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1
군주회귀록 151화
용화포에 의해서 마족들은 생각보다 작지 않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땅에 쳐 박힌 몇몇 마족들은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죽진 않았다는 것.
‘용화포를 맞고도…….’
카일은 경악함과 동시에 달렸다.
그 주위로 다른 자들도 함께 달렸다.
“빨리, 빨리!”
“장전하라!”
그레모리가 다시 한번 외쳤다.
“발사아!”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앙!
병력을 쫓는 마족들이 또 한 번 뒤로 날아갔다.
오르콘이 특별 설계하여 유도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용화포였다.
하지만 아직 들어오지 못한 자들이 많았다.
특히나, 유닛들은 군주를 최우선시했다.
푸슈유유육!
“못 들어간다!”
“이놈들!”
각 다양한 족의 유닛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입구를 향해 달려오는 마족들 앞으로 달려나갔다.
스거어엉!
스거어엉!
그들의 머리 혹은 팔과 다리 등이 잘려나갔다.
하지만 그들은 다리가 잘려나가면 바닥을 기면서도 그들의 발목을 부여잡았다.
그들은 온 힘을 다해 막아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카일 군주.
그는 입구의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때.
스산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봤다.
마족 하나가 그의 목을 향해 검을 뻗고 있었다.
‘끝…이다…!’
그 순간.
태애애애애앵!
작은 얼음화살이 날아와 검 끝을 퉁겨냈다.
덥석.
“정신을 어디 두고 있는 거야.”
쿠우웅!
그레모리가 카일 군주의 멱살을 잡아 벙커 안으로 던졌다.
그녀의 시선이 한 곳에 향했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는 비에 흠뻑 젖은 자베스 군주.
‘그분이…… 이곳에 계신거야.’
자베스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저 마족은 그의 대리인 아니던가.
자베스는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얼마 못 버텨.’
자신은 곧 죽을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가 더 잘 알았다.
어차피 자신이란 존재는 그 덕분에 목숨을 부지했다.
자베스의 눈빛을 본 그레모리가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였다.
끼이이익
쿠우웅!
벙커의 문이 닫혔다.
곧 이어.
콰지지지직!
벙커 전체가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졌다.
그녀가 몸을 돌렸다.
몰려오는 마족들이 보였다.
쏴아아아아-
그녀의 온몸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얼굴까지 완전히 얼어붙은 그녀의 주위로 거대한 얼음 폭발이 일어났다.
콰장창창창!
쏴아아아아아!
그 후폭풍이 마족들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녀가 있던 자리엔 터져버린 살점들과 피자국 만이 뒹굴고 있었다.
“허억허억.”
카일 군주는 등을 기댔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바깥을 보자 자베스가 희생했음에도 그들은 크나큰 중상을 입은 자들은 없어보였다.
그들은 매서운 기세로 벙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너, 너는…….”
그레모리는 차가운 시선으로 바깥을 바라봤다.
‘벙커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5분.’
그리고 이 밑으로 병력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병력들이 지금 나선다면 무용지물.
‘모두 죽어, 군주님이 오셔야만 해.’
이곳에 벙커를 아서가 만든 이유는 역시나 시간을 끌기 위함.
그는 이리 말했다.
‘벙커 없인 5분도 못 버텨.’
그 정도로 강하다.
또한, 잠금 상태가 되어 있는 영지에서 벙커를 끌어올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만약 그 전에 벙커를 올렸다고 하면 지금 바로 필요할 때는 그 힘을 빌리지 못했을 거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계속해서 바깥에서 공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내구도가 8,521 남았습니다.]
[내구도가 8,317 남았습니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
그나마 오르콘이 특수제작한 벙커이기에 이 정도였다.
그레모리는 매서운 기세를 뿌리는 벙커너머 마족들을 보았다.
그때.
“쿠와아아아!”
라파엘 군주가 괴성을 터뜨렸다.
쿵쿵쿵쿵쿵!
“끼히히히히!”
“끼헤헤헤헤!”
곧 이어 주변이 진동하는 걸 그레모리가 느꼈다.
블러스디 땅의 모든 몬스터들이 그 울부짖음에 따라 집결하고 있었다.
이어서 벙커를 포위한 채 두들기기 시작했다.
[내구도가 7,664 남았습니다.]
더욱더 빠른 속도로 내구도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군주님, 빨리 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
총운영자가 얕은 신음을 흘렸다.
