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
군주회귀록 147화
시크릿 NPC.
군주 중에 숨어있는 유닛이다.
실제로 이 시크릿 NPC들은 스스로가 군주라고 자각하고 살아간다.
거기에 더해져 그들에게는 현실의 기억도 주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암살자 시리어스는 과거에도 한 군주가 놓은 덫에 걸렸지.’
시리어스를 죽인 자는 애석하게도 그녀의 영지의 모든 것을 얻지 못했다.
그가 얻은 것은 딱 하나.
3회 동안 시리어스를 부릴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 후에 극강삼인 시리어스는 홀연 듯 사라졌다.
군주는 황당했다.
온 힘을 다해 시리어스를 죽였다.
극강삼인의 영지도, 그녀의 유닛들도 모두 삼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정작 얻은 건 소모성인 시리어스일 뿐.
그리고 그녀를 죽였을 때 그는 그녀가 시크릿 NPC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추후 운영자들은 시리어스의 공략법에 대해 공론화한 적이 있다.
이미 그녀는 죽었고 사실상 재미를 위해 공략법을 오픈한 것이었다.
만약 이 공략법에 성공할 시의 보상도 오픈했다.
‘시크릿 NPC. 시리어스를 영구적으로 얻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당시 시리어스가 소유한 핵심 암살자들을 1회 부릴 수 있다.’
이는 아서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공략법은 시리어스에게 극심한 공포감을 주는 거다.
그에 군주들은 말했다.
‘극강삼인에게 공포감을 준다고?’
‘그 무슨……!’
물론 사람을 죽일 때 죽는 당사자는 공포감을 느끼게 되는 게 맞다.
하지만 운영자가 말한 그 공포는 생각보다 어려운 수준이었다.
시리어스는 여러 수에 잡을 수 없다.
보통 단 한 수에 덫을 놓고 빠르게 잡아야 한다는 거다.
그녀는 그만큼 빨랐고 암살자들도 그만큼 강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시크릿 NPC인 시리어스에게 공포를 준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또, 그걸 조작하기 전에 먼저 군주가 죽으리라.
하지만 지금 아서는 판을 만들어놨다는 것.
또한, 시리어스를 얻으면 이점이라고 볼 수 있는 것도 있다.
소환수로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
그녀는 군주로서 남는다.
단, 아서의 유닛이 되어서.
아서가 창의 형태인 인피니티를 굳게 쥐었다.
곧이어 앞으로 나선 암살자가 아서를 향해 달려들었다.
***
시리어스.
그녀가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
그녀는 말문을 잃었다.
나머지 남은 네 명의 암살자들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죽어 나갔다.
첫 번째 암살자는 1:1전에서는 최고라 불리는 자였다.
하지만 그는 몇 수 버티지 못하고 죽었다.
두 번째 암살자는 수십 개의 병장기를 주변에 띄어서 사용할 수 있는 자였다.
하지만 그 병장기들이 모두 무력화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히려 앞의 군주를 향해 뻗어 나가던 그 병장기들은 적 군주의 검이 되어 암살자를 죽였다.
그렇게 하나둘 죽어 나갔다.
그가 오만하다는 생각은 사라졌다.
질질질.
죽은 암살자의 머리채를 쥐고 끌고 오던 아서가 그녀의 앞으로 던졌다.
싸늘하게 죽은 암살자를 보며 그녀는 말문을 잃었다.
‘이럴 수는 없어…….’
어떻게 혼자서 S급 유닛 넷을 무력화할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아서는 표정 변화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그와 싸우기 싫었다.
하지만 싸워야 한다.
그녀가 땅을 박찼다.
타앗!
그녀의 허리춤에 있던 두 개의 날이 휜 단검이 그의 목을 노리고 날아갔다.
수우웅-
아서가 목을 가볍게 비틀었다.
단검은 그 목을 쫓아갔다.
이어 아서가 그 손을 쳐냈다.
“꺅!”
그녀가 비명을 지른 사이.
짜악!
아서가 힘껏 그녀의 뺨을 쳤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난 그녀가 아서를 보았다.
다시 공격.
그리고 노련하게 피해낸 아서가 다시 한번.
짜악!
그녀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압도적인 힘에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한번 힘을 주어 일어선다.
그러면.
짜악!
다시 뺨을 맞은 그녀가 휘청이며 쓰러졌다.
그녀는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었다.
덜덜덜
부들부들 떠는 그녀가 천천히 아서를 올려보았다.
“고작 이게 끝인가?”
아서는 짙게 웃으며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녀는 이길 수 없음을 알았다.
‘어떻게…….’
현실에서도 그녀는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
또한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극강삼인.
그런 자신이 너무나도 무력했다.
그때.
아서는 알림을 들을 수 있었다.
[시크릿 NPC. 시리어스를 찾아내셨습니다.]
[시크릿 퀘스트 ‘시리어스의 공포’가 완료됩니다.]
[시리어스를 죽이실 시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알림을 들은 아서는 망설이지 않고 인피니티를 움직였다.
푸지익!
그녀의 목에 아서의 창이 틀어박혔다.
