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
군주회귀록 144화
50장 발카스 영지는 처음이지?
드래곤 시리즈는 투구, 갑옷, 부츠, 망토로 이루어져 있었다.
색깔은 코끼리의 상아색과 흡사하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갑옷과 투구, 부츠는 드래곤의 비늘과 흡사한 것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었다.
거기에 망토에는 발카스 영지를 상징하는 문양 두 가지가 그려져 있었다.
가운데에 그려져 있는 건 바로 꼬마 드래곤 드래였다.
그리고 그를 비잉 둘러싸고 있는 뱀의 모양.
바로 우로보로스였다.
전체적으로 단단해 보이는 드래곤 시리즈.
“제 드워프 생 최고의 역작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칸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보였다.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손을 뻗어보시죠.”
벽에 걸려 있는 드래곤 시리즈 앞에 멈추어 선 아서.
“조금 크지 않나?”
확실히 아서가 착용하기에는 조금 더 커 보였다.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뻗는 순간.
촤아악!
아서의 몸에 갑옷이 슬라임처럼 찰싹 붙었다.
마치 갑옷이 아니라 부드러운 젤리처럼.
그리고 이어 아서의 몸을 꾸물거리며 감싸기 시작했다.
등 뒤로 뻗어 나간 갑옷.
촤아악!
뿐만이 아니었다.
손을 뻗자 투구도 부츠도 아서를 향해 저절로 움직여 찰싹 붙었다.
이질감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가벼웠다.
‘이렇게 가벼운 갑옷은 처음이다.’
사실 척 보기에는 무척이나 무거워 보이는 갑옷의 모양새였다.
적어도 풀 플레이트 아머 정도.
하지만 레더 아머보다도 훨씬 더 가볍다.
모든 드래곤 시리즈의 착용이 끝나자 드워프 칸트가 다가왔다.
그가 아서의 손등을 문질렀다.
그러자.
퐈파파파팍-
팔뚝 부분에서 여러 개의 뾰족한 칼날들이 솟아났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칸트가 조심스레 아서의 부츠를 툭 걷어찼다.
그러자.
푸슝!
앞쪽 부분에 칼날 두 개가 뽑혀 나왔다.
“온몸이 무기군.”
“그렇습니다. 이제 진짜 확인해 보시죠.”
칸트의 말에 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드 드래곤의 갑옷.)
등급: 하찮은 전설
방어력: 521
내구도: 무한
특수능력:
•드래곤 염력.
•드래곤 스피어 일주일에 한 번 사용 가능
•드래곤 독단검.
세트능력:
•드래곤 포효 한 달에 한 번 사용 가능.
•모든 속성 방어력+120
“…….”
아서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모든 속성 방어력 +120?’
이 문구만 보아도 입이 떡 하니 벌어졌다.
80 정도만 되어도 어지간한 속성 마법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런데 120?
사실상 아티팩트 전부를 속성 방어력 아티팩트로 무장한 자들보다도 2배나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거기에 방어력도 압도적.
그와 함께 아서는 드래곤 스피어라는 특수능력을 확인하려 했다.
그때 드워프 칸트는 예상한 듯 먼저 말했다.
“일시적으로 모든 스텟x2의 힘을 담은 강력한 창을 던질 수 있습니다. 범위가 무척이나 넓고 사정거리도 깁니다. 대규모 전투에서 꽤 유용할 겁니다.”
“꽤 유용한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
스텟x2라면 어지간한 적들은 다 찢어발길 수 있다.
실제로 당장 눈앞에 드래곤이 있어도 관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서는 추가적으로 드래곤 염력과 포효도 확인해봤다.
일단 드래곤 염력.
이는 일반 염력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음만 먹으면 마차 하나쯤도 가뿐히 염력으로 들어 올릴 수 있다.
이는 군주의 능력치의 비례해 그 파괴력이 달라진다고 하였다.
그다음.
드래곤 포효.
‘어그로?’
말 그대로 주변 적들의 시선이 아서에게 향하게 한다.
하지만 이렇게만 보면 너무 뻔한 스킬 아닌가.
이 드래곤 포효는 ‘절대적’이라는 게 붙었다.
사용하는 순간 모든 적이 아서만을 보게 되는 특수한 능력이다.
거기에 드래곤 포효가 발동되면 적들의 모든 버프 능력이 해제되기도 한다.
아서는 추가로 드래곤의 갑옷을 제외한 부츠도 확인해봤다.
‘호오.’
드래곤 부츠.
이에는 드래곤 플라이라는 능력이 붙어 있었다.
아서는 곧바로 사용해봤다.
그러자.
부츠에 두 개의 드래곤의 조그마한 날개가 돋아났다.