“벙커라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아라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다른 운영자들도 동감했다.
마계입구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공략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세 번째 공략대.
인원수는 맞추어졌고 거기에서 추가될 수 없다.
하지만 추가되었다.
그때에 발렌이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을 세웠다.
“크르, 애초에 블러스디 땅 밑에 영지가 있었다고 하면, 그들은 도중에 공략대에 참가한 것이 아닌 셈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시스템상 제한에 포함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발렌의 표정은 굉장히 난처한 표정이었다.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번 블러스디 탈환이, 탈환이 맞는 건지 의문입니다.”
“탈환이 맞냐니?”
모든 운영자들의 시선이 그에게 향해 있었다.
“이미 주인이 있는 영지가 뿌리를 박고 있는데, 누군가한테 처음부터 빼앗겼다고 볼 수 있겠습니까?”
“……!”
그에 아라스는 주먹을 꽉 쥐었다.
저 영지의 주인은 어쩌면 자신들을 보며 낄낄거리며 비웃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차피 곧 놈들은 모두 죽을 거야!”
그가 쿵 소리나게 테이블을 내리쳤다.
***
[내구도가 1,217 남았습니다.]
[내구도가 678 남았습니다.]
그레모리가 머스캣을 장전했다.
그가 이끈 발카스 영지의 병사들 서른 명도 머스캣을 들고 있었다.
오르콘이 특수 제작한 머스캣.
단 한 번 발사할 수 있지만 그마저가 어마어마한 힘을 자랑한다.
“나가는 즉시, 발사한다.”
“예!”
그레모리의 말에 병사들이 답했다.
모든 군주들도 전투준비를 끝마쳤다.
바깥에는 거대 원숭이 약 30마리, 늑대마물 100여 마리, 검은 원숭이 300여 마리가 둘러싸고 있었다.
거기에 덮친 격으로 마족들이 목을 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대범위 공격 준비!”
카일 군주의 말에 모든 유닛, 군주들이 준비를 끝마쳤다.
그리고 이어.
우지지직!
벙커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모든 군주들이 숨을 죽였다.
‘주, 주여…….’
‘아르멜…….’
‘살아 돌아갈 수 있기를…….’
모두가 간절히 바랬다.
누군가는 현실에서 자신을 기다릴 가족들을, 누군가는 자신의 죽음을 슬퍼할 연인을, 또 누군가는 죽음을 두려워했다.
손에 흥건한 땀이 맺혔다.
[벙커가 부서집니다.]
콰르르르르르!
부서진 벙커.
그 잔해가 떨어진다.
하지만 그걸 신경 쓸 틈도 없었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
발악을 담은 일격이 주변으로 뻗어나갔다.
카일 군주는 쉴 새 없이 활시위를 당겼다.
히히히히힝!
그레모리는 지옥마를 소환하여 그 위에 올랐다.
지옥마가 광범위 능력 지옥마의 화염을 뿜어냈다.
푸화아아아악!
타아아아앙!
그녀가 머스캣에서 쏘아낸 강력한 탄알이 달려든 여러 마리의 마물들을 꿰뚫었다.
시리어스가 앞으로 나서며 마물들을 베어낸다.
오인의 암살자들 또한 광범위 능력 혹은 적들을 압살하여 나아간다.
팽팽하게 붙는 듯 하였다.
하지만 곧.
촤아아앗!
앞쪽의 유닛들이 마족 군주의 마검에 휩쓸려 나갔다.
후두두둑.
살점이 튀어 올랐다.
콰아아앙!
거대 원숭이의 주먹이 내려 꽂히며 몇몇을 짓뭉개버렸다.
또 다시 라자베 군주가 마검의 힘을 발현했다.
수우우우!
강력한 마기가 둥근 형태가 되어 등을 맞대고 싸우는 자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 앞을 오인의 암살자들이 막았다.
그들은 어차피 1회성 소모 유닛.
이번 싸움을 끝으로 사라진다.
빠지지지직!
라자베 군주는 버프를 받은 상황.
그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오인의 암살자들이 검은 구를 막지 못하고 빨려 들어갔다.
계속해서 밀고 들어오는 검은 구를 향해 시리어스가 달려 나갔다.
콰자아악!
카일 군주가 화살을 쐈다.
퓩퓩퓩-
군주들이 살기 위해 검은 구를 공격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결국 그들을 집어삼켰다.
