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
군주회귀록 150화
머리에 살인침을 박아 넣은 루시아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촉수들을 힘껏 쳐냈다.
솨아아아!
그다음.
제니스퀸의 옆구리.
푸지이익!
“끼헤에에에!”
이 여왕벌의 살인침의 장점은 다섯 번만 찌르면 무조건 죽일 수 있다는 것.
카일 군주는 단번에 저 아티팩트가 가진 힘에 대해 꿰뚫었다.
랄프 군주의 검기도 놈의 갑각을 뚫지 못했다.
하지만 저 침만은 된다.
“모두 루시아 군주를 엄호하라!”
그 외침과 함께 군주들이 그녀를 엄호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뒤쪽을 노리던 루시아 군주의 몸에 촉수가 뻗어져 나가던 그때.
‘……!’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그 순간.
콰지지직!
얼음 방어막이 생성되었다.
그 앞에 자베스가 막고 있었다.
지지직-
얼음 방어막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겨났다.
“어이, 미친년.”
그녀가 씨익 웃었다.
“이놈 못 죽이면 나한테 뒈질 줄 알아.”
퍼엇!
그 말과 함께 자베스는 그녀를 힘껏 내려쳤다.
“꺄앗!”
그리고 곧.
콰장창!
얼음 방어막이 꿰뚫리며 자베스의 몸 곳곳을 꿰뚫었다.
“쿨럭!”
촉수는 가뿐히 그녀를 구석에 날려버렸다.
루시아는 그녀를 돌아볼 틈이 없음을 알았다.
“빠, 빨리!”
“어서!”
군주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세 번째 급소.
푸지이익!
네 번째 급소에 이르는데 촉수가 칼날처럼 움직인다.
몇몇 군주가 다시 몸을 던져 루시아를 밀쳐냈다.
“피해!”
“건투를 바랍니다!”
푸화아아악!
푸화아악!
그들의 몸이 허공에서 양단되었다.
푸지지이익!
그리고 루시아는 네 번째 급소를 찌르는 데 성공했다.
곧이어.
다섯 번째 급소를 향해 날아가던 순간.
퐈아아앗!
촉수 하나가 그녀의 날개를 찢어발겼다.
바닥에 떨어진 그녀가 이를 악물고 달렸다.
“뒈져, 이 빌어먹을 거미 새끼야아아아!”
푸지이이익!
마지막 급소.
[다섯 곳의 급소를 찌르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불룩불룩-
곧이어 제니스 퀸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쿠헤에에에에!”
6대 괴물 중 하나인 제니스 퀸.
그가 곧.
퍼어어어엉!
초록색 피를 흩뿌리며 처참하게 터져나갔다.
그 피를 뒤집어쓴 루시아 군주.
“와, 와아아아아!”
“잡았다. 잡았다고!”
“이제 마계 입구를 부술 수 있어!”
군주들이 환호했다.
어느덧 오인의 암살자와 다른 군주들이 몰려오던 원숭이들을 사냥하고 돌아왔다.
현재 생존한 인원 총 400명.
하지만 루시아는 떠올렸다.
‘진짜 재앙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공략에 참가한 군주들이 모두 알림을 들었다.
[5분 내로 마계 입구를 공격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시 실패로 간주됩니다.]
조금의 쉴 틈도 주지 않았다.
그때.
“구, 군주님. 군주님!”
루시아 군주의 고개가 돌아갔다.
축 늘어진 랄프 군주.
그의 심장이 뛰지 않았다.
“으으으…….”
그의 머리를 무릎 위에 올리고 있는 군주의 손에 흥건한 피가 묻어났다.
퉁겨져 나왔던 랄프 군주.
그는 이미 뒷머리가 촉수에 뚫려 죽어 있었던 거다.
* * *
웅성웅성.
운영자 회의실.
그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크르, 추정 생존 숫자는 50명이었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약 50명 정도가 살아남으면 많이 살아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만약 자신들이 그들을 과대평가했던 거라면 그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모두 전멸했을 거다.
SS급 유닛은 그만큼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특히나 제니스 퀸.
6대 괴물 중 가장 강력한 괴수라고 불린다.