곧이어 두 개의 날개가 한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 아서가 조금 하늘로 떠올랐다.
‘공중전 능력.’
그 외의 망토.
망토의 특수능력.
‘드래곤 아머.’
발동되면 평소의 방어력 x2의 드래곤 방어가 발동되는데, 망토가 길어지며 온몸을 감싼다고 되어있다.
그리고 투구.
‘카리스마+40 상승.’
이는 단순해 보였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군주에게 카리스마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스텟이니까.
종합적으로 봤을 때 드래곤 시리즈.
즉, 로드 드래곤 세트는 아서가 이제껏 본 방어구 세트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아서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잘 쓰도록 하지. 병사들 방어구는?”
“물론 이도 완성되었습니다.”
칸트는 곧이어 아서를 다른 곳으로 안내했다.
그곳에 흑색 방어구들이 쌓여 있었다.
그중에는 방패나 혹은 가더와 같은 것들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병사들의 것은 전부 검은색으로 되어 있었다.
“군주는 더 특별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병사들의 갑옷을 확인했다.
아서만큼의 속성 방어력은 아니었지만 아만타디움과 오우거, 트롤, 하피, 그 외의 무수히 많은 몬스터 재료가 들어간 병사들 아티팩트도 상당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모든 방어구에 모든 스텟+10 효과가 붙어 있다는 거지.’
병사들 방어구에 모든 스텟이 붙은 경우는 정말 흔치 않다는 거다.
역시 황금연치 총연맹장 칸트.
‘실험은 곧 해볼 수 있겠지.’
아서는 작은 웃음을 지었다.
***
총연맹장 네 사람이 빙 둘러 앉아있다.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에서 블러스디 땅에 선발대로 가볼 자들을 네 개의 총연맹 중 하나를 선택해 선별했다.
그리고 그중 랄프 군주의 고르딘 총연맹이 선택되었다.
랄프 군주는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홀로그램을 틀었다.
네 명의 군주의 시선이 오로지 그 홀로그램에 향해 있었다.
고르딘 총연맹에서 간 군주는 101명의 군주 중 한 명이라 불리는 검은 별 아레스.
101명의 군주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자다.
-드디어 블러스디 땅에 도착했습니다.
그가 마법 수정구를 보며 말했다.
선발대 중 꽤 많은 이들이 수정구를 들고 있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마법 수정구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총연맹장들은 현재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고 영상을 저장할 수도 있었다.
마법 수정구에서 뿜어져 나온 홀로그램은 무사히 블러스디 땅에 안착한 200명의 병력을 보여줬다.
네 개의 총연맹에서도 A급 유닛을 지원하여 함께 보냈다.
총 A급 유닛만 50.
B급 유닛 150에 지휘관이 아레스라는 거다.
-저희가 기존에 알던 블러스디 땅의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본래 알려진 바에 따르면 블러스디 땅은 매우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했다.
그동안 접근 불가 시스템으로 직접 안착은 불가능했으나 꽤 많은 군주들이 그 인근을 지나가며 그 풍경에 감탄하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블러스디 땅.
“마치 오염된 땅 같군.”
카일 총연맹장의 말이었다.
딱 그 말대로다.
검은 마기에 뒤덮인 블러스디 땅.
키헤에에에!
본래는 아름다웠을 꽃마저 흉폭한 괴성을 터뜨리며 날카로운 치아를 드러냈다.
총연맹 네 사람은 계속 유심히 지켜보았다.
곧이어.
홀로그램 너머로 몬스터가 나타났다.
“마물?”
몬스터는 본 적이 없는 특별한 모습이었다.
원숭이와 닮았으나 등 뒤에 검은색 날개가 달려 있었다.
또한, 피부색도 검은색이었다.
곧이어.
끼헤끼헤!
끼헤끼헤!
200명의 병력을 어느새 나타난 검은 원숭이들이 둘러쌓기 시작하였다.
-이깟 원숭이들 따위. 모두 포지션을 유지하라!
치료 능력 유닛은 최대한 보호한다.
탱커 유닛은 앞으로 나가 어그로를 끈다.
원거리 유닛은 지원한다.
근접 유닛은 놈들을 앞에서 공격한다.
하지만 원숭이들의 습격이 시작되는 순간.
-끄, 끄아아악!
-으, 으아아아악!
속수무책으로 병력이 밀리기 시작했다.
‘저 능력…….’
순간 군주들은 미간을 구겼다.
원숭들이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한다.
“몬스터한테 투명화 능력이 있는 건가……?”
자베스 군주가 말했지만 아무 누구도 대답하지 못하고 홀로그램을 주시했다.
푸슈유육!
푸슈유육!
