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
군주회귀록 156화
53장 위험한 동행
정말이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출중한 미남이었다.
키는 약 170㎝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몸에 알맞게 붙은 근육은 절로 감탄을 자아냈으며 특히나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은빛 머리카락은 시선을 확 끌어당겼다.
“어디 보자, 표에 따르면 본래 병사로 활동했던 소년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바르밀은 설명을 들으며 자신의 턱을 쓸었다.
어째 경매 도우미가 신이 나서 말한다 싶었더니, 그 외모를 보면 충분히 그럴 만했다.
바르밀이 몸을 숙여 소년을 바라봤다.
그에 겁먹은 소년이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내 눈을 똑바로 보거라.”
“…….”
그 위압감에 소년의 고개가 돌아갔다.
바르밀과 눈이 마주친 소년은 겁에 질려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피식
몸을 일으킨 바르밀은 곧이어 소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무, 물 좀…… 제발…… 물 좀 줘요…….”
그 가냘픈 목소리에 바르밀은 허리춤의 혁대에 손을 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귀한 제물이다. 물과 먹을 것을 배불리 먹게 하라. 그리고 저 족쇄는…….”
바르밀은 눈을 게슴츠레 떴다.
“혹시 몰라 족쇄를 채워놨습니다. 아시겠지만 저 족쇄를 차고 있으면 사실상 어떠한 힘도 무용지물이 되지요.”
바르밀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년이 인간 세상에서 어떤 자였든, 이젠 그냥 평범한 소년일 뿐이다.
저 족쇄가 그리 만들 테니.
바르밀은 피식 웃으며 밖으로 나섰다.
곧 이어 경매 도우미가 물과 마른 빵 하나를 작은 철장 안에 넣어주었다.
우적우적우적-
소년은 그것을 게눈 감추 듯 먹어치웠다.
그를 보던 경매 도우미가 혀를 끌 찼다.
“쯧!”
꿀꺽꿀꺽-
등을 돌린 경매 도우미를 보며 소년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감돌았다.
‘침투는 성공적이군.’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아서는 라파엘과 싸울 때 생각투시를 이용해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지 않았던가.
또한, 애초에 아서는 그들이 경매장을 통해 인간을 구매했던 사실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그 소년과 자신을 바꿔치기 하였다.
그렇다고 현재 족쇄가 채워진 아서는 아무것도 못 하지 않느냐?
‘천만의 말씀.’
족쇄를 무력화 시키는 편법이 한 가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스텟 보존의 양피지’를 사용하는 것.
스텟 보존의 양피지는 말 그대로 스텟만을 보존할 수 있는 특별한 물품이다.
이 특별한 물품을 아서는 한 달에 한 번 사용 가능한 만물자 카르스의 특수능력을 통해서 얻어냈다.
그리고 족쇄가 채워지기 전에 스텟 보존 양피지를 사용함으로써, 족쇄는 모든 스킬을 봉인하지만 스텟만큼은 사용 가능하다는 거다.
또한.
‘내 주머니 속에는 족쇄를 풀 수 있는 열쇠도 들어있지.’
아서는 경매 도우미가 족쇄를 채우기 전에 가짜 열쇠와 재빠르게 바꿔치기했다.
손기술 하나도 예술인 아서였고, 사기를 친다면 돌멩이 하나를 영지 하나 가격에 팔아먹을 수 있는 게 그이기도 했다.
쿠우우웅-
그때 바르밀 군주가 다시 문을 열고 들어왔다.
“갈 시간이다.”
경매 도우미가 서둘러 철장 문을 열었다.
“됐다.”
“예? 괜찮겠습니까?”
바르밀은 손을 들어 올려 밧줄로 손을 묶으려는 것을 제지했다.
“던전 안에 들어가면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놈이 숨이 붙어 있는 상태에서 끝까지 도달해야 해.”
“아…….”
충분히 납득 가능한 말이었다.
셋의 도전군주들이라고는 하지만 던전 안에서는 제물을 지키기 쉬운 것도 아니었다.
결정적으로는.
‘어차피 족쇄를 찬 인간 따위가 위협이 되지 못하지.’
손가락으로 찍어서도 죽일 수 있는 게 바로 앞의 소년이리라.
바르밀 군주가 몸을 돌렸고 아서는 그 뒤를 쫓아 움직였다.
***
“호오…….”
“흐음.”
천족 알라드, 용족 벌록이 작은 소리를 냈다.