사실상 SS급이지만 그 두꺼운 갑각과 모든 것을 찢어발기거나 관통하는 수백 개의 촉수에 의해 다른 녀석들보다 더 강하다고 알려졌다.
“예상외의 일이 벌어졌군.”
하지만 총운영자 아라스는 꽤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마계 입구를 공격하는 순간 튀어나오는 자들은 그들이 절대 감당할 수 없다.
결국 참가한 모든 군주는 죽을 터.
“영지의 주인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정체 모를 문양의 주인.
아직 그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크르, 저는 누군지 알 것 같습니다.”
발렌은 계속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이벤트 당시에 땅에 거대한 뱀 한 마리가 휘젓고 다닌 듯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그 소년이 있었다.
오늘.
비록 소년은 없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 발로크가 소년을 알아보는 눈치였다.
발로크는 우로보로스의 팔찌를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
“그게 누구지?”
운영자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아서 더 프레스. 현 추정 등급 S급 이상입니다.”
* * *
라파엘 군주.
그는 출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홀로그램을 통해서 이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번 학살을 시작으로 우리 마족들은 영토를 넓힌다.’
블러스디 땅 전체를 마족들이 집어삼킨다.
그 후에 이어질 일은 뻔하다.
마족들은 인간들을 습격하기 시작할 거다.
그들의 영지를 빼앗고 자신들의 영지를 부풀릴 터.
또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20분 동안 버텨내지 못하면 탈환은 실패하고 우리의 승리가 된다.’
그 또한 SS급 퀘스트를 받았다.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마족 군단이 출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S급보다 조금 더 강한 자들이다.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로 인해서 출정할 마족을 선별하였고 선별된 그들은 병사 강화를 할 수 있는 특혜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곧.
쿠그그그그!
블러스디 땅으로 넘어가는 입구가 열렸다.
* * *
같은 시각.
히히히히힝.
거친 울음을 토하는 지옥마.
그 위에 오른 아서가 단숨에 마계 입구로 들어갔다.
아서는 들어가는 순간 곧바로 지옥마의 특수능력을 사용했다.
‘천리를 접어 단숨에 원하는 목적지에 데려다준다.’
제한시간은 고작해야 20분이었다.
그 시간 동안 그들이 버텨줘야 한다.
그리고 자신은 얻어내야만 한다.
그러지 못하면…….
‘실패할지도 몰라.’
시간이 없었다.
히히히히힝!
지옥마가 거친 울음을 토했다.
그리고 어둠이 짙게 깔린 마계의 하늘을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다그닥 다그닥!
* * *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20분 동안 나타날 마족 군주와 병사들로부터 한 명이라도 버텨내시거나 모두 죽여내야만 탈환에 성공합니다.]
[반경 30m 내를 벗어나실 수 없습니다.]
모든 병력의 시선이 오로지 마계 입구를 향해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곧이어.
쿠그그그그!
땅이 진동하였다.
그 안에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존재들.
푸화아아아악!
거대한 마기가 순식간에 주변을 집어삼켰다.
그와 동시에 붉어졌던 하늘에서.
투두둑-
빗방울이 거칠게 내리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그 가운데에 선 라파엘 군주.
그는 인간들을 보며 이죽 웃었다.
시리어스가 나타난 그들을 향해 단검을 던졌다.
퐈하앗!
날아가며 폭발한 단검.
하지만 곧이어 그녀는 볼 수 있었다.
검은 마기에 막혀 단검은 그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다.
카일 군주.
활을 들고 적들을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남아있는 S급 병력 12. A급 병력 380 이상.’
할 수 있다.
쫘아아악.
그가 활시위를 당겼다.
그리고 라파엘의 머리를 향해 발사했다.
파아아아앙!
화살이 허공을 찢어발기며 날아갔다.
하지만 곧이어.
라파엘 군주가 화살을 잡아챘다.
“죽여.”
그 말과 함께.
푸화아아악!
푸화아아악!
마족들이 순식간에 병력들의 앞에 당도했다.
그 순간.
“절대방어.”
루시아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빛을 머금었다.
그 반지는 유닛을 제외한 군주들을 휘감았다.
[절대방어 상태가 됩니다. 3분 동안 어떠한 공격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아서에게 받아온 신의 방패 아티팩트.
아서는 꼭 지금 사용하라고 말했었다.