이어.
푸화악!
거침없이 뽑아냈다.
콸콸콸
극강삼인 중 하나이자 암살자 시리어스가 죽는 순간이었다.
***
바라밀 영지의 필립.
필립은 군주 중에서 특별하게도 몇 안 되는 운영자들의 지원을 먹고 사는 군주다.
지원을 먹고 산다는 것만큼, 그의 영지는 그 누구도 공격할 수 없다.
그 대신, 그의 영지 자체도 남을 공격할만한 힘은 없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에게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아스가르드 대륙의 소식을 전파하는 것이다.
필립 군주는 쉽게 말해 ‘특파원’이었다.
그에게 아스가르드 대륙의 새로운 일을 원하는 군주들은 먼저 ‘월간 구독권’만 끊으면 매일 매가 가져다준 그것을 읽을 수 있다.
또한, 그는 군주 커뮤니티에도 많은 영상과 사진을 기재할 수 있는 자였다.
“빨리.”
그는 자신의 유닛들과 빠르게 움직였다.
유닛들은 하나같이 손에 군주들의 얼굴을 담을 수 있는 수정구가 들려 있었다.
필립 군주가 문을 힘껏 열고 들어갔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유닛들이 자리에 착석했다.
‘오늘 이 자리에…….’
그는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이번 블러스디 땅을 함께 공략할 군주들이 모두 이 자리에 모이게 된다.
총연맹장들은 넉넉한 골드만 있다면 아스가르드 대륙의 전 군주들에게 ‘확성기’도 사용할 수 있다.
확성기를 사용하면 모든 군주가 그 알림을 들을 수 있다.
총연맹장들은 그 확성기도 수차례 사용했다.
‘블러스디 땅을 함께 탈환할 동료를 모집한다.’
‘영상을 보았던 것처럼 이번 공략을 수월하게 해내지 못할 시 대규모 업데이트 때 인류는 크나큰 리스크를 안고 시작하게 될 것이다.’
‘지목된 자들은 꼭 참가를 필요로 한다.’
마지막에 강조된 것은 그러지 않을 시 추후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반강제도 있었다.
필립은 곧이어 안으로 들어오는 네 사람의 총연맹장들을 볼 수 있었다.
“찍어. 빨리!”
필립의 말에 발 빠르게 유닛들이 수정구의 버튼을 눌러 그들을 담았다.
촤촤촤촤촷!
주변에는 필립과 같이 몇 안 되는 ‘특파원’클래스를 가진 군주들이 맹렬히 수정구의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총연맹장 네 명이 손을 잡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 전의 블러스디 땅 공략이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져.
‘마물들의 힘을 본 군주들은 지금 두려워하고 있지.’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규모 업데이트 때에 다른 종족도 함께 군주게임을 하게 된다면 과연 인간들이 그들과 맞설 수 있을까.
거기에 이번에 랄프 군주가 공개한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검은 별 아레스 군주와 A급 유닛 50과 B급 유닛 150이 손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죽어 나갔다.
거기에 더해 바로 오늘!
‘총연맹장들이 준비하였던 두 번째 영상이 공개되는 날!’
총연맹장들은 첫 영상을 오픈한 후에 군주들의 병력을 지원받았다.
그에 의해 자그마치 500명에 가까운 A급 유닛을 모을 수 있었다.
500명의 A급 유닛과 거기에 더해진 S급 유닛들.
그리고 A급 군주 세 사람이 그들을 이끌고 함께 마계 입구의 위치를 찾아 움직였다.
그리고 결국 해냈다.
하지만 문제는……
‘지원 갔던 그 어떤 병력도 돌아오지 못했다는 거지.’
위치만 확인하고 모두가 그 자리에서 전멸해버렸다.
500명의 A급 유닛과 S급 유닛이.
그나마 다행히도 특파원 군주가 함께했기에 위치는 확인할 수 있었다.
특파원 군주들은 특성을 가졌다.
바로 10m 인근에 한 명의 군주라도 있을 시 다른 몬스터들은 공격하지 못한다였다.
그들은 애초에 사냥을 위한 군주들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모든 자를 공격하지 못한다는 리스크가 붙으면 그들은 각 미지의 영역을 찾아다닐 터.
그걸 감안해 특파원은 그런 특별한 혜택을 가지고 있었다.
특파원이 실시간으로 보내주었던 영상.
그 영상을 통해 총연맹장들은 입구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리고 특파원도 그 자리에서 그 영상을 남긴 채 죽고 말았다.
“이제 영상을 틀도록 하겠습니다.”
카일 군주의 그 말과 함께.
거대한 홀로그램이 뿜어졌다.
처음 그들이 발을 딛는 장면.
원숭이들이 나타나고 투명화를 꿰뚫는 장비를 착용한 유닛들이 나아간다.
그리고 이어.
거대 원숭이를 힘겹게 사냥한다.
벌써 피해만 50.
그리고 계속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갑자기 거인 원숭이들이 주변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뿐만이 아니었다.
흉측하게 생긴 늑대형 마물들이 빠른 속도로 나타나 A급 유닛들을 가로채 가기 시작했다.