우우우우우우-
콰아아아앙!
검은 구가 직격하자 주변에 자욱한 흙먼지와 살점, 핏물이 동시에 튀어 올랐다.
그 안으로 마물이 쏟아져 들어가 닥치는 대로 집어삼켰다.
살점을 뜯어먹는 원숭이들도 있었고, 죽이는 것을 좋아하는 늑대들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라자베는 웃었다.
카운트 다운 시각 현재 10분 경.
자욱한 흙먼지가 걷어지고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그 앞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총연맹장 중 한 명인 카와르.
7클래스 마법을 부리는 마법군주.
그의 강력한 실드에 의해 반절 이상은 생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력 소모에 의해 그는 매우 지쳐있었다.
“허억허억허억…….”
카와르가 뒤쪽의 카일 군주를 돌아보았다.
카일이 기억하는 카와르 군주.
그리고 그의 총연맹은 충돌하는 연맹들 중에서 항상 중립을 유지해왔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카와르는 넉살 좋은 사내였다.
매일 ‘아, 왜 나만 빼놓고 그래요!’라고 말하면 자신들은 ‘닥쳐라, 카와르.’라고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툴툴 거렸다.
그런 그가 고개를 돌렸다.
“이딴 놈들한테 지면 안 되잖아요.”
그 말을 끝으로.
푸지이익!
마족 하나가 던진 창이 실드를 깨트리고 그의 가슴을 관통했다.
“쿨럭!”
입에서 피를 토한 카와르 군주가 쓰러졌다.
남은 숫자는 100.
마족들이 본격적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푸지이익!
푸화아아악!
유닛들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진다.
그것을 장난감처럼 마족들은 차버렸다.
어떤 유닛은 보기 끔찍할 정도로 찢어발겨졌다.
어떠한 자는 온 몸이 터져버렸다.
그 틈에서도 루시아 군주를 비롯한 시리어스, 카일, 군주들은 물러서지 않고 저항했다.
푸화악!
“컥!”
그때에 루시아 군주가 뒤로 날아갔다.
그녀가 입가에서 흥건한 피를 토해냈다.
“우웨에엑!”
때마침 카일 군주의 몸 곳곳에 병장기가 틀어박혔다.
푸슈유육!
푸슈유유육!
붉은 피가 솟구쳐 올랐다.
갈수록 숫자는 줄어들었다.
상처를 입은 자들이 모여 무기를 그들에게 겨눈 채 뒤로 뒷걸음질 쳤다.
라자베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마치 겁먹은 쥐새끼들 같구나!’
모든 유닛이 죽었다.
남은 것은 군주들과 지옥마를 이용해 버티고 있던 그레모리뿐.
그레모리는 그나마 성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중에서 무력으론 가장 약했다.
‘빌어먹을.’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모두가 전투불능이 되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라자베 군주를 바라봤다.
그 앞을 카일 군주가 막아섰다.
“네놈들에게 패하지 않…….”
푸지익!
라자베의 검이 그의 복부를 관통했다.
그가 옆으로 허물어졌다.
시리어스가 튀어나갔다.
푸화아악-
붉은 피가 허공에 솟구쳤다.
라자베 군주의 걸음은 그레모리에게 향하고 있었다.
“마족이구나. 어째서 이곳에 있는 것인지 모르겠구나.”
그는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복종의 서.’
이 복종의 서는 아주 희귀한 물건이다.
이 서가 있을 시에 상대방만 수락한다면 꼭 영지전에서 승리하지 않아도 유닛을 빼앗아 올 수도 있다.
“인간과 함께하기는 아깝다. 우리의 편에 서라.”
그레모리는 그에 망설이지 않았다.
“뭐래, 쳐 맞을래?”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라자베에게 달렸다.
죽어도 아서를 버리진 않는다.
그는 자신의 기둥이었다.
그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그레모리. 난 너를 버리지 않는다.’
아서는 그렇게 말해주었으니까.
라자베는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그 검이 그레모리의 목을 스치기 전에.
꽈아아악
라자베는 더 이상 검을 휘두를 수 없었다.
차갑고 공허한 눈.
거대한 마족 하나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전신 디아블로?”
그의 목소리와 함께.
어느덧 나타난 아서가 한 손을 쫙 펼쳐 라자베 군주를 겨냥하고 있었다.
“드래곤 스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