군주들이 다소 놀란 표정으로 루시아를 돌아봤다.
그는 아서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어째서 작전에 직접 개입하시지 않는 건가요? 앞을 알고 계시잖아요.’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지. 네가 그런 말을 하는 순간, 네 목이 달아날 수도 있어.’
아서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놓고 예상했다.
‘유닛의 희생은 어쩔 수 없어. 하지만 군주들은 죽어도 구할 수 있다.’
그는 모든 걸 설계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그 설계를 루시아는 믿었다.
그리고 마지막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번 싸움은 인간이 결코 밑에 있지 않다는 걸 알리는 초탄이 될 거고 그들은 우리에게 조롱당할 거야.’
그 회상이 끝나는 찰나.
푸화아아악!
푸화아아악!
“크흐흐흐흐!”
“흐흐흐흐흐!”
짙은 웃음을 흘리는 마족들이 주변 유닛들을 모조리 죽여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대로 군주들은 자신들에게 공격이 통하지 않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압도적이었으나 지금 당장은 상대할 수 있다.
카일 군주가 활을 등 뒤에 매고 검을 뽑았다.
그다음 앞에 선 마족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군주들이 앞으로 나아갔다.
푸화아악!
푸화아아악!
마족들과의 격렬한 사투가 시작되었다.
마족들은 군주들에게 공격이 허용되지 않자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에 유닛들만을 죽이고 있었다.
푸화아악!
푸화아아악!
유닛들의 머리가 바닥을 뒹굴었다.
군주들은 절대방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쉬이 그들을 죽일 수 없음을 알았다.
“뭐가 이렇게…….”
“압도적이야.”
“X발, 이걸 어떻게 이겨!”
군주들이 비명을 토했다.
죽이려 해도 죽지 않는다.
너무 빠르고 강했으며 단단했다.
시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게 끝나면 우린 죽겠구나…….’
카일 군주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쿠그그그그-
작은 진동이 시작되었다.
* * *
“저걸 어떻게 이겨!”
“미친, 그냥 블러스디 땅 거저 주라는 거잖아!”
홀로그램을 바라보는 군주들이 조마조마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마족들은 너무나 압도적이었다.
단 1분 사이에 백 명이 넘는 유닛들이 죽어 나갔다.
그리고 마족들은 죽이면서도 즐겁다는 듯 웃고 있었다.
‘저 능력이 끝나면…….’
현재 군주들을 정체 모를 힘이 휘감아 지켜내고 있었다.
하지만 저 힘이 끝난다면 이제 저 자리에 남아있는 모든 군주는 죽게 될 것이다.
20분?
5분이나 버티면 다행이리라.
“끝이다…….”
한 군주가 중얼거렸다.
그때.
군주들은 갑자기 화면이 거칠게 흔들리는 걸 느꼈다.
쿠그그그그-
땅 전체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
푸화아아아악!
마계 입구와 가까운 곳으로 거대한 무언가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버, 벙커?’
‘뭐지?’
그것은 벙커였다.
들어가는 입구밖에 없는.
마치 알처럼 단단해 보이는.
갑작스러운 벙커의 등장에 홀로그램을 바라보는 군주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어.
벙커의 문이 열렸다.
그 안에서 여성형 마족 하나가 문을 꽝하고 걷어찼다.
“살고 싶으면 모두 튀어 들어와!”
그 후에 마족 여성이 외쳤다.
“장전하라!”
척척척척.
벙커의 틈새 사이로 삐져나와 있는 수십여 개의 포.
그것은 가장 뛰어난 살상력을 가졌다 알려진 용화포가 분명했다.
벙커의 안에서 병력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장전했다.
그리고 이어.
“발사!”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용화포가 거친 화염을 토해내며 날아갔다.
용화포들은 유도 기능이 있는 것처럼 속속들이 마족들만을 공격했다.
“크화앗!”
“쿠헥!”
마족들이 뒤로 퉁겨 나갔다.
“가, 갑자기 이게 무슨…….”
“…….”
“…….”
군주들이 경악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빠, 빨리 벙커로 도망가!”
“15분! 15분만 버티면 살 수 있어!”
“달려!”
버텨낼지도 모르는 희망이 생겼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