거기에.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거대한 마법이 흩뿌려지며 유닛들을 집어삼켰다.
-진열을 가다듬어라!
-두려워하지 마라. 일개 마물일 뿐이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계속해서 줄어드는 숫자.
그와 반대로 불어나는 적의 숫자.
세 명의 A급 군주는 결단을 내린다.
-달린다.
-무, 무슨……!
-우리는 입구만이라도 확인한다. 여기에서 아무 소득 없이 전멸할 순 없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한가지.
그 영상을 보며 필립은 생각했다.
‘저 세 군주는 스스로 자원한 용기 있는 자들…….’
참으로 대단한 자들이다.
그리고 그들의 의지를 보여주듯 행동으로 보여줬다.
퐈하하학!
영상 속에서 새하얀 백마들이 나타났다.
-엄호하라!
-입구를 찾는 데 주력한다. 최소한의 공격으로 빠르게 나아간다!
결단을 내린 세 명의 군주.
그들을 곁에서 호위하는 유닛들이 그들을 양쪽에서 감싼 채 적들을 막아서며 달려나갔다.
-끄라아아악!
-으, 으아아아악!
비명이 쏟아졌지만, 그들은 돌아보지 않았다.
마계 입구를 찾는다.
만약 그마저 찾지 못한다면 다음 탐사는 없다.
이다음은 진짜들만이 오는 자리일 테니까.
순식간에 100여 명 남짓으로 병력이 줄어들었다.
앞서 나가던 군주 세 명 중, 두 명이 순식간에 나타난 마물 늑대에게 끌려갔다.
하지만 선두에 선 브리드 군주는 멈추지 않았다.
-조금만 더 힘내라.
빠르게 달리는 백마.
그 주위를 여전히 지키는 100명의 부대!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중앙에 내려선 거대한 마법.
-커헉!
-사, 살려줘!
그 마법에 병력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 진다.
하지만 여전히 달리는 브리드의 얼굴은 냉정했다.
곧이어.
-히히히히히힝!
말이 거대한 울음을 토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작은 협곡.
그 사이였다.
그 사이에 블랙홀처럼 신비스러운 것이 보여지고 있었다.
-건투를…….
그 말과 함께.
-허어어억!
하는 소리가 브리드와 동행한 특파원에게서 튀어나왔다.
그 순간.
투욱-
브리드 군주의 머리가 떨어졌다.
그와 함께.
특파원의 특성도 끝났다.
근처에 남은 군주가 없었기에 무적상태가 해제된 것.
투욱
홀로그램 속 영상이 기울어진다.
지지지지직!
영상이 꺼졌다.
“…….”
필립 군주는 말문을 잇지 못했다.
‘앞으로 저런 자들이…… 아스가르드 대륙에…… 나타난다고?’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다른 특파원들도 말문을 잃었다.
정적을 깬 것은 카일 군주였다.
“이번 블러스디 땅 지원자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문이 열렸다.
그 안으로 군주들과 유닛들이 함께 들어오기 시작했다.
촤촤촤촤촤촥!
다시 수정구의 버튼이 눌리며 빛이 번쩍인다.
필립 군주는 그 군주들을 보았다.
아스가르드 대륙의 최고의 군주들.
그리고 최고의 유닛들!
그들이 속속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더 많은 군주의 지원을 받기 위해 이런 것도 필요한 법.’
일부러 카일 군주는 그들 모두를 보이는 거다.
그래야 한다.
그래야만, 겁먹은 이중 용기를 얻은 몇이 이번에 함께하게 될 거다.
그러면서도 카일 군주는 들어오는 지원자들을 보며 기대했다.
‘암살자 시리어스. 그녀의 힘이 절실하다.’
극강삼인 중 한 명.
아직 마계 입구 인근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것들이 숨겨져 있을 거다.’
그 안에서 튀어나오는 존재들과 싸워 마계 입구를 파괴해야 한다.
그때 극강삼인 암살자 시리어스는 분명히 압도적인 강함을 보일 터.
하지만 역시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루시아 군주도…….’
그는 한숨을 쉬었다.
콕 집어 한 명 한 명 공문을 보냈지만, 답변이 없는 자들도 수두룩했다.
그중 루시아도 마찬가지.
문이 닫혔다.
“와아…….”
“이, 이들이 함께하는데 설마 공략하지 못하겠어?”
특파원들이 감탄사를 터뜨린다.
그때.
한 군주가 소리쳤다.
“……저, 저건 뭐야?”
“허억…….”
“컥!”
모든 군주의 놀란 목소리를 토해냈다.
아무도 인지하지 못했다.
보지도 못했다.
총연맹장들이 함께 앉아 있는 바로 뒷자리.
그 자리에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제야 그 기척을 느낀 총연맹장들도 고개를 돌렸다.
‘어, 언제……!’
‘기척이 느껴지질 않았어!’
그들은 경악했다.
그 여인이 곧이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암살자 시리어스. 이번 블러스디 땅 공략에 참가하겠다.”
촤촤촤촤촤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