셋 모두 도전군주로 S급 군주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강하다.
인간 S급보다 이 세 종족은 한 급 높다고 보는 게 맞다.
그것은 타고남이라고 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아서에게는.
‘빌어먹을 새끼들아, 반갑구나.’
꼭 죽여야 할 놈들이기도 하였다.
전생에서 세 종족은 의기투합하여 인류를 쳤다.
사실상 그 셋이 손을 잡게 만든 것 하나만으로도 아서는 대단했던 군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족 군주 바르밀과 천족 알라드, 용족 벌록은 최후의 전쟁 당시에 방어 전선을 무너뜨린 일등공신들이었다.
그들은 열심히 바알의 비위를 맞추는 군주들.
아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얻고, 더불어 그들도 잡을 계획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인간 따위가…….”
용족 벌록이 아서의 턱을 잡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아서는 겁먹은 척 연기했다.
파르르 몸을 떨며 고개를 푹 숙였다.
“꽤 곱상하게 생겼구나.”
용족 벌록은 등 뒤로 거대한 와이번의 날개와 같은 것이 접혀 있었다.
용족은 공중전에 자유로운 종족이여서 상당히 꺼림칙했다.
그리고 천족 알라드.
그는 작은 소리를 내어 웃었다.
“그래 봤자, 인간인 걸요.”
“하긴, 그렇지.”
벌록은 곧 관심을 껐다.
어차피 제물로 사용할 미개한 자에게 관심을 두어서 뭐하리.
그들은 던전 앞에 서서 던전 안의 지도를 쫙 펼쳤다.
“알도르 님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군.”
“과연 바알 대군주가 거느리는 전술 전략가시니까.”
그의 특성.
즉, 수백 번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들이라고 해도 탐나는 것이었다.
거기에 그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히든피스와 같은 것도 찾아낼 수 있다는 것.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그 히든피스가 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던전 끝에서 히든피스를 하기 위한 제물을 갈기갈기 찢어 피를 뿌리면 발동된다는 거다.
“자, 이제 들어가지. 네놈은 최대한 뒤에 붙어 조용히 따라와라.”
바르밀 군주의 말에 아서는 흠칫 몸을 떨었다.
죽으러 간다는 것에 순순히 움직이는 게 더 이상해 보일 테니까.
“꾸물거릴 때마다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주마.”
“……아, 알겠습니다.”
비르밀 군주는 단순히 겁을 주는 것뿐이었다.
사실상 제물은 작은 상처 하나도 없이 무사히 던전 끝으로 이동되어야 했다.
어찌 보면 이 시스템은 아서가 현실에서 기사들을 죽였던 ‘피를 이용한 통로.’와 흡사하다고 볼 수 있었다.
곧 그들이 던전에 입장했고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곧 그들을 맞이한 것은 5성으로 치부되는 듀라한이었다.
이 던전은 언데드 계열의 몬스터들이 나타난다.
듀라한의 숫자는 자그마치 다섯이었다.
퐈앗!
몬스터가 나타나는 순간 용족 벌록은 날개를 쫙 펼쳤다.
그리고 바르밀 군주는 자신의 주무기인 창을 앞으로 내세웠다.
그는 등 뒤로는 활도 차고 있었다.
바르밀 군주는 명사수로도 아주 유명한 마족 군주였다.
그리고 천족 알라드는 뒤에서 버프 능력을 준비했다.
‘실력 좀 볼까.’
아서는 등 뒤에서 겁에 떨 듯 몸을 웅크리고는 그들의 사냥을 지켜봤다.
포지션은 사실상 평범하지만 가장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퐈아아앗!
“죽…… 음의…… 던전에…… 발을 들인 자들…….”
끼리리릭-
끼리리리릭-
머리를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기사형 타입 듀라한은 꽤 강하다고 알려진 언데드 몬스터.
날개를 쫙 펼쳤던 벌록 군주가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펄러억!
촤아아앗!
검을 하늘로 들어 올리는 듀라한의 검을 쳐내고 그 뒤쪽에 내려선 벌록 군주의 몸이 순간적으로 번쩍였다.
“크라아아아!”
입을 쩍 벌린 벌록의 입에서 곧 이어 괴성이 터져 나왔다.
[용족의 포효가 발동됩니다.]
[용족의 포효로 인해 반경 10m 내의 몬스터들이 집중됩니다.]
어그로 능력.