아레스 군주가 착용한 소형 마법 수정구가 계속 장면을 변환한다.
-이럴 수가……!
그 목소리는 끔찍한 공포에 젖어 있었다.
랄프 군주는 지원자를 찾겠다는 말에 위풍당당 나섰던 아레스 군주를 떠올렸다.
그는 그만큼 강했고 노련한 군주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원숭이들의 공격에 병력이 쓸려나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곧이어.
-크와아아아아!
홀로그램 너머로 들려오는 거대한 괴성에 군주들이 흠칫흠칫 몸을 떨었다.
-쿵쿵쿵쿵쿵!
홀로그램 너머로도 그 거대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 후 수정구가 그 모습을 비췄다.
원숭이와 흡사하지만 그 크기는 가히 5m에 이르는 녀석들.
그 녀석들이 엄청난 빠르기로 쇄도해오기 시작한다.
놈들은 닥치는 대로 쓰러진 자들의 몸을 잡아챘다.
그리고.
우두두둑!
유닛 하나를 들어 머리를 깨물어 목과 분리 시켰다.
우득우득우득-
소름 끼치는 소리가 수정구 너머로 들려왔다.
-으으으으으으……!
두려움에 찬 아레스 군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차가운 자베스 군주마저도 입술을 질끈 깨물 정도.
곧이어 아레스 군주가 자신의 장기인 검은 검을 사용했다.
검은 검을 사용하면 검의 절삭력이 1.5배 상승한다.
또한 직격하는 순간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기도 한다.
-타닷!
그가 두려움을 이겨내고 달려나갔다.
거대한 검은 원숭이에게 검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거대한 폭음.
-주, 죽었나?
하지만 자욱한 먼지 사이로 검은 털이 복슬복슬한 팔이 뻗어 나와 한 손으로 아레스 군주를 잡아챘다.
-으, 으아아아. 안 돼, 싫어! 살려줘!
아레스 군주가 비명을 질렀다.
수정구는 검은 원숭이의 얼굴을 거칠게 흔들리며 보여주고 있었다.
곧 원숭이가 거대한 입을 벌렸다.
그리고 천천히, 구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원숭이의 쩍 벌어진 입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우지지지직!
상체와 하체가 분리되는 소리.
으적으적으적-
그 끔찍한 소리에 자베스 군주가 서둘러 홀로그램을 종료해버렸다.
“……굉장히 위험한 곳이다. 상상도 할 수 없어. 중요한 맹점은 블러스디 땅의 초입부라는 거다.”
“…….”
랄프 군주의 말에 모든 군주는 침묵했다.
초입부에서 A급 군주와 오십의 A급 병력, 거기에 B급 병력 150이 단 10분도 안 돼서 나뒹굴었다.
더군다나, 아직도 안에 무엇이 있을지 더 확인하지 못했다는 거다.
“일단은 안쪽으로 들어가는 게 핵심이지.”
카일 군주가 말했다.
어쩔 수 없지만 이번 블러스디 땅 탈환은 희생이 필요했다.
“최대한 지원받아 A급 병력으로 구성된 부대를 꾸려야지. 500명 정도로.”
“……그 정도는 되어야 안까지 들어가 마계 입구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건가?”
랄프 군주의 말에 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확실한 건 500의 A급 병력 부대로 탈환은 불가능하다는 거지. 그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카일은 암담한 한숨을 뱉으면서도 확실하게 말했다.
“일단 500의 병력으로 마계 입구의 위치를 확인한 후에는 엄선된 정예 병력들이 간다. S급 유닛들, 그리고 어쩌면 총연맹장인 우리도 포함되어서.”
그 말에 모두가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한 중대한 사안에 총연맹장들도 몸을 사릴 순 없다.
카일이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이 영상은 공론화하는 게 나을 것 같군.”
“공론화?”
랄프 군주가 다소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대규모 업데이트 때 블러스디 땅 탈환이 실패하면 이런 자들이 우리들의 영지를 습격하게 된다. 그러니 지원 하라를 알리는 거지.”
그 말에 모두가 동조한 듯 끄덕였다.
“지금 신흥 군주로 떠오르는 여왕벌 루시아도 포함 시키면 되겠군.”
“그렇지. 그리고…….”
카일 군주가 말끝을 흐렸다.
그다음 참가했으면 하는 군주.
하지만 아무도 입 밖에 꺼내진 않았다.
그리고 자베스는 생각했다.
‘아서 군주님…….’
랄프가 말했다.
“그가 오기만 하면 좋기야 하겠지. 하지만…….”
그가 쓴웃음을 삼켰다.
“모두가 죽었을 때, 인류를 대표할 인물도 필요하니까.”
아무도 부정하지 못했다.