 않다는 듯 말했다.
“간단합니다. 머리를 집중공격하는 겁니다.”
“……머리?”
“한 손에 들고 있는 그 머리말이더냐?”
듀라한의 약점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놈은 머리가 터져도 움직일 수 있던데?”
사실이었다.
머리가 터지면 순간 경직되지만, 육체는 다시 움직인다.
그런데 약점이라.
“간단합니다. 그들에겐 머리가 하나의 코어가 되는 겁니다. 모든 이족보행은 똑같지 않을까요? 머리를 내주는 것보다 팔을 내주고 싶지요.”
실제로 이 방법은 다른 군주들이 마족과 손을 잡은 네크로맨서 잭을 잡을 때 듀라한 부대를 사냥하기 전에 내놓은 묘책으로 확연한 효과를 자랑했다.
정말 약점을 알고 공격하는 것과 찾으며 공격하는 건 매우 다르다.
거기에 긴가민가하다는 것은 전투 중에 오히려 악효과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확실해지면 알 수 있다.
“머리를 집중공격하면 그들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보호하려고 합니다. 그 대신에 다른 곳들은 무방비하게 되지요. 듀라한은 한 팔만 쓰지만, 그만큼 빠른 쾌검을 구사하지요. 하지만 그 검이 오로지 방어에만 들어간다면…….”
세 군주의 표정은 꽤 타당한 설득력이 있다는 표정이었다.
“쉽게…… 공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약점을 말하라고 하긴 했다만…….”
바르밀의 눈빛이 변했다.
그는 매우 차가운 표정으로 아서를 보고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거냐.”
너무 잘 알고 있다.
스스로가 언데드가 아닌데.
그것도 고작 영지민이.
‘빌어먹을 놈. 의심 하나는.’
바르밀의 의심스러운 눈빛.
자칫, 필요하다면 제물이고 뭐고 새로 구하고 포기하는 게 낫겠다는 표정이었다.
“대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