‘나쁘지 않아.’
용족의 포효는 어그로 능력이지만 순간적으로 방어력+50을 올려주는 탱거형 능력이기도 했다.
과거 용족 벌록은 전쟁 때에 이 용족의 포효를 대규모로 바꾸어 모든 시선을 자신에게 돌린 후 병력을 쓸었다.
벌록에게 온 시선이 집중되자 그 뒤에서 달려나간 바르밀 군주가 마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앗!
마기를 흩뿌리는 검이 단숨에 듀라한 하나를 두 동강 냈다.
‘역시…….’
전투족이라 불리는 게 예사는 아니다.
그리고 그 옆에 선 천족은 듀라한들에게 치유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크하아아악!”
“크에에엑!”
듀라한들이 비명을 토해냈다.
언데드에게 치유 능력을 말 그대로 독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와.”
아서는 여전히 연기에 충실했다.
“큭, 놀랍느냐?”
아서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비한 것을 보는 호기심 많은 소년처럼.
그리고 중얼거렸다.
“저런 움직임이라니…….”
그렇게 말하면서 속으로는.
‘생각보다 허접하군.’
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상 아서의 평가다.
그에게는 딱 그 정도.
물론 미래에는 이들이 더 성장하지만, 지금은 딱 그 정도라는 거다.
“우리들은 각 족에서 차출된 최고들이다. 도전군주. 사실상 너희들 세상의 도전군주들과는 그 급부터가 다르지. 큭! 미개한 네가 보았을 땐,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겠구나.”
천족 알라드는 방어 전선을 뚫다가 죽었다.
어차피 뒤졌던 놈.
‘뭐래, X신 새끼가.’
아서는 속으로는 웃고 겉으로는 말했다.
“격…… 이 다르다는…… 게 뭔지 알 것 같습니다…….”
아서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와중에도 앞에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듀라한이 픽픽 두 종족에 의해 쓰러졌다.
그들은 꽤 진귀한 것들을 드랍했다.
자베스와 함께 공략했던 SS의 특별한 던전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였다.
용족 벌록 군주가 어그로를 끌었던 듀라한 한 마리가 갑자기 시선을 홱 틀었다.
그곳엔 천족 알라드와 아서가 있었다.
“네…… 놈…… 들……!”
알라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미카엘의 기도.”
퐈앗!
듀라한에게 강력한 치유 버프가 스며들었다.
“크라앗!”
하지만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면서도 놈이 매섭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쉬운 말로 어그로가 튄 것이다.
듀라한은 다름 아닌 아서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
알라드는 깜짝 놀랐다.
제물이 죽으면 아무것도 못 얻는 말짱 도루묵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이 버프 능력자들은 그 신체 능력만큼은 형편없었고 천족은 말할 것도 없다.
듀라한이 아서의 코앞에 다다른 순간.
아서의 눈빛이 변했다.
그리고 듀라한의 검이 빠르게 그의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그때.
아서는 움직였다.
“으, 으아아아악!”
뒷걸음질 치며.
자연스레 검이 비껴가듯 스쳐 지나갔다.
워낙 능청스러운 행동이었기에 누가 봐도 겁에 질려 어처구니없게 피해낸 행동인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어.
퍼지이익!
바르밀 군주가 쏜 화살이 듀라한의 손에 들린 머리를 관통해 벽에 박혔다.
“크크크큭, 으, 으아아악! 인간 놈. 비명을 지르는 꼬락서니하고는.”
그 웃음에서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일부러 아서에게 겁을 주려고 했던 것이다.
조금 전 바르밀 군주는 활시위를 듀라한에게 겨냥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서의 뒷걸음질에서 피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그리고 만약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곧바로 머리를 뚫었을 것이다.
듀라한은 꽤 많이 지쳐 있었다.
그들은 아서를 농락하기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사실을 몰랐던 알라드는 얼굴을 붉혔고 아서는 바닥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줄줄 흐르는 땀을 닦으며 생각했다.
‘알고 있었다.’
그들은 어그로가 튈 정도로 바보들은 아니라는 걸.
아서는 이로써 확실히 쐐기를 박았다.
‘겁먹은 제물 인간이라는 걸.’
그의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 중이었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 놀랐지 않느냐.”
“아아, 미안해.”
두 군주가 낄낄 웃어댔다.
부들부들 떨며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아서.
곧이어 일행은 다시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바치려는 자들과 이용하려는 자의 동행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